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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12/16 18:43:47
Name 네오크로우
Subject 이별이란것이 별거 아니군요...
그다지 슬프지도 않고... 그렇게 아프지도 않고 .. 더더욱 뭐 눈물같은건 나지도 않고.
오히려 무언가 짐을 덜어낸듯한 기분도 조금은 들고..

그녀를 사랑한다고 습관적으로 되뇌던 것이 결국은 스스로에게 그녀를 사랑하도록
최면을 건것일까요? 사랑했던것은 정말 맞는데 왜 이별을 맞닥뜨리니 이렇게 무덤덤
한것일까요..?



그녀를 만난것은 무더운 올해8월 경이었습니다. 나이 서른 먹고 처음으로 제대로 시작한
연애였죠. 이전에는 그다지 여자친구나 애인을 만들고자 하는 마음도 크지않았고 일하기
바뻤기에 기회도 없었습니다.

이렇게저렇게 해서 그녀를 알게되었습니다. 무척 상처가 많은 그녀였고 섣불리 그 상처
를 감싸안는다는건 어찌보면 주제넘은 짓이라 생각하며 그저 항상 저의 밝은 모습을
보여주며.. 이렇게 밝게 평안히 사는 내 삶으로 한발씩 들여오기를 바랬죠.

그녀의 상처중에 한부분은 지난 사랑에 대한것이었습니다. 공공연히 그녀는 저와 있을
때도 지난 인연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고 저는 묵묵히 내색 않고 들어주었죠.
언젠간 잊을꺼라 언젠간 모두 지우고 나에게 마음을 굳힐꺼라 여겼습니다.

사정상 떨어져있는 시간이 많았기에 저와 사귄다는 그 사실만으론 옛사랑을 덮어버리기엔
많이 부족하단걸 알았고 그렇기에 늘 곁에 있어주지 못하는게 너무 미안했습니다.

사귀는 동안 집에도 놀러왔었고 부모님과 같이 식사도 하며 제 주위친구들과의 만남도
가지면서 제 주위에서는 전부 환영 분위기 였죠. 평생 연애 못할듯한 녀석이 여자친구
라고 소개를 했으니까요.

근 며칠 그녀의 행동이 이상했습니다. 연락이 적어지고.. 절 귀찮게 여기는듯하고..
어제 새벽 전화가 왔더군요. 화내지 않는 다는 조건을 붙히며 할 얘기가 있다면서.....

그저께 지난 옛사랑에게 전화를해 새벽1시가 넘어 택시를 타고 그 사람 집앞까지
찾아갔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곤 다시 시작하면 안되겠냐고.. 다시 시작하자고..

그러나 그 남자는 정중히 거절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 말을 들으며 무덤덤히 그냥
별 말없이 듣기만 했습니다. 행여 그 사람이 받아들였으면 난 어떻게 되는거냐고
물어보니 딱히 대답을 못하더군요.

전화를 끊고.. 몇시간 고심끝에  그녀에게 이별을 고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절 덜 사랑하는게 아니라 그 사람을 더 사랑하는것이기에 원망섞인
말들은 하지 않은채.. 건조한 어투로 이별을 고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통신수단인 전화로 하지는 못했습니다. 말로는 이별을 고할 용기가 없더
군요.  그녀는 그리고 별 다른 연락이 없습니다. 하긴 어쩌면 우리는 이러한 끝을 일찌
감치 예감하고 있었고.. 어쩌면 저의 이런 이별통고를 기다렸을지도 모르죠..


인연이 아니었기에.. 이렇게 된것이라고 쉽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네요.
서툴기만한 제 연애방식에 많이 힘들었을 그녀한테 미안한 마음도 조금은 듭니다.


휴... 이제 한동안 잊고 살았던 제 자신에 대해 생각하며 살아가야 겠습니다.


보통은 이별뒤엔 술이 생각나고 진탕 취한채 며칠을 괴로워 하는데.. 왜 술생각도
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전 그녀를 많이 사랑하지 않았나 봅니다.

