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4/10/01 13:01:30
Name 길 가는 법만
Subject 수백, 수천 년의 생명력을 가진 보드 게임들...... 그리고 스타 크래프트
안녕하세요.

바둑, 장기(한국장기), 체스(서양장기), 쇼기(일본장기), 시앙키(중국장기)........ 하나같이 수백~수천 년동안 변함없이 사랑받고 전해져 내려온 보드 게임들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제 생각에는 이런 게임 외에도 수많은 게임들이 그동안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까지 전해지는 것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겠지요. 그러면 이러한, 살아남은(?) 보드 게임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어떤 요소가 이러한 보드 게임들이 수백, 수천년동안 살아남게 했을까? 하는 의문 말입니다.

전에 '스타 크래프트가 얼마나 오래 갈 것인가?' 하는 내용으로 글이 적지 않게 올라 왔었는데 이러한 보드 게임들과의 비교 또한 의미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보드 게임들과의 비교로 스타 크래프트의 생명력 또한 가늠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제가 생각하는 이러한 보드게임들의 공통점 및 오랜 세월 사랑받는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여러분들 생각은 어떠신지요?


1. 비교적 규칙이 쉽고 단순하다.

- 제가 언급한 보드 게임들은 정말로 규칙이 단순합니다. 바둑은 - 물론 세부 규칙이 있기는 하지만 - 검은 돌과 흰 돌을 번갈아 놓고, 집을 많이 차지하면 이긴다는 아주 간단한 규칙이고, 장기 류의 게임(한국장기, 체스, 쇼기, 시앙키 등 포함, 이하 동일)들도 그보다는 '조금 더' 복잡하기는 하지만, 각각의 기물의 행마법과 몇 가지 규칙만 외우면 게임을 즐길 수 있읍니다. 바둑이든 장기 류의 게임이든 규칙이 그렇게 배우기 힘들지 않아 마음만 먹으면 남녀노소 누구나 배우고 즐길 수 있습니다.

* 스타 크래프트의 경우는 규칙이 단순하다면 단순하고 복잡하다면 복잡한 것 같습니다. 일단 3 종족의 다른 건물의 지어가는 순서과 생산 체계를 파악해야 하죠. 그리고 컴퓨터에 대해서도 조금은 알아야 합니다.


2. 그러면서도 상당한 다양성과 복잡성을 지니고 있다.

- 말 그대로입니다. 바둑이야 말할 것도 없고 장기 류의 게임도 단순해 보이지만, 의외로 전략 및 전술이 많아 아직도 연구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 스타 크래프트도 상당한 다양성과 복잡성을 지니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한 가지 억지로 단점을 꼽으라면 한 가지 맵에서는 어느 정도 게임의 수가 쌓이면 종족간 싸움 패턴이 몇몇가지로 압축 되면서 비슷해 진다는 것이 조금 단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예외적인 경우도 심심챦게 나오는 것 같습니다만. 맵이 바뀌지 않으면 다양성에 제한을 좀 받는 느낌이 드는 것은 단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둑은 말할 것도 없고 장기 류의 게임들도 기본 보드는 바뀐 것이 없죠. 다만 시대와 유행에 따라 두는 방법이 비슷해지거나 바뀌기는 해도요.


3. 초고수와 초하수의 실력의 차이의 갭이 크며 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을 필요로 하며 노력의 댓가는 따르게 되어 있다.

- 이것은 2번 항목과 연관된 사항인데 다양성과 변수가 너무나 많아 그것, 혹은 그 패턴에 숙달하려면 상당한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노력을 많이 하고 실력을 쌓은 사람이 유리하게 되어 있으며 '운' 이라는 것이 작용할 여지가 상당히 적습니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실력 차이도 엄연히 존재한다고 할 수 있고요.

* 역시 스타 크래프트도 고수와 하수의 실력차이가 존재하며 그 갭도 적은 편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전에는 아마추어 고수와 프로의 실력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차이가 벌어지고 있는 것 같고요. 제가 언급한 보드 게임 정도의 차이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제가 언급한 보드 게임 만큼, 혹은 그 이상 벌어질 지도 모르지요.


