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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11/10 23:20:37 |
Name |
번뇌선생 |
Subject |
본격 E-SPORTS 로망활극 - 제 13 화 태극권과 취권 |
제 13 화 태극권과 취권
“형근아 내려가서 그거 사온나.”
“예?”
“오늘 동수 취권한번 보자.”
“뭐라고요?”
동수가 깜짝 놀라 인우를 쳐다 보았다. 인우는 웃고 있었지만 실없어 보이지 않았다. 재차 농담이 아님을 확인한 후에야 형근은 피씨방을 쫓아 내려갔다.
“행님, 진심입니까.”
“와? 하기 싫나?”
“행님....”
“한번 보자. 오랜만에 취권한번 하자.”
“내는 책임 못집니데이.”
“책임지지마라. 행님이 책임 지께.”
동수는 의자를 끌어다 앉고는 음료수를 마셨다. 그리고 상식이를 불렀다. 두 팀플의 멤버에게 6:00 팀의 향방이 달렸다고 인우는 생각했다. 비록 전경기를 패배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당연한 결과 였다. 자기들은 어디까지나 구색을 맞추기 위한 아마츄어들에 불과하고 그들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아무리 많아도 결국 모두 임요환이 최연성이 김성제가 이기길 바라지 자신들이 이기길 바라지는 않는 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들이 진정으로 승리한다면 얘기는 다르다. 진짜로 그들이 프로팀을 이긴다면 사람들은 일거에 그들에게 환호를 지를 것이다. 인우는 첫 경기의 패배를 이용해 이번 판에 반드시 공기를 자기들 쪽으로 끌어오겠다고 결심했다. 지더라도 2:3. 그것이 전략이었다. 첫 번째 팀플을 노리지 않으면 두 번째 팀플에서는 이미 프로들이 채비를 갖추고 나온다. 그때는 인우가 두 명이라도 이기기 힘들다. 승부는 지금 걸어야 한다고 인우는 다시 한번 이를 악물었다.
“행님, 사왔십니다.”
“오야 보자.”
형근이가 내민 까만 봉지에는 팩소주가 하나 들어 있었다. 안주도 없이 달랑 하나만 들어 있었다. 인우는 그것을 몰래 꺼내어 자신이 마신 ‘2%부족할때’ 조그만 팻트병에 부었다. 딱 들어 갔다. 남은 팩은 다시 까만 봉지에 둘둘 싸서 형근에게 건네 주었다. 형근은 또 그것을 몰래 어딘가로 들고 갔다.
“증거 안 남게 잘 처리해라이.”
“예.”
“참, 얘들이 가도 술파는 거 보면 우리나라도 아직 멀었다. 동수 일로와.”
동수는 마지못해 인우에게로 갔다. 인우는 그 음료수 펫트를 동수에게 건넸다.
“아나.”
“......”
“아나. 얼른 받아라.‘
“....”
“와? 하기 싫나? 하지 말래?”
“행님....”
“니 하기 싫으면 안하는 거다. 하기싫으면 말해라.”
“행님.... 반칙 아입니까.”
“돌았나 임마. 술먹고 오락하는게 왜 반칙인데. 약물복용한것 도 아닌데. 그라고 술먹고 게임하면 상대방이 오히려 더 좋아하지.”
“그런데, 왜 몰래 묵으라 캅니까.”
“당근이지 자식아. 니는 미성년자 잖아.”
“....알겠습니다. 그러면 해 보께요.”
“아나. 얼른 받아라.”
동수는 인우로 부터 그 음료를 건네 받고는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는 아무렇지도 안은 표정으로 들이 켰다. 그 쓴 소주를 안주도 없이 삼킬려면 눈이라도 찌푸릴만 한데 미동도 않고 반쯤을 단숨에 들이 켰다.
“약발 좀 받나?”
“예. 행님. 미칠 것 같습니다.”
“오케이 좋아!”
동수는 인우 다음으로 실력을 갖춘 팀원이었다. 성격이 말이 없고 차분하며 잔꾀를 싫어하고 우직하며 힘있게 하는 플레이를 좋아했다. 경기운영이나 물량전은 타의 추종을 불허 했지만 이상하리만치 타이밍을 재지 않거나 컨트롤에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동수는 포톤러시나 벙커링 4드론등의 극초반의 허를 찌르는 전략은 모두 얍삽이라고 생각했다. 전쟁게임이란 오직 막강한 자원을 바탕으로한 불꽃튀는 힘싸움과 물량이며 상대방을 압도할 수만 있다면 컨트롤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는 주의 였다.
