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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11/13 16:17:00 |
Name |
너를위해 |
Subject |
[첫글기념]문화 종속에 대해서 |
음 안녕하세요. 신입회원입니다.^-^
이제야 첫 글을 올리네요.
첫 글 기념으로다가 조금 거창한 제목을 써볼 까 합니다. 음 별 내용이 있을 진 모르겠지만..
어제 임진록이 있었습니다.
정말 정말 정말 정말 기대되던 임진록이었는데 생각외로 너무 허무하게 끝나버렸습니다.
2경기까지만 보고 약속이 갑자기 생겨 나가면서 느낀건데
"역시 소문난 잔치에 정녕 먹을건 없는가.."라는 생각이었습니다.모두 다 최선을 다했겠지만..아쉬움이 남는 것 자체는 부정할 수 없겠지요.
그건 그렇고,
스타가 1.02버전이던 시절부터 즐겨서 어언 5년이 넘었습니다. 물론 중간에 한 1년 반 정도 쉬었지만.. 대강 스타의 스토리;에 대해서도 잘 알고, 또 나름대로 올드유저라고도 자부하는 바이기에(실력은 묻지마세요..ㅜㅠ)스타에 대한 애정도 좀 있다고 생각은 합니다. 그때 생각으론 스타크래프트가 이 정도 위치를 차지하게 되리라곤 정말이지 상상도 못했죠. 그저 PC방가면 늘상 즐겨할 수 있는 게임 정도라고나 할까요?
스타는 이미 우리 나라에서 크나큰 업적을 이뤘습니다.
일단 우리 나라 산업 구조에 아주 미세한 영향을 미칠 정도였죠. 인터넷 카페라는, 그저 차마시면서 인터넷 서핑을 즐길 수 있는 그러한 시설조차도 생소했던 그때 그 시절(아시는 분들 좀 계실거에요), PC방이라는 새로운 업종을 탄생시켰습니다. 그 당시 PC방은 게임을 갖춰 놓을 때에 오로지 스타크래프트만 갔다 놨어도 장사가 될 정도였죠. 한시간에 2000원 받아도 기뻐하며 하던 시절이었습니다.(지금같으면 즐ㅡㅡ)
그당시가 IMF한파의 직격탄을 맞은 연후 막 우리나라가 그로기상태에서 헤메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PC방은 많은 실직자분들의 연명할 생존 수단이 되기도 했습니다. 머 지금도 그렇지만 말이죠. 또한 수많은 아르바이트생을 탄생시켜 PC방 폐인을 만들어냈으며, 갈곳없는 많은 청소년들의 잠깐의 쉼터가 되기도 했고(좋은건가..-_-) 연인들의 새로운 데이트 장소가 되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스타는 또 전문 게임 채널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죠. 온게임넷이랄지, 겜TV 랄지, 겜bc(mbcgame)랄지.. 좀 거창하게 말하면 새로운 미디어 분야의 가능성을 열어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저 세 방송국 솔직히 스타크래프트 아니면 시청률이 거의 바닥으로 떨어질 것입니다. 누가 비비빅을 보기 위해 케이블을 달겠으며, 카트최강전을 보기 위해 스카이라이프를 달겠습니까?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죠.
또한 결정적으로 우리 나라 하위 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이른바 E-sports의 탄생이죠. 드디어 게임 하나가 기업들의 참여로 스스로 자본을 창출해낼 수 있는 수준에까지 이르게 만든 것입니다. 수많은 프로게이머와 그 지망생과 관계자들, 그걸 넘어서는 그들을 후원해주는 기업에 이르기까지.. 또한 그것들을 즐기는 수십만명의 팬들.. 게임 하나가 하나의 문화 코드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이젠 이런 게임을 가지고 국가간 대항전까지 하고 있습니다. 스타 태동기부터 즐겨왔던 저는 아직도 이런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군요.
그런데,
이 모든 것이, 단지 블리자드라는 한 자본 회사와, 몇몇 사람의 프로그래머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고, 또 무섭기만 합니다. 정말 무서운 일이죠.
