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
2004/10/15 15:44:51 |
Name |
번뇌선생 |
Subject |
본격 E-SPORTS 로망활극 - 제 10 화 홀홀단신(2) |
“그래 이 녀석아. 삼촌하고 숙모가 너무 마음이 아파요. 너 어릴 적에 아버지 돌아가시고 네 어머니가 형이랑 너랑 뼈빠지게 고생하면서 키우셨는데 네가 이렇게 밖으로 나도니 삼촌이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니? 응? 삼촌은 정말 너를 잘 돌봐주고 싶은거야.”
“제 돈을 돌봐 주고 싶은 게 아니구요?”
그제야 삼촌과 숙모의 얼굴에 흠칫하는 기색이 떠올랐다. 그들의 얼굴이 잿빛이 되었다. 마치 칼라사진이 흑백사진으로 변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맞죠? 삼촌 맞죠? 돈 필요 하세요?”
“이...이..노무 자식이......”
“저 어린얘 아니거든요. 저 스무살이거든요. 내년이면 성인이에요. 그때 되면 그 돈 맘대로 안되니까 한살이라도 어렸을 때 저 돈으로 어떻게 좀 해보셔야죠. 그죠? 그래서 그러시죠?”
“야이 자식아!”
쫙 하고 살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어찌나 컸던지 부엌에 앉아서 조잘거리고 있던 아이들이 깜짝 놀랄 지경이었다. 이어서 다시 짝하는 소리가 났다. 하지만 처음 만큼 크지는 않았다. 노발대발하는 삼촌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온갖 욕을 인우를 향해 퍼 부었다. 듣다 못한 옆집에서 조용히 하라고 고함을 질렀다. 이 좁은 집은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 누구도 어찌할 바를 몰라 그저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어린아이한테 본심을 들킨 건지 아니면 놀림을 당한 건지 삼촌과 숙모는 끝까지 악을 쓰며 그 집을 나갔다. 숙모는 나가며 아이들을 무섭게 쏘아 보았다. 너희들도 당장 꺼지라고 쏘아 붙였다. 그 소리를 듣자 멍하게 앉아 있던 인우가 마루로 걸어 나왔다. 한쪽 얼굴이 시뻘겋게 부어 있었다.
“얘들 한테는 아무소리 하지 마소.”
“뭐...뭐!”
“빨리 가소. 더 얘기하기도 싫고 얼굴보기도 싫으니까 조용히 가소.”
“이 자식이 그래도...”
“빨리 가소!!”
버럭! 지른 고함에 결국 인우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하지만 고개를 돌리며 얼른 닦았다. 눈은 이미 시뻘개져 있었다. 서슬 퍼런 고함에 놀란 삼촌과 숙모는 일단은 그냥 돌아가기로 마음먹고 문을 나섰다. 그 둘이 사라지는 것을 본 인우는 다시 방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문 잠가라.”
아이들은 문을 잠그고 계속해서 마루에 앉아 있었다. 조용히 숨을 죽이며 인우의 눈치를 보았다. 닫힌 방문 저쪽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행님이 들어가봐라.”
“어? 내가?”
“그라믄 누가 들어가노!”
“인우행님 오지게 맞았는 갑드라. 얼굴이 뻘겋드라.”
“그래 말이야. 저 아저씨하고 아줌마는 뭔데..”
“빨리 들어가봐라 형아.”
“어 그래 알겠다.”
동생들의 성화에 결국 나이가 제일 많은 아이가 살며시 방문을 열었다. 방안은 불 꺼진 그대로 깜깜했다. 가늘게 눈을 뜨고 바라보니 인우가 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형아... 괜찮나.”
아무 대답이 없었다. 아이는 인우곁으로 가서 앉았다,
“형아 많이 아프제? 얼굴이 뻘겋다. 괜찮나?”
“....괜찮....”
‘괜찮다’ 차마 세 마디를 다 하지 못하고 인우는 울고 말았다. 엉엉하고 울지는 않았지만 눈물이 수도꼭지처럼 흘러나와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이는 당황하여 손으로 인우의 눈물을 닦았다.
“행님, 울지마라. 와이리 자꾸 우노.”
“흑흑..몰라 임마...”
보다 못한 나머지 세 아이도 우르르 방안으로 들어와 인우 옆으로 앉았다. 막내는 벌써 울고 있었다.
“행님, 울지마세요. 행님.”
“흑흑.... 나는 아무데도 안 갈거다...나는..나는...나는 저 사람들 울엄마 죽고 나서 처음 봤다. 삼촌도 아니고 무슨 오촌인가 그런데..흑흑..촌수도 모르겠고...친척이 저 사람들 밖에 없다 카드라..흑흑...”
“행님......”
