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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05/12 09:06:31
Name lexicon
Subject [일반] 대법원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노동자 동의 없으면 무효” (수정됨)
https://m.khan.co.kr/national/court-law/article/202305111441001
경향신문, 5/11
https://www.scourt.go.kr/portal/news/NewsViewAction.work;jsessionid=7wIY4NJVfBMoplQsqL81H6CX1yYzSLJuUCC4aQfuswnNEK2wxuTt18Z1VobxzXa8.BJEUWS04_servlet_SCWWW?pageIndex=1&searchWord=&searchOption=&gubun=4&type=5&seqnum=9198
대법원,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면서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지 않은 취업규칙의 효력이 문제된 사건[대법원 2023. 5. 11. 선고 전원합의체 판결]

- 현대자동차는 2004년 과장 이상은 일반 노동자와 다른 ‘간부사원 취업규칙’을 적용하도록 변경합니다. 주5일제 시행을 핑계로 기존 취업규칙에 있던 월차 유급휴가 조항을 삭제하고 연차휴가 일수를 25일로 제한하는 개악 규칙이었습니다.
- 사측은 ‘당시 간부사원의 89% 동의를 받았으니 유효한 변경이다’라고 주장합니다.
- 물론 노조는 ‘노동자에 불리한 노조 및 전체 노동자의 동의를 얻지 않았으므로 무효다’라고 주장합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당연합니다. 당시 과장 이하 직원도 언젠가는 과장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근로기준법 제94조1항에 따르면 이러한 변경은 노동자의 ‘집단적 동의권’을 침해했으므로 불법입니다.
- 그런데 이 당연한 사실이 왜 문제가 됐냐면, 그동안 대법원은 이 조항을 애매하게, 혹은 사측에 유리하게 해석해 왔기 때문입니다.

[종래 대법원은,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이 근로자가 가지고 있는 기득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하여 불이익한 근로조건을 부과하는 내용일 때에는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이 그 필요성 및 내용의 양면에서 보아 그에 의하여 근로자가 입게 될 불이익의 정도를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해당 조항의 법적 규범성을 시인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적용을 부정할 수는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여 왔다(대법원 1978. 9. 12. 선고 78다1046 판결, 대법원 2015. 8. 13. 선고 2012다43522 판결 등).]

요약하면 [노동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을 사측이 불법으로 무단 변경하더라도 ”사회통념상“ 말이 되면 유효함]이라는 것입니다. 1978년부터 내려온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입니다.
- 그런데 얼마전 판결에서 대법원은 그 판례를 최초로 뒤집고, “사회통념이고 자시고 노동자의 동의를 받아와라”란 취지로 파기환송합니다.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따른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

- 판시의 이유를 거칠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불법/위헌 사항을 ‘사회적 통념‘이란 단어로 퉁칠 수는 없음
2.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에서 명문화하기 전부터 이미 집단적 동의권을 인정해 왔음. 그런데 왜 이걸 이렇게 예외를 줬어야 함?
3.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했다면 사측의 손을 들어줄 수도 있음. 그런 게 아니라면 노사가 합의해야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이 인정됨.
4. 대법원은 기존 판례에서 단체협약을 위배한 인사처분을 무효라고 판시한 바 있음. 이 사안은 단체협약보다 상위인 법률 위반이므로 더더욱 유효하다 할 근거가 희박함.
5. 사회통념상 합리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매우 불확정적이어서 이게 뭔지 아무도 모름. 대법원 판단마저도 사후적임에 불과.

- 물론 대법원이 완전히 입장을 친노동자 측으로 뒤집은 것은 아니고, 집단적 동의권의 남용이라는 법리는 남겨둠으로써 균형을 어느 정도 맞추고자 하였습니다. 다만 판례에 따르면 이 역시 가능한 엄격한 기준에 따라 남용 여부를 판단해야 합니다.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도록 한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의 입법 취지와 절차적 권리로서 동의권이 갖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하였는지 여부는 엄격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 개인적으로는 꽤 중요한 판결이라 생각해서(그리고 제가 다니는 직장도 저 문제에 있어서 자유롭지는 않아서) 소개 차원에서 정리해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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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beralist
23/05/12 09:14
수정 아이콘
좋은 판결이라고 생각하고, 마땅히 되어야 할 방향으로 되었네요. 근로, 노무 관련으로는 법적 요건을 보다 더 엄격하게 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raindraw
23/05/12 09:14
수정 아이콘
보통회사라면 저런 판결이 내려지면 직급체계를 싹 바꿔버리고 그러면서 규정도 손보는 헬피엔딩이 예상되는데 노조의 힘이 쎈 현대자동차라서 어떻게 될지 궁금하긴 하네요.
23/05/12 09:15
수정 아이콘
딴? 얘기일 수 있지만 전 이번에 이거 맘에 들더라구요. 지방 중소기업같은덴 다 이래서 진짜 골때렸거든요 흑흑...

http://www.sisafoc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86964
회사 내규' 등 급여 미공개 '깜깜이 채용' 사라진다