4. 나라 혹은 사회에서 지원을 하고 대접을 하며 일정 이상의 인구가 즐겨왔고 또 즐기고 있다.

- 아무리 게임이 좋고 재미 있어도 사회적으로 푸대접을 받으면 얼마 못 가게 됩니다. 즐기는 인구가 적어도 마찬가지고요. 나라에서 인정을 하고 대접을 해 주면야 금상첨화죠. 그래서 일본에서 바둑과 쇼기가 그렇게 발달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 부분이 앞으로 스타 크래프트의 흥망에 있어 중요한 관건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사회에서 스타 크래프트를 새로운 게임의 한 분야로 인정하기만 한다면 그 생명력은 짧지는 않을 것이고 상황에 따라서는 수백 년을 이어갈 수도 있겠죠.


5. 게임을 위한 도구가 비교적 단순하며 저렴한 가격에 구하거나 만들 수 있다.

- 바둑은 3가지만 있으면 됩니다. 검은 돌, 흰 돌, 바둑판. 물론 돌은 많이 준비해야 되지만요. 장기 류의 게임들도 기물과 보드만 있으면 되죠. 가장 기물이 많은 것이 쇼기로 한 사람이 20개, 모두 40개의 기물이 있어야 하지만, 장기 류의 기물은 비교적 보관도 용이하고 어쨌든 다루기 편리하다고 생각합니다. 가격에 대해서 언급하자면, 물론 비싼 도구들은 수천만원을 가볍게 넘기지만, 굳이 그런 것을 사용할 필요 없이 담배 몇 갑 정도의 저렴한 가격에도 해당 게임의 도구를 구해서 즐길 수 있죠. 이런 점도 은근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아무리 게임이 재미있어도 게임에 필요한 도구를 구입하는데 수백~수천만원씩 든다면 그 게임을 즐길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겠죠. 저는 체스에 좀 관심이 있는데(잘 두지는 못합니다.) 아이들 장난감 파는 곳에 있는 플라스틱 재질의 장난감 체스(그렇지만 있어야 할 기물은 다 있습니다.)를 볼 때 가끔 그랜드 마스터 급의 고수들이 저 체스로 체스를 두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저 아이들 장난감처럼 만든 체스지만 그 안에서는 오만가지 전략과 전술이 난무하는 전쟁터가 되겠지요?

* 스타 크래프트의 경우는 컴퓨터 게임이므로 기본적으로 컴퓨터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두 대, 혹은 그 이상의 컴퓨터가 연결될 수 있는 장비도 필요하고요. 위에서 언급한 보드게임에 비해선 분명히 비용이 더 듭니다. 하긴, 굳이 컴퓨터를 구입하지 않아도 PC 방 등에서 좀 더 저렴하게 해결할 수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위의 보드게임들보다는 더 비용이 드는 것 같습니다.


6. 재미있다.

- 가장 단순한 말이지만,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둑이든 장기 류의 게임이든 재미가 없었다면 그렇게 오랜 세월 이어져 내려오지 못했겠죠. 이러한 재미는 다양성에서도 오지만, 그 외에도 여러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스타 크래프트도 역시 재미있죠. 그리고 정적인(?) 보드게임에 없는 움직이는 기물(?) - 캐럭터들의 박진감 넘치는 전투와 사운드...... 분명 몇몇 가지 점에서는 위의 보드 게임보다 스타 크래프트가 더 재미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7. 동시대에 겨룰만한 다른 라이벌격인 게임이 많지 않았다.

- 이 점도 중요하다면 중요합니다. 2 개의 게임에서 한 개가 선택받아 계속 이어지는 것 보다는 100 개의 게임에서 1개가 선택받는 것이 더 어렵겠죠.

* 이 점이 스타 크래프트가 좀 어렵습니다. 요사이같이 난무하는 수많은 보드게임, 컴퓨터 게임 및 비디오 게임 속에서 과연 스타 크래프트가 얼마나 더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지......


  제 생각에는 스타 크래프트의 장래를 위해서 가장 관건이 되는 것은 2번과 4번, 그리고 7번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행복한 하루 되세요.

