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3/06/05 17:34:00
Name 혈향_血香★
Subject [잡담]편견을 버려요....
얼마 전, 이곳에서 '시각장애인이 스타크래프트를 한다'라는 기사를 보았을 때 저는
솔직히 잘 믿기지 않았습니다.


상하좌우로 클릭을 해봐서 미네랄이 있는 곳을 알아낸다던가, 드래그로 일꾼이 있는
곳을 알아낸다던가 하는 것 까지는 이해가 되지만


정찰은 어떻게 하는지, 건물은 어떻게 짓는지, 병력은 어떻게 생산하는지, 방어는
어떻게 하는지, 러쉬는 어떻게 하는지 등등.....


여러 가지 생각이 겹쳐 가는 데에 그 기사는 점점 제 머릿속에서 잊혀져갔습니다.





몇 시간 전 잠시 외할머니댁에 심부름을 하러 가던 길이었습니다.


산을 깎아 만든 동네인지라 경사는 어찌나 높은지 춘하추동을 막론하고 땀을 뻘뻘
흘리며 발을 크게 헛디디면 굴러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조심조심 다니던 그런
동네였습니다.


거기다 어찌나 더운지 땀을 뻘뻘 흘리며 후들거리는 다리로 높은 계단을 거의 기어
올라가듯이(정말입니다....-_-;;) 힘겹게 오르던 중이었습니다.


"Right away Sir~"


어디선가 우리의 명랑한(가끔 코도 한번씩 파주는...-_-)SCV군의 소리가 들려왔습
니다.


"환청인가?-_-;"


그 동네는 워낙 고령자분들이 90%이상 거주하고 계시는 동네이기 때문에 저는 뭘
잘못 들었나... 하고 걷던 길을 계속 걸어갔습니다.


"@#$%&(필자는 이 부분을 아직까지 못알아듣고 있습니다-_-;) more mineral~"


목소리만 아리따운 백혈병 여인네(;)의 목소리. 더 이상 환청이라고 간주할 수 없었
던 저는 주위를 둘러봤습니다.


그런데, 소리가 나는 곳은 다름아닌 옆에 있는 모 맹아원이었습니다.


몇 명의 남자아이들이 스피커 소리를 엄청 크게 올려놓고 서로 하겠다며 한참 서로
토닥거리는 중이었습니다(경사가 너무 높아서 건물 안이 빤히 들여다보였습니다;).


저는 '선생님이 하시나 보다'라고 생각했지만, 선생님은 코빼기도 안보이니거니와 그
때는 선생님들이 다른 곳에 계시는 시간이었습니다.(그곳에서 봉사활동을 해 본 적이
있기 때문에 알고 있었습니다.)


'그 기사가 정말이었구나....'


저는 약간의 신비함을 느끼며 계속 가던 길을 걸었습니다.


그러나, 곧 다른 곳에 생각이 미치자 저는 아까 했던 생각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꼈
습니다.


아무리 '장애인의 사회 평등화'를 말하며 그런 류의 운동에도 몇 번 동참했었고, 장
애인연대를 지지하던 저였지만 머릿 속 뿌리 깊이 박혀버린 편견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저의 오빠도 사실은 2급 정신장애인입니다.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오빠를 보며 '무슨 컴퓨터야...'하지만 보고 있자면 영
단어 게임을(중·고등학교급의) 능숙하게 하고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장애인이 게임을 한대!'라고 하면 더 이상 신기해하거나 놀라워하지 않을
거라고 속으로 다짐했습니다.


게임이 정상인만의 특권은 아닙니다.


지금 우리 사는 세상에서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탈 권리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세상인데, 게임할 권리마저 주지 않다거나 게임하는 그들을 신기한 눈으로 쳐다
보면 결국 그들의 인권을 더욱더 무시하는 결과가 되어 버릴 것입니다.


