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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11/25 21:18:36
Name 번뇌선생
Subject 본격 e-sports 로망 활극 "내 꿈이 하늘을 나를 때" - 제 16 화 2초 빠른 4드론
제 16 화   2초 빠른 4드론


  경기시작과 동시에 장내에는 묘한 긴장이 돌았다. 주훈 감독은 이번에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심정으로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인우 역시 눈을 뗴고 있지 않았지만 그것은 스크린이 아니라 임요환의 얼굴이었다.

  이미 예상했지만 장내가 술렁거리고 있었다. 태근이의 드론을 더 이상 늘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4드론. 주훈 감독은 좋아서 춤을 출뻔 했다. 저 네 마리의 드론이 어서어서 미네랄을 캐서 스포닝을 만들고 저글링이 나와 임요환의 본진으로 뛰어갔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딱 좋았다.

  인우는 주감독과 임요환의 얼굴을 번갈아 살폈다. 역시 주감독은 좋은 표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무표정이었다. 하지만 무표정한 얼굴을 엷게 뒤덮고 있는 희색을 인우는 읽을 수 있었다. 임요환 역시 무표정이었다. 하지만 그 무표정위에도 어떤 감정이 엷게 뒤 덮혀 있었다. 그것 역시 희색이었으면 좋았겠지만 그것은 어떤 떫떠름함이었다.

  임요환의 빠른 정찰이 시작 되었다. SCV는 다행이 9시 쪽으로 흘렀다. 그런 면에서는 태근이의 운때가 더 좋았다. 오버로드는 12시로 유유히 흐르고 있었으니까. 인우는 첫 SCV가 출발하는 때 이미 그의 전략을 눈치 채고 있었다. 8배럭이다. 지금 나올 SCV가 배럭을 지을 것이다.

  사실, 임요환의 표정을 보았을 때 인우는 8배럭을 예상했었다. 주훈의 다그침이 확신을 주었고 경기에 임하니 느껴 졌다. 저것은 두말할 나위 없는 8배럭이다. 저그가 나올줄은 몰랐겠지만 임요환의 8배럭은 묘한 타이밍을 가진다. 어느 종족을 상대로라도 강력하다. 그러나 태근이의 4드론 역시 강력하다.

  그러나 순간, 어쩌면 아무도 몰랐을지도 모르지만, 인우는 느꼈다. 임요환의 배럭타이밍이 늦은 걸 말이다. 분명 미네랄 200이상을 넘기고야 배럭에 들어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프로게이머들은 초를 재며 승부를 한다. 이러한 극초반의 전략들은 일 이초를 다툰다. 임요환이 실수 했다고는 믿을 수 없었다. 저것은 엄밀히 8배럭이 아니다. 임요환은 9번째 SCV를 눌렀을 것이다. 그러나 취소하고 다시 배럭을 지은 것이다. 아니면 배럭을 지을 SCV가 저렇게 늦게 위치에 가 있을 리가 없다. 인우는 직감했다. 저것은 8배럭을 지시한 감독에 대한 보이지 않는 항명이었고 또한 프로로서 가지는 자존심이었다. 그는 아마츄어를 상대로, 그것도 한빛의 인봉이랑 비슷한 나이의 저 꼬마를 상대로 이러한 올인성 필살기를 써야한다는 사실이 자못 부끄러운 것이다. 상대가 태근이가 아니라 박성준이나 홍진호였다고 하더라도 8배럭을 준비한 임요환이 9번째 SCV를 눌렀을까.

  인우는 예전에 태근이에게 4드론을 당한 적이 있었다. 인우는 초 단위의 타이밍을 정확히 재고 있었다. 분명 4드론의 타이밍이 아니었지만 저글링이 난입해 들어왔다. 마치 패치전의 스포닝풀 150때와 비슷한 타이밍이었다. 분명 지금 계산으로는 8배럭이 아니라 4배럭이란 것이 있다 하더라도 막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임요환은 늦었다. 인우는 가슴이 끓어 올랐다. 흥분 때문인지 아니면 아까 남은 술을 원샷했기 떄문인지 알 수 없었다.

  2분여가 흐르고 임요환의 배럭이 막 완성될 타이밍이었다. 장내는 거짓말처럼 조용해 졌다. 태근이의 2초 빠른 4드론 저글링이 뛰기 시작했다. 레퀴엠의 러시 거리는 매우 가깝다. 저글링이 난입하는 순간 마린은 나오지 않는다.

  태근은 당연하다는 듯 입구에 지어놓은 배럭은 처다도 보지 않고 SCV쪽으로 저글링을 달렸다. 두기의 SCV가 순식간에 죽어서야 SCV들이 도망 쳤다. 마린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예상보다 마린은 조금 더 늦었다. 임요환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졌다. 그의 입이 서서히 벌어 졌다. 집중하면 생기는 버릇이다. 주훈감독의 얼굴이 잿빛으로 변해 갔다. 분명 자신이 지시한 그것이 아니었다.