P.S. - 개인적으로는 바둑이 참 대단한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간단한 규칙, 그러나 가장 많은 변수와 다양성......

P.S.2 - 이 글이 자유 게시판에 어울리는 글인지 토론 게시판에 어울리는 글인지 좀 헷갈리네요. ^^;a 일단 자유 게시판에 올리겠습니다. 혹시 운영자분께서 토론 게시판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면 옮겨 주세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레몬트리
04/10/01 14:18
수정 아이콘
그런데 스타크는 배우기 어려운 축에 들지 않나요? 물론 스승을 누굴 만나느냐에 따라 쉽게 배우기도 하고 어렵게 배우기도 하지만...
리니지나 뽀트리스 열심히 하는 제 친구들은 스타크는 재밌을것 같은데 배우기 복잡할 것 같아 그냥 만다,, 그러거든요..
물론 이 인간들이 귀차니스트들이라 그런 것도 있지만... 저로선 아쉽죠..
그렇다고 이 마빡 큰 녀석들 붙잡아 앉혀놓고 가르치려고 생각하니 저 또한 귀찮아져서...
여타 스포츠보면 룰을 모르더라도 몇번 보면 금방 적응이 되는데 스타크는 그럴 수가 없잖아요..
유저가 아닌 이상 보는 재미만을 선사하는데는 좀 한계가 있는 듯 합니다.
그래서 전 스타크 대중화에 가장 큰 한계는 신입유저들에 유입이 그렇게 용이치 않다는 데 있지 않을까 합니다.
98년 99년 요때.. 한참 열풍일땐 너도나도 배우려 했지만 지금은 글쎄 옳습니다.
바둑같은 경우는 두뇌회전에 좋다하여 학원도 있고.. 세대를 막론하고 한번 배워두면 좋지! 라는 인식이 있잖아요.
그만큼 저변확대가 되었다는게죠. 스타크도 이렇게 됬으면 좋겠습니다..
이것만 극복할 수 있다면 전 감히 스타크도 바둑 못지 않은 명성을 가진 게임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04/10/01 17:10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언젠가 유게에 바둑과 스타의 공통점..이란 주제로 써보려 했는데 이런 글 보니 반갑네요. 앞으로 스타크래프트의 판도가 어떻게 돌아갈지 정말 궁금하군요. 지금이야 해를 거듭할수록 그 인기가 끝없이 올라가는 분위기 이긴 하지만요.
스타크래프트의 Good Luck을 빕니다.
04/10/01 20:31
수정 아이콘
바둑은 규칙이 간단하면서도 과정이나 결과가 변화무쌍한 점이 아직까지도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큰 이유라 생각됩니다. 스타 역시 전략 시뮬 중에선 규칙이 간단한 편이라 할 수 있을 것이고 특히 전략과 전술 부분에서 엄청난 변화가 가능하다는 점이 컴퓨터 게임 중에서 유례없이 아직까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일 것이고요. 규칙은 쉽지만 과정(.. 적당한 말이 생각 안 나는군요)은 복잡한..이런 점이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가장 큰 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에구 쓰다 보니 글에 있는 내용과 별반 다른게 없는^^
04/10/01 20:40
수정 아이콘
공감이 많이 가네요. 무한히 다양한 전략이 가능한 것이 끝없는 재미를 위한 필수 요소겠죠.
스포츠를 포함한 게임의 재미의 요소는 다양할텐데,
볼링과 당구를 비교해 보면 볼링은 늘 거의 같은 상태가 주어지고 연습한 그대로를 실행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러나 당구는 초구 1타 이외에는 언제나 다른형태의 문제가 주어지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것이 게임적인 성격으로서의 큰 재미의 요소라고 생각됩니다. 스타도 1:1 대전에서 거의 무한한 전략이 가능하다는 점이 중요한 요소일 것입니다. 한동안은 다양한 전략과 다양한 형태의 게임이 나올 것이라 믿으며 재미의 요소와 인기 또한 계속되리라 믿습니다.
Timeless
04/10/01 21:02
수정 아이콘
게임이 오랜 세월을 이어가려면 후진들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이 하지 않으면 결국 명맥이 끊기거나 그 세력이 위축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의 바둑을 생각해보십시오. 우리 아버지 세대에는 기원이 지금의 피씨방 처럼 있었습니다. 어린 아이들부터 노인까지 고루고루 사랑받았으나 최근에는 아이들이 수많은 게임들 때문에 바둑 세력은 확실히 많이 축소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최근에 초등학생 세계에 스타크래프트의 세력은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온라인 게임들에게도 상당히 밀리고 있지요.

