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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05/19 18:27:39
Name 피우피우
Subject [일반] 내기에 이겨서 키스를 해봅시다.
제목을 이렇게 쓰긴 했지만 사실 내기에 이겨서 하는 키스는 없습니다.
키스는 충분히 그게 가능한 분위기를 공유하는 상황에서, 둘이 서로 하고 싶을 때 하는 거죠.
그리고 이렇게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면 이상한 짓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시도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이 말은 조금 이상합니다. 두 사람이 입을 맞추는 건 지극히 부자연스러운 행위인데, 어떻게 '자연스럽게'한단 걸까요?
저도 만취한 상태에서는 이걸 나름대로 '자연스럽게' 해내는 것 같은데 멀쩡한 상태에선 어떻게 해야 자연스러운 건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취한 상태에서 했던 자연스러운 행동들이 기억이라도 나면 좋을 텐데 보통 특정 장면들만 기억이 나지 그 장면들 사이의 과정은 잘 기억이 안 난단 말이죠.
이렇듯 평범한 사람들에게 '자연스러움'은 전혀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자연스러운 시도가 어렵다면 차선.. 이라기보단 생각보다 나쁘진 않은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담백하게 직접 물어보는 겁니다. 적당한 아이컨택으로 분위기를 고조시키다가 '키스할래?' 하고 묻는 거죠.
그런데 이 방법도 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이거 너무 민망한데 어떻게 직접 물어봅니까?
보통은 아무리 '이건 각이다' 싶어도 혹시 모를 거절의 두려움 때문에 물어보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자연스러운 시도도 어렵고 직접 물어보는 것도 어렵다면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키스를 시도해야 할까요?
지금 내 눈 앞의 매력적인 상대와, 내가 살짝만 선을 넘을 수 있다면 충분히 입을 맞출 수 있을만한 분위기를 즐기고 있는데 이 기회를 그냥 흘려버리면 너무 억울하지 않을까요?
이런 상황에서 제가 가끔 사용했던 방법이 바로 제목에 적은 내기입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대화를 하다가 적당한 때를 봐서 내기를 하나 하자고 제안을 합니다. 그리고 '내가 이기면 나랑 키스하자'고 하는 거죠.
아니, 민망해서 말도 못 꺼낸다면서 그런 내기를 제안하는 건 말이 되냐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아싸리 '키스하자'고 얘기하는 것에 비해 '내기해서 내가 이기면 키스하자'라고 얘기하는 건 제 경험상 난이도가 꽤 낮았습니다.
왜일까요?
거절을 당한다 해도 나는 키스가 아니라 내기를 거절 당했을 뿐이라는 말도 안 되는 정신승리가 가능하기 때문일까요?
내기라는 얇은 포장을 한 겹 씌웠을 뿐 내용물은 같지만, 그래도 어쨌든 그 포장지가 만들어내는 가벼움이 이런 제안을 하는 '부자연스러운' 상황에 대한 민망함을 줄여주기 때문일까요?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중요한 건 내기라는 중간 과정을 하나 끼워 넣으면 이 어색하고 민망하고 두려운 제안을 하기가 조금 더 쉬워진다는 겁니다.

아무튼, 무턱대고 이런 걸 들이밀진 않을 테고 당연히 분위기 봐 가며 할 테니 상대는 웬만해선 내기에 응할 겁니다.
내기를 제안할 때 흥미를 끌 만한 이야기를 덧붙이는 것도 괜찮겠죠. 나는 이 내기를 해서 져본 적이 없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어쨌든 응했으면 이제 끝입니다. 이건 무조건 이기는 내기거든요.

상대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부터 너한테 질문을 세 개 할 건데 네 대답이 하나라도 yes면 내가 이기는 거야"
만약 상대가 본인한테 너무 불리한 거 아니냐고 항의를 하면 거짓말을 해도 된다고 얘기해주면 됩니다.
이렇게 내기의 내용을 얘기하고 동의를 얻은 후엔 질문을 고민하는 척 조금 시간을 끌어주다가 이렇게 얘기합니다.
"준비 됐어?"
상대는 "응"이라고 대답할 테고 그럼 "내가 이겼다" 라고 해주시면 됩니다.

