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4/12/05 00:02:18
Name 난폭토끼
Subject [亂兎]그리움, 그리고 시간이 흐른뒤…
안녕하세요, 난토입니다.(_ _)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기말에 한꺼번 레포트 쓰기' 신공을 펼치다가 이도저도 안되서 걍 꺼버렸답니다.



잠시 mbc에서 하는 드라마를 봤지요. 김민선氏와 봉준구...( ^^)a는 아니고 그 봉氏 연기자가 노래를 부르는걸 봤습니다.

몇소절 밖엔 안나왔지만 노래가 참 좋더군요. 개인적으로 그 연기자 봉...-_-;; 어쨌든 그 사람도 호감을 갖고 보고 있었고...

노래방이었는데, 화면에선 어디서 많이 본듯한 살짝 느끼한 얼굴이 나오고...

임재범氏 더군요.

집에 쳐박아둔 Memories CD를 꺼내봤습니다. 열심히 '누구나 한번쯤은 자기만의...' 가사를 찾아봤지요. '비상' 이란 노래더군요.

뭐, 임재범氏는 역시 다르더라는... 노래도 참 괜찮은데, 임재범氏의 보컬이야 뭐, 말할 필요가 없으니^^

오랜만에 그 사람의 노래를 쭈욱 들어봤습니다.

뭐랄까요, 어린시절 그의 음색에 반해 그저 듣던때와는 다른 느낌이 들더군요.

그러고 보니 제 mp3에 들어있는 음악외엔 참 오랫동안 음악도 듣지 못하고, 에픽하이와 DD를 제외하곤 음반도 사지않고 지냈더군요.

몇번의 이사를 하는동안 잃어버린 꽤많은 cd들... 그래도 남은게 한 100장은 될텐데...저혼자 덩그러니 방 한 구석에 있는걸 보니 마음이 싸~ 했습니다.



그러다가, 요즘은 어떤 음반들이 나왔는가 해서 벅스에 가봤습니다.

이곳저곳 둘러보다가 '시대별 음악' 이란 캐터고리가 있더군요. 아무 생각 없이 클릭해 봤습니다.

연대별로 유행(?)했던 노래들을 조금씩 나열해 뒀더군요.

뭐에 홀린것 마냥 1990~2000년까지 쭈욱 클릭해 보았습니다.

벌써부터 어른인양 가요를 듣기 시작했던 국민학교 고학년시절,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사랑이야기 주인공인것처럼 나의 풋사랑과 이별노래에 가슴아파했던 중학교 시절,

어른흉내 내며 이제는 '정말' 어른이 되었다 생각하던 고교시절,

온몸으로 세상을 살았던 20대 초반, 그녀를 만나고, 사랑하고, 슬퍼하던 시절,

그리고 이제는 '정말 내가 어리구나...' 란 생각을 하게된 요즘까지...

그간 저와 함께하던 노래들이 영화필름처럼, 뮤직비디오처럼 스쳐가더군요...



지금은 다시 임재범님의 노래를 듣고 있습니다.

Have I told you lately가 나오는군요.

보고싶습니다, 너무도 그립습니다.

함께하던 사람들,

나를 사랑했던 사람들,

내가 상처 주었던 사람들,

말하고 싶습니다. 나 여기 있다고, 나 아직 당신들을 추억한다고, 미안하다고, 사랑했다고...



아직 지나간 세월을 돌아볼만큼 많은 시간을 보내온 사람도 아닌데,

벌써부터 지나온 시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찡합니다.

015B의 '세월의 흔적 다 버리고' 가 나왔을때가 문득 떠오르네요.

성당앞을 항상 지키던 마리아상 같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순백의 캔버스 같던 아이, 수녀가 꿈이라며 대입 시험을 치르는 언니를 위해 백일기도를 하던 아이, 그 아이의 유일한 잘못이라곤 저를 만난것 뿐이었습니다...

언젠가 사람들의 입을 통해 알아본 그 아이는 평범한 대학생이 되어서 현실속에서 현실이 되어 살고 있더군요. 마치 동화책같던, 신화속의 이야기 같던 아이가 말이죠...

