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2/11/09 02:24:48
Name newwave
Subject 감동 속에 숨은 보수성...

얼마 전 'I am Sam'이란 영화를 보았다. 한 가지 흥미를 끈 점은 미국을 대표하는 '꼴통'인 숀 펜이 전형적인 헐리우드 가족 영화에 나온다는 사실이었다. 속으로는 돈이 떨어져서 그런 것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영화는 만족스러웠다. 주변에는 우는 사람들도 많았고, 나 역시 눈시울이 뜨거워 졌다.

그리고 그 다음에 든 의문은 왜 이리 씁슬할까 하는 것 이었다.

이 영화를 이끄는 하나의 축은 샘과 미국의 사회 보장 제도와의 대립이다. 하지만 이 대결은 지극히 불공평하다. 관객은 이미 샘과 루시의 팬이기 때문이다. 감독은 왜 국가에서 샘이 루시를 양육할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주지 않는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근거는 그저 국가의 오해와 편견이다. 가족을 떼어 놓을 만한 중대한 일을 그 정도로 허술하게 관리할 만큼  미국의 사회 보장 제도는 수준 이하인가? 아마 아닐 것이다.
감독은 일정 수준의 감동을 주기 위해 미국의 사회 보장 제도에게 변명할 기회도 주지 않고 그저 악역을 맡긴다. 이 영화를 보다 보면 미국의 사회 보장 제도에 대한 반감마저 생긴다. 오랜 투쟁과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 사회 보장 제도를 다루는 데 있어서는 감독의 사회적 책임이 따른다. 사회 보장 제도가 공공의 적은 아니지 않는가? 하지만 영화 안에서는 그 어떤 책임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 영화가 품은 하나의 독은 일하는 어머니 그리고 여성에 대한 편견이다. '일하는 어머니는 아이들에게 죄인'이라고 말한다. 아이와의 약속을 어긴 어머니는 아이에게 눈물로 사죄해야 한다. 변호사의 성이 여자가 아니라 남자였다면? 관객들은 '남자'가 일하다 보면 아이를 못 챙길 수도 있다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하지만 여자, 그리고 어머니의 경우라면 관객들은 맘 편하게 비난 할 수 있을 것이다. 감독은 또 하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성공한 여성에 대한 편견을 그대로 빌려온다. 이기적이고 냉정하며 인간미가 부족한 출세지향적인 일하는 기계. 이것은 과연 정당한 설정인가?


'I am Sam.'은 잘 만든 영화다. 하지만 이 영화가 품고 있는 것은 미국 중산층의 가치관이다. 모든 디즈니 영화가 그러하듯 이 영화 역시 그 테두리를 벗어나지는 못한다.  이것이 내가 찾아낸 씁쓸함의 이유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김형석
02/11/09 02:31
수정 아이콘
동감입니다.. ^^
beholder
02/11/09 02:45
수정 아이콘
강한 압박 한표!
김성모포에버
02/11/09 05:52
수정 아이콘
원래 감동이란 건 슬퍼야 하는건데 슬프려면 악운이나 악역이 필요하겠죠. 이건 모든 문학작품이나 영화 소설이나 모든지 마찬가지입니다.
이카루스테란
02/11/09 09:29
수정 아이콘
물론 악역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 발상이 미국사회에 뿌리깊게 박혀있는 불합리한 통념과 편견에 기초하는게 문제죠^^
비타민C
02/11/09 10:08
수정 아이콘
두번봤습니다만... 전혀 동감하지 못하겠네요;;

우선. 국가가 샘이 루시를 왜 양육할수 없다고 판단했는가.. 는 이미 충분히 설명되어있다고 할수 있죠.

샘이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상태를 알고 있었고 루시의 엄마가 없었다는것, 주변환경이 그리 좋지 못한것 까지 다 알고 있었습니다(샘의 친구들도 샘과 비슷한 정신지체아들이고, 이웃집 그...아줌마-_-;; 도 대인기피증과 과거에 안좋은 일이 있었던 사람으로나오고...)

아주 냉정한 시선으로 보자면 경제적능력도 가지지 못하고 가족부양 능력이 부족한 샘이 루시를 키우기엔 힘들다라고 생각하는게 당연하죠.

일하는 어머니와 여성에 대한 편견이라 하셨는데 이것도 동의 할수 없습니다.

리타는 최고의 능력을 갖춘 변호사 였지만 그만큼 가정을 돌볼 시간이 없었던것이죠. 아이를 집에 데려다줄 시간도 없었던만큼 바빴는데, 감독은 그것을 지적한것이 아니었을까요?

일하기때문에 어머니가 잘못한것이 아니라 아들의 얼굴 한번볼 시간조차 없었다는게 문제였겠죠.

그것은 아버지 입장에서도 같은것 아닌가요?

