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7/07/30 14:17:12
Name The Siria
Subject 한국 워3리그사(2) - 두 번째.
2. 두 번째.
(1) 지난리그의 반성.
첫 수저에 배부를 수는 없다. 하지만, 첫 수저에 무엇이 있는지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더욱 어리석은 일이라고 하겠다. 양 방송사는 그런 점에서 훌륭했다고 할 수 있다. 자신들의 리그가 무엇이 부족했는가를 짚어내고, 그에 대해서 반성을 하고, 개선책을 내놓았으니까.
온게임넷을 먼저 보자. 16강으로 기껏 뽑아놓았더니, 절반은 허무하게 하루 만에 탈락을 해야 한다는 것은 다소간 리그의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한 판이라는 것은 당일의 운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특히 그렇다고 할 수 있다. 한판 승부로 탈락의 고배를 든 선수들 가운데, 반대편에서 역량을 발휘한 선수도 많이 눈에 띄는 것을 본다면, 한 판은 분명 아쉬움을 낳게 하였다. 그리고, 기존 프로게이머와 아마추어를 분리하여 예선을 치룬것도, 아마추어 고수들의 참가를 막는 결과를 낳았고, 그 점 또한 리그의 재미를 다소 낮추는 결과로 작용했다.
겜비씨의 경우는 팀플과 개인전의 연결 고리를 마련하지 못했다. 팀플에서 살아남은 두 팀이 다시 경기를 왜 벌여야 하는가에 대해서 명확한 해명을 하지 못했다. 스타리그로 본다면, 아창훈-박성훈, 신정민- 김인기 두 명의 조합이 항상 개인전 결승에 간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을까. 즉, 팀플의 강자와 개인전의 강자간의 유사성이나, 연관성을 찾을 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특히, 워3의 팀플은 당시 언데드에게 많이 불리했던 것이 사실이었기에, 그 점에서도 약점을 드러냈다.
그러한 반성의 지점을 양 방송사는 짚어내고 있었다. 그것이 리그 방식에 있어서 약간의 변화로 나타나게 되었다. 먼저 온게임넷은 16강을 3판 2선승제의 토너먼트로 개선을 하였다. 왜 16강 리그제를 도입하지 않았는가에 대해서는 아마도 스타리그와의 차별화를 꾀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가정을 해 본다. 그 밖의 나머지는 전 대회와 동일했다. 선수들을 좀 더 오래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변화의 핵심이었다. 겜비씨는 리그의 틀을 아예 변화시켰다. WCG같은 국제대회에서 자주 쓰던 더블엘리미네이션 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스타우트 MSL이 아직 열리기 전, 워3리그를 통해 먼저 리그에서 실험을 시작했다. 군데 군데 5판 3선승의 경기도 도입하는 등, 리그 자체의 질을 높이는 노력을 꾀한다. 또한, 맵을 새롭게 제작을 했다. 온게임넷 스타리그의 초기 성공이 맵을 통해 밸런스를 잡은 것이었고, 겜비씨는 바로 그 점을 본받으려 하고 있었다. (이 부분은 나중에 PL시리즈 편에서 더 자세하게 나타날 것이다.) 그렇게 새로운 리그의 형태가 잡히고, 개막을 하게 되었다.