그때, 참 좋아했었는데, 그 노래가 참 좋았었는데...

'난 괜찮은 척 웃을게 넌 하나도 신경쓰지마 대신 너에게 부탁할게 우리 아름답던 기억들 하나도 잊지 말고 이 세상동안만 간직하고 있어줘 모든 시간 끝나면 세월의 흔적 다 버리고 그때 그 모습으로 하늘나라에서 우리 다시 만나자 '

글쎄요...

뭐,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지금, 제 곁을 지켜주는 고마운 사람에게 만큼은,

저런 노래를 눈물 삼켜가며 듣지않게 하는것 뿐이겠죠... ^^;



오늘밤은 지나간 노래들 들으며 싸한가슴 소주나 한병 비워야 겠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4/12/05 00:32
수정 아이콘
놀랍습니다. ^^
그리고 세월의 엄청난 파워!! 힘을 새삼 느낍니다.

제가 아는 난토님은 날카롭고 시니컬하고... 예리한 분이셨지,
이렇게 감상적인 분은 전혀!!! 아니셨거든요.

크크... 삼십대가 다 되어 가시죠?
그러니까... 이렇게 감상적이 되어 가시지...
어쨌든... 글은 너무도 가슴에 와 닿습니다.

저도 노래 듣는 거 좋아하고, 좋아하는 노래 있고, 매일 같이 듣는 클래식 ㅡ 바이올린 독주곡 ㅡ 있습니다. 보통 승용차에 CD 테크가 6곡 짜리가 있고 1곡 번갈아 넎는 테크가 있는데, 저는 게을러서 6곡짜리를 설치해 놓았습니다.
1번은 바이올린 독주곡
2번은 여가수 '린애'의 2번째 CD
3번은 '엔리오 마리꼬네'의 '미션' OST
4번은 '플라이투더스카이'의 CD
5번은 이름없는 무명가수 '네임'의 '더 네임'
6번은 '에미 넴'의 CD
가 있습니다.
출퇴근할 때, 외출 할 때, 그 때 그 때 기분에 따라 듣기는 하지만, 그리고 CD 테크의 음반을 때때로 바꾸기는 하지만, 몇년 째 계속 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음반은 바이올린 독주곡과 '네임'의 음반입니다.
때로는 서태지의 신곡 음반이 차지하기도 하지요.
음악은 확실히!!... 사람의 감정을 조율하는 것 같습니다. 고속도로 운전할 때는 클래식 음반을 듣습니다, 과속을 방지해 주더군요. 확실히!!!....
기분이 우울할 때면 서태지나 에미넴, 클론의 빠른 음악을 듣습니다. 기분이 반전되는 것을 느낍니다.

난토님!!.... 여피족인줄 알았는데... 꽤나 멋진 분이시네요. ^^
난폭토끼
04/12/05 00:56
수정 아이콘
저.. 어르신...

저 아직 30이 되려면... 그래도...

꺽인지도 얼마 안됐는데-_-;;(동수군이, 저랑 얼마 차이 안난단 말입니다-_-;;)

흠흠,

어쨌든 뭐...

p.p님께서 에미넴과 서태지를 듣는다는것에 더 큰 경이로움을 표하고 싶은건 왜일까요-_-;;
난폭토끼
04/12/05 00:57
수정 아이콘
흐음...

그나저나,

소주가 점점 달게 느껴지는 날이 많아지는건,

음... 경계해야할 일이겠지요?
술푼기대
04/12/05 01:04
수정 아이콘
저도 지금 우럭 회에 소주 한잔하고 있습니다만...;

언젠나 님께서 이젠 자게에 가지 않는 다고 말씀하시다가,

이렇게 님의 닉네임으로 본 글을 보니 반갑네요^^

저도 이제 내년이면 27살...님하고 비슷한 세대인가요?

이 글을 보고...제 생각과 너무나 비슷하다는 생각을 가집니다.