영화에선 양부모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 이것을 지적하고자 했던것 같습니다.
몬스0807
02/11/09 11:04
수정 아이콘
숀펜과 그 이쁜 여자아이때문에 재밌게 봤습니다.
뭐^^; 그리 깊게 생각하는 면은 없었습니다만..
불만이라면 스타벅스에서 얼마나 지원을 해줬길래 그리 간접광고를 심하게 해대던지..(나중엔 피자헛이였죠; )
평균율
02/11/09 11:05
수정 아이콘
이런 관점과 비슷한 글이 nkino에도 실렸지요.
깊이 동감하는 내용입니다.
working mother에게 원죄부를 낙인찍는 사회가 원망스럽습니다.
박민영
02/11/09 12:30
수정 아이콘
이영화는 미국평론계에서 조차..머리가 텅텅 빈 감상주의 영화라는 혹평을 받았습니다..원래 그게 헐리웃 영화의 본질인데도 불구하고..오죽했으면 그런 혹평을 했겠습니까..
02/11/09 14:24
수정 아이콘
저는 머리가 나빠서 처음에 여자애 잡혀간거보고
쟤가 뭐 훔쳐서 그런가.. 하고 생각했다는.. -_-;;
02/11/10 10:17
수정 아이콘
전 비타민C님에 동감입니다. 물론 비판적으로 영화읽기는 중요합니다. 그속에 숨어있는 이데올로기를 모르고 보면 지배당할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비평은 비평대로 감동은 감동대로 느껴야 하지 않을까요? 모든 영화, 특히 대중영화는 공통분모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죠. 영화라는 것이 최소한 작가나 감독이 말하고 자 하는 바를 표현하는 것이라면, 최고로 이쁜 화면만을 뽑아내는 작업이 아니라면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헐리 영화가 미국 중산 계층을 대변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요? 전 솔직히 어떤 영화에서 어떤 계층을 대변하지 않는 영화를 본 적이 없습니다. 그것이 다큐멘터리라도 말입니다.

어쩌면 감독은 사회보장 제도의 지나친 경직성에 대해 말하고자 했을 지도 모릅니다. 샘이 새로운 직장을 얻고, 한단계 발전을 하기 까지는 자포자기의 순간도 있었고 스스로의 무능에 대한 불안감도 겪어내야만 했습니다. 그러기 까지는 만나보는 것 조차도, 인간이면 지니고 있는 사랑조차도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루씨가 말하죠 "당신들 거기 있는 것 알아요. 내 말 똑바로 들어요" 라고 말이죠. 그들은 듣지만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책무, 정해진 규정, 스스로의 편견에 사로잡혀서 입니다. 저지능(정신박양)의 사람은 아이를 키울 수 없고, 그렇게 키워진 아이는 대부분 나쁜 길로 간다라는 편견 말이죠.

글이 너무 길어졌는데요. 결론을 말하자면 다시한번 감동은 감동으로 느끼자는 것입니다. ^^ 저는 솔직히 우리나라 비평가들 싫어합니다. 그들이 말하는 꼬투리는 저도 다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노골적인 이데올로기 영화가 아닌 이상 기쁠땐 기뻐하고 슬플땐 슬퍼해야 영화보는 맛이 난다는 거죠. 숨어있는 이데올로기, 가부장제/미국패권주의/소수민족박해등은 실생활에서 먼저 실천하고 타파하는 게 낫겠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8092 밤하늘의 별을 보신적이 있으세요? [7] SaKeR1196 02/11/09 1196
8090 단상 ; 계절 황무지1684 02/11/09 1684
8088 힘들때 외울 수 있는 주문... [8] 임욱재3143 02/11/09 3143
8087 가능하지 않게 보이는 것들 그것에 대한 집착이 과연 옳은것일까요? [7] kabuki1348 02/11/09 1348
8086 [잡담]겜도 안되고.... [2] 김동휘1347 02/11/09 1347
8085 어제 눈왔습니다. [3] StimPack1220 02/11/09 1220
8084 이소라 5집, 자우림 4집, 박효신 3집 [12] 비타민C2359 02/11/09 2359
8083 후 수능이란게 참......(재수생의비애) [7] 재수생스타2085 02/11/09 2085
8082 이젠 그전과 같이 실수은 안할랍니다.... [4] Sizi seviyorum1322 02/11/09 1322
8081 묻지마 패밀리를 보고...... [3] 윤승렬1391 02/11/09 1391
8080 알쏭달쏭한 초보 스타 퀴즈? (1) [9] jerrys1445 02/11/09 1445
8079 세계대회우승당시 이기석선수의 종족은 테란이 아니었다! [9] xmold4439 02/11/09 4439
8078 감동 속에 숨은 보수성... [10] newwave1547 02/11/09 1547
8077 에구에구..방금 게임 한판했는데 기분이 별로 안좋습니다. [7] 이카루스테란1725 02/11/09 1725
8076 [잡담]GGMAN이란 분이 있었지... [4] Dabeeforever2303 02/11/09 2303
8075 선수들의 소속이 너무 편중된것 같군요... [11] 미믹2003 02/11/09 2003
8073 파나소닉배 8강 진출 예상... [3] 김현주1725 02/11/08 1725
8072 최상용 캐스터님, 이승원, 성상훈 해설님 [3] 서창희2708 02/11/08 2708
8071 GG(Good Game)은 강요가 아니다. 자유다. [21] 김정주2379 02/11/08 2379
8070 피의자 죽여버린 검사의 의도가 좋았다면.. [20] namida1804 02/11/08 1804
8069 삼수해야 할까요?.... [23] 윤승렬1976 02/11/08 1976
8065 [펌]오청원 일대기 영화로 제작 [5] brecht10051850 02/11/08 1850
8064 잡담.................들 [6] 설탕가루인형1419 02/11/08 1419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