앞으로 배틀넷에서 그들과 함께 멋진 한게임을 펼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 _ _)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3/06/05 18:09
수정 아이콘
좋은글이네요
꼭 유체적으로 핸디가 잇다고 해서 장애인을 아닐겁니다
장애인이라 불리우는 사람들이 정상인이라 불리우는 사람보다 마음이 더 건강하고 올바를수도 있는거 아닐까요?
특히 온라인게임 폐인분들은 휠체어 타신 분들과 걷는시간이 비슷하실거 같은데
IntiFadA
03/06/05 18:19
수정 아이콘
정말 좋은 글입니다. 많은 분들이 동의하신다면 추천게시판으로 옮겼으면 합니다. "오아시스"를 본 후에 느꼈던 씁쓸한 자괴감을 곱씹게 되네요...
저도 혈향님과 같은 바램을 가져봅니다.
SummiT[RevivaL]
03/06/05 19:51
수정 아이콘
좋은글이네요...피쟐에는 이런 좋은글 남기시는 분들이 많은데...왜 제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장애인에게 이렇다할 도움을 주시는 분이 많지 않을까요....어떤 집단에 소속되어서는 장애인도우러 어디간다, 어디간다...하시는 분들은 많은데..왜 길에서 만나는 장애인들을 도와주는 이는 없을까요? 저또한, 그런 분들에게 도움을 주지 않으면서, 이런글 적고 있는게 민망하네요...이렇게 하겠다는 바램을 글로 적는것 보다는 이제부터라도...아니 지금 당장부터라도 불편을 격고 있는 주위의 장애인분들을 도와드려야겠습니다...
03/06/05 19:58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네요.. 근데 정상인이라는 말보다는 비장애인이라는 말이 더 좋다고 생각해요..
PenguinToss
03/06/05 22:57
수정 아이콘
추게로 옮겨 줘요~~~~ 나이스 텍스트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9857 오늘 보면서 확실히 느낀건데... [10] 劍星1767 03/06/06 1767
9856 전태규 선수 정말 멋지네요~~~~~~ [13] 이카루스테란2660 03/06/06 2660
9855 펌) 김정민선수의 글 [7] 눈빛+_+2810 03/06/06 2810
9854 [설문] 테란 컨트롤의 최강자는 누구일까요? [39] clinique2600 03/06/06 2600
9853 아 토스 1승 이네요 -_- 눈물이 납니다 [26] 남자의로망은1870 03/06/06 1870
9852 [질문] 쪽지를 욕을 하는 사람은 어케 해야 되는거죠? [11] SummiT[RevivaL]1332 03/06/06 1332
9851 Q&A 게시판이 이상해서 .. 여기다가 올립니다. [3] 킬번1237 03/06/06 1237
9850 이로써 양대 스타리그의 4강이 결정되었군요. [4] 랜덤테란1691 03/06/06 1691
9848 목동저그에 대한 의문... [24] intotheWWE2795 03/06/06 2795
9847 나다 그 외로운 질주 [69] 해원3583 03/06/06 3583
9846 [잡담] About [p.o.s.] Lee [11] eclips1508 03/06/06 1508
9845 [잡담]황제의 최고의 맞수는...?? [18] 낭만드랍쉽2006 03/06/06 2006
9844 제멋대로 듀얼예상 of Hook -_-; [7] 후크의바람1988 03/06/06 1988
9843 김정민 선수가 KTF로 이적했네요. [3] [비러스]대발1887 03/06/06 1887
9842 [D-10]요즘 살아가는 이야기. [5] Dabeeforever1430 03/06/06 1430
9840 그의 앞과 뒤에는 아무도 없다..? [3] 나의꿈은백수1452 03/06/06 1452
9837 [연재] 최면을 걸어요 (9) - 최종회 [16] 공룡2019 03/06/06 2019
9836 [잡담]임요환선수의 전성기가 다시 오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12] spin♡2008 03/06/06 2008
9834 여기는 임성춘pc방입니다...^^ [4] ForAdun2491 03/06/06 2491
9830 엠게임~ 박서 vs나다 후기. [24] sad_tears2553 03/06/05 2553
9829 HP배 8강 마지막 날 : 김대호 vs 노재욱 [8] ohannie1298 03/06/05 1298
9826 오늘 있을 경기 元 抽 (으뜸으로 뽑는다.. 원추!) !! [21] 피팝현보1952 03/06/05 1952
9825 [잡담]편견을 버려요.... [5] 혈향_血香★1559 03/06/05 1559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