“후견인이라고....같이 살라 카는 거를 내가 도망쳤다....흑흑..저 사람들은...우리 엄마가 내한테 주고 간 돈 밖에 모른다...흑흑..나는 절대 못준다......절대....”
결국 모여 앉은 다섯 아이는 펑펑 울고 말았다. 인우는 아이들을 꼭 끌어 안았다. 마음속으로 엄마 생각에 형 생각 까지 났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로 이렇게 울어본 건 처음이었다. 아니,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보다 더 서럽게 울고 있었다. 이제 열아홉밖에 되지 않은 아이의 가슴에 무엇이 사무쳤길래 저토록 서럽게 울 수 있을까...... 그렇게 아이들은 얼마간을 부둥켜 안고 울었다.
피씨방 안은 수많은 사람들로 꽉 들어차 있었다. 그들은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했다. 이윽고 온갖 낙서로 가득 찬 밴 한대가 건물 앞에 닿았고 희고 파란 유니폼을 입은 소년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은 순식간에 열광했다. 지나가던 한 아줌마가 근처의 학생에게 물었다.
“학생, 저 사람들이 누고? 가수가?”
“아니요. 프로게이먼데요. 에스케이 티원팀이요.”
“뭐..뭐라꼬? 아이고 내사 마 들어도 모르겠다.”
“자, 저희 뿅뿅 피씨방을 찾아 주신 여러분들께 대단히 감사 말씀 드리구요. SK T1팀과의 팬미팅을 가지겠습니다.”
여성팬들이 준비한 선물이 오가고 뭐 그저그런 질문과 대답들이 오갔다. 그러나 남자들은 또 다른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야,야, 왔다. 왔어.”
“어? 쟈들이가?‘
“그래!”
“와!”
또 다른 곳에서의 웅성거림에 T1팀과 여성팬들의 눈길이 향했다. 그곳에는 제법 옷을 잘 차려 입은 다섯명의 아이들이 아이들이 서 있었다. 조그만 중학생 부터 제법 어른스러워 보이는 청년까지 각양각색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프로게이머도 아무것도 아니었다.
“와아! 6:00 팀 화이팅!”
“어머, 쟤들이 6:00팀이야? 쟤들이 GO이긴 얘들이야?”
“몰라, 나도 처음 봐. 근데 맞나봐. 어머 어떡해!”
“쟤들 오늘 T1하고도 붙을 건가봐!”
“꺄악! 6:00 화이팅!”
인터넷의 힘인가. 이미 그들의 소문은 여러 곳에 퍼져 있었다. GO와의 경기를 관람했던 대다수의 팬들이 오늘 또 그들의 경기를 보기 위해 이곳에 진을 치고 있었던 것이다.
6:00팀의 등장에 T1의 선수도 감독도 눈빛이 유심해 졌다. 가만히 그들을 쳐다 보았다. 특히 주훈 감독은 희비가 교차하는 묘한 표정이었다.
“반갑습니다. 감독님. 뵙고 싶었습니다.” “음. 반가워요. 얘기 많이 들었어.”
“킥킥. 제 얘기 하실분은 조감독님 밖에 안 계시는데 얘기 많이 들었다고 하시는 거 보니까 조감독님이 별라 별얘기 까지 다 하셨는 모양입니다.”
“하하하. 역시 입담이 좋구만.”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음, 그래 나도 잘 부탁해요.”
예의 그 능글능글함으로 선수를 날린 인우는 뒤를 돌아 자기 진영 쪽으로 향했다. T1은 GO 보다 포스가 강했다. 역시 유수의 우승자들이 포진하고 있기 때문인지 조금 긴장이 됐다.
“아, 그리고 말이야.”
“네?”
“우리 연성이가 자네랑 꼭 한번 하고 싶어 하던데.”
0.5초정도 당황한 인우였지만 금새 얼굴에 미소를 띄웠다.
“영광입니다! 그러면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어 그래요!”
호쾌하게 도전을 받고 인사를 나눈 인우와 주훈 감독이었지만 이미 마음속으로는 삼라만상이 교차되고 있었다.
“오늘 저 녀석 실력 한번 보자. 이무긴지 토룡(土壟 : 지렁이)인지.”
자기진영 의자에 앉은 인우는 아이들을 모았다.
“역시 주감독, 준비 단단히 하고 왔네. 승부사야.”
“행님 우짭니꺼? 행님은 임요환이랑 붙을 거라메?”
“킥킥, 더 잘됐다.”
“무슨 말인데요?”
“막내야.”
“예.”
“작전변경하자. 니가 선봉 나가서 임요환이하고 붙고 온나.”
“예? 내가요? 어떻게요?”
“내 접때 가르쳐 준거 있잖아. 그거 해.”
“그거 함 했던 거라고 인쟈 안되는 거라매요.”
“된다.”
“어떻게요?”
“사실은.....내가 조금 바꿨거든. 킥킥.”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