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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12/03 14:57:07
Name Sviatoslav
Subject [일반]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저 스스로를 보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급진적이고 단속적인 변화는 많은 이들에게 피해를 주고, 의도치 않은 파괴적인 결과를 불러온다고 생각합니다. 이전 시대 공직자들의 결정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헌법적 가치는 엄격하게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독일이나 영국에 살았다면, 기독교민주당이나 보수당 같은 정당에 투표했을 것입니다.

사실 저는 문재인 후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저는 참여정부 시절의 그의 행적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지 않습니다. 그가 입안에 참여했던 수능등급제를 몸으로 겪었던 입장에서 그가 집권했을 때 내놓을 정책들이 걱정됩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같이 일을 했던 사람들에게는 무능하고 이상주의적인 일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에게는 무언가 좋은 세상을 만들어보려는 포부는 있었지만, 그에 맞는 능력이 없었다고 여깁니다. 저는 내심 문재인 후보보다는 박근혜 후보나, 아니면 야권의 다른 주자인 안철수 후보에게 조금씩 기울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박후보가 쿠테타를 구국의 결단이라고 미화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두 개의 판결' 발언을 입에 올려 수출 증대와 경제발전이라는 미명 하에 생명권마저 유린당한 사람들을 다시 한 번 짓밟는 모습을 봤습니다. 저는 가만히 머릿속 그 사람의 얼굴 위에 x표를 쳤습니다.

제 생각에 헌정을 존중하지 않고 개인의 권리를 경시하는 사람은 보수주의자가 아닙니다. 저 사람이 당선되면 민주주의의 기본질서가 다시금 위협받을 수 있겠구나.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무력으로 뒤집었던 행위를 정당화하는 서술이 교과서에 실릴 수도 있겠구나. 어쩌면 쿠테타 기념일이 국가적 기념행사로 자리잡을지도 몰라.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5년간 정상적인 국가에서 일어나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기상천외한 일들이 너무나도 많이 일어났습니다. 국가기관의 민간인 사찰, 상상을 뛰어넘는 범위의 측근 비리, 민주주의 정부 하에서는 유례없을 정도의 언론 장악과 탄압... 박후보가 언뜻언뜻 보여주는 언행, 캠프 관계자들이 대놓고 뱉는 인사. 그 정치세력의 뿌리와 성향. 이런 것을 생각했을 때 앞으로 5년, 같은 일이, 혹은 이보다 더 심한 일이 일어날 거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상상해봤나요? 앞으로 5년을 더 참을 수 있을까요?

그 후보의 당선이 많이 유력하다고들 합니다. 여론조사 결과는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고, 추세를 봤을 때 앞으로 더 기울 가능성이 많습니다. 이미 이제는 어렵다고 말하는 전문가들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주위에서도 끝났어. 하고 포기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미 졌다고 생각하고 포기해버리면 더 빠르게, 더 압도적으로 지게 됩니다. 이미 진 선거일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만들어내려면 버텨야 합니다. 힘든 때일수록 한데 뭉쳐야 합니다. 끝까지 이를 악물고 굳은 마음을 먹어야 합니다.

후보나 정당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는 있습니다. 그럴 때는, 지금까지의 5년을 되풀이하고 싶은지. 내가 민주국가에서 사는 것이 맞나 의심스러웠던 5년을 다시 불러오고 싶은지, 숨을 깊게 들이쉬고,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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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03 15:00
수정 아이콘
살포시 동감합니다.
12/12/03 15:03
수정 아이콘
이 글 전체에 동감합니다. 그래서 현실이 참 서글픕니다.
12/12/03 15:03
수정 아이콘
판세를 예리하게 분석하는 건 좋지만..
야권 지지자들은 필요 이상으로 분열하고 낙담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어떻게 보면 이 정도의 언론환경과 정치 환경에서 문후보가 무지 선전하고 있는건 분명합니다.
그나마 도움이 될 까 했던 단일화의 효과까지 반감된 이 시점에서 2-3%내외의 지지율 차이는 정말 놀랍기까지 합니다.

