PGR21.com


Date 2003/09/22 05:44:26
Name 신문종
Subject [스타소설] 유리장갑 - 2 -
유리장갑 (2)

"뭐지? 저..이상한 사람...!"

동탁은 이유없이 달리며 뒤를 힐끔거렸다.

얼마나 달렸을까. 동탁은 염창동에서 삼성동 코엑스 몰 까지 달렸다.

마동탁... 괴물같은 아이.

거기에서도 여지없이 동탁의 눈길을 잡아끄는 것이 있었으니!

'신춘 온게임넷 결승전! 임요환 VS 홍진호. 1월 2일 부터!'

동탁의 눈알과 입술이 헤벌어졌다.

'온게임넷 결승전... 임요환...홍진호...잠실 실내 체육관...!!'

"결승전...아아, 어떤 것일까! 보고 싶어... 보고 싶어! 프로게이머의 게임같은건

한번도 직접 본적이 없는걸...!"

하지만 동탁은 곧 좌절한 듯 눈을 내리깐다.

"이런 체육관 같은 곳은 굉장히 비싸겠지... 아아, 틀림없이 표 같은건 살 수도

없을거야..! 하지만... 하지만 보고싶다, 보고싶다..."

- 스윽

동탁의 뒤쪽으로 부터 들려오는 인기척에 흠칫 놀라 돌아보니 그곳에는 주인집

딸인 얄미운 승자가 있었다.

"결승전이라고? 어마? 나 그 입장권 갖고 있는데... 1월 2일 남자친구가 같이 가자

고 주더라."

아니나 다를까 승자는 한껏 얄미운 표정을 지으며 손등을 입에 갖다 대고 깔깔대었

다.

'개같은 년... 여기서 회를 떠버릴까보다... 하지만 주인집 딸이니... 아아, 승자.

얄미운 아이...'

"호호호, 부럽지?"

"스..승자! 나...나줘 그 입장권, 할게. 뭐든지 할게!"

"뭐...뭐라고!"

승자는 쓸데 없이 놀라며 눈을 치켜 떴다.

'이놈... 공짜란걸 모르는거야?'


12월 31일.

만복루는 철야 영업으로 밤 12시가 넘도록 배달이 밀려 몹시 분주했다.

가게주인과 아줌마, 주방장은 짜장볶기에 정신이 없었고 손님 접대는 동탁의

엄마 하연이 혼자서 분투. 배달은 가게집 딸 승자와 마동탁이 돕고 있었다.

"큰일났다! 예약주문이 80건, 당일 임시 주문이 약 40건!"

주인 아줌마는 방금 걸려온 배달 전화를 내려 놓으며 호들갑을 떨었다.

"승자와 동탁이 둘이서 어떻게 120군데나 배달을 하지?!"

거기에 역시 승자는 얄미운 웃음을 지었다.

"얘, 동탁! 이 입장권 너 줄까?"

"정말?!"

"단! 그믐날 배달은 몽땅 네가 한다면!"

'모...몽땅!'

동탁은 눈깔이 하얗게 비워지려는걸 가까스로 참아내며 이를 앙물었다.

"그것도 말야, 12월 31일 중으로 다 끝내야만 해. 즉, 제야의 종소리가 그칠 때

까지!"

하지만 동탁의 표정은 밝았다. 아마도 스타를 보러갈 수도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

으리라.

"좋아! 할게! 나 할거야! 몽땅 배달할 게!"

주먹을 꼭 쥐며 소리치는 동탁의 뒤에서 주인아주머니, 아저씨가 소리쳤다.

"바보 같은 소리 하지마 혼자서 120군데나 배달할 순 없어!"

하지만 역시 동탁은 쌩까며 눈을 희번득거렸다.

"난 할거야! 그러니까!"

"우웃..!"

"그러니까 꼭 온게임넷 결승전 입장권을 줘, 꼭이야!"

승자의 눈밑에 쓸데없는 짙은 그늘이 드리워지며 눈깔이 하얗게 비워졌다."

'이...이아이, 마동탁... 그렇게 까지 스타를...!'

동탁은 곧 배달을 시작했다.

"다녀오겠습니다!"

가게문을 나서는 동탁의 뒷모습을 보며 역시나 승자는 험담을 늘어놓았다.

"신이나서 달려가는 군, 흥! 어차피 도중에 손들고 말걸?"

하지만 승자의 그런 비아냥에도 불구하고 손에 물집이 생기고 발이 부르트도록

열심히 배달을 했다.