자주 와 주세요^^
비롱투유
04/12/05 01:35
수정 아이콘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술이나 한잔 하고프네요. ^^..
오늘은 비까지 주룩주룩 내리고 ....... 소주 한잔 하고픈.. ㅠ.ㅠ
Elecviva
04/12/05 02:19
수정 아이콘
헉;; 난토님..;;
저 오늘 '비상'만 노래 한참 들으며 싸이배경까지 비상으로 했답니다.
노래 정말 참 좋죠?? 간결한 가사임에도 임재범이 부르니 정말 감동이구요..


그리고..

지나간 사람들에게 내 안으로 말하지 않기 위해,
항상 사람들에게는 최선을 다하고 살려고 노력합니다.

그래도 너무나 보고 싶고 그리운 지인들이 생각나 꿈에서 울어버렸지 뭡니까..

난폭님의 글을 제가 썼다고 하더라도 전 이상하지 않게 받아들일 하루랍니다.
그녀는~★
04/12/05 03:21
수정 아이콘
저기..저 문장..너무 로맨틱하군요...
난토님 꽤나..로맨틱하신분이시네요..아니신줄 알았는데..^^
좋은글 읽고 갑니다
구경만1년
04/12/05 03:59
수정 아이콘
p.p님 말씀에 백번 동감합니다요 난토님께서 이런글을 올리실줄이야 ^^;
아무도 절 모르시겠지만 제가 눈여겨 뵜던 분들은 많이 있는데 그중에 난토님도 계셨더랬죠 ^^; 예전에는 난토님의 날카로운 의견들이 조금 버겁(?)기도 했었지만. 요즘과 비교해서는 진정 비판이란것은 그 사물이든 대상이든 상당한 지식과 애정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안된다는 난토님의 옛(?)기억이 떠오르면서 현재의 조금은 아쉬운 피지알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자객같은 이미지의 난토님의 날카로운 비판글 분석글 다시 보고싶다는 생각은 비단 저만의 생각이 아닐듯 합니다 ^^
이렇게라도 다시 예전의 주옥같은 글들을 남기시던 분들의 현재모습을 많이 볼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xxxxVIPERxxxx
04/12/05 05:37
수정 아이콘
난폭토끼/ 저 괜찮으시다면 이 글 좀 퍼갔음 하는데...꼭 보여주고싶은 친구가 있어서요....출처는 꼭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rookie-
04/12/05 07:23
수정 아이콘
저는 p.p//님 cd changer에 FTTS가 들어가 있다는 사실이 더욱 놀라운... -_-;
요즘 이승환과 휘성의 새 음반을 사서 차에서 듣고 있는데 기대가 커서 그런지 2% 아쉬운 감이 있네요.
Nell을 사지 못한 게 못내 아쉬운 -rookie-... ㅠ.ㅠ
Elecviva
04/12/05 10:14
수정 아이콘
rookie님//이승환의 음반이면 충분히 만족하셔야죠~ 흐흣..
8번트랙에서 13번트랙까지 쭉 좋은 노래 있지 않습니까 ^_~?
04/12/05 11:04
수정 아이콘
난폭토끼님의 글은 시니컬하면서도 예리하다.. 본인도 그렇게 느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도를 지나쳐 버릇없어 보일때도 있었습니다. 그것만 조심해주신다면야..
안전제일
04/12/05 11:52
수정 아이콘
솔직히...신기해요!라고 느꼈습니다만...그렇게 쓴다면 실례가 되겠지요.^^;으하하하-
역시 사람은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보여주고 보고싶은 모습만 보게되나 봅니다.
조금만 달리 볼수 있다면 최소한 사람사이의 갈등은 절반이하로 줄어들텐데..(이건 뭔소리냐.--;;)

얼결에 꽂힌 넬의 메이저 2집을 듣고 있습니다.(그냥 2집이 아니라더군요.)
그전에는 이승환씨 8집과 서태지씨 앨범(7집인가요?) 그것보다 전에는 green day의 정체를 알수 없는 앨범(몇번째 앨범인가...보다는 산앨범과 안산앨범으로 구분하여 안산앨범을 찾아서 샀던...--;;)
뭐 이렇게 잡스럽게 듣지요. 사실 그나마 잘 듣지 못하지만...먼산-
연말이 되니 이래저래 허전한가 봅니다..많은 분들이요. 저도 그렇구요.
이것도 병인데...쓰읍-
난폭토끼
04/12/05 12:14
수정 아이콘
흐음-_-;;

그간, 다들 절 어떻게 보시고들-_-;;

거 참... 순박한 토끼가슴에 거 다들...-_-;;

저 나름대로 감성적으로 사는...