[[시사포커스 / 이선기 기자] 급여를 공개하지 않는 이른바 ‘깜깜이’ 채용 관행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11일 국민권익위원회는 구직자의 선택권과 알권리 보장을 위해 ‘채용공고에 임금조건 공개 의무화’ 방안을 마련해 노동부에 제도개선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현재 취업포털별로 일평균 약 10∼16만건의 채용정보가 공고되고 있으나 한국고용정보원이 운영하는 워크넷을 통한 구인신청을 제외하고는 대다수 채용공고가 ‘회사내규에 따름’, ‘협의 후 결정’ 등 임금조건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국민권익위가 ‘국민생각함’을 통해 조사한 결과, 설문대상자 중 75.8%가 임금조건이 공개되지 않는 경험을 했고, 이중 85%는 불충분한 임금조건 공개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출처 : 시사포커스(http://www.sisafocus.co.kr)]
23/05/12 09:45
수정 아이콘
출근 첫날 되어서야 임금 조건 알게 되었다는 썰도 많죠.
빨리 고쳐져야 할 폐습입니다.
인생을살아주세요
23/05/12 09:24
수정 아이콘
저는 법알못이지만 사회통념상 합리성.. 뭔가 어디에 갖다붙여도 될 마법의 단어처럼 느껴지긴 하네요.
HA클러스터
23/05/12 09:32
수정 아이콘
한국형 이라는 단어처럼 늘상 악용되고 있는 용어죠
닉네임을바꾸다
23/05/12 09:35
수정 아이콘
뭐 그렇다고 전부 성문법화할 순 없으니 안쓸 순 없습니다
재활용
23/05/12 11:18
수정 아이콘
사람은 명쾌하게 0과 1로 나누는 걸 더 선호하는 게 당연하죠. 사견인데 반도체는 2진법이 상식이고 3진법 반도체가 발전이지만 우리나라 법률은 형식은 2진법인데 실질은 특별한 사정이니 사회경제적 손실이니 붙여서 3진법으로 사회적 낭비를 만드는 것 같아요. 기득권에게 불리한 1로 가면 거기서 1과 1/2를 또 나눠서 안전장치를 마련해주고 쟤가 다치면 넌 죽으니까 이렇게 돌아가는 게 순리라고 신호를 곳곳에 마련한 듯한..
닉네임을바꾸다
23/05/12 11:43
수정 아이콘
뭐 근데 사람들의 선호는 둘째치고 세상사가 그리 딱 구분이 안되니까요
양현종
23/05/12 14:33
수정 아이콘
명확하게 다 정해놓으면 악용하기도 더 쉽고, 법을 잘 모르는 사람은 보호받기 힘들어집니다,
재활용
23/05/12 15:19
수정 아이콘
그건 명확성 원칙과 안맞는 이야기가 아닐까요..일반인들은 재판부의 해석에 엎드려서 법이 허용하는 반사적 이익을 누리는 게 낫다는 건지; 법제처도 법률 내용이 어려우면 사회생활에 있어서 법의 권위를 약화시켜 결국 법의 실효성이 저하되고 준법정 신의 손상⋅법문화의 수준 약화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봅니다만.
양현종
23/05/12 16:53
수정 아이콘
당연히 기본적인 내용은 명확하게 정해져있어야죠. 그런데 모든 포섭 여부를 명문 규정대로만 해석 적용한다는 것은 입법부가 전지전능하지도 않으므로 입법 취지대로 돌아가기 힘들겠죠.
쌍둥이아빠
23/05/12 09:29
수정 아이콘
딴소리지만 판결문은 한문장을 길게 잘 쓰는것 같아요. 한문장안에 의미가 몇개인건지...
23/05/12 09:31
수정 아이콘
(수정됨) 노무사 2차 시험 준비하는 분들
취업규칙 변경 파트
다시 공부하셔야 하려나요 ㅠㅠ

강사들도 멘붕일듯......

근데 이 변화 자체는 대찬성입니다.
사통합이 뭐야 사통합이. 애매모호하게스리.
겟타 엠페러
23/05/12 09:33
수정 아이콘
이게 맞지요 올바릅니다
23/05/12 09:35
수정 아이콘
오히려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이 '사회통념상' 말이 되면 유효했다는게 문제였죠.
사회통념이라는건 적은 가능성이더라도 얼마든지 바뀔 수도 있는 문제이고, 그 동의 과정 자체에 어떠한 알력 없이 순수한 근로자의 의견만으로 동의한지도 증명하기 어렵기도 하구요.