(2) Age of Ancient War
리그 최대의 화두는 선수가 아닌 건물이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이 것이 워3 대중화에 치명적인 작용을 하게 되었다고 본다. 나엘의 건물의 적극적인 활용은 승리를 갈구하는 선수 입장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다. 워를 통해 상대를 제압할 수 있으면 좋고, 설사 그렇지 않아도 자신은 그 사이에 테크 차이를 벌릴 수 있게 되기에 워의 활용은 적극적으로 나엘 유저들에게 활용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리그 도중에 이루어진 두 차례의 밸런스 패치는 리그의 균형을 자주 바꾸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두 차례의 패치에서도 나엘의 건물을 약화시키는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는 나엘에게 큰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낳았다. 양 리그의 우승자가 모두 나엘이라는 것은 이를 증명하는 것이 아닐까. 나엘의 전성기의 개막은 어느 정도 실현이 되는 것처럼 보였다.
승리라는 지상명제에서 볼 때, 건물을 활용하는 것은 실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기도 했다. 문제는 건물만 활용하게 되는 경기의 양상이 지극히 단조로운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는 점이다. 임효진의 경우, 드라이어드의 놀라운 운영력을 선보였지만, 그가 한 두차례 승리를 위해 시도한 건물러시는 결코 좋은 소리를 남기지 않았다. 온게임넷의 우승자 황연택도 별로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이미 묵시적으로 건물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던 상황에서, 그는 결승전에서 과감하게 건물을 사용하여 3:0으로 이긴다. 우승을 갈구한 선수라면, 당연한 것이지만, 그는 나엘 유저로서 큰 인기를 얻는데 실패한다. 물론, 그의 나중의 행보가 그렇게 만들기도 했지만, 그 시작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해도 좋았다.
다양한 양상을 통해 사람들의 재미를 이끌어야 하는 리그에서 경기의 양상이 점차 단순화된다는 것은 분명 치명적인 일이다. 나엘하면, 건물러시가 떠오르고, 나엘과의 경기에서 건물러시만을 생각하게 된다면, 그 순간 이미 리그의 기반은 조금씩 흔들리게 되었다고 보아도 좋다. 사람들의 선입견은 생각보다 강하고, 오래 남는 법이며, 그 선입견의 시초는 여기에서 시작되었다. 그 탓일까, 이 시즌의 영웅은 두 명의 우승자가 아닌 다른 선수에게 돌아갔다.

(3) 리그.
온게임넷리그는 초반에 약간의 이변을 낳고서 출발을 했다. 전 대회 준우승자 베르트랑의 탈락이 그것이다. 하지만, 베르트랑이 스타리그와 당시 병행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 점은 나름 이해할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하겠다. 전지윤, 황연택, 김대호와 같은 선수들은 모두 16강을 무사히 통과하였고, 특히 전지윤은 거의 지지 않는 위력을 뽐내고 있었다. 8강 첫 경기에서 ‘안경 쓴 파시어’라고 불린 정승재에게 지기 전까지 9연승을 질주했으며, 결국 그 대회 결승까지 오르게 된다.
반대편 겜비씨 2차리그도 역시 초반 전대회 4강 선수들의 탈락으로 리그가 이어지고 있었다. 추승호도, 박외식도, 전지윤도, 봉준구도 모두 초장에 나가떨어지고 있었다. 명경기도 자주 나오고 있었고, 무엇보다 한 젊은 오크 유저의 분전에 눈에 띄고 있었다. 하긴, 예선에서 오크로 플레이한 선수 가운데 유일한 본선 통과자였기 때문에 그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았는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건, 그 대회는 임효진 바로 그 젊은 오크 유저의 대결로 관심을 끌게 된다. 스타를 탄생시킨 것은 이 번에는 겜비씨였다.
리그의 마지막은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두 명의 나엘의 우승으로 끝난다. ‘패왕나엘’ 황연택은 ‘휴먼킹’ 전지윤을 3:0으로 제압하고 두 번째 리그의 우승을 차지한다. 전 대회에 상금이 몰려 있었기 때문에 상금은 겨우 600만원으로 끝이 나게 되지만, 어찌 되었건 그는 ReX 클랜에게 최초의 우승의 영광을 안긴다. 겜비씨 리그도 임효진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다. 그 젊은 오크는 분전을 하게 되지만, 결국 임효진의 벽을 넘지 못한다. 승자 결승과 최종 결승에서 임효진은 그의 필생의 라이벌이 되는 그 오크를 3:1로 제압을 하고 우승의 영광을 안는다. 촉망받는 프로토스 유저에서 이제는 워3 나엘의 지존으로 등극하는 순간이었으며, 동시에 그는 꾸준히 자신의 실력을 이어나가게 된다.
아, 참고로 덧붙이자면, 이 시대 최강의 워3 게이머 ‘판타지스타’ 장재호의 데뷔 무대가 바로 이 시즌이다. 겜비씨 2차리그에서 Final[Pooh]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그는 불행하게도 2패로 가볍게 탈락을 한다. 최강이라지만, 그가 오리지널 방송 경기에서 거둔 성적은 3전 3패일뿐이다. 워3 명 해설자의 반열에 오르게 되는 김동준도 온게임넷 무대에 참전을 했다. 8강까지 오르는 성과를 올린 그는 해설과 게임을 모두 잘 한다는 점을 입증해 주었다. 김철민, 이승원, 김동준 조합은 실은 워3에서 먼저 태어났고, 김동준은 게임을 하면서 동시에 해설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재미있는 것은 그의 16강 상대가 가림토 김동수였다는 점이다.
어찌 되었건 리그는 마무리가 되었다. 그리고 그 시점 양 방송사는 다른 프로젝트도 함께 돌리고 있었으며, 의외로 이 프로젝트의 성과가 본 개인리그보다 더 크기도 했다. 동시에 이 프로젝트는 많은 영웅의 탄생을 이끄는 계기가 되었다. 다음 편이 바로 그 프로젝트와 영웅을 돌아보게 될 것이다. 본문에서 그저 젊은 오크로 표현한 이중헌도, Pooh의 전설도, 그리고 무수한 이야기들은 동떨어지지 않고 함께 진행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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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30 14:54
수정 아이콘
시리아님의 글 정말 오랜만이고 반갑습니다.
허나 제 댓글이 님의 글에 동조하는 글이 아니라 아쉽습니다..

