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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12/29 08:49:51
Name 삼공파일
Subject [기타] 결승전 감상
여러 장면이 기억에 남았지만, 가장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었던 것은 맨처음의 게임 참가자들이 장동민에게 몰표를 주는 장면이었다. 이 장면에서 사람들은 인간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서 깨닫고 게임을 진행하면서 주변 사람들을 챙겨왔던 장동민의 성품에 감동했다. 착한 마음으로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면 결정적인 순간에 이심전심으로 다시 도움을 받는다는 당연한 교훈이다.


그런데 여기서 나는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다. 11명 중에 8명이 장동민에게 표를 주어, 게임의 유불리가 확연하게 갈릴 정도로 일방적이었다. 장동민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거나 오현민에게 미운 마음이 들었다고 해도, 오현민에게 표를 주어 균형을 맞추고 싶은 마음도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한 균형 감각까지 깰 정도로 강한 개인적 감정을 갖고 있는 게임 참가자는 많지 않았다. 감정에 따라 표를 던졌다기 보다 오히려 자신이 던진 표를 합리화하려고 감정을 회상했다고 말하는 편이 더 적절하다.


이는 장동민과 오현민의 처세술에 의한 차이가 아니라, 게임 참가자들의 욕망이 드러난 것이다. 장동민과 오현민이 상징하는 바가 뚜렷했고, 양자택일의 투표의 형식을 취한 상황이었다. 투표는 가장 순수하게 욕망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장동민은 학력이라는 표현조차 민망한 학력에 집중력과 투지로 결승까지 가는 이변을 보여준 사람이고, 오현민은 똑똑한 머리와 어린 패기로 승승장구하는 이미지였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의 욕망은 전자에 몰렸을까?


시작하면서 장동민이 오현민에게 "너는 20살의 나와 같다"라는 말을 했다. 그럴법한 얘기 같지만, 말도 안된다. 장동민이 20살 때 오현민 같았을리가 있나? 그런데 장동민은 다른 사람들도 오현민에게 그런 걸 봤으리라는 말까지 덧붙인다. 사람들은 오현민이 상징하는 몇 가지, 젊음, 패기, 지능, 승부욕 같은 것에 대한 욕망을 오현민에게 투영한 것이다. 여기에 원래 나한테 그런 것들이 있었는데 잃어버렸다는 상실감도 함께한다.


반면에 장동민이 보여준 것은 욕망에 대한 욕망이다. 장동민은 이기기 위해 계속 최선을 다했다. (오현민도 마찬가지였지만, 오현민은 그런 것을 상징하지 못했다.) 장동민의 욕망이 실현되는 순간, 공정한 게임에 대한 환상이 되살아나고 관찰자의 욕망이 복원된다. 정치와 미디어에서 반복해서 사용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성취"라는 메타포다.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성취할 수 없다는 것은 경험적으로 잘 알지만 대리만족을 느낀다.


그런데 장동민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이미 성공할만큼 성공한 연예인이다. 오히려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평범한 대학생인 오현민이 실력만으로 게임에서 이길 때 더 큰 대리만족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니까, 투표는 논리가 아니라 욕망인 것이다. (정치와 미디어에서도 언제나, 평범하지 않는 사람을 평범한 사람으로 둔갑시킨다.) 이미 많은 것을 가진 장동민의 승리에 일조함으로서 약자인 오현민이 강자로 거듭남을 좌절시키고 쾌감을 얻는다. 그리고 이런 쾌감은 메타포와 상징들에 가려지고, 더불어 오현민에게 느낀 상실감까지 충족할 수 있다.


장동민과 오현민이 벌인 게임 자체에서는 개개인의 능력에 집중하면서 비슷한 감상을 느꼈는데, 투표의 순간에서만큼은 무의식과 욕망이 비집고 튀어나오는 장면을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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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형폭풍저그가되자
14/12/29 09:25
수정 아이콘
그런데, 제가 아이템을 투표했어도, 장동민에게 주었을 겁니다.
맥빠지는 결승전보다는 팽팽한 결승전을 보고 싶고, 그러기 위해서 장동민에게 아이템이 필요하다고 판단이 들어서요.
그런데, 이번 결승을 보니 실력만 놓고 봐도 오현민과 장동민은 비슷해 보이더군요. 솔직히 2라운드 보다가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장동민의 순간 기억력과 집중력이 매우 탁월하더군요.
레모네이드
14/12/29 14:21
수정 아이콘
기본적으로 장동민이 오현민보다 참가자들과의 친분을 더 쌓았죠. 1화 수박연맹 결성 때를 보면 오현민이 박쥐를 할 때 장동민이 리더를 했었고, 공교롭게도 남휘종, 유수진, 권주리가 오현민과 별다른 접점없이 떨어지면서 수박연맹 4인의 표가 장동민한테 쏠리는 결과가 되기도 했고요. 오현민이 장동민과 갈라서 게임했으면 양편으로 나뉘었을텐데 초반 1,2화에 같은 팀이 되고 5화부터는 장오가 뭉친 게 결승전에서는 뜻 밖의 효과가 되어 나타났죠. 그나저나 유수진은 저 아템 분배 때문에 페북에 해명글을 올렸더군요.
Jon Snow
14/12/29 15:36
수정 아이콘
라운드마다 장동민의 팀에서 탈락자가 나왔던게 장동민에게 이득이 되었죠. 떨어질때 같은편이었던 사람들.
특히나 데스메치 도와주는 사람마다 떨어졌던데, 그땐 웃겼는데 결국..
14/12/29 15:58
수정 아이콘
'장오연합'이 생기기 전의 탈락자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장동민씨와는 우호적인, 오현민씨와는 약간이나마 적대적인 상태로 탈락했습니다.
예외가 있다면 김경훈씨 정도인데 누가 잘했고 잘못했고를 떠나 11회차에 오현민씨와 트러블이 있었죠.
이것이 초반의 6:0을 만든 겁니다.
특히 3:0 이후에 등장한 남휘종씨와 유수진씨는 장동민씨와 거의 동맹과도 비슷한 분위기에서 탈락했었구요.
유수진씨는 결승전에서의 발언 등을 봐서는 본문에서 언급하신 감정도 약간은 섞여 있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김정훈씨는 두 사람과 게임 내적인 연결고리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탈락했는데,
만약 본인이 현장에서 투표하기 전 5:0인 상황을 봤다면 선택을 바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장오연합'이 생긴 후의 탈락자들은 장동민씨 오현민씨 개개인에 대해서 평가하는 의미가 거의 없었고 사실상 인기투표의 개념이었는데,
그렇다고 해서 6:2, 7:2까지 흘러가는 과정을 보고도 장동민씨에게 투표했던 김유현씨와 하연주씨가
본문에 나온 생각을 가지고 투표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장동민씨가 우승자에 더 적합하다는 생각을 가졌을 수는 있지만 그런 성취적 욕망과는 거리가 먼 감정이었을 겁니다.
저는 오히려 두 사람이 보기에 장동민씨가 더 특별한, 대단한 사람이기 때문에 투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둘 다 스물 여덟입니다. 실제 나이차는 딱 중간이라고 해도 본인이 오현민씨에 더 가깝지 장동민씨에 더 가깝다고 생각할 나이가 아닙니다.
이런저런 고충이 많은 20대를 보내는 상황에서 장동민씨가 보여주는 리더쉽에 더 가치를 부여한거죠.
반면 본문에 가장 들어맞는다고 볼 수 있는 최연승씨는 그 이유를 들어서 오현민씨에게 투표했습니다. 8:2라는 상황도 영향을 줬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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