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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11/17 17:22:15 |
Name |
총알이 모자라. |
Subject |
아주 먼 곳의 목소리 |
안개가 짙은 아침이었다.
문을 나서면 보이는 커다란 포플라 나무들이 안개에 젖어 가벼이 떨고 있다.
아직 겨울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그들은 분명 춥다고 말하고 있다.
아직 파랗게 매달린 나뭇잎들 때문인가.
차라리 헐벗은 한겨울의 삭풍은 견딜 만 할 것이다.
무엇이 시작되기 전이 가장 두려운 것처럼 포플러 나무들에게도 지금이 가장 힘겨운 시기
일지도 모르겠다.
겨울을 준비하기엔 나뭇잎들의 싱그러움이 아쉽고, 싱그러움을 간직하기엔 겨울바람은 너
무 매섭다.
이젠 나뭇잎들을 모두 떨구고 뿌리와 줄기들에 영양을 모아 한겨울의 삭풍을 온몸으로 견
뎌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언제나 자연의 섭리는 서서히 준비를 하라고 말하고 있다.
한 여름의 뜨거운 햇살을 마음껏 음미했다면 그 여름의 열기를 고이 간직해 겨울을 견디
는 힘으로 만들어야 한다.
여름의 그 긴 햇볕에 취해서 다가올 겨울을 준비하지 못하는 것은 사람뿐인가 보다.
가을도 다 지쳐버리고 겨울이 문 앞에 이르러서야 게으른 감각들이 춥다고 아우성을 친다.
언제나 한결 같기만 한 것 같은 삶의 모습도 가만히 돌아보면 너무도 많은 그림자들 속에
갇혀있다.
그래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시간은 언제나 준비하라 친절히 말을 하지만 나는 안일한 모습으로 때늦은 후회에 묻혀 삶
의 지혜를 이해하지 못했다.
벽돌을 쌓아 올리듯 하나하나 준비하는 모습이야말로 삶의 지혜이며 본질이다.
아주 먼 곳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차가운 겨울이 지나면 또다시 힘차게 약동하는 계절이 올 테니 이제 준비하라고 지금부터
준비하라고...
하지만 먼 곳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보단 당장에 시린 바람을 피하는데 급급한 삶을 살
아가고 있다.
이제는...
겨울은 시작도 되지 않았지만 나는 봄을 준비해야겠다.
그것이 내 삶에 대한 예의리라...
오늘 수능을 치른 많은 분들 수고하셨습니다. 하지만 수능은 하나의 과정일뿐 입니다. 오히려 더 많은 노력과 수고를 요구하는 시절이 여러분 앞에 놓여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동안 푹쉬시더라도 자신을 스스로 단속하고 추스려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작은 준비를 하시면 좋겠습니다....쓰고 나니 건방진 느낌...--;; 어쨋든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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