  임요환의 컨트롤은 황홀했다. 갓 나온 마린을 학익진으로 보호하며 저글링을 막았다. 여섯마리가 다섯마리로 줄었다. SCV도 네마리로 줄었다. 마린은 두기 정도가 더 나올 것이다. 인우는 미니맵을 보았다. 5기의 점이 달리고 있었다. 5기? 인우는 태근이 타이밍을 놓쳐 한번에 세기의 라바를 변태시키고 또 컨트롤 실수로 그 중 5기의 저글링만을 보냈다고 생각 했다. 그러나 그러기엔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다. 라바 세기가 나올 시간도 아니었다.

  임요환의 SCV가 앞에서 저글링을 커버 하며 뒤로 빠지고 마린 역시 다음 마린을 기다리며 뒤로 빠졌다. 그때 미니맵의 다섯개 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두기의 저글링과 세기의 드론이었다. 사람들은 ‘아!’ 하고 탄성을 내 질렀다. 듣도 보도 못한 저그의 치즈러시 였다. 그러나 임요환은 두기의 SCV로 드론을 상대하며 마린을 지켰다. 태근은 살아 있던 5기의 저글링으로 곧바로 배럭에서 나온 두번째 마린을 공격 했다. 저글링 한기와 마린 한기가 동시에 사라 졌다. 도망가는 마린을 잡기위해 입구로 들어온 저글링 두마리가 따라 붙었다. 네기의 저글링인 남은 SCV2기를 둘러 쌌다. 마린 한기와 SCV2기의 결사의 항전. 이미 승부는 갈렸다. 한기의 마린을 감싸고 있는 2기의 SCV. SCV를 싸고 있는 저글링과 그 뒤에서 1의 사정거리로 공격하는 드론.

'GG'
삐빅.

  화면에는 커맨드에서 갓나온 SCV가 보였다. 그러나 경기는 끝났다. 태근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두손을 치켜 들며 환호성을 외쳤다. 임요환의 GG와 동시에 터져나오는 팬들의 탄성은 태근의 환호와 더불어 더 큰 환호로 바뀌었다. 주훈 감독의 얼굴은 잿빛에서 죽을 빛으로 바뀌었다. 선글라스가 없었으면 큰일 날 뻔 했다.

  무엇보다 기쁜 것은 인우 였다. 인우는 GG가 나오는 순간 까지 긴장을 풀 수 없었다. 이제 겨우 중3의 막내를 내보내며 양심의 가책을 느꼈었다.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막내에게 중책을 떠 넘긴 것이 죄스러웠다. 하지만 저 순진무구한 아이는 어떤 부담도 느끼지 않고 오직 자신의 영웅을 이기겠다는 일념 하나로 2초가 빠른 4드론을 완성했다. 위치운까지 태근을 따라 주었다. 남은 팀원들과 인우는 와락 끌어 안았다.

  태근은 상황파악도 못하고 임요환에게로 뛰어 갔다. 그리고 악수를 청했다. 한술 더 떠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어 사진 한판만 찍자고 부탁하여 사진 까지 찍었다. 거절 할만도 한데 임요환은 웃는 얼굴로 대해 주었다. 인우는 물끄러미 그 모습을 바라 보았다. 비록 경기에는 졌지만 임요환의 지금 얼굴이 경기전 보다 더 임요환 다웠다. 차라리 그를 그대로 두었더라면 포기했을지도 모르겠는데. 인우는 생각 했다. 이번 게임은 선수가 진것이 아니라 감독으로서 자신이 이긴 것이 라고.

  “행님! 행님! 내 하는 거 봤지요! 봤지요!”
  “봤다! 봤다! 대빠이 잘하드라!”
  “그렇지요! 그렇지요! 내가 우주에서 4드론 제일 잘한 다니까!”
  “그래 맞다! 니가 우주에서 4드론 제일 잘한다!”

  주위의 시선은 아랑 곳 하지 않고 태근은 뛸듯이 기뻐 했다. 인우 역시 기뻐했다. 점잖은 형근은 웃으며 등을 도닥여 주었고 상식이는 음료수를 따다가 먹여 주었다.

  “태근아.”
  “예.”
  “니가 오늘 우리를 살렸다.”
  “하모. 당연하지요!”
  “그래! 니가 오늘 MVP야!”
  “당근빤쓰지요! 히히!”
  “행님이 니 오늘 묵고 싶은 거 다 사주께!”
  “진짜요! 오예! 아, 맞다! 행님 왜 내만 뺴놓고 사발면 묵었는데요!”
  “아...미안 그거는..어, 잠깐..근데 맞다. 니 어떻게 이래 일찍 왔어?”
  “예? 아..그거는..”
  “니 일마 똑바로 말해. 동수는? 동수는 어떻게 했어?”
  “아...그거..”
  “니 혹시?”
  “지금 데리다 주고 오께요!”
  “일마야! 어디가는데! 형근아 빨랑 가봐라!”
  “예.”

  승리의 기쁨도 잠시, 태근이는 부리나케 피씨방을 쫓아 나갔다. 인우는 얼른 형근이를 따라가게 했다.

  “일마 이거는 믿을수가 없다니깐.”