시대 흐름상 올바른 판결로 보여집니다.
최종병기캐리어
23/05/12 09:45
수정 아이콘
사회통념이면 동의 받을 수 있잖아?!
에우도시우스
23/05/12 10:09
수정 아이콘
사회통념에서 느껴지네요. 관습헌법의 향기가. 크크
척척석사
23/05/12 11:15
수정 아이콘
경향일보 니은니은 신문요 ㅠ 저기 일보였던 적이 없음
23/05/12 11:34
수정 아이콘
ㅜㅠ 수정했습니다
우유크림빵
23/05/12 11:43
수정 아이콘
(수정됨) 시대가 바뀌었으니 사회통념도 당연히 변하는 게 맞는데 기업들이 주장하는(혹은 주장하고 싶은) 사회통념은 여전히 70~80년대에 맞추어져 있죠(...) 그런 애매모호한 회색지대를 최대한 사리에 걸맞게 좁혔네요. 훌륭한 판결인 것 같습니다.
글로벌비즈니스센
23/05/12 11:56
수정 아이콘
현대차에서 이직하신 분들 이야기 들어보면 사원/대리랑 과장 기점으로 달라지는 게 많더군요. 그래서 돈 좀 덜 받아도 50대 대리, 대리 정년퇴직(...)하는 분들도 있다 들었습니다. 과장급부터는 기본급은 확 뛰지만 노조 가입이 안된다고...
마텐자이트
23/05/12 19:05
수정 아이콘
H계열들이 그거 많이 써먹었죠. 새해초에 과장진급시키고 벌크해고...
김재규열사
23/05/12 12:50
수정 아이콘
법률에서 애매한 단어는 싹다 쳐냈으면 좋겠습니다. 사회 통념이니 감수성이니 하는 말로 자신의 주관적 판단을 포장하는 것도 이제 그만
아프로디지아
23/05/12 15:34
수정 아이콘
저는 이 케이스는 잘된 판결이라고 보기는 하는데, 법에서 그런 애매한 표현을 완전히 다 걷어내 아예 없게 하기는 어렵다고도 봅니다.
법원의 가치 판단이 개입될 수 밖에 없고 개입되어야 하는 영역들이 있습니다. 변화무쌍한 사회에서는 국회가 일일히 다 법을 만들면서 세세하게 정해 놓기 어려운데 그렇다고 해서 국회가 기준을 만들지 않았다고 법원이 재판을 안 할 순 없으니까요. 또한 국회가 이 영역은 법원이 가치판단을 해서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의도하고 일부러 의미가 넓은 개념을 집어 넣어 법을 만들기도 합니다(국회 속기록 보면 "그 워딩은 재판부가 잘 판단해서 기준을 구체화할거니 좀 애매해도 괜찮다"라고 하는 발언들도 있더라구요). 결국 선량, 사회통념, 합리성, 정당성, 공익성 같은 단어들이 들어갈 수 밖에 없죠. 다만 법관이 개별 사건에서 왜 자기가 그렇게 판단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논증해서 나중에 유형화라도 쉽게 할 수 있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동의 부분은 국회는 클리어하게 정해 놓고 딱히 법원에게 추가적으로 가치판단을 하라고 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 법원이 끼어들어서 "사회통념상 합리성" 요건을 추가해 놓은 느낌이 있었습니다. 제가 잘 모르는 분야이기는 하지만요.
김재규열사
23/05/12 16:46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대로 제 감정과는 무관하게 애매한 단어를 싹다 쳐낼 수는 없긴 하죠. 그리고 '정확한' 기준이 생겨버리면 그것만 교묘하게 지키는 선에서 나쁜 짓을 할 놈들이 발생할 수도 있고요. 근데 취업규칙 같이 이득보는 쪽과 손해보는 쪽이 명확한 것에 대해서도 사회통념을 운운하는 건 그냥 이해가 안가긴 하죠.
23/05/12 16:51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 내용에 동의합니다. 사실 일반 업무를 하면서도 느끼는 점이지만, 아무리 정교하게 규칙을 정해도 필연적으로 현실과 규칙 간에 어떤 그레이존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대법원까지 끌고 가는 소송 중에는 그 그레이존에서 발생하는 건이 많고, 그렇다면 거기서 어떤 논리에 따라 가치판단을 내리는 것이 대법원의 역할이어야 할 겁니다. ‘물증 없이 피해자의 증언만 존재하는 성범죄’도 그 중 하나일 것이고, 그러므로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찬반은 있을 수 있어도 그러한 접근 자체가 불필요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참고로 판결이 인용한 1978년 판례는 ’노동자 동의 없이 취업규칙에 정년을 포함시킨‘ 건에 관한 것입니다. 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라는 법리가 생겼는지와, 왜 대법원이 ’동의권의 남용‘으로 법리를 선회했는지를 모두 보여주는 판례라고 생각합니다.

[피고조합의 종전 취업규칙에 직원의 정년에 관한 아무런 제한규정이 없었다 해서 그 직원인 원고가 그 연령에 관계없이 무한정 피고조합에서 근무할 수 있음을 보장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는 바 … 그 정년을 위와같이 만 55세까지로 정한 것이 사회의 일반 통례에서 벗어난 불합리한 제도라고 볼 수 없는 것이므로, 위 정년제의 신설이 원고등 근로자의 기존근로조건상의 기득권을 침해하는 근로조건 변경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며, 따라서 피고조합의 위와같은 취업규칙의 변경이 위법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
꿀꽈배기
23/05/12 14:12
수정 아이콘
이게 정상인데 기업죽는다고 난리칠 언론들의 지면이 기대되는군요.
23/05/12 18:32
수정 아이콘
사실 진작 되었어야 할 게.. 한국이 경제 규모, 국력 대비 노동 환경이 정말 안 좋긴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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