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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09/20 18:28:56 |
Name |
날치는한방 |
Subject |
온게임넷 맵에서의 PvsZ 관계에 대해.. |
안녕하세요.
항상 눈팅만 하다가 어제 프리미어리그를 보고 답답한 마음에 이렇게 글을 씁니다.
어제 PvsZ 경기가 2경기 있었습니다. 1경기 박정석 선수와 조용호 선수와의 경기, 5경기 김환중 선수
와 박성준 선수의 경기입니다.
두 경기의 공통점을 뽑자면, 맵이 레퀴엠이었다는 것과 경기가 굉장히 원사이드 하게 끝났다는 겁니다.
특히 1경기에서 박정석 선수는 공격 한번 제대로 해 보지 못하고 지고 말았습니다.(상대가 조용호 선수
이긴 했지만;)
레퀴엠의 장점은 짧고 굵은 승부가 나온다는 겁니다. 초반의 신경전과 고도의 심리전, 그리고 무궁 무
진한 초반 전략들이 많이 나오죠. 비록 요즘에는 '초반에 끝나 재미없다'는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챌린
지리그나 프로리그에서는 치열한 난타전이 끊이지 않는 장기전 경기도 많이 나온 맵이 레퀴엠입니다.
하지만 PvsZ에서는 저런 장점들이 통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레퀴엠의 단점 중 하나인 '초반에 싱겁게
끝나는' 경기가 대부분입니다. 보통 '아무 것도 못 해보고 졌다.' 라는 말을 듣곤 하는데, 레퀴엠에서는
저그 상대로 프로토스 유저들이 그 말을 자주 합니다. 실제 공식 경기에서도 나타났죠. 어제 1경기에서
는 럴커 3cm드랍에 그대로 경기가 확 기울어지고, 5경기에서는 캐논 러시도 하고 공발업 질럿으로 과
감한 공격도 감행해보려고 했지만, 성큰 방어에 질럿들은 저그 건물에 칼질도 못해보고, 뮤탈 뜨니까
바로 끝나 버렸습니다. 이 맵에서는 프로토스가 저그에게 뮤탈이나 럴커가 나오기 전에 경기를 끝내지
못하면 이미 상황 종료되고 프로토스가 지고 맙니다.
원래 프로토스라는 종족이 저그에게 많이 약하긴 합니다만, 정말 공격한번 제대로 못해보고 진다는 건
단순히 종족 밸런스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듭니다. 이 맵에서 프로토스가 저그 이겨 보려면 전진게이트나
초반 캐논러시 같은 도박전략을 써야한다는 건데, 그것은 단 한번 뿐이지 계속 쓰다보면 저그도 대비를
하게 되고, 도박이라는 말에 대한 부담감이 너무 큽니다.
게다가 정석적으로 하여 테크트리를 올린다 치더라도, 로보틱스-옵저버 테크를 타야 할지, 아둔-템플러
테크를 타야 할지 갈등을 하게 되는 거죠. 만약 여기서 잘못 선택해버리면 고작 럴커 1~2기나 뮤탈
5~6기에 경기가 바로 끝나게 됩니다. 그리고 테크를 제대로 선택해서 공격을 막아서 이제 한번 공격가
야지- 할 때쯤이면 저그는 이미 가스멀티 2~3개에 곳곳마다 성큰 콜로니가 건설되어 있을 겁니다. 프
로토스는 안마당 멀티도 못 먹고 겨우 수비하여 꾸역꾸역 병력 모았다고 치더라도 이미 저그는 멀티가
2~3개이니 그 때 공격 한 번 잘못 갔다가 제대로 피해 못주면 바로 경기가 기울게 되죠. 즉 저그는 소
수 뮤탈이나 럴커로 공격이 가능하지만, 프로토스는 그것 막는데도 상당수의 병력이 필요하게 되죠. 게
다가 요즘 뮤탈은 캐논도 무서워 하지 않더군요-_-.
