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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11/30 11:40:34 |
Name |
총알이 모자라. |
Subject |
선배.. |
선배는 같은 직장 혹은 같은 학교를 먼저 들어오거나 경험한 사람들을 말합니다.
제가 대학을 들어갔을 때, 저는 선후배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선배 형들의 도움
도 많이 받았고, 즐거운 일과 힘든 일들도 함께 했었습니다. 거의 점심은 선배들의 호의로
해결한 기억이 납니다. 후배들이 들어왔을 때에는 선배들에게 받은 만큼 돌려주려고 나름
대로 설치고 다닌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후배들이 부담스러웠을 듯...
학교를 마치고 사회에 나섰을 때 나는 개인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미숙했지만 열심
히 노력하면 무언가 이룰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 둘 어
려움이 닥치고 힘들어 지면서 가장 그리운 것이 선배라는 존재였습니다.
내가 지금 겪고있는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한 선배들의 조언이나 내가 앞으로 맞이하게
될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주고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선배가 말입니다. 그때 참으로
외로웠던 기억이 납니다. 주위에 나와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이 없던 관계로 나에게 호의
를 가지고 있어도 별 도움을 주지 못해 안타까워하던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개인사업을 접고(망했죠..ㅠㅠ) 큰 목장에 들어갔습니다. 그곳에서 좋은 수의사님을 만나
게 되었습니다. 그분은 저에게 기본적인 지식은 물론 실습까지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습
니다. 나름대로 노력한 덕분인지는 몰라도 3달쯤 지나자 한사람의 몫은 하게 되었습니다.
성격이 꼬장꼬장하고 외곬수적인 면이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전 그분을 저의 선배님이라
고 생각했습니다.
작년에 지금의 직장에 들어오게 되었을 때 건설업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저로서는 참으로
난감한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그때마다 내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신 분이
이 회사의 이사님이었습니다. 건설회사 경력만 20년이 넘는 분이니 그 경험이야 두말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단지 그분의 조언을 얻기 위해서는 나는 열심히 준비를 해야만 했습니
다. 한가지를 물어보기 위해 이것저것 자료를 찾아 나름대로 이해하려 노력한 다음 내가
이해한 것이 맞는지를 질문했습니다. 한동안 욕 무진장 먹었습니다. 기분도 나쁘고, 아니
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해가 됩니다. 어설프게 처리한 서류 한 장에 몇 년 전
일을 아직도 끝내지 못한 일이 비일비재했으니까. 무엇을 처리 할 때마다 확실하지 않은
것은 언제나 두 번 세 번 고민하고 생각하고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것을 체득하게 되
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스스로 만족할 수준은 되지 못했지만 그래도 조금은 한사람 몫을
해나가는 것 같아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물론 이사님께 감사한 마음으로 말입니다.
선배란 그런 존재인 것입니다. 나이가 많다고 혹은 먼저 들어왔다고 선배가 되는 것이 아
니라, 자신의 부족한 면을 느끼게 될 때 그것을 챙겨주는 것이 바로 선배의 몫이라는 겁니
다.
수의사님과 이사님은 두분 다 저에겐 든든한 선배님들이십니다.
요새는 나이 때문인지 가끔은 시간이 좀 더 지나면 나도 누군가의 든든한 선배가 되어줄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제 후배가 될 사람에게 이런 말도 해주
고 싶습니다.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하고 도움을 받아야 한다면 혹은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고자 한다면
그것을 경험하기 위해 그들이 치른 대가를 한번은 생각해보자. 그들도 나와 비슷한 고민
을 하고 비슷한 어려움 속에서 살아 왔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이 어렵게 얻은 것을 나에게
아무 조건 없이 줄 수도 있다. 그러니 도움을 청하기 전에 최소한의 예의와 준비는 해야한
다.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먹는 것처럼 생각해서는 진짜 필요한 핵심은 쏙 빠져버리는
수가 많으니까 말이다. 그 핵심은 바로 너에 대한 애정이라는 것이다. 주고 받는 거래관계
가 될 것인지 돈독한 우정을 만들어 갈지는 너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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