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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01/11 13:51:33
Name ELESIS
출처 https://blog.naver.com/hongminkkk/221881518950
Subject [텍스트] 이모가 엄마의 약혼자를 빼앗았다
우리 엄마가 스물다섯, 이모가 스무 살이었을 때,

이모는 엄마의 약혼자를 빼앗아갔다.

그것도 결혼식 당일에 약혼자랑 도망쳐서,

신부 의상을 입은 엄마는 식장에서 바람을 맞았다.



게다가 이모는 이미 임신 3개월이었다.

여기까지도 충분히 문제였는데 또 다른 문제는,

태어날 아이에게는 죄가 없다면서

엄마의 부모님이 이모 편을 들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엄마는 가족과의 모든 인연을 끊고

지금껏 일체의 연락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내가 이러한 엄마의 과거를 알게 된 건

지극히 우연이었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3년쯤 전의 일이다.

일 관계로 만난 선배가,

"너 아직 애인 없지?

너랑 닮은 좋은 사람이 있는데 만나볼래?"

하고 권하기에 고개를 끄덕였더니

대뜸 상대방 번호를 알려주었다.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였다, 나보다 나이가 많다고.



“얼마나 많은데요?”

“세 살 많아.”

“에?”

“여자 쪽이 더 많아도 상관없잖아, 둘이 마음만 맞으면.”

“그야 그렇지만.”

“왜, 싫어?”

“아뇨, 싫다기보다….”



싫다기보다 애초에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해 봤다.

어떨까.

뭐, 상관없을 것 같았다. 마음만 맞으면.



그래서 약속을 잡고 만났는데

닮았다는 선배의 말이 전혀 과장이 아니어서

깜짝 놀라고 말았다.

상대방의 얼굴이 나와 너무도 흡사했던 것이다.



우리는 약간의 호구조사 끝에 어머니와 이모의

이름에 이르러서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저간의 사정에 대해

아버지에게 몰래 물어 보았다.



그리고 어렵게 입을 뗀 아버지로부터

그동안 엄마의 마음을 존중해

엄마의 친정과는 교류를 끊고 지냈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날의 소개팅 이후

새로 생긴 사촌누나와 쭉 연락하며 지냈다.

나와 닮은 외가 쪽 사촌이 생긴 게 신기한데다가

이것도 나름 인연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뭐 연락이라고 해도

서로의 생일날 조그만 선물을 보낸다거나

일 년에 한두 번 만나서 밥을 먹은 것뿐이었지만

부모님에게는 비밀로 해두었다.



두 번 다시 가족들과 만나고 싶지 않다는 엄마에게

굳이 알리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결국 사달이 날 만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사촌누나의 결혼식 청첩장이 우리 집으로 날아왔던 것이다.



나와 사촌누나가 소식을 주고받는다는 걸 알게 된 이모는

사촌누나의 결혼식에 우리 부모님을 정식으로 초대하며

초대장 안에 다음처럼 적힌 메모를 동봉하여 보냈다.



“언니는 현재 행복하고,

벌써 오십 년 가까이 지난 일이니까 슬슬 흘려보내자.

지금 와서 보면 언니가 여자의 일생으로는 승리자야.

이제 옛날 일은 용서해 줘도 되잖아”라고.



초대장을 본 엄마는 그야말로 대폭발하고 말았다.

‘흘려보내자’니, 그게 가해자 쪽에서 할 말이냐고.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건 피해자뿐이라면서.

나에게도 불호령이 떨어졌다.



내가 어떻게 사촌누나와 알게 되었는지 추궁한 엄마는,

절대로 결혼식장에 가면 안 된다,

당신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저쪽 집안의 누구와도

말을 섞으면 안 된다며 엄포를 놓았다.



그래서 엄마 몰래 결혼식장에 갈 수밖에 없었다.

한데 내가 결혼식장에 도착한 순간부터

놀라운 일이 연속으로 벌어지기 시작했다.



우선 손님이 너무 많아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모여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불안한 기색으로

소곤소곤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식장의 진행 담당자인 듯한 사람에게 물어보니

결혼식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지연되는 바람에

빚어진 일이라고 한다.

신랑 신부는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사촌누나에게 전화를 해봐야 지금 받을 수도 없을 듯했다.

나는 사람을 비집고 겨우 통로로 나왔다.

복도를 따라 꺾어 들어가니 신랑 신부 대기실이 보였다.