이런 나쁜 버릇을 인우는 무던히 고쳐보려 애를 썼는데도 불가항력이었다. 천성이 황소같은 고집이 있는 녀석이라 남의 말을 듣지 않았다. 다만 그러한 물량전 만으로도 배틀넷 상에서 적수가 없었으므로 인우는 그냥 두기로 했다.
그런데 웃긴 것이 어느 날 아이들과 함께 술을 먹었던 것이었다. 동수는 나이도 어린 게 술을 좀 잘 먹는 것이 아니었다. 딴 아이들은 반주로 한잔씩 입만 대고도 얼굴이 발그레 한데, 동수는 달랐다. 혼자서 한 병을 먹고도 끄떡 없었다. 그런데 이 녀석이, 술을 먹자 갑자기 배틀넷에 접속했다. 그러더니 온갖 잔재주를 피우기 시작하는데, 4드론 5드론 6드론 성큰 러시 포톤러시 치즈러시 벙커링등 평소 굉장히 싫어 했던 전략들을 마구 사용했다. 놀라운 것은 컨트롤이었다. 소주를 한병이나 먹은 놈이 배넷실전에서 마린 한기로 러커를 잡고 마인으로 비비기를 하고...... 나중에 인우가 이것을 취권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러나 술이 깬 후 동수는 이것조차 반칙이라고 생각 했다. 그래서 술을 먹고는 게임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술만 먹으면 이내 베넷에 접속을 했다. 오늘 인우는 동수에게 금지된 기술을 스스로 사용하도록 만들었다. 오늘 6:00팀의 사활은 분명 동수의 취권에 달려 있었다. 그 다음은 상식이에게 지시를 내릴 차례 였다.
“상식아.”
“예.”
“행님이 2 대 2는 어떻게 해야 된다드노.”
“음양오향과 상성에 맞게 돌리라고 했습니다.‘
“그기 무술로 치면 뭐라 카드노.”
“태극권.”
“그래. 태극권이다이. 태극권으로 돌려라. 이연걸 태극권하는 거 봤제? 그렇게 돌려라.”
“예.”
“상대가 움직이게 해야한다. 상대가 니 뜻대로 움직이게 하면 니도 니 마음대로 하는 거다. 무슨 말인지 알겠나.”
“모르겠는데요.”
“에이.. 태극권은 글러 먹겠네. 취권만 믿어야 겠네.”
“행님. 모름지기 태극이란 음과 양의 조화를 그림으로서 나타낸 것입니다. 왼쪽이 없으면 오른 쪽도 없습니다. 위가 없으면 아래도 없지요. 움직임이 없으면 멈춤도 없고요. 팀플은 둘이서 하는 겁니다. 동수 형이 없으면 저도 없지요. 그러니까 동수형하고 상의해서 잘 하고 오께요.”
인우는 깜짝 놀랐다. 상식이의 입에서 요런 깜짝한 소리가 튀어 나오다니. 인우는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띄웠다. 힐끗 T1팀의 동태를 살폈다. 김성제와 이창훈이 나올 것이다. 그들의 표정은 변함 없다. 옳다. 저 빈틈을 뚫어 보는 거다. 저것만 뚫으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뚫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상식아. 하지만 단발에 끝내려고 하지 마라. 천천히 상대를 정신없게 돌리는 거다. 알겠제?”
“예. 잘하고 오꼐요.‘
“잘하면 안되지! 이기야지!”
“예. 이기고 오꼐요!”
이윽고 제 2경기 팀플의 서막이 올랐다. 예상대로 T1은 저그플토의 조합으로 이창훈과 김성제가 나왔다. 6:00 팀 역시 저그 플토로서 동수가 테란에서 프로토스로 바꾸고 대응 했다. 주훈 감독은 1경기의 패자가 다시 나온데 대해 적잖이 놀라운 눈치 였다.
“슬슬 꼼수가 나올건가보네. 정인우 한번 볼까.”
맵은 헌터. 상대는 저그와 플토, 6:00팀 역시 저그와 플토. 상대는 프로리그의 막강한 팀플 조합 이창훈과 김성제. 6:00팀은 그저 아마츄어 두 선수.
게다가 그 중에 한 녀석은 술기운이 서서히 올라오고 있는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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