임진록 이야기를 왜 꺼냈느냐.. 지금껏 끊임없이 지적되어온 밸런스 문제.. 3종족 동일 밸런스의 가능성.. 스타 존속의 가능성.. 이런 것이 바로 어제 임진록과도 관련이 없었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그런 해묵은 문제들이 다시 논쟁거리로 올라오게된 도화선 역할을 한 것이 어제 경기였는지도 모릅니다.
스타를 즐기면서 정말 밸런스에 대해 수많은 사람들이 고민을 하고 있고, 또 몇몇 부분에 있어서 언밸런스한 면이 나타나곤 합니다. 근데 이런 것을 우리 손으로 전혀 해결할 수 없다는 무력한 현실. 그저 블리자드사의 "합당한 처분"만을 입벌리고 기다려야만 한다는 이런 현실이 점점 슬퍼집니다. 솔직히 사실이지 않습니까.
농구같은 스포츠를 할 때에 옆동네 미국에서 룰을 조금 바꾼다고 해서 우리 나라의 룰이 바뀌진 않습니다. 또한 우리 나라도 우리 실정에 맞게 룰을 바꿔 적용할 수 있죠. 그게 프로 스포츠의 현실입니다. 기본적인 골격은 같으되 세부 사항은 맞춰 나갈 수 있는.. 그런데 게임은 전혀 그렇지 못하죠. 블리자드에서 패치패버리면 모든 것이 끝장납니다. 강제로 모든 룰이 결정되는 것이죠.
이게 사실 게임에서만 머무르면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 솔직히 맘에 안들면 안하면 그만이거든요. 헌데 게임을 넘어 스포츠가 되고 프로가 되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어느 날 갑자기 말없이 블리자드가 마린의 체력을 120으로 올렸다고 가정해봅시다. 막말로 이날로 스타 판은 끝입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어쩌면 스타를 중심으로 한 현 E-sports의 가장 결정적인 아킬레스건이라고도 할 수 있죠.
저럴 리는 없겠으나 만일 저렇게 되면 스타가 붕괴되고 스타를 넘어서 E-sports 전체가 붕괴됩니다. 이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수십만명 이상이 공유하고 있는 문화 자체가 무너져버리는 것이고 우리 나라의 자본을 창출하던 한 부분이 무너지는 것이고, 또한 수 많은 사람들의 일자리가 위태해지는 것이며 나아가선 방송국마저 무너질 수 있습니다. 아주 크게 보면 미미하지만 어떻게 보면 커다란 파장 효과가 우려되는 것이죠.
이 모든 것이, 정녕 미국의 조그마한 한 회사와, 룰을 결정하는 몇 명의 프로그래머의 배알(--)에 달려 있다면, 정말 무서운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으십니까? 먼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시는지..
KeSPA는 이런 부분에 있어서 뭔가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게이머들의 인권 신장도 중요하고 경기 일정도 중요하고 다 중요합니다. 헌데 근본적인 판이 무너져버리면 인권 신장이고 머고 없습니다. 망하게 되면 뭔들 중요해지겠어요?
당장 12월달에 뭔가 패치가 이뤄진다는 소문이 신빙성 있게 돌고 있고 거의 기정사실화되어있습니다. 무슨 패치일 지 정확히는 아무도 모릅니다. (건물패치라는 소문이 지배적입니다만..) 예전같으면 패치를 할 때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합니다. 당연하죠. 그러나 이젠 불안합니다. 어쩌면 그들의 몇 번의 손놀림이 우리 나라 E-sports의 판도를 뒤바꿔놓을 수도 있기에..
이것이 바로 진정한 문화 종속의 한 예를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미국이라는 나라도 아니고, 미국 게임계도 아니고, 미국 게임계의 한 회사에 끌려다니는 우리 나라의 E-sports 문화라..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씁쓸하기 짝이 없습니다. 뭔가,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러다가 갑자기 스타 판이 뒤바뀌면? 제 생각은 기우인가요?
그런데 더 걱정되는건,
이렇게 글을 길게 써놨는데 알고봤더니 뒷북이면 어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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