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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12/11 13:27:34 |
Name |
마요네즈 |
Subject |
어느 날.. -_- |
깊은 잠에 빠졌던 어느 날.. 부시시하게 일어나서 시계를 보니..........
약속시간이 20분 밖에 안남았다..
그래서 세수도 제대로 안하고.. 옷은 멋대로 차려입고.. 뛰쳐나가서.. 택시를 탔다.
근데 택시기사가.. 참 젊은 분이었다.. 그것도 지금까지 내가 만난 기사들 중 최고일정도로.. 이상한 취미 일수도 있지만.. 나는 택시기사랑 대화하는걸 참 좋아한다. 세상 돌아가는 별별 얘기를 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택시를 조금 많이 선호하는 편이다. 가끔 불친절한 기사가 모는 택시도 있긴 하지만.. 대체로 기사분들이 친절해서 참 좋다..
그런데 그 남자는 자기가 스타크래프트 팬이란다.
자신도 한때는 게임에 미쳤었다면서.. 임요환을 좋아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이렇게 말했다.
임요환은 이제 한 물 갔다고.. 나도 박서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 하나지만.. 요새는 더 잘 하는 게이머들이 많지 않냐고..
그러자 그 기사분이 나보고.. 나는 최희섭이 날고 기고, 김병현이 날고 기더라도.. 박찬호가 최고라고.. 나에게 있어서 메이저리거는 박찬호 뿐이라고.. 그러면서.. 아무리 신인들에게 뒤쳐지고 지더라도 박서는 나에게 최고의 프로게이머라고..
그러는 도중..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한 10분 정도 늦었지만. 어떻게 어떻게 잘 해결이 되었다.
근데 마침 생각해보니 그날이 임요환 선수 경기가 있는 날이었다..
영웅과의 프리미어리그 마지막 경기..
사실 나는 약속때문에 전날 에버 스타리그 결승전도 못봤었다.. 꼭 보고 싶었던 경기였긴 한데.. 시간이 안되더라.. 그리고 마음 한켠으론 당연히 우브가 이기겠지라고 생각하면서.. 나중에 결과나 나오면 봐야겠다. 이런 생각을 한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날도.. 약속때문에 박서 경기는 못봤다.
나는 예전엔 박서가 싫었다.. 내가 좋아하는 저그들은 모조리 임요환의 마메에 녹아나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윤열이란 괴물이 나오고.. 최연성이라는 더 괴물이 나오면서.. 임요환에게 조금씩 마음이 끌리기 시작했다.
왜 그런건진 아직도 알 수 없지만. 전성기 이후의 박서의 경기엔 그 전엔 내가 전혀 느낄 수 없었던 재미가 보였고.. 감동이 보였다.
안타까움일 수도 있을것 같다. 내가 그토록 지기를 바랬던 선수가.. 이제는 예전의 그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자주 져버리니깐.. 화가 났는지도 모른다.
집에 돌아와서 프리미어리그 결과를 봤다.. 결과는 임요환 패..
흠.. 나도 모르게.. 역시.. 졌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나는 임요환 선수를 열렬히 사랑하는 다른 사람들처럼 임요환이라는 선수 하나에 희로애락할 일은 없을 듯하다..
하지만.. 임요환이라는 선수가 꾸준히 리그에 얼굴을 보여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유는 딱히 없다..
그건 단지 임요환이기 때문이지 않겠나 싶다..
더욱 웃긴건 요즘엔 나다에게도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거다..
다음번엔 나다를 좋아하는 택시운전기사를 만났으면 좋겠다..
하하하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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