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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12/29 18:22:47 |
Name |
자스민 |
Subject |
당신에게선 어떤 향기가 납니까? |
- 향기는 참 신기합니다.
페로몬은 극히 미량이어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죠. 역시, 아주 미량의 향기일지라도 한 사람에 대한 첫인상과 호불호를 결정할 수 있고,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줍니다.
예를 들어 쓰디쓴; 한약 냄새가 풍기는 사람이 버스 안에서 내 옆에 선다면, '이사람은 한의원에 다녀오나보다.. 아니면 한약을 먹나?' 란 생각이 들게되죠. 찌들은 담배냄새가 풍기는 사람이 지하철에서 옆에 앉으면, 일단 코가 먹먹해지죠. 으으 T_T. 그 사람이 장동건이라 해도 당장 일어나고 싶은 심정입니다. (참고로 전 비흡연자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외모를 가꾸면서 향기 또한 가꾸게 마련입니다. 여름에 몸에서 땀냄새가 난다 싶으면 샤워를 하고, 옷에서 담배 냄새가 난다 싶으면 세탁을 하거나 바람을 맞히고요(페브리즈도 쓰시나요?;;). 만약 글을 읽으시는 분이 여자분이시라면, 세수할 때 쓰는 클렌저 냄새와 각종 화장품의 향기, 외출 시에는 향수 냄새가 날 것이고요, 남자분이시라면, 비누 냄새, 남성용 스킨 향기, 역시 패션의 완성^^ 향수가 마무리로 첨가될 거 같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에게선 모두 다 화장품/향수가 배합된 향기가 나는게 아니잖아요. 사람에겐 누구나 자기만의 향기가 있습니다. 보통 "체취"라고 하죠.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를 떠올리신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거기서 힌트를 얻어 이 글을 씁니다--
그리고, 저는 온라인에서도 독특한 그 사람만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가 온라인에 쓰는 글이나 댓글은, 그 사람이 누리꾼들에게 차려놓는 한 음식(혹은 긴 글이라면 밥상^^)같다고 생각합니다. 길디긴 논문 분량의 글은 아니어도, 그 사람만의 특성은 피지알에 올리는 글 하나, 댓글 서너개 정도면 충분히 감이 온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다른 이들은 글을 읽으면서, 글쓴이의 주장과 논리도 알게 되지만, 글에서 풍겨나오는 글쓴이만의 특성을 느끼게 됩니다. (굳이 "느낀다"라고 표현한 것은 글쓴이의 특성을 행간이나 말투에서 느낀다는 건, 논리적 추리가 아니라, 우리가 향기를 맡듯이 "느낀다"고 생각해서입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자면, 청보랏빛 영혼님 글에선 아주 따뜻한 코코아향기가 느껴집니다. 읽으면서, 손시리게 추운 날 손에 따스한 코코아를 담은 머그잔을 쥐고 있는것 같아요. 자신의 따뜻함을 다른 사람에게까지 전달하는 것 같은 느낌이예요. 공룡님 글에선 구수~한 군고구마 향기가 느껴져요. 군고구마 파시는 분 앞에 지나갈 때면 입에 군침이 돌아서 결국 집에 사오게 되죠;; 글을 읽기 시작하면 어느새 마음이 따뜻~해 지면서 계속 읽어 내려가게 되는 중독성있는 글을 쓰십니다.
모든 사람들은, 그리고 모든 사람들의 글들은 각자의 향기, 각자만의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어느 사람 글이 더 향기롭고 덜 향기롭고를 따질 수는 없습니다. 어떤 글은 나한테 향기롭게 느껴지고, 어떤 이의 글은 너무 날카로워서 코가 맵게 느껴지기도 하고, 개인마다 느끼는 바가 다르겠죠. 다만, 많은 이들이 대체로 공감할 수 있는 큰 틀은 있게 마련입니다. 아- 이 사람 글은 읽는 사람 마음을 편하게 하는 향이 난다-라던가요.
두 분의 예를 들긴 했지만, 사실 맛깔나게, 향기롭게, 성의있게 글을 써주시는 많은 분들이 피지알에 계십니다. (저는 그만큼 잘 쓸 수도 없고, 재주도 없고 해서 열심히 읽고 댓글 다는 재미에 방문하지만요 T_T) "글" 을 만들기 위해 글쓴이가 얼마나 고민을 하는지요.... '이렇게쓸까, 저렇게쓸까, 어미를 뭘로 쓸까, 맞춤법이 틀리진 않았을까, 이렇게 의견이 전개되도 괜찮은건가...' 내 글에 답글이 달렸을 때, 얼마나 궁금한지 아시나요... '내 글맛이 어떻다고 달렸을까, 어떤 날카로운 지적이 있을까, ...' 두근두근. 그 심정은 글 써본분들은 다 공감하실거예요^^ 답글 다시는 분들 역시, 글쓴이의 노력을 알기에 대부분 성의있게 답해주시는 분들이 많으시죠.
나만 먹을 음식이 아니라(저 혼자 먹을거라면 대충 끓인 라면 하나로도 충분하죠:), 다른 이에게 음식을 차려낼 때는, 먹는 이가 이 음식의 향과 맛을 맛있게 느껴(!) 주길 원하면서 요리하고 차려냅니다. 그리고 음식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손맛이 배어나게 마련이구요^^ 글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글을 읽는 많은 사람들과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고 싶고,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을 전달하고 싶어서 정성을 담아 글을 씁니다. 그리고 그 행간에는, 글쓴이의 특성이 (저는 향기라는 표현을 썼지만, 다르게 표현할 수도 있을것 같네요^^) 한껏 배어나게 마련이구요.
한 번이라도 글을 써보셨거나, 리플을 달아보셨던 피지알 회원님들, 자신이 쓴 글이나 댓글에서 어떤 향기가 느껴지는지 되돌아 볼 수 있는 연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보다 한참 고참회원분들도 많으시고, 향기로운 글 많이 써주시고, 좋은 댓글 쓰시는 분들 많은데 왜 이런 글을 쓰냐구요? 에.....지금은 연말이잖아요^^ 2004년도 이제 이틀밖에 남지 않았답니다.
피지알이 근간의 아쉬움을 교훈으로, 앞으로도 더욱더 따스하고 맛있는 향기가 물씬 풍기는 커뮤니티로 나아갔으면 좋겠고, 온라인 상에서의 좀 더 멋지고 향기로운 각자의 모습을 만드시는데 제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글을 씁니다. 내년에도 저는 더욱 자스민같은 향이 나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 겁니다. 모든 분들이 자신을 돌아 볼 수 있는, 그래서 내년엔 좀더 멋지고 향기로운 모습의 "나"로 거듭날 수 있는 의미있는 연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서툰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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