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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11/11 15:55:37 |
Name |
번뇌선생 |
Subject |
본격 E-SPORTS 로망활극 - 제 14 화 옭아매기(1) |
제 14 화 옭아매기
“맵 바꾸시죠?”
“응? 맵을 바꾸자고?”
“헌터는 관두고 방송용 맵으로요.”
주훈 감독은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일단은 곰곰히 생각을 했다. 선글라스가 그의 흔들리는 눈빛을 가려 주어 다행이었다. 느닷없는 맵교체 제안. 함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었다.
인우는 흔들리는 주 감독의 눈빛을 보았다. 비록 짙은 선글라스가 가리고 있었지만 모두 숨길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인우는 그가 반드시 제안을 받아들이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분명히 알고 있는 6:00팀에 대한 사전 지식, 자신의 암모술수, 핸디캡을 이용한 승리.... 모든 것을 주훈 감독은 알고 있다. 그리고 첫 판에 그것을 이용하여 자신을 역습했다. 주훈 감독은 굉장히 치밀한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도 자신의 제안을 거부할 수 없으리란 확신이 있었다. 결국 최후의 순간, 프로는 프로일 수 밖에 없으니까. 팬들이 자신들을 쳐다보고 자신들의 플레이에 환호를 지르고 자신들의 눈빛, 손짓 하나에 반응하는 순간, 프로는 프로로서 살 수 밖에 없다. 자신은 아마츄어이며 주감독은 프로이다. 프로의 자존심. 그것이 그들로 하여금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무슨 맵을 사용하자는 건가?”
“맵 많지 않습니까? 기왕이면 방송용 맵으로 하자는 거지요.”
“방송용? 그럼 자네들이 불리할텐데?”
“어차피 프로랑 하는데 유리할게 뭐 있습니까? 어차피 재미로 하는 건데 보는 사람들도 그게 재밌잖아요.”
“흠.....”
어차피 어떤 제안을 하더라도 주훈 감독은 다 들어줄 생각이었다. 정인우의 간악한 사술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그것을 다 받아준 상태에서 이겨야만 진정한 프로의 승리라고 내심 여겨 왔다. 그는 정인우 측에서 마우스만 쓰라고 해도 해줄 작정 이었다. 그런데 방송 경기용 맵을 사용하자는 것은 별달리 불리할 것도 없는 것이다. 이런 제안에 장고하는 모습을 보였다가는 헛점을 드러내는 수가 있다. 주 감독은 바로 승낙을 했다.
“좋네. 원한다면 그렇게 하지. 다만 뒤에 가서 다른 말을 하기는 없기야,”
“당연하지요. 부산 싸나이 한입 가지고 두 말은 안 합니다,”
“그럼, 맵은 추첨으로 할까?”
“그래야지요. 그럼 지금 제가 빨랑 가서 만들어....”
“아니 됐어. 그쪽에서 하나 선택해.”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당연히 그래도 괜찮아야지. 인우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렇게 나와 줘야 게임하기가 수월해 진다. 천천히 프로의 자존심이란 것이 속에서 올라 온다. 그럴수록 우리가 들어갈 틈이 넓어진다. 자존심이란 것은 자기가 나올 수 있는 공간 보다 더 많은 틈을 만들고 올라온다.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리라.
“맵은 ...그거 뭐죠? 새로 나온 건데..뭐지? 야! 형근아 그거 이름 뭐고?”
“예? 뭐요?”
“그거 있잖아 팀플하는 맵 새로 나온거?”
“어떤 거요? 무슨 색인데?”
“흰색!”
“아이 인 더 스카이?”
“그래 그거! 감독님 그걸로 하시죠?”
새로운 맵을 제안하는 상대의 심중을 알아차리기는 힘들다. 하지만 별 상관은 없다. T1팀은 2라운드의 부진을 씻기 위해 절치부심 중이었다. 더군다나 3경기로 옮겨간 팀플 때문에 더욱더 이를 갈고 있던 차에 아이 인 더 스카이를 선택해 주다니.
