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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10/06 01:14:22
Name 번뇌선생
Subject 본격 e-sports 로망활극 - 제 9 화 REPLAY (1)
제 9 화    REPLAY



  “안자고 어디가?”
  “형....”
  “안 피곤해? 일찍 자야지. 내일도 행사 있는데.”
  “잠깐만 나갔다 올게요.”
  “어딜?”
  “....친구만나러....”
  “니가 여기 친구가 어딨어?”

  강민의 추궁에 박태민의 더이상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애초에 몰래 빠져 나가려고 했던 것이기에 더욱 그랬다. 잠시 나갔다가 마무리 지을 것을 마무리 짓고 다시 몰래 들어오려고 마음먹었는데 그만 강민에게 들키고 만 것이었다. 글렀다고 생각하니 괜히 울화가 치밀었다.
  
  “너 아까 거기가지?”
  “....”
  “맞지? 거기 가지?”
  
  태민은 그냥 고개만 끄덕거렸다. 강민이 자신의 행방을 알고 있었지만 그리 놀라지는 않았다. 부산 바닥에야 태어나서 와 본게 한손가락으로도 셀 수 있는 정도니까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게 더 우습다. 게다가 지고는 못사는 자신의 성격에 다시 그곳을 찾아가지 않는다는게 더이상하니까. 그래서 누구라도 몰래 숙소를 빠져 나가는 자신의 행방을 모른다는게 더 이상하니까 그냥 고개만 끄덕 거렸다.

  “가서 뭐할려고?”
  “그냥...분해서...잠이 안오잖아요. 형은 안 분해?”
  “분한걸로 따지면 내가 더 분하겠지만....”
  “조용히 갔다 올게. 그냥 못 본 척 해줘요. 제발.”
  “안돼.”
  “아이 그러지 말고 제발. 한번만. 한번만 못 본 척 해 줘요.”
  “안돼.”
  “아씨..진짜 너무하네.”

  애초에 말이 통할 상대가 아니었다. 강민은 한번 안된다면 안되는 거다. 미련이 발길을 붙잡아 두번 세번 매달려 봤지만 소용없을 것은 그가 더 잘 알고 있었다.

  “내가 보고도 모른 척 할 것 같니?”
  “형....”
  “모른척은 못하지. 대신....”
  “응? 대신?”
  “나랑 가자.”
  “예?”
  “나랑 같이 가자. 나랑 같이 가면 감독님이 아시게 돼도 용서하실 거야. 그리고...... 나 역시 궁금하니까.”
  “응 알겠어요.”

  태민은 이게 웬떡이냐 싶어 기뻣지만 금새 엄숙해 졌다. 그는 놀러가는 것이 아니라 아주 오래전에 엮였었던 은원을 따지러 가는 것이었다. 은원이라기 보다는 일방적인 치욕이 더 맞는 말이다. 둘은 몰래 숙소를 나와 택시를 잡았다.

  “어디로 모실까요?”
  “거기 동네가 이름이 뭐였지?”
  “해운대..해운대 어디지...”
  “외지 분들이신가봐요? 해운대 가세요?”
  “예. 아저씨 해운대 인데요. 어디쯤이냐면....”

  뒷좌석에 태민은 손짓 발짓까지 해가며 아저씨에게 설명 했다. 하다 안되니까 몸을 운전석으로 쭉 빼서는 거기서 보았던 풍경들을 묘사했다. 기사 아저씨는 재밌다는 듯 허허 웃으시더니 이내 가고자 하는 곳을 알아 내셨다. 지리야 원체 빠삭 한데다가 해운대는 명물이기에 태민이 건물 한두개만 말하자 바로 알아듣는 눈치였다. 그래도 안심이 안되는지 태민은 연신 설명을 했고 아저씨는 걱정하지 말라며 안심시켰다. 결국 강민이 태민을 끌어다 옆에 앉혔다.

  “너 그 녀석하고 언제 게임 해봤어?”
  “형은 생각 안나요? 작년인가 씨유앳배틀넷에서 방송사고 난거?”
  “씨유앳....아! 그때!”
  “그래..그때 그 놈이 맞아. 확실해. 어쩐지 목소리가 낯설지가 않았어. 하도 오래되서 기억이 가물가물 했는데 나랑 게임 했다는 소리를 듣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드는거야.”
  “맞아. 그런 일이 있었지. 결국 네가 이겼지?”
  “이기긴 이겼었지만...쳇.”
  “인연인가. 아니면 악연인가.”
  “근데 형은 왜가는 거예요?”
  “......”
  “솔직히 한번 졌다고 해서 그것 때문에 간다는 건 좀 이상하잖아. 그리고 형은 떠나기 전에 그 녀석과 이야기도 하고 온 것 같더니.”
  “아무리 생각해도...이해가 안가. 도저히.”
  “뭐가? 무슨 얘기를 했는데?”
  “......가서 얘기 하자.”