  “요환이 너. 어떻게 된거야.”
  “......”
  “내가 무리한 거 시켰니?”
  “....죄송합니다.”
  “지니까 좋니? 지니까 좋아?”
  “....”

  주훈 감독은 임요환을 쳐다보지 않았다. 요환역시 감독을 쳐다보지 못했다. 둘은 나란히 앉아 있었지만 서로를 쳐다보지 않았다.

  “내 실수 였나 보다. 차라리 용욱이를 보낼 것을.”
  “죄송합니다. 하지만....”
  “됐다. 그만해라. 내 잘못이다.”

  T1의 진영에는 묘한 불협화음이 울렸다. 주훈 감독은 슬슬 약이 오르기 시작했다. 다시금 다음경기 팀플을 위해 진영을 짰다. 그러나 신이 나지 않았다. 조규남 감독의 충고가 떠올랐다. 확실한 이무기 였다.

  “행님. 진짜 이기 실 생각 입니까?”
  “어. 아까 까지는 생각 없었는데 이제는 이길 생각이다.”
  “진짜요?”
  “그래. 주훈 감돗한테 된통 당하나 싶었는데...... 프로는 프로인가 보다. 그 자존심과 욕심이 우리를 이기게 해 준거다.”
  “다음 경기는 어쩌실 건데요?”
  “어쩌긴 우리 시나리오 있잖아. 니랑 형근이랑 나가서 마음대로 하고 온나.”
  “예.”
  “져도 좋고 이겨도 좋다. 니가 하고싶은 게임 하고 온나.”
  “마무리는 행님만 믿겠습니다.”
  “그래 마무리는 내만 믿어라.”

  숨을 헐떡 거리며 형근이가 돌아 왔다.

  “아이고 대라.”
  “우째 됐드노?”
  “말도 마세요. 태근이 일마가 동수를 지하 만화방에 놔두 놓고 올라 온거 아닙니까.”
  “뭐라꼬? 하이고, 돌겠다.”
  “동수 완전히 잠에 떨어진 거 둘이 택시 태워가 보냈어요.”
  “잘했다. 얼른 준비해가 나가라.”
  “예.”
  “부담 없이 하고 싶은 대로 해라.”
  “진짜지요?”
  “그래 임마. 마무리는 행님이 알아서 하께.”
  “걱정 안합니더. 킥킥.”

  상식이와 형근이가 키보드와 마우스를 챙겼다. 여러가지 변수가 그들에게 승리의 발판을 마련해 주고 있었다. 인우는 다시금 승기를 느낄 수 있었다.

  ‘다시오고 있다. 운이 우리에게로 오고 있다.’

  둘을 바라보며 인우는 이미 마지막 판을 기다리고 있었다.


*p.s : 요새 WOW에 미쳐서 거의 폐인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도 저를 WOW의 소굴에서 빼낼려고 친구들이 아우성입니다. 사실 뭐 제가 없으면 팀플 멤버가 모자라니깐 그렇겠지만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ㅠㅠ
하지만 WOW 너무 재미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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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r눈팅경력20년
04/11/25 21:44
수정 아이콘
아니.. 번뇌선생님!! 이거 너무 기쁜데요 ㅠ0ㅠ 두편이나...
pgr눈팅경력20년
04/11/25 21:53
수정 아이콘
그런데..어떻게 2초빠르게 나온거지요?
춤추는소년
04/11/25 21:54
수정 아이콘
우주에서 4드론 제일잘한다에서 전율이 쫘악~돋네요..저만그런가..^^
재한이-_-
04/11/25 22:09
수정 아이콘
이 소설 너무재밌죠 ~ 번뇌선생님 화이팅!! 하시고...
고정독자 하나 늘었으니까 연재속도도 높여 주세요^^
04/11/25 22:50
수정 아이콘
음.. 앞부분에 '박용욱은 오지 않았다.' 뭐.. 이런 부분이 있었던 것 같은데 제가 잘못 본건가요 ^ㅅ^);;
아케미
04/11/25 23:29
수정 아이콘
정리하고 나니 개운하네요. 이제 앞으로 또 며칠을 기다려야…T_T
번뇌선생
04/11/25 23:38
수정 아이콘
아..설마..
04/11/26 00:21
수정 아이콘
실제로 2초나 빠른 4드론을 할려면 어케 해야 할까....드론 나누고 만들어진 드론을 바로 미네랄로 보내도록 지정하고.. 음.. 우쨌튼.. 일단 한경기를 끝까지 다 보여줘서 넘 고마버요..^^;; 중간에 끊기면 악몽이 될듯..ㅋ
영웅의물량
04/11/26 18:54
수정 아이콘
음.. 2초 빨리할려면 드론 4기를 미네랄에 붙여서 가만히 놔두는게 아니라
젤 가까운 3개의 미네랄에 4기의 드론을 일일이 컨트롤해서 최고 효율적인 자원채취를 해야겠네요.
뭐, 형근이의 '임요환용 빌드'가 궁금하긴 했습니다만^^
보통보다 2초빠른, 보통이 1분51초였던가요-_-? 그럼 1분40초대네요-_-;
4드론~ 어느정도 발상의 전환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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