대기실은 문은 살짝 열린 상태였다.



그런데 곧 누군가의 격노한 음성이 들려왔다.

발소리를 죽이며 다가가자

숨 막히는 분위기가 전해져 왔다.

싸움이 벌어진 것은 분명해 보였다.



“파혼이야. 당장 꺼져.”



남자의 고함소리가 들려서

나는 나도 모르게 목을 움츠렸다.

아무래도 신부 측 사람인 듯했다.



이런 마당에 신부 측을 철천지원수처럼 미워하는

친척(우리 엄마) 쪽 사람인 내가 나타내봐야

좋을 게 없지 않으려나.

나는 복도를 되짚어 천천히 돌아나왔다.



잠시 밖으로 나가서 담배라도 태우며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지 기다려 볼 요량이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마다 사람이 꽉꽉 들어차서

도저히 이용할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계단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비상구로 나왔다가 기겁할 뻔했다.

거기, 그러니까 8층 계단실 구석에

신부가 쪼그려 앉아 있는 게 아닌가.



나는 처음에 사촌누나인 줄 알았다.

아니었다.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으니 신부가 틀림없긴 하지만

사촌누나는 아니었다.



조금 전까지 울고 있었는지

뺨에 눈물 자국과 함께

눈화장이 번진 모습은

단순히 이상함을 넘어서 기괴하기까지 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신부는

한층 더 몸을 굳히고 구석에 달라붙었다.

그 목에서 딸꾹, 하고 딸꾹질이 튀어나왔다.

그러고는 모깃소리만 한 목소리로 이렇게 호소했다.



“도와주세요.”



아아 대관절 이 사람은 누구인가.

사촌누나는 어디에 있단 말인가.

장차 이 결혼식은 어떻게 귀결될 것인가,



...하는 것이 궁금한 형제자매님들은

미야베 미유키의 신간

<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를 읽어봐 주시길.

이 책이 당신의 내일을 책임져 줄 것입니다.


