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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11/18 16:13:17 |
Name |
nodelay |
Subject |
[후기] 이윤열의 시점에서 바라본 EVER OSL 4강전 |
이윤열의 시점에서 바라본 EVER OSL 4강전
!!경고!! 이 글은 특정인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으나 절대로 특정인과 상관없이 필자의
주관적인 의견이 120%포함된 글이므로 특정인을 비하하거나 특정인에 대한 찬양이
있을시 상당한 문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만 재미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1월 5일 금요일 새벽 4시
이윤열은 악몽에 놀라 잠을 깨고 말았다.
아까전의 꿈은 도대체 말도 안되는 꿈이었다. 잠시 놀란 기분을 가라 앉히기 위해서
찬물을 마시기로 했다. 냉장고의 문을 열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꿈속에서 이윤열은 하와이에 휴가를 갔었다. 비키니걸의 늘씬한 자태를 구경하며
와이키키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어디선가 쓸려온 파도에 몸을 맞기고
둥실둥실 바다에 떠다녔다. 하늘은 맑고 구름 한점 없었다. 태양은 빛나고, 물속으로
가라앉았지만 숨을 쉴 수 가 있었다. 바다속 물고기들과 신나게 놀다보니 어느새 해가
저물고 있었다. 윤열은 이제 물속에서 나오려는 순간, 바닥에 반짝이는 진주를
발견했다. 진주를 쥐려 바다로 내려간 순간, 모래속에 숨어있던 거대한 입이 자신을
삼키고 있었다. 거대한 조개. 이윤열은 염통이 콩만하게 되었다.
이상한 꿈이었다. 왜 하와이고, 왜 조개인가...
-11월 5일 금요일 오후 5시 T1 팀 숙소..
최연성은 숙소를 나서면서 임요환에게 말했다.
"사부 다녀올게."
임요환은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잘해라. 너라면 이걸거다."
최연성의 뒷모습을 보면서 임요환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응...나다. ...나라니까 이녀석 이젠 내 목소리도 못알아듣냐."
"#$%#!%!~~"
"응 그래 지금 출발했다...진호도 졌고, 너도 졌고...그런데 정석이가 막을 수
있을까?"
"&&^*^&*^~~!"
"어제 연습할때는 성제가 3대1로 이길때도 있었어, 그런데 용욱이가
했을때는...3대0도 나왔고...아무튼 오늘 분위기가 중요하지.."
"%$$&~!#%%%"
"그래...이따 다시 통화하자."
-11월 5일 금요일 오후 5시 30분 KTF 숙소..
박정석은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잠시 후 있을 게임은 정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하는 게임이었으니까, 질렛트때 나도현과의 게임도 생각해봤다. 마지막
5경기에서의 셔틀질럿...그런 것은 언제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돌기
시작했다. 숙소를 나서는 순간 정원에 물을 주고 있는 송병석을 바라보았다. 송병석은
박정석에게 말했다.
"쉽지는 않겠구나.."
"예...햄 이따 이기면 통닭사줘요."
"그래...이놈아 근데 연봉은 니가 더 높잖아. 니가 쏴야지."
"헤헤...이기믄 당연히 쏘죠. 다녀오겠습니다."
"오냐...짜슥"
-11월 5일 금요일 OSL 4강전 박정석 vs 최연성
온미디어 스튜디오는 이미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윤열은 변장을 하고 들어갔다.
까만 선글라스와 얼굴을 뒤덮는 마스크, 빨간모자, 이만하면 자신을 알아볼 사람이
없었다. 실제로 그랬다. 온미디어에 들어갔어도, 아무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했다.
이윤열은 약간은 묘환기분이었다...아니 묘한... 스튜디오의 오른쪽 구석으로
숨어들어 갔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대충 끼어들기 신공을
이용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이정도면...잘보이겠지.
- 제 1경기
이윤열은 초고도의 물량전을 보고 전율하지 않았다 -_-
다른 평범한 사람들은 이것을 보고 대단해를 외치고 있었을 테지만, 저런 물량전을
하루에 한 두번은 꼭하는 이윤열에게는 그리 대단하게 보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대단하게 보였던 것은 그들의 의지였다. 머큐리라는 맵은 이미 타이밍과 압박 두가지
종류의 전술만으로 게임의 유불리를 만들어낼 수 있었지만, 박정석과 최연성은
그런것은 안중에 없다는 듯이 내가 제일 잘 하는게 뭔지 알아!! 하고 외치는 듯 했다.
이윤열은 최연성의 gg를 보는 순간 어딘지 모를 안타까움과 동시에 기쁨이 느껴졌다.
- 제 2경기
2경기가 시작하려는 찰나 뒤쪽에서 누군가가 자신의 등을 두드렸다. 분홍색 자켓을
입고 주황색이 도는 안경을 쓴 여자아이였다.
"잘 안보이는데 조금만 옆으로 서주시면 안될까요?"
이쁜여자에게 약한 윤열은 어쩌지 어쩌지 어쩌지 하다가 자리를 내주고 온미디어
스튜디오를 나가버리고 말았다. 입구의 모니터에도 이미 사람들이 많기는 마찬
가지였다. 그리고 갑자기 배가 아팠다. 어쩔 수 없이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러는 와중에 2경기가 끝나고 말았다.
"..."
이윤열은 3경기를 기다렸다.
-제 3경기
최연성은 조인하기 전에 박정석을 한번 바라보았다.