너무 구린데? 싶으실 수도 있겠지만 이건 세련된 제안을 위한 게 아닙니다.
앞에서도 얘기했듯 자연스러운 시도도, 직접 물어보는 것도 힘든 사람이 내기의 형식을 빌려 용기를 낼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사실, 다들 아시겠지만 어차피 될놈될이라 진짜로 키스각이었으면 좀 구리게 접근해도 다 하게 되어있습니다. 선을 조금 넘어 접근을 하기만 한다면요.

저도 많이는 아니고 대여섯 번 정도 써먹어 봤는데 한 번 빼고는 다 성공했습니다. 물론 내기는 다 이겼고요 크크


p.s. 세 개의 질문과 키스라고 하면 옛날에 본 유튜브 영상이 하나 떠오릅니다. 어떤 남자가 길거리에서 낯선 여자에게 다가가 "내가 매력적인가요?" "남자친구가 있나요?" "나랑 키스하면 안 될 이유가 있나요?" 이렇게 질문 세 개하고 냅다 키스 갈겨버리는 영상이죠. 이게 가능하신 분은 그냥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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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미드
23/05/19 18:39
수정 아이콘
요즘 사람 언어로 키스를 '갈긴다.' 줄여서 키갈이라고 부르는 게 이러한 분위기 잡기의 어려움 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
오타니
23/05/19 18:54
수정 아이콘
갈!
피우피우
23/05/19 19:33
수정 아이콘
키갈이란 단어엔 어차피 할 거 빌드업 깨작거리지 말고 그냥 갈겨버려라- 하는 감성도 좀 담겨있는 것 같기는 합니다 크크
23/05/19 18:46
수정 아이콘
준비물을 안 적어주신 것 같은데...
23/05/19 18:55
수정 아이콘
존비됐어? 라고 친절하게 썼는데요?
23/05/19 23:25
수정 아이콘
얼굴을 준비물로 챙겨야 하는 것 같아서요 흐흐
살려야한다
23/05/19 18:57
수정 아이콘
내기를 누구랑 하는건지도 알려줘야죠 선생님
23/05/19 19:08
수정 아이콘
내기는 원래 나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국수말은나라
23/05/19 21:14
수정 아이콘
자웅동체?
23/05/19 19:39
수정 아이콘
엄마..?
이민들레
23/05/19 19:28
수정 아이콘
그런 내기를 할 수 있는 상대는 그냥 키스하자고 해도 90프로이상 할겁니다.
피우피우
23/05/19 19:41
수정 아이콘
그건 처음부터 써놨듯이 당연한 거죠.
그 '그냥 키스하자' 말하는 게 힘들어서 굳이 돌아가는 거고요
StayAway
23/05/19 19:30
수정 아이콘
준비됬어? 키?
에이치블루
23/05/19 21:24
수정 아이콘
키완얼 키완얼
파라돌
23/05/19 23:15
수정 아이콘
추천드립니다.
근데 이게 제 한창연애때인 20년전과 비슷한 느낌인데 지금도
통하는가보군요. 크크크
피우피우
23/05/20 00:24
수정 아이콘
클래식은 언제나 통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크크
사실 저도 저렇게 한 지가 못해도 7년은 되어가긴 합니다..
학교를 계속 짓자
23/05/20 00:54
수정 아이콘
한번 실패한 사례가 궁금하네요
피우피우
23/05/20 11:38
수정 아이콘
글에 쓴 것처럼 했더니 반칙이라며 열을 내길래 그냥 접었습니다 크크
제가 각을 잘못 쟀던 거겠죠..
23/05/20 10:18
수정 아이콘
그 혼자서 키스하는 느낌내기 짤이 생각나게 하네요..
서지훈'카리스
23/05/20 12:05
수정 아이콘
연애 교과서인가요
알렉스터너
23/05/21 03:36
수정 아이콘
저런 제안도 사실 어느 정도 친분감과 애정감이 있는 관계여야 될 텐데..
더 정확히는 '키스할 만한 상대에게 보다 자연스럽고 덜 어색한 방식으로 키스하는 방법'이겠네요..
피우피우
23/05/22 13:46
수정 아이콘
사실 저는 친분과 애정이 있는 상대와는 자연스럽게 하는 게 어렵지 않았는데, 처음 만난 상대와는 그게 어려워서 저런 방법을 썼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뭐든 간에 '키스할 만한 상대'가 있어야 하는 건 기본 전제긴 하죠 크크..
23/05/22 12:59
수정 아이콘
앜 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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