[출처] 화촉|작성자 북스피어







출판사 사장님의 흔한 신간 소개.. 흡입력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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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오스
23/01/11 13:54
수정 아이콘
또 낚였네 파닥파닥
及時雨
23/01/11 13:56
수정 아이콘
역시 미야베 미유키야 신상정보를 믿을 수가 없지
23/01/11 13:57
수정 아이콘
일본식 표현이 많아서 일본판 판촌문예인줄알았는데 리얼 소설이었군요.
회색사과
23/01/11 13:57
수정 아이콘
요새 인스타같은데 이렇게 광고하는 책 많더라구요
이쥴레이
23/01/11 13:57
수정 아이콘
탐정시리즈 추리소설이었군요.
ioi(아이오아이)
23/01/11 13:57
수정 아이콘
그래도 이건 다음편이 있긴 하네요
린 슈바르처
23/01/11 13:57
수정 아이콘
이런글 보면 무조건 제일 뒤에 확인부터 합니다 -_-;;
23/01/11 13:58
수정 아이콘
흡입력은 있네요. 궁금하다.
수리검
23/01/11 13:58
수정 아이콘
너무 픽션 같아서 읽어내려가며 소설쓰고 있네 .. 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소설이군요
페스티
23/01/11 13:59
수정 아이콘
김경식인가?
메가카
23/01/11 13:59
수정 아이콘
궁금하내요 크크
레드미스트
23/01/11 14:01
수정 아이콘
아... 사야 되잖아
23/01/11 14:01
수정 아이콘
재미있어 보여서 살까 하고 찾아봤는데
"여성을 경멸하는 불쾌한 남자들의 번들거리는 욕망"
"여성을 혐오하는 문화를 거울처럼 비추며 일상의 표층 아래에 있던 ‘폭력’을 들춰낸다"
라는 책 소개를 보고 마음이 짜게 식네요
23/01/11 17:42
수정 아이콘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출판시장이 여초라 출판사에서 책 팔려고 오버해서 표현한 거겠죠.
23/01/11 18:09
수정 아이콘
미야베는 그런 작가가 아니었던걸로 기억하니까 책은 문제 없을겁니다. 다만 출판계가 그럴뿐..크크
23/01/11 18:26
수정 아이콘
책은 문제 없더라구요
md가 그렇게..크크
호랑이기운
23/01/11 14:02
수정 아이콘
분명히 이책을 봤었는데 내용이 기억이 안나네요
은때까치
23/01/11 14:04
수정 아이콘
성공하셨습니다 사장님
한뫼소
23/01/11 14:06
수정 아이콘
이거 화차맛인데 싶었는데 진짜네
톤업선크림
23/01/11 14:06
수정 아이콘
갠적으로 이런 류 일본소설 너무 취저더군요...크크
23/01/11 14:07
수정 아이콘
마지막에 욕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
Not0nHerb
23/01/11 14:11
수정 아이콘
이야 빌드업 미쳤다. 주문하러 갑니다 크크크
복숭아
23/01/11 14:11
수정 아이콘
엄마가 그토록 상처받았는데 결국 결혼식장에 가다니!
주인공 나쁘다고 생각하며 몰입해서 읽고 있었는데요. 크으
23/01/11 14:11
수정 아이콘
뭔가 달라서 웽? 했는데 각색이었군요 크크크
23/01/11 14:12
수정 아이콘
교훈 : 부모님 말씀을 잘 들어야 한다
위원장
23/01/11 14:15
수정 아이콘
와 보러갑니다
23/01/11 14:16
수정 아이콘
미야베 미유키는 어쩔 수 없지
세상을보고올게
23/01/11 14:18
수정 아이콘
아니 출판사 사장이야 그럴 수 있다고 치고
이런 판촉성 홍보물을 불특정 다수가 보는 게시판에 막 올려도 됩니까?
엔딩을 써주던가!
사하라
23/01/11 14:24
수정 아이콘
어쩐지 본 거 같더라니 크
겟타 엠페러
23/01/11 14:33
수정 아이콘
않이 여기서 끊는건 상도덕에 어긋나는거 아니요?!
이탐화
23/01/11 14:38
수정 아이콘
오십년 가까이 지난 일..? 사촌 누나 나이가 만 오십이세요??
아이슬란드직관러
23/01/11 15:09
수정 아이콘
저도 이게 궁금해서 읽어볼랍니다.....ㅠ
23/01/11 16:56
수정 아이콘
저만 이게 신경쓰였던게 아니었네요 크크크
사촌누나는 과연 몇살인 것인가?
23/01/11 18:10
수정 아이콘
애가 여럿이겠죠
23/01/11 14:39
수정 아이콘
머야 재밌네요
Janzisuka
23/01/11 14:40
수정 아이콘
아니...김경식이냐
EurobeatMIX
23/01/11 14:43
수정 아이콘
와 크크 정신못차리고 읽었는데 빌드업이
루크레티아
23/01/11 14:50
수정 아이콘
미미여사 오랜만이네..
23/01/11 15:33
수정 아이콘
어디서 많이 봤다...했는데 지령으로 본 스토리였나보네요 크크크- 북스피어 응원합니다.
별빛다넬
23/01/11 15:44
수정 아이콘
흡입력 죽이네....
퇴사자
23/01/11 15:55
수정 아이콘
초반 보다가 흥미진진하다 느껴질 때는 반드시 스크롤을 내려봐야
Lich_King
23/01/11 16:02
수정 아이콘
잘 썼네요. 크크.
에이치블루
23/01/11 16:22
수정 아이콘
크 미야베 미유키 진짜 슴슴하게 재밌죠 흐흐
李昇玗
23/01/11 16:37
수정 아이콘
와 뭐야....크크크
지구 최후의 밤
23/01/11 17:56
수정 아이콘
미야베 미유키 책은 재밌죠.
그런데 요새 저런 광고 마케팅 기법이 유행하는데 한 두번 보다가 혈압이 빡 오르더라구요.
낭만서생
23/01/11 18:25
수정 아이콘
결혼식에서 먼 사단이 일어난건지 만이라도 알고싶습니다. 화장실에서 다싸지도 않고 나온 기분이네요 아 궁금해
나혼자만레벨업
23/01/12 05:43
수정 아이콘
소설가 지망생이던 사장님 답게 소설 잘 쓰셨군요. 책의 소재를 차용했을 뿐 책이 완벽하게 저 내용은 아니었던 거 같은데...
23/01/12 10:19
수정 아이콘
“언니는 현재 행복하고,
벌써 [오십 년] 가까이 지난 일이니까 슬슬 흘려보내자.
지금 와서 보면 언니가 여자의 일생으로는 승리자야.
이제 옛날 일은 용서해 줘도 되잖아”

결혼을 너무 늦게하시네요..
화자도 아직 미혼인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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