박정석또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서로간의 말없는 침묵 속에서 게임은 시작되었다.
이윤열은 스튜디오 입구의 벽에 기대서서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었다. 분위기상
최연성이 이길것 같았다. 그는 분위기를 타면 정말 강하니까...아니나 다를까
불리함을 딛고 이겨버리는 그의 모습에 질리고 말았다...
-제 4경기
레퀴엠은 이윤열이 가장 싫어하는 맵이다.
이 맵의 해법은 여러가지가 나왔지만, 도무지 자신이 없었다. 박정석은 레퀴엠이
선보였던 초창기의 열띤 논쟁을 촉발했던 전략을 들고 나왔다. 질럿 푸쉬에 이은 입구
캐논....
최연성은 자리마저 6시..
이어지는 gg
-제 5경기
이윤열은 5경기를 보고 자리를 뜨지 않았다.
앉아서 조용히 생각했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
손에 쥔 조개를 꼭쥐었다.
- 11월 11일 저녁 9시 G.O숙소
서지훈은 연습중이었다. G.O의 자유스러운 분위기임에도 서지훈은 입을 다물고 게임에
집중하고 있었다. 상대방의 gg를 확인하고 시계를 바라보았다. 9시를 막 지나고 있었다.
서지훈은 잠깐 바람이나 쐬러 나가기로 했다. 대충 슬리퍼에 츄리닝 차림으로 밖으로 나섰
을때, 하늘은 까맣게 빛나고 있었다. 찬 바람에 슬쩍 미소를 띄면서 문을 닫았다.
'재밌겠군..'
속으로 중얼거린 서지훈은 다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
그리고 왜 다시 들어갔는지 궁금해하면서 다시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지훈의 이런 모습을 바라보던 조규남감독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11월 12일 새벽 1시 P&C 숙소
이재항은 이윤열을 괴롭히고 있었다.
이윤열은 상당히 괴로워 하면서 안기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기효는 그 요청을 간단히
거절하면서 하드코어 질럿 러쉬를 시도했다. 복부를 강타당한 윤열은 호흡곤란을 일으키며
쓰러지려했다. 순간 나타난 김종성이 이재항의 후두부를 강타하며 DDT를 작렬시키고 있었
다. 송호창 감독은 이들의 어이없는 프로레슬링 놀이를 보면서 호통을 쳤다.
"이녀석들~! 프로레슬러로 전업할 생각이냐!, 그리고 윤열이 괴롭히지좀 말아~!"
재항은 미안하다는 듯이 윤열의 손에 조개를 쥐어주었고, 윤열은 훌쩍이며 말했다.
"정말 아프단 말이야.."
- 11월 12일 저녁6시 온미디어 스테이션
윤열은 지난주처럼 변장을 하고 다시 이곳을 찾았다. 오늘도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
하는 것을 보고 득이 만만한 표정으로 온미디어 스테이션 구석을 찾아들어갔다. 좋은 구석
에서 자리를 잡고 경기가 시작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흠칫하며 왼쪽을 돌아보니 서지훈이었다
"윤열이형도 왔네."
짧게 내뱉은 말에 윤열은 놀라서 서지훈의 입을 틀어막으려 했다. 그러나 서지훈은 슬그머
니 피하면서 손가락에 입을 가져갔다
"쉿...조용히"
둘은 합의하에 서로를 못알아보는 척 하기로 하고는 경기를 기다렸다.
임요환과 홍진호가 등장했고, 스테이션은 웅성거렸다. 윤열은 며칠전부터 요환형에게 연락
을 취했지만 전혀 전화도 메신저도 닿지를 않았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분명 그는 지옥
에서 온 것 같은 표정으로 마우스를 세팅하고 있었다.
-11월 5일 금요일 OSL 4강전 임요환 vs 홍진호
..gg
홍진호의 gg가 모니터에 떠오르는 순간 임요환은 자원상황을 바라보았다.
아직 인구수는 32를 넘기지도 않았다.
이윤열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
서지훈은 조용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임요환의 팬들은 그의 결승진출에 기뻐하고 있었다.
망연자실한 홍진호를 바라보며 그의 팬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윤열은 밖으로 나섰다.
코엑스를 걸어나와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형은 할 수 있어?"
돌아보니 지훈이었다.
"글쎄..."
지훈은 웃으며 말했다.
"나는 할 수 있어. 단, 진호형이 아니라면 말이지"
윤열은 그말에 동감했다. 그리고 다시 까만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까맣게 빛나고 있었다.
4강의 충격때문에 잊고 있었지만, 이윤열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결승전이...연성이형이랑 요환형이네.."
"그러게...난 간다."
"으..응"
한동안 잊고 있었다. 이윤열은 하늘을 바라보면서 모든 것을 잊고 있었다.
그가 왜 게임을 했었는지, 왜 그렇게 열심히 했었는지, 그리고 왜 조개를
손에 쥐고 있는지....
지난 프리미어리그 결승전이 생각났다.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상대를 드디어
결승에서 만났을때의 기쁨이..
그리고 한가지 의문이 생겼다.
왜...
모든 프로게이머들은 그를 만나고 싶어할까?
왜 그를 이기고 싶어할까?
자신도 답을 풀려했지만, 풀 수 없었다.
그를 이겼어도 그 답은 나오지 않았었으니까..
-ps 서지훈 선수 빠른 85더군요. 실제로는 이윤열선수에게 반말을 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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