저의 견해로는 앞으로 스타의 세계로 빠져드는 사람보다 스타의 세계에서 빠져나갈 사람이 더 많다고 봅니다. 생업이라던가, 학업이라던가, 연애라던가, 군대라던가 그 밖의 많은 이유로 빠져나가게 될 것 같습니다. 대신 후진들이 부족하니 그 갭을 메꿀 수 없어 종국에는 역사 속으로 묻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저도 진정으로 스타를 사랑합니다. 하지만 그 미래의 끝이 보이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Return Of The N.ex.T
04/10/01 22:34
수정 아이콘
미래의 끝이라는 건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스타의 경우 정말 운이 좋은 게임이라고 생각 합니다.
현재의 상황과 추세로만 나간다면 정말 10년은 넘게 장수 할 수 있을것도 같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968 개인적인 생각 최고의 온겜넷 8강 대진표 [23] 신영환3533 04/10/01 3533 0
7967 강민 그의 고집(?)이 다시한번 시작되었다! [24] 하늘소망5171 04/10/01 5171 0
7966 WCG 2004 각 종목별 본선 대진표 [1] Crazy Viper3634 04/10/01 3634 0
7963 배신을 수없이 많이 당해보니... -ㅁ-;; [10] 완성형폭풍저3212 04/10/01 3212 0
7962 임요환선수와 이윤열선수,그 이후.. [38] 힘들었던시간7807 04/10/01 7807 0
7961 제안! 행복한 릴레이 [39] 비오는수요일3389 04/10/01 3389 0
7960 스타리그를 더 기대감을 갖고 보고싶습니다.. [10] 패닉3493 04/10/01 3493 0
7959 서지훈선수에 부전패에 대한 논쟁을 읽고나서 화가나서 [18] ch40003914 04/10/01 3914 0
7958 이번주 당신은골프왕배MSL 사진+후기 [8] Eva0103669 04/10/01 3669 0
7957 [버그성 플레이] 일꾼 정찰때 막혀있는 유닛을 뚫고 지나가기.. [29] 글쓰기버튼생6250 04/10/01 6250 0
7956 9월 랭킹 순위... [13] 쫌하는아이.3412 04/10/01 3412 0
7955 수백, 수천 년의 생명력을 가진 보드 게임들...... 그리고 스타 크래프트 [6] 길 가는 법만 3470 04/10/01 3470 0
7953 [잡담] 그냥 주절거리기... [9] 총알이 모자라.3197 04/10/01 3197 0
7952 [잡담]피지알에 오고 난뒤의 변화 [6] CSP3220 04/10/01 3220 0
7951 [Blues] 몽상가 [12] 김성수3086 04/10/01 3086 0
7950 강민선수의 부진-난 테란전의 부진이 이유라고 생각된다. [27] KissTheRain4543 04/10/01 4543 0
7948 오늘 msl 경기 후기. [17] theo3564 04/10/01 3564 0
7947 [私담] 배틀넷 첫 접속기 [19] 마늘쫑3240 04/10/01 3240 0
7946 여러분에게 생애 최고의 게임 10개를 뽑으라고 한다면? -1편- [117] 햇살의 흔적13758 04/10/01 13758 0
7945 조규남 감독님의 인터뷰를 보고... [93] 다크고스트6143 04/09/30 6143 0
7944 불닭 재 도전기!!!!!!!! [13] 아키[귀여운꽃3321 04/09/30 3321 0
7943 온라인들의 강자들이여...아무리 심심해도 이런짓은 하지 마라~~!! [15] 삭제됨3289 04/09/30 3289 0
7942 피지알 빨래하기... [13] 총알이 모자라.3447 04/09/30 3447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