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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12/17 17:55:18 |
Name |
총알이 모자라. |
Subject |
실리칸스 |
코모로 군도는 마다가스카르의 북쪽 끝과 모잠비크의 북쪽 해안 사이의 인도양에 흩어져
있는 4개의 화산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랑 코모로(은가지자)(Grande Comore
(Ngazidja)), 모헬리(음왈리(Moheli (Mwali)), 안주안(은주아니)(Anjouan (Ndzuani))으
로 3개의 섬이 코모로 공화국을 구성하고 있는 한편 네 번째 섬인 마이오테는 공화국도 아
닌 채 아무렇지도 않게 꿋꿋이 프랑스령으로 남아있습니다.
코모로는 육지와 하늘의 기이하고 신기한 야생동물로 유명하지는 않지만 (바람가마귀가
많은 사실과는 별도로) 바다 속의 쥬라기 공원 같은 것으로는 유명합니다. 1938년에 한 현
지 박물관 큐레이터가 현지인의 낚시바구니에서 실라칸스(중생대 어류의 일종, 실러캔스,
실라칸스 coelacanth)를 발견한 것이었습니다. 날개 같은 지느러미와 연골성의 골격으로
된 이 선사시대의 '화석'어류는 7천만년전에 멸종한 것으로 여겨졌으며 어느 학자에 따르
면 이 어류의 발견은 살아있는 공룡을 발견한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믿을 수 없는 것은 현
지인들이 수년동안 이 '멸종된' 실라칸스(또는 곰베사스)를 잡아서 튀겨먹었다는 것입니
다. 실라칸스의 살코기는 맛이 없고, 그렇다고 달리 쓰임새가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
나마 거칠고 무거운 비늘이 타이어 튜브를 닦는 데 쓰일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코모로의
어부들은 예전부터 이따금 이 이름 모를 물고기를 잡으면 재수가 없다면서 그냥 버렸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멸종이 되었다 어쨌다 말하지만 실리칸스는 코모르의 바닷가에서 평범한 물고기
로 살아갈 뿐이었습니다. 코모로의 원주민들에게도 실리칸스는 평범한 쓸모 없는 물고기
였을 뿐입니다. 그런데 머나먼 이국에서 날아온 이른바 학자들에게 그 물고기의 발견은 대
단한 사건이었고, 평범한 물고기 실리칸스는 일약 살아있는 역사로 대접을 받게 되었습니
다. 학자들의 성화에 못이겨 그곳의 어부들은 수심 2~300미터에서 낚시로 백여마리의 실
리칸스를 잡아 올렸습니다. 실리칸스에게는 상당히 귀찮고 생명의 위협을 받는 사건이었
을 겁니다. 만일 학자들이 수심 2~300미터까지 들어가 실리칸스를 관찰할 방법이 있었다
면 그렇게까지 괴롭지는 않을 테지만 말입니다. 발견이 있은 지 수 십 년이 지난 1987년 1
월17일에 독일(당시 서독) 막스플랑크연구소의 해양생물학자이자 기록사진작가인 한스
프리케가 그랜드 코모로섬 서쪽 180m 지점에서 잠수정을 타고 내려가, 물 속 168m에서
실리칸스 2마리가 바위 틈에서 서식하고 있는 모습을 낱낱이 찍은 것이 처음으로 실리칸
스를 살아있는 모습 그대로 관찰한 것이니 그동안 실리칸스는 꽤나 귀찮았을 듯 합니다.
죽어있는 실리칸스를 보고 그것을 연구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렇다
고 심해에 사는 물고기를 억지로 얕은 곳으로 끌어 낼 수도 없으니 학자들의 입장도 이해
가 가기는 하지만 학자들이 실리칸스를 연구 대상이 아닌 살아있는 생명으로 생각했는지
는 개인적으로 의문입니다. 학자들에게 실리칸스가 귀중하고 소중한 존재인 것은 확실하
지만 그것이 실리칸스에게 좋은 일은 아니라는 거죠. 차라리 쓸모 없는 물고기라고 신경
도 쓰지않는 원주민들이 실리칸스의 입장에서는 더 반가운 존재일 겁니다.
사람은 누구나 어떤 관심사를 가지게 되면 그것에 많은 열정을 가지게 됩니다. 그러나 그
런 관심이 지나칠 때는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자신이야 그것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좋아
한다고 하지만 실리칸스에게는 달갑지 않은 것처럼 말입니다.
소중한 물건일수록 먼저 망가진다고 합니다. 때론 한발 물러서 바라보는 것이 아끼는 현명
한 방법일 때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갑자기 생각이 나서 쓰려니 좀 어수선하네요^^
아무튼 과학적 호기심을 위해 희생된 백여마리의 실리칸스에게 위로를 보냅니다. 참고로
이제는 연구 목적으로도 실리칸스는 못잡습니다^^
결론은 가장 좋아하는 옷이 가장 먼저 헤진다 라는 겁니다....음..실리칸스와는 상관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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