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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09/29 21:24:26 |
Name |
비오는수요일 |
Subject |
이제는 말하고싶은 이야기 2 |
my messege 25
대학교 신입생이었던 때였습니다.
OT기간 내내 저와 친구들의 시선을 잡아두었던 선배가 있었습니다.
낯선 생활에대한 호기심과 걱정으로 가득찬 우리에게, 그 선배는 알기쉬운 표현과
넉넉한 웃음으로 하나하나를 가르쳐주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신기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그 선배의 설명으로 하나씩 풀려나갔습니다.
그 선배의 친근함은 언제나 다가섬에 거리낌이 없게 하였고,
그 선배의 해박함은 정말이지 놀랍기 그지없었습니다.
검정 군복바지를 입고 다니던 그 선배.
언제나 그 선배와 같은 사람만 있다면, 세상은 참 살아볼만 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습니다.
우연하게 나온 어떤 얘기중에 그 선배가 함께하게 된 적이 있었죠.
그날은 그선배가 처음으로 '틀린' 얘기를 우리에게 한 날입니다.
그날 이후로 그 선배와의 대화중에 우리는 '틀린말'들을 종종 발견하게 되었고,
그 횟수는 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전과 같지 않게 되었습니다.
항상 탄성을 자아내게 하던 그 선배의 말들은, 언제부터인가 참고사항으로 전락해 버렸고,
그마저도 나중엔 가끔 건질게 있는 그런말로 되어버렸습니다.
더이상 배울것이 없는. 아니 어쩌면 우리보다 지식이 부족할지도 모르게 된 그 선배.
만만하게 되어 버렸습니다.
그 선배의 말에는 항상 반박과 첨언이 따라붙게 되었습니다.
그 선배의 친근함과 넉넉함이 실없이 보이게 되었습니다.
점점 멀어져 가게 되었습니다......
10년도 더 지난 오늘, 난 그 선배가 너무 그립습니다.
서로를 밟고 올라서려는 사회, 빈틈을 찾아 헤집기 바쁜 사람들....
왜 몰랐을까요.
그 선배의 마음을.
사람마다 뇌의 원활함에 따라 더 빨리 채워질 수도 있고, 그래서 언젠가는 청출어람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가르쳐준 사람을, 이제는 나보다 아는게 적을 수도 있는 그를 비웃거나 무시할 수 있을까요?
그의 고마움과 따스함을 잊을수 있는것이 당연할까요?
그 선배는 항상 우리에게 좋은 선배였습니다.
몰랐을 뿐입니다.
그 선배는 우리가 지켜줘야할 고마운 존재였습니다.
그렇지 못했습니다.
오늘, 그 선배의 웃음이 눈물나도록 그립습니다.
그 선배가 받았을 상처가 두배의 아픔으로 저며옵니다.
선배님.
고맙고, 죄송합니다.....
*엄재경 해설위원에대한 씁쓸했던 글들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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