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4/10/25 23:24:17
Name 박진호
Subject 강민 당신은 '날치'입니까?
내가 태양을 처음 본 순간을 기억합니다.
알에서 깨어나 정신없이 바닷물을 삼키며 커가던 나날들.
가슴지느러미가 강하게 꿈틀거리던 어느 날
난 참지 못하고 수면을 향해 올랐습니다.
낮아지는 수압에 온 몸을 견디지 못하고 제자리로 돌아오려던 그 때
바다 속 나의 세계를 살아있게 만드는 빛의 근원을 보았습니다.
꾸물거리는 물결 새로 따스한 빛을 아른히 느끼던 그 때
그 때부터 태양을 동경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태양에 갔다 온 다른 날치들이 있다고.
그들은 저마다 태양에 이름을 새기고 내려왔다고 말하였습니다.
boxer, garimto, grrrr.


가고 싶었습니다.
미치도록 가고 싶었습니다.
비록 그들처럼 태양에 닿지 못한다 해도
있는 힘껏 태양을 향해 날아가고 싶었습니다.


내가 수면 밖을 뛰쳐 나가던 순간을 기억합니다.
날개 지느러미가 충분히 자랐다고 느낀 그 날.
모든 걸 던지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어릴 적 그땐 수압을 못 견디고 내려와야 했었지만
이제는 모든 게 달라진걸 알았습니다.
‘할 수 있다!’


솟구쳤습니다.
온 힘을 지느러미에 쏟아내고 파닥였습니다.
태양을 향해 온 몸을 던졌습니다.


태양은.......
그 곳에 없었습니다.
물의 끝은 태양이 있는 세계가 아니었습니다.
수면 밖 또 다른 세계.


그 곳의 태양은 더 이상 따사롭지 않았습니다.
바다 속에서 느꼈던 따사로움은 물의 축복임을 알았습니다.
강렬한 빛과 뜨거움.
너무나 무서웠습니다.


그 곳에선 숨을 쉴 수가 없었습니다.
건조한 바람은 나의 비늘과 아가미를 바싹 말려 버렸습니다.
난 더 이상 날개 지느러미를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순간의 비행. 다시 바다 속으로 추락했습니다.


절망했습니다.
태양이 뜨거워서가 아니었습니다.
숨을 쉴 수 없어서가 아니었습니다.


내가 동경하던 태양이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다고 느껴버렸기 때문이었습니다.


태양에 닿았다는 날치가 다시 나타났습니다.
그는 어떤 날치보다도 태양에 가까이 다가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태양에 새겨진 모든 이름을 지우고
NADA라는 거대한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나의
형제였습니다.


다시 도전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가 해냈다면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하나 배워 나갔습니다.
가장 효과적으로 수면을 향해 올라가는 법.
수면을 통과할 때 마찰을 줄이는 법.
대기에서 날개치는 법.


그렇게 배워 나가며 내 위에 드리워지는 그림자들을 지켜봤습니다.
저들은 태양에 이름을 새긴 것이 아니다.
저들은 나보다 위에서 태양을 가리고 있는 것일 뿐이다.
태양에 가장 먼저 닿는 이는 나다.
수없이 되뇌었습니다.


그렇게 몇 번의 비행.
숨이 막히는 고통도 따가운 태양 빛도 모든 것이 익숙해지던 그 때.
난 내 위에 아무 그림자도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모두들 내가 새긴 이름을 바라보며
내가 드리운 그림자 속에서 비행하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나의 그림자는 영원할 수 없었습니다.
나의 날개는 움직일 수 있었지만
대기는 나에게 더 이상의 호흡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날치는 언제까지나 대기위에서 헤엄칠 수는 없습니다.


지금은 바다 속 입니다.
지금은 다른 이가 태양에 이름을 새기고 있습니다.
나보다 늦게 뛰어 올랐던 그는
이제껏 보지 못했던 가장 거대한 이름을 새기고 있습니다.


잠깐이지만 충분히 쉬었습니다.
숨은 충분히 모았습니다.
날개도 충분히 힘을 되찾았습니다.
이제 비행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다른이와 경쟁하며 보다 높이 비행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른 이들 보다 높은 곳에 있다며
그들에게 그림자를 드리우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토록 동경 해왔던 태양.
그 태양을 향해 날아갈 것입니다.
비록 불 타 재가 되어진다고 해도 태양을 향해 온 몸을 던질 것입니다.


