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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09/21 17:10:18 |
Name |
번뇌선생 |
Subject |
본격 e-sports 로망 활극 - 제 7 화 한 치앞, 두 치앞 (2) |
상대는 한 부대 가량의 히드라로 남은 캐논을 두드리며 저글링을 깊숙히 밀어 넣었은나 강민의 병력에 앞이 막혔다. 결국 강민 역시 질럿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경험상 더블레어에서의 드랍 업그레이드는 끝났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드래군과 질럿이 본진 작은 입구에서 병력을 기다리지 않고 큰 입구 까지 나아갔다. 이제 어디론가 폭탄 드랍이 올거라는 예감을 하며 옵저버를 돌렸다. 적의 입구 병력은 생각보다 다수 였다. 어설프게 병력을 나누었다가는 쌈싸먹히기 딱 좋기에 일단 강민은 입구 병력을 먼저 잡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 순간이었다. 벼락같은 오버오드의 드랍은 좌우가 아닌 교전중인 입구를 통해 들어 왔다. 강민은 급한 마음에 상대가 교전중인 유닛 뒤로 드랍을 할 것이라는 느낌을 바로 받았다. 저글링 한 부대만 드랍되어도 드래군들을 쌈싸먹기에는 충분했다. 강민은 주저않고 병력을 뒤로 물렸다. 상대는 기를 쓰고 쌈을 싸려는 듯 오버로드를 더욱 깊숙히 밀어 넣었으며 입구의 병력들도 캐논을 무시하며 기를 쓰고 앞으로 달라 붙었다. 강민은 당황하지 않고 질럿 소수로 상대 병력의 앞을 막으며 드래군들을 재빨리 물려 오버로드에 타격을 가하는 환상의 무빙샷을 선보 였다. 더 들어 가봤자 강민의 캐논이었으며 그 사이에 쌈을 싸지 않으면 건물들에게 가로막혀 드랍이고 뭐고 다 끝나는 것이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공격하면 강민이 승기를 잡는다.
조감독도 손을 불끈 쥐었다가 아무도 모르게 다시 폈다. 조금 부끄러웠다. 당연히 강민이 이기는 것을 뭐 그리 대단한 거라고 말이다. 진영을 안정되게 갖추며 적의 진영을 흩뜨렸으니 저것이 맷집 약한 밀리 유닛들의 최후라고 생각했다. 슬그머니 상대 진영을 바라 보았다. 길드원들의 얼굴도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 져 있었다. 하늘 처럼 떠 받들던 길드장의 패배를 그들도 어렴풋이 느낄 것이다. 아마추어들에게 심했다고 생각은 했지만 먼저 걸어온 어설픈 이들의 시비는 확실하게 마무리 지어 주는 것이 프로의 생리.
“너의 가슴 안에서 빛나고 있으니까...You got the funk... 오케이 딱맞네. 14분 28초!”
그 순간 모두 입을 다물고 프로젝션만을 쳐다 보고 있었으므로 무언가 말이라도 하고 있던 것은 오직 강민의 상대인 길드장 뿐이었다. 그리고 그가 무엇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안 사람은 그 순간에는 정말 아무도 없었다. 그는 무언가가 맞아 들어갔다는 듯이 히죽거리기 시작했다.
강민은 드래군으로 오버로드를 계속 공격했다. 그의 의도대로 오버로드를 넥서스를 지키는 캐논 다수에게로 밀어 내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묘한 위화감은 단 1초였다. 오버로드를 지정한 숫자를 누르고 'U'를 누르고 커서로 맵을 누르는 데는 3초면 된다. 오버로드가 자신의 넥서스 위에 정지하고 3초가 흐른 후 다시 1초가 흐르자 강민은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당연히 일어나야 할 행위가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저글링이나 히드라나 러커 2기가 내려 캐논이나 프로브를 때리고 버로우 해야 한다. 프로는 느낄 수 있었다. 단 몇초의 위화감을 통해 자신의 판을 크게 잘 못 읽었다는 것을 말이다. 자신의 본진에 동동 떠있는 것은 드랍이 아니라 그냥 빈 오버로드 였다.
‘가짜 드랍? 빈 오버로드를 6기나 집어 넣은 건가? 왜?’
