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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3/11/10 00:16:33
Name 츠키쨩
Subject [잡담] 여하튼 그랬습니다.
어제 대략 귀에 이어폰 꽂고 현란한 동작으로 몸을 흔들며(문에릭 군의 메가패스yo~광고를 떠올리시면 무방하겠습니다)밤거리를 걸어오다가 문득 눈을 들어 본 달은 조금 덜 찬  둥근 달이었습니다. 아 내일이 보름이구나. 내일 결승전 악마에게 유리할지도 몰라. 하고 생각했습니다. 어째서인지는 모르지만 여하튼 그랬습니다.

그리고 꾹 참고 아무에게도 배팅하지 않았지요. 즐거운 경기. 이번에는 정말 진실로 진짜로 아무도 응원하지 않고 보겠(마미께서 들어오지만 않으시면)다고 막연히 생각했거든요.
4경기까지 간신히 보고, 결과를 보고, 생각할 틈도 없이. 어제부터 듣게 된 단과반 강의실로 날아갔습니다. 뒷줄에 앉은 남자애들이 사방에 수소문을 하고 있더군요, 온게임넷을 봤느냐고, 아까 4경기 시작만 보고 나왔는데, 누가 이겼느냐고. 경기 결과를 아는 저는 입가에 사악 미소를 걸고 입을 꾹 다물고 있었지요.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여하튼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순간 기분이 가라앉았습니다. 지난 시즌 지지난 시즌 지지지난시즌이 생각났기 때문일까요? 분명히 나는 이번에 결승전을 본 것만으로도 충분한 행복이요 나는 중립이라 속상할 일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저란 녀석은 아무리 생각해도 단순한 마인드를 가지기 힘든가봅니다. 이제껏 스타리그를 지켜보면서 있었던 일들을 주욱 생각하다가 그랬는지, 저는 여하튼 그랬습니다.  

마이큐브. 지난시즌만큼 목숨걸고 보지는 않았지만[못했지만], 지명전부터 결승전까지 꼼꼼하게 지켜보면서 참 많이도 초조하고 속상하고 또 한편으론 기쁘기도 하고 그런 대회였습니다.
이제 다음 시즌을 기다리면서 마음을 정리하고 있는 이 아이는, 오늘 그 선수들의 모습처럼 제 인생 치열하게 살고자 또 한편 마음을 가다듬습니다. 내년 시즌을 기다리는 선수들처럼 저도 인생 첫 시즌의 승자가 되느냐 패자가 되느냐, 그 Final을 향해 가고 있는 이제는 고3이라고 해야할 고2니까요. 오늘 멋진 경기 보여주신 두 분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제게 부족한 덕목이었던 열의, 열의를 보충하며 더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오늘 결승전 보시면서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셨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여하튼 그랬습니다.

멋진 글이 많이 올라올 결승전 후 자게에 읽지 않으셔도 될 글 던져놓아서 죄송스럽습니다. 그리고 오늘 두 분, 정말 멋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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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렐레팔렐레
03/11/10 00:34
수정 아이콘
이 글도 멋집니다 ^^
이혜영
03/11/10 08:29
수정 아이콘
저의 엔토이 아이디가 츠키코입니다.^^;
박용욱 선수의 부모님이 반대를 많이 하셨다가 이제 좀 좋아지셨다는데
부모님에게 더 인정을 받게되었으니 정말 잘된일이라는 생각이듭니다.
내가 아무리 좋아서하는것이라도.. 내 주위분들이 이해를 안해주시면..
정말 그것만큼 불편한게없지요.
어제 환하게 웃으시던 박용욱선수의 아버님과 동생의 얼굴이 머릿속에 떠나질 않네요.
박용욱 선수 정말 잘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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