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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10/24 17:33:45
Name edelweis_s
Subject [픽션] 역전해드립니다!!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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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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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SE.1 역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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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서 오십시오~!"

                      "나야, 짜식아."

                      덩치 큰 사람은 지나가지도 못 할 것 같이 좁은 문을 연 내게 전해지는 짙은
                      담배 연기는 이제 면역이 생긴 것인지 그리 큰 거부감이 들지도 않았다. 어차
                      피 학생들은 잘 오지 않는 곳에 있는 피씨방이니, 담배 연기 쯤은 감수해야겠
                      지. 매캐한 담배 연기를 그렇게도 싫어하던 내가 이 피씨방에 자주 오는 이유
                      는 사실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자퇴를 한 친구가 이 곳에서 알바를 뛰
                      고 있다는 걸 알고부터는 왠지 이 피씨방을 자주 찾게 됐다. 돈을 적게 받는
                      것도 아닌데, 그냥 왠지...

                      "오, 중모냐."

                      "8번 자리에 앉는다."

                      나 혼자였다. 그냥 일이 있어서 밖에 나왔다가 돌아가는 길에 문득 스타 한판
                      가 하고 싶어서... 혼자 할거면서 왜 돈 주고 피씨방에 오냐고 묻는다면, 나
                      도 딱히 대답해 줄 수는 없다. 나도 왜 굳이 피씨방에 오는지 잘 모르겠으니
                      까.

                      "넌 아직도 스타냐? 언제까지 스타만 할려 그래."

                      자리에 앉으려는 나의 등 뒤로 친구녀석의 장난 어린 목소리가 들려온다. 저
                      녀석에게 그런 소리 들은지도 벌써 한참 됐지. 난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스타만큼 재밌는 건 없어."

                      "난 그거 하나도 재미 없던데 뭐가 그렇게 재밌다고 그러는 거야?"

                      그러고보니 저 녀석은 스타를 정말 못한다. 중학교 때도 내가 억지로 피씨방
                      에 끌고가서 스타를 하면, 저 녀석은 15분도 못버티고 GG를 치는 일이 다반사
                      였다. 계속 지니까 재미가 없지. 한 마디 톡 쏘아주려다가 또 삐질까봐서 억
                      지로 말을 삼켰다. 하수를 무시 하는 건 고수로서의 아량이 부족한 일일테니
                      까, 큭큭...

                      계속 궁시렁 거리는 녀석의 말을 무시하고 스타를 실행시키는데, 문득 내 눈
                      에 들어온 사람이 있었다. 입구 바로 옆에 딱 붙어 서 있어서, 들어올 때 몰
                      랐었던 모양이었는데,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실이었다. 키가 아주 작고
                      보기만 해도 빈티가 풀풀 풍기는 그 사람이 놀라웠던 것은, 그가 낯익은 얼굴
                      이었다는 점과, 그가 목에 매고 있는 넓적한 판자 때문이었다. 그 사람을 어
                      디서 봤던 지를 곰곰히 생각해보기도 전에 판자에 써 있는 큰 글귀가 내 시선
                      을 끌었다.



                      역전해드립니다!!

                      "아무리 불리한 상황이라도 역전 해 드립니다! (엘리 직전만 아니라면) 어려
                      운 상황에 저를 찾으십시오! 단 돈 1000원에 1승을 추가 시켜드립니다! 역전
                      하지 못했을 시에 요금은 지불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뭐야, 저거..."

                      글귀의 내용 때문에 휘둥그레 해졌을 눈을 다시 그의 얼굴 쪽으로 올려다보니
                      이제서야 누구인지 생각이 난다.

                      중학교 때 같은 반... '강백약'이라는 녀석이다.

                      그런데, 지금 이 피씨방에서 뭐하고 있는 짓이야? 나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카운터에 우두커니 서있는 친구 녀석에게 조심히 물어보았다.

                      "야, 쟤 뭐냐?"

                      내 물음에 녀석은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대답했다.

                      "몰라 나도. 그냥 며칠 전 부터 와서 저러고 있어. 아주 그냥 짜증난다니까."

                      "......"

                      강백약... 걔는 중학교 시절 반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던 녀석이었다. 언
                      젠가 내가 백약을 억지로 피씨방에 끌고 갔었는데 아마. 그 때 백약은 스타를
                      처음 해본다고 했다.

                      그러니까 그 떄가 중3. 고등학교 진학에 심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여느 학생
                      들과 달리, 난 하루가 멀다하고 친구들과 피씨방에 가서 스타를 했다. 그래,
                      정말로- 하루라도 스타를 하지 못하면 입 안에 가시가 돋을 것만 같았다. 집
                      에서는 부모님의 잔소리에 게임하기가 힘들었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옆 반 아이들과 3:3 팀플레이 경기를 하기로 했는데 같이 하
                      기로 했던 친구 한 명이 급한 일이라며 집으로 줄행랑 쳐 버린 것이다. 그래
                      서 인원수를 맞추려고 백약을 피씨방으로 끌고 갔었다. 백약은 집에서 동생들
                      이 기다리고 있다고, 자기는 게임 할 줄 모른다고 완강히 거부 했지만, 난 그
                      를 질질 끌고 가다시피 해서 자리에 앉혀놨다. 그렇게 해서 일단 게임은 시작
                      했는데 맙소사. 백약은 정말로 스타를 할 줄 모르고 있었다. 마우스에 손 조
                      차 올려 놓지 않고, 멀뚱하니 일꾼 4기를 쳐다보고 있는 백약의 모습은 정말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스타 한 판도 안해봤단 말인가.

                      결국 우리팀은 패배하고 말았고, 피씨방 값을 내게 된 나는 하도 분하고 어이
                      가 없어서 백약에게 불같이 화를 냈다. 그 날 이후로는 말도 안하고 지냈었는
                      데.

                      "......"

                      그 백약이 희뿌연 담배 연기가 가득 메운 피씨방에 서서, '역전해드립니다!!'
                      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니.

                      문득, 끝없는 호기심이 솟구쳤다. 나는 백약을 시험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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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술자인 '손중모'. 삼국지에 등장하는 손권의 이름과 자를 따서 만들었습니다.

                      주인공인 '강백약' 삼국지에 등장하는 강유의 이름과 자를 따서 만들었습니다.

                      비오는수요일 님이 보내주신 DVD 잘 받았습니다.

                      어서 이윤열 선수 응원글을 써야 하는데- 너무 어려워서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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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시울
04/10/24 18:06
수정 아이콘
정말 재미있을 것 같은 시작이네요. 기대하겠습니다. ^^
한번말할때천
04/10/24 18:39
수정 아이콘
호호... 기대되는군요..
04/10/25 09:45
수정 아이콘
뭔가 무지 무지 기대 대고 있는중 입니다.

그러나 저러나... 부럽습니다. 뭔가 쓸 시간이 있다는 것이... 전 요즘 쓰고 싶은 것이 있어도
못 쓰고 있는데.... "부럽"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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