날치는 언제까지나 대기에서 헤험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나는 날치가 아닙니다.

나는

Nal_rA* 입니다.


*Ra: Ra는 이집트의 태양신 이름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플레이아데스
08/07/23 11:06
수정 아이콘
멋진 글입니다. 시간이 꽤 흘렀습니다만, 가슴이 뭉클하는 감동이 그 시간에 빛바랠 수는 없겠지요.
edelweis_s
04/10/25 23:51
수정 아이콘
웃... 독특한 발상과 멋진 글솜씨... 최곱니다 bb
맑☆은☆아☆
04/10/26 00:02
수정 아이콘
오옷..... 멋진글입니다..... 날치와 날라의 유사한 어감을 이용한 ,,,,,,,,,,,,,, 헉헉... 진짜 멋진 글이네요!!!!!
swflying
04/10/26 00:07
수정 아이콘
멋지군요^^ 추게에 추천합니다^^
카이레스
04/10/26 00:13
수정 아이콘
오오....필력이 대단하시네요. Nal_Ra의 Ra에 그런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겠네요. 태양신과 날라....웬지 멋있네요^^
04/10/26 00:34
수정 아이콘
날라(날)+리치(치)인줄 알았다는......;;;
마지막 구절이 이카루스의 신화를 떠올리게 하네요.
하지만 강민선수, 추락하시면 안됩니다.
이상민
04/10/26 00:57
수정 아이콘
와우 멋진글~필력 원츄-_-b
마지막부분에 헤험->헤엄
멋진 글인데 오타가 약간 아쉬워서 지적합니다^^;;
souLflower
04/10/26 01:19
수정 아이콘
와...대단하신데요....강민선수의 아이디의 앞의 Nal...은 길드명이고...뒤에 rA는 많은 추측이 있었지만 태양신의 rA로 결론이 났었었죠...근데 정작 강민선수본인은...."뜻이 없는것에 뜻이 있다"라는 묘한 말로 자신의 아이디를 소개했던 기억이...암튼 여담은 각설하고 필력 최고십니다...^^
거울속의 남자
04/10/26 01:22
수정 아이콘
그랬군요...
저는 Nal_rA의 분노모드를 보면서, 그가 한 겨울
시커먼 하늘에 떠있는 날카롭고 차가운 초승달이라
생각해왔는데... 태양이었군요.

하아... 강민의 "꿈"의 원천은 정녕 활활 불타오르는
태양이었단 말입니까.
(저는 왜 이제서야 그걸 알았을까요. ㅠ.ㅜ)

박진호님,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이 글은 "Pgr21 문예상"감이라고 해도 과언이
절대 아니네요.

마지막 반전은 진짜... 감동입니다.
04/10/26 02:35
수정 아이콘
아.. 어쩐지 갈매기의 꿈을 떠올리게 하는 글이네요.

저에게 날라는 즐거움입니다. 이기든 지든 그가 하는 경기는 즐겁습니다.
사실 이미 날라는 날았다고 충분히 날개를 펼쳤다고 생각하지만..
조금 더 날았으면 기왕이면 건조한 대기를 떨치고 나아가 하얀 달까지 닿으면
그러면 참 좋겠습니다. 하얀 달에서 보는 지구는 참으로 파랄테지요..
04/10/26 08:52
수정 아이콘
와 멋진글입니다.
이뿌니사과
04/10/26 08:55
수정 아이콘
멋지십니다. 쓰신분도, 이런 응원글을 받는 강민선수도 +_+ 꼬옥 보았으면 합니다.
04/10/26 09:41
수정 아이콘
전 Nal_rA 의 의미를 직접 들어서 아는데, -_-;; 그다지 기대할만한 이유는 없어요......
04/10/26 10:10
수정 아이콘
Ra가 아니라 rA죠
sometimes
04/10/26 11:52
수정 아이콘
rA는 길드마스터께서 지어주셨다는...
강민 선수는 그날 처음 배틀넷에 접속해봤다는 글을 봤었네요^^
어쨌든 Ra의 의미가 더 좋네요^-^
영웅의물량
04/10/26 16:51
수정 아이콘
멋진 글이네요~^^;
근데 왜 저는 제목에서의 '날치'를 '날'라 + 리'치' 라고 생각해버렸죠-_-;