객관적으로 낙담이 좀 밀려오는 것은 분명하나 조금만 더 힘을 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보름여가 남았고 노무현도 약 5일 정도 남기고서는 이회창에게 역전 당했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지금은 그것보다는 훨씬 상황이 좋습니다.
나이렁
12/12/03 15:43
수정 아이콘
맞아요. 이권에 하나되는 여당에 비해 야권은 말싸움만 하다가 분열되는 듯 합니다. 이럴 때 일수록 힘 모아야죠.
거대 기득권의 여론 조작에 놀아날지 말고요
제발 ㅜㅜ 민주주의는 퇴보해선 안됩니다.
그래야 미래가 있죠.
12/12/03 15:06
수정 아이콘
우리 안철수 캠프 해단식이나 보시죠.
http://www.ustream.tv/channel/ohmytv
12/12/03 15:33
수정 아이콘
지지해달라고 했네요. 판세가 좀 바뀌려나요.
+)근데 뒤로 갈수록 지지한게 맞나 싶고... 폰으로 소리를 듣는둥 마는둥 하며 들어서 감이 잘 안오네요...
JunStyle
12/12/03 15:55
수정 아이콘
저도 문재인 후보 자체에 대해서는 별로 믿음이 안갑니다. 딱히 공약들도 마음에 안들구요.

민주당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한 나라의 제 1 야당으로서 몇십년을 해먹었는데, 그리고 여당도 10년을 해먹었는데 여전히 아마추어 스럽습니다.

새누리당은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민주당보다는 프로페셔널하구요, 이기는 법을 알고 있다고 할까요?



하지만 본문에 언급하신 그런 면들때문에 박근혜 후보에게 투표를 할 수가 없습니다. 이념과 상식을 떠나서 도저희 한표를 줄 수 없는 역사 인식과 현실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제 이주 정도 밖에 안남았는데 마지막까지 노력하는 모습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그날은 꼭 한표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무적전설
12/12/03 16:04
수정 아이콘
전 행복합니다.
5년 전에 비해서요.
가능성이 있잖아요..

아무리 주변 사람들과 대화해도 MB가 경제를 살려줄거야.. 라고 믿던 시절..
지도자의 자격이 없다라고 역설을 해도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도 않던 시절..
민주주의의 암흑의 5년을 거치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래도 깨어 났다고 봅니다.

설사 이번에 정권교체가 실패하더라도 다시 5년뒤, 10년뒤를 믿습니다.(젊은 사람들이 투표장으로 많이 오길 희망합니다.)
다시 유신정권이 재 집권하더라도 예전처럼 체육관 투표가 아닌 국민투표인 한은 투표로서 다시 제 한표의 권리를 행사할 생각입니다.
다시 체육관 투표로 바뀌게 되는 역사의 수레바퀴가 거꾸로 된다면.. 전 결혼을 포기하거나 아이를 포기하렵니다. 국가의 미래가 없다고 봅니다.



정치인은 정책이 성공하기도 실패하기도 합니다. 모든 정책이 모든 사람에게 다 맞을 수는 없으니깐요.
저역시 제가 지지했던 후보의 모든 정책이 저랑 맞아서가 아닙니다.
방향이 다르거나 방법이 달라도 아래와 같은 목표는 추구하는 정치인이면 지지합니다.

국가발전의 건전한 토양을 세우고,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며,
과거의 역사정리에는 단호함이 있어야 하고,
언론은 정부를 견제하고,
국민들은 정부를 언제든지 비판할 수 있으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받는 나라.
권리만큼 의무도 소중한 나라를 희망합니다.
DarkSide
12/12/03 16:12
수정 아이콘
음 ... 솔직히 현재 시점으로 냉정하게 볼 때는 박근혜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너무 격차가 벌어졌어요.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의 위력을 07년 대선 이후로 다시 제대로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한국 정치계를 보면서 느끼는 점은 여당인 새누리당은 뭘 해도 되게 만들고, 그리고 실제로도 되는 집단이고,

야당 쪽은 뭘 해도 제대로 하나도 안 되는 집단들이라는 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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