그 이유는 금새 알 수 있었다. 오버로드에서 떨어져야 할 병력들의 상상만큼이 자신의 앞으로 몰려 들고 있었다. 가짜 드랍 덕분에 입구를 수월하게 밀고 들어 올 수 있었다. 저글링이 드래군을 때리고 히드라가 캐논을 부수고 러커는 버로우를 했다. 강민은 주저않고 다시 병력을 앞으로 밀었다. 본진에 피해를 최소로 하기 위해서다. 다행히 질럿으로 적의 전진을 방해 한 것이 도움이 되었다. 나갈 수 있는 만큼 앞으로 나아가 적의 병력을 맞았다. 비록 한 치앞을 놓쳤지만 그것을 극복하려는 순간이었다. 컨트롤 싸움이다. 이 병력만 막으면 자신이 이길 수 있다. 상대는 오버로드 트러블까지 걸린 상태이다. 이것만 잡고 올라가면 이길 수 있다.
강민은 한 치앞을 보지 못하고 있었지만 곧 자신의 시야를 환하게 열 수 있었다. 적의 전략이 눈에 보이니 판이 읽어 졌다. 자신의 진출 시기가 몇 초만 늦었어도 드랍작전은 성공이다. 드랍 업그레이드 보다 빨리 들켜버린 것에 놀란 상대는 전 병력을 입구로 쏟아 넣었고 가짜 드랍을 사용했던 것이다. 강민 역시 길드장에 대한 괜한 두려움에 지레 병력을 물린 것이지만 이제 확실해 졌다. 유닛 한 두기 차로 이 교전은 자신의 승리 였다. 자신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강민은 상대는 두 치앞을 내다보며 자신을 속였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본진이 공격 받고 있다는 메시지가 들렸다. 그럴리가.... 병력은 분명 본진과 거리를 두고 벌어지고 있는데? 미니맵을 클릭하고 자시고도 없이 화살표로 화면을 스크롤 했다.
그곳에는 오버로드가 동동 떠서는 캐논의 광자탄을 맞고 이리저리 떠다니고 있었고 소수의 저글링이 자신의 병력 뒤를 노리며 달려 들고 있었으며 두기 쯤 되는 러커가 프로브를 찌르고 히드라 대 여섯기가 그나마 남은 캐논을 쪼고 있었다.
쉽게 말해 드랍이 온 것이다.
두 번 속은 것이다. 빈 오버로드는 상대를 뒤로 물리기 위한 속임수였으며 또한 입구를 덮치는 병력이 전부라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었고 드랍은 안 올 것이라는 듯 오버로드를 모두 내 준 것이다.
그리고는 병력이 앞으로 올라가자 몰래 드랍을 한 것이다. 완전히 당했다.
강민은 필사적으로 컨트롤을 했지만 상대의 컨트롤은 신기였다. 상대는 순간적으로 병력의 교전과 드랍과 러커의 버러우와 저글링의 쌈싸기 등을 한번에 해 내었다. 프로라고 생각해도 따라가기가 쉽지 않을 만한 손빠르기 였다. 하지만 손빠르기라면 강민 역시 지지 않는다. 그는 필사적으로 프로브를 빼내고 옵저버를 돌리며 저항했다.
남은 드래군들이 러커를 무빙 샷 했다. 저글링을 피하며 돌아다녔고 히드라들은 유유자적 건물들을 쪼아대고 있었다. 질럿이 소환되어 나와 저글링들을 막아 섰다. 숫적으로 열세 였다. 저그는 더 병력을 더 생산하지는 못했지만 무혈입성에 성공했으므로 프로토스보다 병력이 많았다. 프로브들이 저글링을 비비며 한기라도 잡아 내려 드래군의 앞을 막아주려 애썼다.
‘GG'
삐빅..
‘Nal_ra was left the game.'
“아아아!!”
“꺄악!!!”
관객석에서 터져나오는 함성과 비명. 얼굴을 감싸 안은 조감독. 망연자실 요지부동 강민. 미쳐 날뛰는 6:00 길드원. 그리고....
“14분 29초..에이 1초 틀렸네..음음..You got the funk..맞는데.. 에이..왜 틀렸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 거리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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