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
2004/12/29 18:15:20 |
Name |
소년 |
Subject |
사람의 유형을 나눈다는 것 - 분류체계에 대해서 |
안녕하세요, 소년입니다 ^^
눈팅을 오랜시간 해왔는데 이제야 다섯번째 글을 남깁니다.
그야말로 지나치게 write 버튼의 무게를 무겁게 느끼는 사람 중에 하나가
저인 것 같습니다. 좀 지나치죠 ^^;
전 가끔 진지한 토론이 이곳 저곳에서 이루어지는 피지알의 모습이 너무나
좋습니다. 하지만 때로 비난의 글이 올라오기도 하고 거기에 또 흥분하시는 분이
생기곤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줄일 방법은 있겠지요.
한가지 제게 안타까운 점이 있습니다.
명백하게 근거없는 비난이나 논리의 비약인 경우에는 특별히 대응을 하지 않아도
읽는 대다수의 피지알님들이 누가 옳고 그르다는 것을 아십니다. 그렇기에 자신에게
다른 사람이 어이없는 비난을 했다고 하여도 그리고 두둔해주는 글이 없다고 하여도
스스로 위안을 삼기에 충분합니다.
하지만 그것과는 조금 다른 경우에 매우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곤 합니다.
누군가에 대해서 추측하는 글이나 경기의 뒷이야기(예를 들자면 선수들의
심리나 감독의 전략 등)를 추측하는 글을 썼을 때 비난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물론 터무니없다고 느낀다면 반박의 글을 쓰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제가 느끼는 바로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 만으로 무시하듯이 말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 답글의 빈도수가 필요이상으로 높은 것 같습니다.
조금 미묘한 부분이라서 뜬금없다고 느끼실 분도 있을 것 같기는 합니다 ^^;
한 번 읽어 보시고 서로의 생각을 전하는 것에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우리가 '꽃'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저마다 개나리, 장미, 호박꽃, 국화꽃, 진달래꽃, 이팝나무꽃, 박꽃 등 이름을 가지고 있다.
그 각각의 꽃은 또 분류되어서 장미같이 많이 찾고 알려진 꽃은 수백 수천가지의 품종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이건 BW382 장미꽃이야. 그냥 백장미라고도 부르지~" 라고 꽃을 정의했을 때 그 꽃은 기분이 어떨까? 내가 꽃이라면 기분이 어떨까? 좋지는 않을 것 같다. 나를 그냥 있는그대로 특별하게 봐줬으면 하는 마음은 보편적이지 않을까.
사람을 나눌 때도 마찬가지다. 우린 누군가를 좀더 쉽고 빠르게 더 많이 이해하기 위해서 수많은 분류체계를 쓴다. 그것은 상당히 유용하기 때문에 몇몇 분류체계들은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쓴다. 우선 '남녀'의 구별이 그렇고 '백인 흑인 동양인'의 구분이 그렇다.
그리고 좀 덜 보편적인 것으로 '소심한 사람이 한 번 화내면 무섭다' 거나 '키가 큰 사람은 싱겁기 마련이다'라거나 '무뚝뚝한 사람이 의외로 정이 많다', 'X 성씨를 가진 사람들은 고집이 세다' 'XX지역 사람들은 #$#가 심하다' 등 수많은 분류체계가 존재한다.
때로 이런 분류체계는 보편적이지 못할 경우에 '편견'이나
'고정관념'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심할 경우에는 '차별'이라는 이름으로 몰상식한 사람으로 낙인 찍힐 수도 있다.
그렇지만 다른이의 분류체계를 비난하는 사람들도 많은 말못할 분류체계들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도덕적인 척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때로 변태로 오인받기도 한다. 자신의 채 사회화되지 못한 욕구를 일상생활에서 지나치게 도덕적으로 행동하다가 보니까 그 욕구가 더욱 증폭되는 것은 '변태 되기 1,2,3' 공식의 대표적인 예이다.
분류체계는 각자 삶의 경험과 간접 경험, 주위 영향력 있는 사람들의 조언이나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때로 방송이나 교과서에서 잘못된 분류체계를 주입시키는 경우도 있다.
개개인의 가치관과 성격이 다양한 것 만큼이나 개개인의 경험도 다르다. 그래서 우리는 수많은 분류체계들을 맞닥뜨리게 되고 거기에 대해서 비난하기도 하고 조심하지 않으면 비난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비난'은 비생산적이고 마음 상하는 방법이다.
어떤 사람은 이 글을 읽으면서 '사람을 자신의 잣대로 나누지 말고 편견을 갖지 말자'고 얘기하려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을 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 생각은 그것과는 거의 정반대에 있다.
우리는 분류체계가 없이 살아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이라고 못 박을 수 있다. 분류체계는 살아가는 것에 큰 도움을 준다. 우리가 때로 누군가를 꼭 '남자'나 '여자'로 분류해야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괴롭히는 때로 있지만 그것을 포기할 수는 없다. 아무리 인권단체에서 외친다고 해서 실현될 가능성이란 없다.
우리가 누군가를 처음으로 만났을 때 그처럼 빨리 상대방을 파악하고 친해지거나 경계할 수 있는 것도 얼마나 합리적인가. 때로 제대로 된 분류체계를 갖지 못한 사람들은 편견때문에 되려 인생이 복잡해질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덕에 훨씬 능률적으로 사람을 만날 수 있고 잘 대해주고 배려해 줄 수도 있다.
예를 들자면 이렇다. 우리가 나이 서른 다섯에 시집을 못간 여성을 만났을 때 0.5초도 안되는 시간에 분류체계를 통해서 '결혼 얘기는 안꺼내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 물론 그 여성은 결혼 얘기가 상관이 없을 수도 있지만 우리는 분류체계를 통해서 그 사람에 대해서 추측하고 배려해준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지역에 대한 분류체계는 사회적으로 공론화 되면 '지역 차별' 내지는 '편견'이라며 욕을 먹기 쉽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금씩이라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짧은 시간 살아오면서 몇가지 지역에 대한 분류체계가 있는데 유용할 때가 많다.
어떤 지역의 사람들은 때로 지역 비하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 정도만 알아둬도 사람들을 배려하기 쉽다. 혹자는 "우리 지역 사람들이 언제 그랬다고 그러냐"고 할 수도 있지만 몇번 예상치 못하게 곤혹을 치룬 사람에게는 매우 합리적이고 좋은 분류체계일 것이다.
난 당진이 고향이어서인지 당진 사람들 중에 '너희 동네 후지더라' 내지는 '너희 지역 사람들은 말이 우습고 멍청한 것 같아' 라는 늬앙스의 말을 듣더라도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얘기는 못들어봤다.
나쁘다 좋다의 얘기가 아니다. 누군가를 이해하는 것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일 뿐이다.
이렇게 좋은 '분류체계'를 왜 포기해야겠는가. 되도록 서로의 분류체계를 이해하고 토론해서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좋겠다. 얌체처럼 자기는 대다수가 가지고 있는 분류체계만을 따르는 것 처럼 위장하고 다른 사람의 분류체계를 비난하지 않으면 좋겠다. 그렇게 떳떳하게 다른 사람을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는가. 되도록 이해하고 이해하지 못할 부분은 대화를 통해서 좀더 세련되게 만들어보자.
부디 아무말이나 편견이라고 몰아부치지 않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