다만 마음이 걸리는 것은 테란의 조합을 상대로 아직 시험해 보지 못했다는 것이지만 별상관이 있겠냐는 마음이었다. 자신이 너무 신경을 쓰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1경기의 상대선수는 비록 물량의 포스는 제법이었지만 결국 오리지날을 이길 수는 없었다. 어쩌면 이 아이들은 앵무새에 지나지 않는다. 프로들의 리플레이를 그대로 연습해서 써먹는다면 배틀넷에서는 값어치를 좀 할 지 모르겠지만 이런 자리에서는 어림도 없다. 뭐 그들이 프로게이머랑 경기를 할 기회가 있으리라고 상상이나 했겠냐만은.
“그렇게 하지. 많이 지체 되었으니 어서 경기를 시작하자고.”
“감사합니다.”
인우는 살짝 경기석을 지나쳐 가며 상식이의 귀에 무언가를 속닥거렸다. 상식이는 놀라는 기색없이 그저 묵묵히 알았다는 냥 눈짓만 했다. 동수에게는 그냥 어깨만 한번 툭 쳐 주었다. 동수의 입에서 술냄새가 나는 듯 했다. 동수는 그 스페샬 ‘2%부족할때’를 마우스 위에 두고 있었다. 인우가 들어 가자 그 병을 집어 두 모금 들이 켰다. 상식이는 게임보다 동수가 더 걱정이 되었다. 저러다 사고라도 치면......
“자, 그럼 새로운 맵, 아이 인 더 스카이! 시작하겠습니다. 그럼 핸디캡을 받아 볼까요.”
“저... 방심해주면 안될까요?”
“예?”
상식이의 황당한 부탁에 모두 실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방심을 해 달라니.
“아니, 그런 거 말고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봐요,”
“그럼.... 좀 봐주 시면 안돼요?”
본격적으로 사람들은 웃기 시작 했다. 본석에 앉은 주감독도 피식 웃었다. 진행자는 김성제 선수에게 마이크를 옮겼다.
“자, 상대 선수들이 방심을 하거나 좀 봐달라는 데 어떻하실래요?”
“그게 마음대로 되나요. 다른 거 말씀 해보세요.”
“그럼....어쩌지....미니맵 안보기?”
“그걸로 하죠.”
“너무 단순하데.”
5, 4, 3, 2, 1 경기시작. 맵은 아이 인 더 스카이.
프로들의 모니터는 한 귀퉁이가 청테이프로 가려 졌다. 미니맵을 보지 못한 다는 것은 경기 전반을 읽어 내는데 굉장히 힘이 든다. 그러나 그 정도의 핸디는 예상했다는 듯 프로들은 의연한 플레이로서 경기에 임했다.
“어, 잠깐, 야. 아마추어 들도 원래 저그, 플토로 한 거 아니었어?”
“맞는데,..왜 갑자기 저그 테란이지?”
웅성거림이 커지자 비로서 진행자가 이리저리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나 게임을 멈추지는 않았다. 진행자가 먼저 인우를 찾아 왓다.
“이봐, 어떻게 된거야? 저거 맞어?”
“맞는데요.”
“원래 프로토스 아니었어?”
“원래는 프로토슨데 그냥 테란으로 하지요.”
“갑자기 바꾸는 게 어딨나?”
“저쪽에서는 갑자기 선수도 바꾸는 데 우리는 종족 바꾸는 걸로 뭐 그러 십니까?”
“이 사람이..하여간 알았어.”
진행자는 주훈 감독에게로 갔다. 웅성거림이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진행자는 진행자 나름대로 똥쭐이 바싹바싹 타기 시작했다. SK텔레콤은 큰 고객중에 큰 고객인데 저 스물 남짓한 녀석 때문에 이벤트가 어그러 졌다가는 큰일이기 떄문이다. 관객의 웅성거림이 모두 자신에 대한 비난 같은 마음에 서둘러 주 감독의 의사를 물었다.
“감독님 종족을 예고 없이 바꾸겠다는 데요.”
“저쪽 에서는 뭐랍디까?”
“아..뭐..별..”
“솔직하게 말씀 하세요. 저 친구가 뭐랍디까?”
“....저쪽에서는 선수도 예고 없이 바꾸는데 우리는 종족 좀 바꿨다고 너무 그러는거 아니냐며...”
“흠..그래요..”
“경기 규정을 따라야...”
“오오!!”
“꺄아~!”
그 순간이었다. 관객석에서는 엄청난 환성이 터져 나왔다. 진행자와 얘기를 하고 있던 주감독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진행자에게 가려 프로젝터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주훈 감독은 황급히 몸을 일으켜 화면을 쳐다 보았다.
“어?”
(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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