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그렇듯 저도 PgR에 오면 가장 먼저 자유게시판에 들어옵니다. 오늘은 무슨 글이 있나… 즐거운 기대로 설레며 목록을 훑어보죠.
그런데 다른 게시물보다 유난히 조회수가 적은 게시물이 있습니다. 보통 연재물입니다. 그 특성상 처음부터 읽지 않으면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없기에, 또한 한 번 재미있게 읽기 시작하면 다음 편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그 중독성이 있기에 '나중에 한꺼번에 읽어야지' 하시는 분도 많고, 아예 연재물이 취향에 안 맞는 분도 계시겠지요.
하지만 저는 연재물이라면 일단 읽고 보는 편입니다. 제가 가입한 이후 웬만한 연재물은 다 보았다고 자부합니다-_-;
그래서! 시험도 끝나고 한가한 이 시간, 제가 열심히 재미있게 보았던 연재소설 열 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사실 공상비과학대전 같은 비소설 연재물의 감상도 써보려고 했지만… 그건 훨씬 더 많아서 못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T_T
순서는 연재 시작한 날짜가 빠른 것부터입니다.
1. 락바텀 - 공룡 - 총 5편
우리가 보는 스타리그 경기가, 프로 레슬링처럼 승부가 이미 결정된 연극이라면? 아직까지는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먼 훗날 그렇게 될지 누가 알겠습니까. 갑자기 은퇴하는 옛 선수들과 그 와중에 돌아온 동수가 변해 버린 게임판을 뒤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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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최면을 걸어요 - 공룡 - 총 9편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둔 밤, 손가락이 여섯 개인 괴한들에게 잡혀간 정민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지구로 다가오는 위기, 그러나 그 대처 방법은…… 중년이 된 선수들의 모습을 상상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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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폭투혈전! 틈을 노려라!! - 안개사용자 - 총 10편
수많은 사람들을 웃기고 울렸던 명작입니다. 행복한 결말이냐 슬픈 결말이냐를 놓고 투표도 했었죠. ^^ 알 듯 모를 듯 재미있게 바꿔놓은 이름과 기발한 패러디, 그리고 왜인지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임진록이 참 좋습니다. 물론 스타크가 아니라 스타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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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Gallery Dahab - lovehis - 미완결
미술 평론가라는 그럴듯한 직함의 주인공과 프로 게이머들을 꼭 닮은 화가들의 만남, 독특한 주제의 이야기입니다. 날라, 전위, 나다, 외전에서 옐로우까지 나왔으나 그 뒤로는 감감무소식입니다. 언젠가 미완성의 박서 편을 본 적이 있는데, 웬만하면 완결 내주세요 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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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 작고슬픈나무 - 총 10편
제목 때문인지 안타깝게도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차분한 문체도 좋고, 성춘과 성제가 같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데 말이지요. 사랑 때문에 모든 것을 버렸으나, 그 결실은 허무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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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희망을 받는 사나이 - 막군 - 총 24편
프로 게이머 지망생 한지훈의 파란만장(…) 성공기입니다. 때맞추어 MSL 결승전과 OSL 조지명식이 등장하는 실시간 연재의 묘미, 충격적인 질문 "임빠가 왜 많은 줄 아나?", 실감나는 메신저·채널 대화·게임 묘사까지. 홍남봉도 나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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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낭만추억(浪漫追憶) - kimera - 미완결
시작이 참 멋져서 저 같은 사람 마음만 졸이게 하고 아직까지 진전이 없는 소설입니다. 스타리그의 비교적 밝은 미래상이지만 그만큼 어두운 일면도 있겠죠. 아직 전체적인 내용 파악이 덜 되어서 뭐라 써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kimera님, 바쁘신 건 알지만 나중에라도 써주세요 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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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파우스트 v2.1 - IntiFadA - 총 9편
원래 이곳에서 연재 시작했으나 완결은 다른 곳에서 난 작품입니다(물론 후에 다 올려 주셨습니다만). 조용히 찾아온 흰옷의 사나이, 그리고 벙커링에 쓰러져가는 상대… 은근히 독자를 옥죄는 공포와 함께,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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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빙화(氷花) - edelweis_s - 총 20편
드물게 서지훈 선수를 주인공으로 둔 무협물입니다. 원래 제가 무협은 잘 안 읽어서(오죽하면 공룡님의 판타스틱 파이널 판타지도 제쳤겠습니까;) 뭐라 말씀드리기 힘들지만… 사실적인 결투 묘사, 윤열과 지훈의 라이벌 구도가 매력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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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본격 e-sports 로망활극 - 번뇌선생 - 미완결
처음 읽고 '이거 사실인가?' 생각했을 정도로 실감나는 내용이 일품입니다. CU@BN에 연결된 기묘한 아마추어와 태민의 대결로 시작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죠. 정체불명의 주인공은 읽다가 "이 녀석 뭐야" 하고 혼잣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어서 멋진 제목이 붙었으면 좋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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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Bar Sur님의 조금 난해하지만 묘한 매력이 있는 글들, 많은 분들이 써주신 짧은 픽션 - Apatheia님, 항즐이님, lovehis님, Kai님의 글이 저는 특히 기억에 남는군요 - 들이 있습니다. 물론 제가 미처 언급하지 못한, 추천게시판에 있는 소설들도 전부 다 주옥같지요.
글을 연재한다는 것은 오랫동안 힘든 책임을 진다는 것과 같습니다. 실제로 있었던 일을 쓰는 것이 아니라 꾸며내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지요. 너무 상투적인 전개는 아닌가, 이렇게 쓰면 글이 너무 어렵지 않을까, 사람들은 이런 결말이 더 좋다고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차마 시도를 못하는 저 같은 사람도 있지만, 많은 분들이 고생을 감수하고 상상력을 풀어내고 계십니다. 그래서 저는 연재물이, 써주시는 분들이 참 좋습니다.
써놓고 보니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네요. 이러니 역시 제게 연재는 무리겠죠? ^^;
엉망진창인 이 글로 훌륭한 이야기들이 빛바래지 않길 바랍니다. 그리고 혹시나 "나도 열심히 썼는데 왜 한 글자도 언급이 안 된 거야?!" 하시는 분이 있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제 기억력의 한계입니다 T_T
글 속에 무상으로 출연해 주신(?) 모든 분들과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웃을 수 있는 하루하루 만드시길.
덧1/독서경시대회 예상문제 만들어 가야 하는데 미치겠습니다. 흑흑.
덧2/내일 프리미어리그, 강민 파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