몇시간 후, 배달할 음식을 가지러 돌아온 동탁의 모습은 그야말로 녹초였다.

"끄...끈질기구나 저애..."

"저렇게도 스타가 보고 싶을까?!"

"다음!"

동탁은 주인아줌마를 향해 다음 음식을 달라고 소리친다. 건방지게...

얼마나 그렇게 배달 했을까. 12월 31일 자정까지 남은 시간은 단 한시간. 하지만

배달은 10군데나 남아있었다.

"다...다음..."

비틀.

동탁의 몸이 크게 휘청인다. 그 모습을 보며 엄마는 소리쳤다.

"그만, 그만 해! 제발 그만 둬! 동탁!"

하지만 동탁은 역시 쌩까며 다음 음식을 가지고 달렸다.

'팔이 저린다! 어깨가 빠질 것 같아!'

"헉헉!"

'다리가 아파! 하지만 결승전.. 볼거야! 볼거야!'

하얀 입김을 뿜어대는 동탁의 모습은 괴기스럽기 까지했다.

'아아, 어떤 게임일까... 볼거야 볼거야! 꼭 보고야 말거야!'

"뎅~ 뎅!"

제야의 종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한 집 배달이 남았다.

"아아, 안돼, 안돼... 마지막 배달, 꼭 해내고 말테야!"

열심히 달리는 동탁을 보며 길거리를 거니는 사람들은 한마디씩 했다.

"왜 오토바이를 안쓰는거지..."


그리고.

제야의 종소리가 마침과 동시에 짱깨집에는 전화가 한통 걸려 왔다.

"예...예, 그렇습니까... 무사히 배달은...알겠습니다. 곧 데리러 가겠습니다."

주인집아줌마는 전화기를 내려 놓으며 고게를 설레설레 저었다.

"놀라운 아이야, 배달은 분명 다 끝냈데, 그리고 그대로 배달해 준 집에 쓰러져

버렸다고..."

"...오오오오...오오.."

승자의 눈깔이 하얗게 비워지며 입으로는 영문모를 신음을 흘렸다.

"놀랬어! 설마 이렇게 까지 할 줄은 몰랐어. 무엇이 그 애를 그렇게 까지 하게

했을까..."

쓰러진 동탁을 주인집 아줌마랑 엄마가 데리고 돌아오는 길. 도망쳤던 승자는

거기서 딱 걸렸다.

"승자..나...다 끝냈어...정확하게..."

"동탁...!"

"결승전...입장권 줘...약속했잖아..."

"동...탁..."

"나 갈거야...결승전 보러... 나 실제로 보는건 처음이야..."

"오...오오...오오오오..."

넋이 나간듯 중얼거리는 동탁의 괴기스런 표정!

승자는 영문모를 오 소리를 내며 조금씩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곧 표독스런 표정으로 고쳐 먹으며 동탁을 향해 소리쳤다.

"조...좋아, 주겠어...뭐야, 이따위 입장권 한두장. 자, 받아!"

아니나 다를까, '온게임넷 결승전 입장권' 두장은 승자의 손을 떠나

겨울밤 하늘을 날았다.

- 휘잉!!

때마침 불어온 강풍에 입장권은 저 멀리 한강까지 날아가 버린다.

"표가... 결승전 입장권이! 내 입장권!"

동탁은 날아가는 입장권을보며 절규했다.

물론 눈깔이 하얗게 비워진것은 말할 것도 없다.

"흥, 내 탓이 아니야! 바...바람이야, 바람때문이라구."

승자는 정신나간 동탁이 무서웠기에 구차한 변명을 해 댄다.

하지만 긍지높은 짱깨집 주인딸로서 저따위 더부살이 자식에게 쫄이유는

없다고 생각한 승자. 또 한마디 던져 동탁의 염장을 지른다.

"단념해, 너한테 스타 결승전 구경은 과분해. 집에서 VOD로나 보라구."

동탁의 눈에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흐른다.

"배달이나 하는 주제에 건방지게..."

- 풍덩!

승자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 동탁의 몸이 하늘을 날았고 곧이어 한강물에

빠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동탁!!!"

"꺄아, 겨울 한강에~!!"

"그만둬, 죽을거야...죽게 될거야..! 누가! 누가 저애를 좀 말려 줘!"

