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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11/15 01:00:52 |
Name |
베르커드 |
Subject |
[소설] Girl - 1화 |
이 글은 2000년~2001년 사이에 저의 선배가 작업한 단편영화를 소설화한 것입니다
본인의 허가를 받지 않고 쓴 글이라서 조금 걱정되긴 하지만(웃음) 그래도 열심히 써보고자 합니다
이 글은 제 블로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게이머랑 전혀 연관이 없는 소설이라 얼마나 많은 분들이 읽으실지;;;)
그럼 시작합니다
━
“저, 저기요. 혹시... 시간 있으시면 저와 놀이공원 같이 안 가실래요?”
나는 오늘도 공원을 거닐며 그녀에게 전해줄 말을 고르고 또 골랐다. 선글라스를 끼고, 가죽 잠바에 검은 티셔츠, 그다지 훌륭한 차림새는 아니지만 여하튼 그녀의 시선을 끌기엔 충분하리라. 항상 즐겨먹는 오렌지를 이리 던졌다 저리 던졌다 하며 여전히 그녀에게 할 말을 곱씹는다.
“어렸을 적 제 꿈은, 놀이공원에 가는 것이었어요.”
“뭐... 지금이야 얼마든지 갈 수 있지만...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죠.”
“풍선이랑 바람개비랑 들고... 정말 즐거웠어요.”
“그래서 말인데요, 저어... 시간 있으시면 저랑 놀이공원 같이 안 가실래요?”
흔하거나, 유치한 말만이 입안에 맴돈다.
너무나 한심한 내 모습에, 가지고 있던 오렌지를 껍질도 까지 않은 채 베어 물었다.
Is there anybody going to listen to my story
All about the girl who came to stay?
She's the kind of girl you want so much, it makes you sorry
Still, you don't regret a single day.
━Girl
1.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나 하나만 겨우 서서 들어갈 만한 작은 공간 속에 있었다. 그 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칠흑같은 어둠 속, 하지만 그 곳은 오히려 내게는 편안함으로 다가왔다. 여기가 어디인진 중요하지 않다. 그냥 이대로 몸을 편히 쉬고 싶다고 생각한 순간 바늘구멍같이 작은 곳에서 빛이 새어나왔다. 그곳에 눈을 대고 들여보는 순간,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거기엔 그녀가 있었다. 화사한 캐주얼 정장을 입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당연히 나는, 그녀를 주시했다. 그녀는 다소곳이 앉아 있다가 곧 일어서더니 어떤 때는 가만히 서서 날 바라보고, 어떤 때는 날 유혹하듯이 윙크를 날리고, 혼자 춤을 추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여하튼 사랑하는 누군가를 기다리다 들뜬 마음을 주체할 수 없는 듯한 그런 몸부림이었다. 그녀가 그토록 기다리는 이는 과연 누구일까, 나? 아니면?
그녀가 있는 방도, 바늘구멍을 통해 본 바로는 그렇게 넓은 방이 아니었다. 내가 지금 있는 곳보다 조금 넓은 정도랄까, 팔을 쭉 뻗다가 벽에 부딪혀서 아파하는 그녀의 모습이 있었기에 알 수 있었다. 새장에 갇힌 새처럼, 그녀는 자신을 자유롭게 할 누군가를 갈망하고 있었던 것일까?
당장이라도 나가서 구해주고 싶었다. 그녀가 기다리는 사람이 나이길 원했다. 나는 그 바늘구멍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벽을 어떻게든 뚫어보려고 애를 썼다……
2.
그러더니 어느 샌가, 갑자기 시리도록 파란 겨울 바다가 나타났다. 여긴 또 어딜까. 나는 탁 트인 모래사장에 있었다. 작은 어선들과, 수산물 가게들이 보인다. 그리고 저 너머에는 방파제가 있었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까만 여인이 있었다.
그녀의 피부색은 눈처럼 하얗게 빛나고 있었지만, 생기가 없는 창백한 빛깔이 아니었다. 이렇게 먼 곳에 있어도, 나는 그 여인이 내가 원하던 그녀임을 알 수 있었다.
나는 그곳을 향해 달려갔다. 숨이 턱밑까지 차 오르고, 다리 근육은 터질 것 같은 비명을 질러댔지만, 난 멈추지 않고 전력을 다해 달렸다.
도착한 끝엔 그녀가 서 있었다. 아담한 키에 종달새처럼 귀여운 얼굴, 찰랑찰랑한 머릿결, 이 모든 것이 그녀가 그녀임을 규정짓게 하는 요소였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비단같이 고운 머릿결을 살짝 어루만졌다. 그녀가 미소지었다. 그리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내 앞을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누구의 손길도, 숨결도 닿지 않은 나만의 공간. 이 좁다란 9평 짜리 원룸에서 나는 잠들어 있었던 것이다. 창 밖은 이미 어두컴컴했고, TV에선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TV를 보다가 깜빡 잠이 든 것 같다. 그런데 복도가 소란스럽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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