  20분쯤을 달린 택시는 이윽고 바로 그 건물 앞에 무사히 도착했다. 태민은 인사를 하며 택시에서 얼른 내렸다. 덕분에 택시비는 강민이 내었다. 둘은 호흡을 한번 가다듬고는 아까의 피씨방으로 올랐다.

  “형, 근데 그 녀석 아직 있을까?”
  “있어. 분명히.”
  “어떻게 알어?”
  “우리가 올 걸 알고 있을 거야.”
  “응?”
  “태민아.”
  “예.”
  “갈 때는 택시비 니가 내라.”
  “쳇..우승 준우승 다 해봤으면서. 상금 좀 쓰지 그래요!”
  “......새 유니폼 그 돈으로 맞춘거다.”

  강민은 말이 없다. 사실 말을 많이 하는 데도 왠지 조용한 인상 탓에 말이 없어 보인다. 그러다 가끔 던지는 그만의 농담에 사람들은 웃기보다는 어이없는 실소로 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것에는 마력이 있다. 그렇게 한번 웃고 나면 긴장이 풀리는 것이다. 태민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긴장을 하고 있었지만 이내 마음이 편해 졌다.

  “어서요세요.”

  알바생이 그들을 맞았다. 강민이 잠깐만 기다리라는 듯한 손짓을 했다. 태민은 벌써 작은 눈을 크게 뜨고는 주위를 살폈다.

  “저기 있네.”

  예상대로 그들이 찾던 그 인물은 의자에 몸을 파 묻은 채 모니터를 쳐다보고 있었다. 태민이 앞장을 서고 강민이 뒤를 따랐다. 그 둘이 옆에 바싹 붙어 설 때까지 그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는 리플레이를 보고 있었다. 그 리플레이에 집중을 한 것인지 의도적으로 그 둘을 무시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여전히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태민은 어떻게 말을 던져야 할 지 몰라 머뭇 하는데 강민이 먼저 입을 열었다.

  “기다렸냐?”

  그제서야 그가 고개를 돌렸다. 강민은 그의 얼굴에서 순간적인 당황함을 포착할 수 있었지만 아주 짧은 시간에 사라졌다. 자신의 감정을 아주 잘 조절할 줄 아는 녀석이었다. 이내 이죽거리기 시작하는 그 녀석.

  “왔나. 생각보다 빨리 왔네. 1시는 되야 올줄 알았드만.”

  이죽거리는 데다가 약올리기까지 하자 태민이 순간 적으로 울컥했다.

  “이 자식이! 너 김인우 맞지! 그때 그녀석!”
  “야가 와이카노. 내가 연일 정씨 비사공파 종손인데 함부로 남의 성을 갈면 되나. 김이 아니라 정이다.”
  “김이든 정이든 너 그때 그 녀석 맞지?”
  “킥킥. 그게 인쟈 생각이 나드나?”

  태민이 벌컥 성을 내며 달려 들려 하자 강민이 붙잡았다. 태민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얼굴만 붉히고 있었다. 갑작스런 소란에 몇몇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쳐다 보았지만 이내 자신들이 하던 일로 주의를 돌렸다. 강민은 비어있는 옆자리의 의자를 빼서는 앉았다.

  “이야기 좀 하자.”
  “이야기도 좋고 다 좋은데 가서 카드나 찍고 온나. 장사하는 집에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거는 예의가 아니제.”
  “그래 니 말이 맞다. 태민아 가서 두 자리 끊어와.”

  또 한번 애꿏은 태민이 심부름을 하게 되었다. 태민은 강민의 말이라 아무 소리 없이 카운터로 향했지만 왠지 정인우란 놈의 심부름을 하는 듯한 기분도 들어 별로 좋지 못했다. 알바생은 이미 카드를 바코드로 입력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정인우는 서서히 몸을 모니터 쪽으로 돌렸다. 강민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계속해서 그를 주시 했다.

  “잠이 안오드나?”
  “그래.”
  “잠 안오면 술이라도 한잔 하지. 부산에도 좋은데 많은데.”
  “술보다도 니가 더 보고싶더라고.”
  “하하하. 나는 취미 없데이.”
  “헛소리 말고 나 좀 쳐다 봐라. 니말처럼 사람 쳐다보고 얘기하는게 예의지.”

  오랜만에 강민이 말로서 정인우를 한방 먹였다. 태민은 괜히 기분이 좋아져서 얼굴에 미소를 띄웠다가 이내 심각한 얼굴로 바꿨다.

  “아이고. 내가 한방 묵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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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0/06 11:22
수정 아이콘
재미있네요. . . -_-;; 빨리빨리 .. . .더 길게 길게 . .올려주세요.
영웅의물량
04/10/06 13:24
수정 아이콘
으으으...너무 오래 기다렸어요 ㅠㅠ
글 제목 보는 순간 기쁨을 주체 할수 없었던!! @.@';
번뇌선생님 수고하세요~!
비오는수요일
04/10/06 15:03
수정 아이콘
으옷~
으쌰~
머래....ㅡㅜ
pgr눈팅경력20년
04/10/06 20:13
수정 아이콘
댓글달 시간없어요.빨리 다음편 보러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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