잠시 뒤 동탁은 지나가는 친절한 아저씨가 구해줬고 그의 손에는 입장권이

꼭 쥐어져 있었다.

정신을 잃어가는 와중에도 동탁은 음산하게 중얼거린다.

"건졌어... 건졌어... 입장권...입장권... 하아..하아.. 내거...내거야.."

같은 말은 똑같이 두번씩 반복하는 동탁.

승자는 그 모습에서 왠지 모를 섬뜩함을 느꼈다.

"갈 수 있어... 갈 수 있어.. 이걸로..."

"뭐...뭐야! 돌았어, 저애!"

그깟 공짜 입장표를 위해 한강에 뛰어들다니!

승자는 저것이 공짜라는 말을 꺼내었다가는 이대로 한강물 맛을 보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주둥이를 꼭 닫았다.

동탁은 그런 승자를 아는지 모르는지 공짜 입장권을 가슴에 묻으며 흐느꼈다.

"이걸로 결승전을 보러 갈 수 있어...결승전을 보러...아아, 행복해..."

그런 동탁의 모습을 뒤에서 눈을 번뜩이며 지켜보는 이가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아닌 단벌 원피스의 여인 최각희 였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세츠나
03/09/22 08:34
수정 아이콘
우웃, 유리가면 1권의 내용과 똑같군요...; 혹시 소장하고 계신가요?
항즐이
03/09/22 09:54
수정 아이콘
으와~ 멋지다~ +0+

명작의 부활... 두구두구둥
김종민
03/09/22 12:55
수정 아이콘
어... 근데 유리가면 주인공 이름이 마야아닌가요... 다 한글이름이넹..
Vocalist
03/09/22 22:23
수정 아이콘
뭐 각색하신거겠지요
정말 재미있습니다 ^-^ 조금은 피지알에서의 과격문자가 비판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만 전 그래서 더 재밌는거 같군요 다음작품도 너무 기대가 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13194 즐거운 건망증^^ [1] 주영훈1487 03/09/22 1487
13193 드디어 제가 레벨 7이 되었군요.. [19] 거짓말같은시1853 03/09/22 1853
13192 추게글 영역하실분 없으신가요 ? [23] homy4338 03/09/22 4338
13191 테란의 "신" 간의 대결!! [12] 킁킁3622 03/09/22 3622
13190 '예의'와 '논리' 그리고,, 또 하나 더 [2] 강가딘1475 03/09/22 1475
13188 조선왕조실록의 역사적 의미는? [15] 분수=하비365전2066 03/09/22 2066
13186 핸드폰 나이.. [12] 전유2661 03/09/22 2661
13184 <수원방송배 스타 크래프트 올스타전>에 다녀왔습니다.^^ [6] Artemis3219 03/09/22 3219
13182 [잡담]종족의 우상 [31] 미남불패3605 03/09/22 3605
13181 [어쩌면 유용한 정보]음악과 함께하는 스타리그.(배경음악 모음) [10] HalfDead3054 03/09/22 3054
13180 어제 농촌 봉사활동을 다녀와서... [3] 성원이1507 03/09/22 1507
13179 [스타소설] 유리장갑 - 2 - [4] 신문종1548 03/09/22 1548
13178 [스타소설] 유리장갑 - 1 - [6] 신문종1650 03/09/22 1650
13177 뒤늦은 스타리그 후기. [2] 다쿠2251 03/09/22 2251
13176 [Tip] 로지텍 MX300, MX500 800dpi로 사용하기..... 미사토4144 03/09/22 4144
13175 [잡담]가입인사 및 부러워 하는 것들. [11] Red Virus1548 03/09/22 1548
13172 [잡담]마이큐브배 스타리그 오프닝에.. [21] 후크의바람3130 03/09/22 3130
13171 국내 종족별 3대유저를 모아놓코 팀배틀을 벌인다면 어느종족이 최강의 자리에 오를까요? [38] 초보랜덤3392 03/09/22 3392
13170 지금 이재훈선수 게임을 보구있는데요.. [11] Vegemil-180ml2922 03/09/22 2922
13167 늦은 가을밤... 행복합니다. [11] 무지개너머1505 03/09/22 1505
13166 리플을 볼 때 가장 재미있는 프로게이머... [29] Movingshot4572 03/09/22 4572
13165 다이어리를 잃어버렸습니다... [5] UnknOwn-MuMyuNG1473 03/09/22 1473
13164 실력 인정, 친구. [12] 물빛노을2060 03/09/22 206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