저 당시의 건물... 굉장히 강했었고 현 시점의 휴먼 타워도 굉장히 강합니다.
하지만 재미없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묵시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행위는 한국 워크래프트계에
득이 될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선수라면 당연히 현 시점에 가장 강한 전략을 써야할 권리 그리고 의무가 있습니다.

그 당시 매직양을 필두로 중국과 유럽의 나엘들이 시작과 동시에 상대 기지에 워러시를 하는 행위를 했고
우리는 그 전략에 말도 안되게 지는 경우가 있지 않았습니까. 현 시점도 마찬가지입니다. 타워를 1개만 봐도 우방이라고
너무 과도하게 뭐라고 하는 분들이 있어서 우리나라 휴먼유저들은 현재 꽤나 많이 줄어들었고 남은 유저들마저 타워보다는
되도 않는 묻지마 라지컬이나 사파전략을 들고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승리하면 좋겠지만 대부분 화려하게 패배하더군요.

위에 언급하셨던 나엘건물이나 휴먼타워 모두 굉장히 강력한 전략임에는 틀림이 없고 해법이 별로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걸 가지고 재미없다고 나무란다면 워3 게임성 자체를 부정하는 모습이 되어 아쉬울 뿐입니다.
특히나 나엘 건물러쉬에 대해 시리아님 스스로 주홍글씨를 새기고 있는것 같아 더욱 아쉽군요.

그것에 대한 해법을 찾았던 그리고 현재 찾아가고 있는 선수들을 봤을때 칭찬해주는건
쌍수들고 환영할 일이지만 강요도 아닌 권유도 아닌 '재미를 위해 쓰지 않는게 좋았다' 라고 하신다면 그것처럼 아이러니한 일도 없습니다.

위의 건물러쉬와 현재 휴먼타워를 모두 겪었고 겪고 있는 저에게 있어선
'일단 쓰기는 써라.' 라는게 지론입니다.
그리고 블리자드측에 건의를 하거나 무작정 기다리는 방법이 제일 좋아보입니다.
나엘 건물 결국엔 패치 되지 않았습니까....

여튼 당시에 우승했던 나이트 엘프진영들의 노력과 고뇌등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단지 건물 뿐이 아니었다구요. (시리아님 저보다 훨씬 더 잘 아시는 분이 왜 이렇게 글을 표현하셨는지 모르겠어요...)

ps 6년째 랜덤을 하다보니 공격당하거나 무시당하는 종족을 대변하려는 마음이 생기는건 어쩔 수 없네요...
오랜만에 오신 소중한 분께 이런 역정을 내서 송구스럽습니다...
붉은낙타
07/07/30 19:48
수정 아이콘
건물러쉬 쓰는 나엘을 만났을 땐.. 항상 "꼬우면 나엘 해" 하면서 항상 농락을 당하던 타 종족..(특히 언데!!)들의 피해 때문에..

별로 좋은 기억은 아니군요 -_-;; 진짜 그 땐, 워크 접는 줄;;
지포스2
07/07/30 20:04
수정 아이콘
그땐 워러시가 더 강력했나요?
07/07/30 22:58
수정 아이콘
지포스2// 약간 과장일 수도 있겠지만 닥치고 워러시하면 이기던 시절이었죠.
클랜전에서 상대 진영쪽에 워 하나만 건설해도 심하게 욕먹고 논쟁해야했던 기억이 납니다.
초보저그
07/07/31 03:56
수정 아이콘
그 당시 워러쉬 정말 강력했죠. 나나전하면 부대단위의 건물 싸움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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