그래서 아쉬움이 많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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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덩어리^^v
04/12/16 18:54
수정 아이콘
굉장히 조심스럽네요. 하지만 잘 결정 하신 것 같아요.. 힘내세요, 더 좋은 인연 만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깡민꿈☆탐험
04/12/16 19:25
수정 아이콘
네오크로우님, 힘내세요. 윗님말씀대로 더 좋은 인연 만나세요 ^-^ 하지만 저는 좀 허전한 느낌이 들던데... 뭐 어쨌든... 많이 웃길 바랍니다^-^
04/12/16 19:49
수정 아이콘
그 여자분 참 솔직하군요... 당당히 옛사랑 이야기도 꺼내고(남들은 감추느라 정신 없을텐데)... 그래도 진실된 만남을 가지신 게 참 부럽네요...
술푼기대
04/12/16 20:04
수정 아이콘
주제넘게 저보다 연장자이신 분께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할지...

고작 26년이라는 짧은 시간을 살아오면서 몇번의 연애를 거친끝에 느낀것은...

사랑은 혼자하는게 아니라는 겁니다.

혼자하는 사랑이 얼마나 소모적인 것인지 뼈저리게 느낀적이 있어서...

결정은 잘하신 듯합니다.

그렇게 현재의 연인을 만나면서도 옛 연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옛사랑을 다시 만날 생각을 하는....여성과는,

결론적으로 소모적인 만남밖에 할 수가 없을 겁니다...

사랑은 소모가 아닌 시너지를 만들어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어린 녀석이 별 소릴 다하는 군요;

시간이 지날수록 아마 아쉬움이 크게 느껴질 겁니다.

힘드시건, 한가하시건 말이죠...

그 시간들을, 잘 견뎌내시길 빕니다.
Flyagain
04/12/16 20:10
수정 아이콘
더 좋은 인연이 있으실 거에요.. 힘내세요 ^^
대략난감
04/12/16 20:20
수정 아이콘
인연이란게 헤어짐이 있으면 시작이 있고 시작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게 인연....
네오크로우
04/12/16 20:35
수정 아이콘
따뜻한 말씀 하나 하나 ..참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술푼기대님... 나이만 먹었지 연애는... -_- 고등학생들 보다 못하는게 저입니다. 좋으신 말씀 감사드립니다..^^;;
04/12/16 22:16
수정 아이콘
흔한 말이지만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죠. 서투르고 잘 모르기에 시행착오가 많으니까요. 기운내시고 다음번에는 보다 더 좋은 사랑을 하시길 바랍니다.
마음속의빛
04/12/17 00:28
수정 아이콘
영화같은... 깊은 사랑이 찾아오기를 바랄께요. 해피엔딩의 영화같은 사랑이 당신에게 함께 하기를...
youreinme
04/12/17 01:07
수정 아이콘
요즘엔, 남의 아픔이 남의 일 같지가 않습니다. 세상살이가 힘들어서 그런가 봅니다.
네오크로우님, 다음 사랑을 위한 단계라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힘내시기 바랍니다.
04/12/17 02:15
수정 아이콘
먼저 제 사견이 절대적이지 않다라는것을 전제하에 말씀을 드리자면...
지금까지 제가 겪어왔고 지켜왔던 바로는 여성들은 이성들에게 과거에 어느 남자와 어찌했다라는말을 할 수 있는 대상이 2가지 경우라 보는데 하나는 그 대상이 정말 부담 없는 친구일 때, 다른 하나는 실수일 때라고 생각합니다. 예외의 경우가 절대 “없다”라곤 못하겠지만... 감히 2가지의 경우가 있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남성도 비슷하겠지만……. 남성의 경우는 과거 누구와 사귀었다가 자신의 화려한 경력(?)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있어서요.)
‘앞으로 좋은 인연이 네오크로우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라는 말씀도 드리고 싶지만... 다른 분들이 이미 먼저 적어주셨고 저는 이번일이 네오크로우님이 좀더 성숙해 지는 발판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이별에 관한 것들을 알 수 있어야만 다음번의 사랑을 더 잘할 수 있을꺼란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그 여자 분이 생각이 않나 신다 했지만 그 여성분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시간에서 네오크로우님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갈 것입니다. 그때에도 지금처럼 의연한 태도 보이신다면 네오크로우님이 성숙해지신거란 생각이 듭니다.
힘내십시오!!!
[S&F]-Lions71
04/12/17 09:39
수정 아이콘
좋게 말하자면 성숙한 의식을 가진 분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늙은 거지요 ㅡ.,ㅡ
저도 첫사랑땐 많이 울었었는데
서른 넘어서 헤어진 인연은 힘들지 않게 정리했습니다.
덜 사랑했던 것도 아니고
열정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이고 사고가 깊고 넓어진 만큼 성숙해져서 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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