그리고 강민선수 아이디 뜻 정말 궁금한데요~?
박정석 선수 아이디는;; 유행따라 별 뜻없이 만들었다고 하시던데-_-;
04/10/26 17:31
수정 아이콘
Nal_rA의 의미는 모든 분들이 아시다시피 앞에 Nal은 날길드의 의미입니다. 그리고 뒤의 rA는 sometimes님이 말씀 하신대로 날길드 마스터
Nal_rrarI 님께서 강민 선수를 길드에 영입할때 직접 지어주신겁니다. 강민 선수는 전혀 몰랐다가 마스터형한테 직접 받고 그냥 썼다는 ^^;
이건 강민 선수랑 라리님한테 직접 들은겁니다.^^;
용잡이
04/10/26 23:43
수정 아이콘
흠..강민선수는 미워하면서도(제가 좋아하던 선수를 많이이긴던 선수라^^;;)절대 미워할수가 없는 선수였습니다..
어느센가 그선수의 경기를 보고있노라면 나도 그선수의
경기에 빠져들곤 했으니..
본문글 그냥 아무생각없이 보다고 3번이나보게되었습니다.
요즘 조금은 주춤한 그지만 언제 어디서나 그는 다시
비상하리라 믿습니다^^
정석보다강한
04/10/27 00:46
수정 아이콘
저도 날라와 리치의 퓨전에 대해 이야기한 글인줄만 알았네요 하하
엘도라도
04/10/27 12:08
수정 아이콘
외국인들 사이트에서 보면 rA를 Ra로 윗분 말씀대로 아이디의 의미를 이집트의 신처럼 생각하고 있는거 같더군요. 멋진글 잘 봤습니다.^^
강민선수 비상하리라 믿습니다.
비오는수요일
04/10/29 16:37
수정 아이콘
하아....다시 읽어도 멋지군요.
05/01/12 23:39
수정 아이콘
정말 멋진 글이네요. ...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545 '루나'맵의 중간점검 --플토선수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 [32] APT2074413 04/10/26 4413 0
8544 잘되던 스타가.... [7] 최연성같은플3204 04/10/26 3204 0
8543 나만큼 미쳐봐 - 그동안 알지 못했던 내면.. [6] SetsuNa3683 04/10/26 3683 0
8542 [잡담] 붕어빵 하나 [4] 베르커드3184 04/10/26 3184 0
8541 다시는 눈물의 코카콜라를 마시지 않으리라..EVER... [65] D.TASADAR6053 04/10/26 6053 0
8540 [PvsP]프로 대 프로전 전투시 간단한 전술 [14] 평균APM5144897 04/10/23 4897 0
8538 첫사랑을 이길 순 없다... [32] 하랑4288 04/10/26 4288 0
8537 온게임넷맵이야기+맵그림추가 [19] 信主NISSI6563 04/10/26 6563 0
8536 로템에서 플토가 테란 어떻게 이긴다지? O_Oi? [25] TheLordOfToss5575 04/10/26 5575 0
8534 프로토스 유닛 예찬 [14] lovehis6441 04/10/26 6441 0
8533 달려~! 박드베드 [7] 박지단3414 04/10/26 3414 0
8531 10월 25일 인상깊은 경기를 보았습니다. [5] 안녕맨3821 04/10/26 3821 0
8530 [TopAzbLue]스타전용구장과 관련하여... [12] TopAzbLue3269 04/10/26 3269 0
8529 스타크 팬과 특정 선수의 팬. [5] 버로우드론3395 04/10/25 3395 0
8528 우리모두~ 팀리그! 팀리그! [17] 슈퍼테란3231 04/10/25 3231 0
8527 강민 당신은 '날치'입니까? [22] 박진호5581 04/10/25 5581 0
8526 [잡담] 7패 뒤에 1승.. [4] GatsBy[CmC]3492 04/10/25 3492 0
8524 12회까지의 살떨리는 투수전!! [19] 산적3226 04/10/25 3226 0
8518 명경기가 많이 나오는 맵과 그렇지 않은 맵... [41] 저그맨4196 04/10/25 4196 0
8517 배영수 선수 대단하네요. [17] StoneCold추종자3371 04/10/25 3371 0
8516 [PUMP] 국정감사 후기 (부제: 프로게이머 임요환 선수를 아시나요?) [6] Means3693 04/10/25 3693 0
8513 'XX가 잘하긴 뭘...OO에겐 상대도 안돼' [7] Lucky_Flair3997 04/10/25 3997 0
8512 박서의 자서전에 대해 .. [43] 내꿈꾸지마5102 04/10/25 5102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