흠...

근데 이 얘길 동생놈들한테 했더니 다들 '피식' 하는군요...

에잇, 쓰읍....~_~
세이시로
04/12/05 15:23
수정 아이콘
^^ 임재범님 노래 정말 좋죠... 올해 그가 첫 콘서트를 한다기에 딱히 갈 사람도 없지만 너무 가고 싶어서 결국 혼자 갔던 생각이 나네요...^^;
임재범님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이 사람은 '인생'을 아는 노래를 부른다는 느낌이 정말 강하게 들더라구요. 후훗.
세이시로
04/12/05 15:24
수정 아이콘
정말 겨울이라 그런지 하루하루가 감상적인 날들이네요.
난폭토끼님도 여기 계신 모든 분들도 좋은 음악과 함께 따뜻한 겨울 보내시길...^^
04/12/05 23:16
수정 아이콘
좀 자주 도가 지나치긴 했었지요.
04/12/07 19:41
수정 아이콘
푸헐 난토님 굿~_~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9474 Xellos...난.. [4] 김기욱3107 04/12/06 3107 0
9472 내가 이 맛에 스타 본다니까 [26] 어딘데4510 04/12/06 4510 0
9471 사람의 성격은 진정 고칠 수 없는 것일까요...? [9] EzMura3383 04/12/06 3383 0
9470 OTL프로토스..ㅠ.ㅠ 당신이 필요해요... [30] swflying4179 04/12/05 4179 0
9469 하아.. 인터넷이 이런곳인가 [16] 히꾸임3980 04/12/05 3980 0
9467 XellOs.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29] 김민수4043 04/12/05 4043 0
9466 스타리그 주간 MVP (12월 첫째주) [100] nting4106 04/12/05 4106 0
9465 또 하나의 기록이 주인을 바꿨습니다. [24] 눈시울5578 04/12/05 5578 0
9464 그 플레이어 들이 강한가? [14] 하늘 사랑3535 04/12/05 3535 0
9463 마치 예전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오늘 프리미어리그 이야기) [50] 산적4246 04/12/05 4246 0
9462 다음 시즌 챌린지 리그 정말 기대됩니다...; [29] 술푼기대3992 04/12/05 3992 0
9461 이제 다시는 파포게시판은 안가기로 했습니다.. [53] EzMura5733 04/12/05 5733 0
9460 조형근 선수의 미칠듯한 FORCE [13] TheZtp_Might4449 04/12/05 4449 0
9459 듀얼, 드디어......(경기 결과 있음) [9] kama4302 04/12/05 4302 0
9458 얼마만입니까....얼마만이예요..이게..(스포일러) [17] 안전제일4110 04/12/05 4110 0
9457 사랑은.. [7] sureun3151 04/12/05 3151 0
9455 [Z v T] 3해처리 힘싸움 체제 리플레이 [3] 아트오브니자2893 04/12/05 2893 0
9454 전태규선수가 까페에 올린글입니다. [27] 영웅토스리치7477 04/12/05 7477 0
9453 임요환 대 박정석 마지막에 웃는자는 과연 누구일 것인가? [22] 낭만메카닉5834 04/12/05 5834 0
9452 K-1 2004 월드 그랑프리! [24] kama4941 04/12/05 4941 0
9451 [亂兎]그리움, 그리고 시간이 흐른뒤… [18] 난폭토끼3365 04/12/05 3365 0
9447 박성준(PLUS)선수의 대 저그전 [20] 은빛영혼5264 04/12/04 5264 0
9446 빠? 까? [17] 비롱투유3439 04/12/04 3439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