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되 편식하지 않고

모두를 포용하되 줏대는 있는

그런 팬이었으면 좋겠다.

결국 게임에 임해 응원하는 사람은 하나일지라도

누구에게나 웃으며 굿겜하세요 란 인사를 나누어 줄줄 아는

다른 게임의 결과를 눈여겨보며 다른 선수의 성적을 궁금해 할줄도 아는

그런 팬이었으면 좋겠다.

나 하나 존재함으로 인해 내가 편드는 사람을 욕먹이는 일 없이

나설 데 물러설 데 모르고 천방지축 날뛰거나

미처 내 시선이 닿지 못한 이들을 깔보고 짓뭉갬이 없이

다른 선수의 우승에는 함께 박수를 보내고

다른 선수의 명경기에 함께 열광할 줄 아는

그런 팬이었으면 좋겠다.

나에게 그 사람이 귀한 것처럼

다른 선수의 팬들에게 있어서의 그들도

세상에 단 한사람뿐인 소중한 사람임을 늘 잊지 않는

그런 팬이었으면 좋겠다.

내 선수의 칭찬을 위해 다른 이들을 끌어내리지 않고

내 선수의 약점을 덮기 위해 다른 이들을 이용하지 않는

하나를 바라보되 모두를 사랑하는

그런 팬이었으면 좋겠다.



그런 팬이었으면 좋겠다.

이긴 날은 함께여서 더욱 기쁘고

패배한 날은 함께여서 더욱 다행스러운,

나태해지는 날은 그 존재가 채찍이 되고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은 그 존재가 위로가 되는

먼 훗날, 아주 먼 훗날에

그 때 그자리에서 두 손 모두어쥐고 나를 보던 사람이 있었다고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그때의 그 시선을 기억해 그 사람이 힘을 낼 수 있을

그런 팬이었으면 좋겠다.

...내가 사랑하는 모든 선수들에게.


-Apatheia, the Stable Spir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