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용도 없으면서 쓸데없이 깁니다. 미리 경고^^;
작년 여름, 우연히 튼 TV에서 그들의 경기를 보게 된 지도 벌써 1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저는 무엇 하나에 쉽게 빠지고, 또 한 번 빠지면 그것에 대해서 줄줄 꿸 수 있을 때까지 매달리지만, 그 애정이 너무 빨리 식는 편입니다. 그래서 제가 1년 넘게 애정을 가지고 있는 관심사는 매우 적습니다. 사실 스타리그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게 웬일이랍니까.
2003년 8월 30일, 띄엄띄엄 본 제게도 감동적이었던 KTFever 프로리그 결승전이 있었지요. 비에 젖은 선수들과 관중들을 보고 코끝이 찡해져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읽고 싶은 마음에 온게임넷 게시판으로 갔습니다. 커뮤니티가 그곳밖에 없는 줄 알았죠 뭐-_-; 간간이 좋은 글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욕설이 난무하는 그곳을 보며 이쪽도 별 수 없는가 싶었습니다.
여기서 그쳤다면 스타리그에 대한 제 애정은 1년을 채우지 못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제 마음속에는 "그래도 어딘가에는 정말 괜찮은 곳이 있을 거야"라는 한 가닥 희망이 남아 있었습니다.
2003년 11월 9일, 강민 선수의 아쉬운 패배와 고개를 푹 숙인 모습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컴퓨터에게 화풀이하고자 주종 아닌 프로토스로 컴퓨터에게 리버 드랍을 시도했다가 깔끔하게 깨진 뒤-_-; 위로 글이라도 쓸까 해서 인터넷 검색으로 강민동 홈페이지를 찾았습니다. 글을 하나 쓰고 나니 조금 후련해지더군요.
홈페이지를 나오려던 중 북마크가 눈에 띄었습니다. 호기심에 들어가 보니…
https://pgrer.net../
첫 화면이 뜨자마자 글 제목들에서 풍기는 편안한 분위기. 저는 "바로 여기다!" 싶었습니다.
가장 먼저 구미가 당긴 것은 역시 추천게시판. 당시 맨 위의 글은 킬리범님의 '덤벼라, 세상아! - 프로게이머의 꿈이 뭐가 나쁜가?'와 성준모님의 '프로게이머가 암울한 직업이었던가?'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다 읽고 나서 ijett님의 따뜻한 카툰도 보고, 자유게시판의 글도 많이 읽었습니다. 점점 이곳이 좋아지더군요. 그러나 결정타는, 지금은 많이 희화화되었지만 제게는 변함없이 가장 감명깊었던 글로 남아 있는 항즐이님의 '걱정 마, 이리 와, 내 꿈에 태워줄게.' 읽고 나서 주저 없이 가입을 눌렀습니다.
두 달의 유예기간. 그 동안 자유게시판은 한 번 리셋되었고, 프리미어리그와 관련된 불미스러운 사건과 낭만드랍쉽님의 연말 투표도 있었습니다. 한 마디 쓰고 싶어 얼마나 애가 탔던지… 그러니 2004년 1월 19일, 제가 얼마나 기뻐했을지 다들 짐작하시겠지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메가웹에 다녀왔던 그 날, 집에 오자마자 접속해 보니 구석에 생긴 WRITE.
그리고 지금까지입니다. DC 스타크래프트 갤러리와 충돌이 일어나면서 안타까운 일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 결국에는 운영진 분들의 긴 공백기간이 생겼고, 어떤 회원들은 변해버린 이곳의 모습에 질려 떠나버리기도 했습니다. 언젠가부터 늘어나기 시작한 무서운 댓글러시에 저도 한숨만 푹푹 쉴 때도 있었구요.
그러나 이제는 다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떠나셨던 좋은 분들이 조금씩 돌아오심과 함께 새로 오신 분들이 멋진 글 많이 써주시고, 그에 따라 추천게시판도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아쉬운 소모적 논쟁이 종종 보이기는 하지만 말이죠.
공지사항을 보면 "10대는 이곳에 안 왔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제가 다른 건 다 지켜도 이건 영영 못 지킬 것 같은데^^; 아무튼 이곳은 그만큼 중독성이 있습니다. 뭐 어느 커뮤니티든 마찬가지겠지만, 글 하나 쓰면 달리는 댓글이 궁금해 하루 몇 번이고 들여다보게 되고, 심심찮게 올라오는 멋진 글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게다가 이곳은 드물게 자정능력이 뛰어난 대형 커뮤니티지요. 그래서인지 PgR에 오면 배울 것도 많고 반성할 것도 많고 친해지고 싶은 분도 무지 많습니다. ^^ 그러니 공지사항을 당당히 어기고! 계속 오는 것이겠지요.
지금은 이곳에서 이름을 볼 수 없는 분이 제게 물으셨습니다. "아직도 애정을 가지고 계시는 거예요?" 저는 물론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가식 투성이라고 해도 좋고, 남는 것이라곤 아픔밖에 없는 다툼에 머리 아파도 좋습니다. 저는 이곳, PgR21에 이미 중독됐으니까요.
이곳에서 오래 지내신 분들은 겨우 1년 가지고 호들갑을 떤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스타리그와 PgR과 함께한 저의 1년은 참 짧고도 길었습니다. 그리고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직 부족한 글 실력에도 불구하고 이런 글을 쓰는 거구요.
그러나 1년으로 끝낼 생각은 개미 눈물만큼도 없습니다. 2005년, 2006년, 제가 어른이 되고 남을 때까지 11월이면 "이야~ 벌써 여기서 몇 년이냐" 하고 기분 좋게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려면 스타리그가 오래 가야겠지요…)
조금 늦었지만 서버 무사히 이전하신 것 축하드립니다. 앞으로 더욱 발전하기를 기원합니다! (실질적인 도움은 드릴 수 없지만 글만이라도;)
이 글을 읽으신 여러분 읽지 않으신 여러분, 유쾌한 하루하루 만드시길. ^^
덧1/사실 저의 영원하고도 불가능한 목표, 추게…T_T
덧2/지금 온게임넷 스타리그 3·4위전이 진행중이겠지요. 두 선수 모두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