어제 박정석 선수와 김환중 선수가 왜 레퀴엠을 빼지 않았을 지 의문이지만, 아마도 프로토스 게이머들
은 레퀴엠을 머큐리처럼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차라리 선수들이 뺐던 노스텔지아
나 아리조나가 걸렸으면 그렇게 허무하게 끝나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저같은 프로토스 유저가 이런 불평을 하면 몇몇 저그 유저분들이 '패러독스는 뭐냐'라고 말씀들을 많이
하시는데, 그래도 패러독스에서는 저그 유저들이 이것저것 시도도 많이 해 보았고, 정말 이길 수 있는
경기들을 아쉽게 놓친 경기들도 많았습니다. 물론 허무하게 끝난 경기도 있었습니다만. 예를 들면, 이창
훈 선수와 안기효 선수의 경기에서는 프로토스 본진에 몰래 헤처리를 지은 후 나이더스 캐널을 이용했
지만, 결국 안기효 선수가 꾸역꾸역 막아 내고 모은 캐리어에 의해 아쉽게 지고 말았고, 박정석 선수와
조용호 선수와의 경기는 디바우러와 뮤탈-히드라로 자원전을 하며 거의 대등하게 맞섰으나, 조용호 선
수의 결단력의 아쉬움과 중앙을 장악한 프로토스에게 지고 말았죠. 그래도 패러독스에서는 섬맵이라는
특성과 본진의 엄청난 자원을 바탕으로 저그들이 중장기전을 도모해 어떻게든 이겨 보려고 노력을 했었
죠.
하지만 레퀴엠에서는 프로토스가 그런 시도조차 할 수가 없게 만듭니다. 무조건 초반에 도모해야 되고
초반만 생각해야 되죠. 에버 스타리그에서 박용욱 선수가 더블 넥서스를 하며 초반이 아닌 중장기전을
도모해 저그와 맞상대 해 보려 했지만 경기는 초반에 끝났습니다. 본진과 멀티 두 곳을 초반에 다수 포
토캐논으로 수비할 수 없기에, 결국 한 곳이 허술하게 되고 이주영 선수의 공업뮤탈에 커세어는 힘도
써보지 못하고, 본진이 쓸리고 일꾼타격으로 인해 결국 지고 말았죠.
처음 레퀴엠 나올 때 저그 죽어나는 맵이다 라며 저그 유저들의 한탄을 많이 들었습니다만, 지금은 오
히려 생각지도 못한 프로토스가 죽어나고 있습니다. 프로토스가 테란 상대로도 저는 6:4정도로 밖에 유
리하지 못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 점에 비해 요즘 저그들이 레퀴엠에서 테란 상대로 멋있는 경기들
많이 보여주고 있죠.
문제는 프로토스가 저그 상대로 이렇게 암울한 맵이 스타리그 총 맵 중에 레퀴엠 하나만이 아니라는 겁
니다. 처음 스타리그의 4개의 맵이 나왔을 때 해설자분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
됩니다. '레퀴엠이 저그 상대로 프로토스가 그나마 할만한 맵이다' 라고 말이죠. 하지만 현재 프로토스
vs저그 전적이 어제 2경기까지 합하여 3:9입니다.(프로토스가 3번 이긴 것도 신기할 정도;) 이런 맵이
가장 할만한 맵이면 이번 시즌엔 프로토스는 저그 만나지 말라는 소리와 같습니다. 머큐리에서 프로토
스가 저그 상대로 불리한 건 프로게이머들도 인정한 까닭에 말할 필요도 없구요, 테란 상대로도 오히려
중장기전으로 넘어가면 도넛형태의 중앙 때문에 프로토스의 병력 운용이 굉장히 힘이 듭니다. 보통 프
로토스가 테란 상대로 중앙 싸움을 할 때는 소위 쌈싸먹는 플레이를 하는데, 머큐리에서는 그런 점이
굉장히 힘이 들죠. 거기에 비프로스트에서는 저그가 프로토스를 더블 스코어로 이기고 있고, 펠레노르
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역시 프로토스가 유리하지만은 않다고 봅니다.
저번 마이큐브배와 한게임배에서 패러독스가 있을 때에는 노스텔지아와 기요틴, 신개마고원과 남자이야
기가 같이 있었습니다. 이들 맵은 저그가 프로토스 상대로 거의 동등하거나 유리했지 결코 불리한 맵은
없었죠.(기요틴에서의 강민 선수는 예외입니다만) 하지만 이번 스타리그는 프로토스가 저그 한번 이기는
게 너무 힘이 듭니다.
요즘 PGR에 PvsZ를 위해 밸런스 패치를 해야 된다는 글이 많이 올라오고는 있지만, 1.12패치가 나오
기 전까지는 불가능한 일이고, 요즘의 저그 상대로 암울한 프로토스의 분위기를 고치는 일은 맵 밖에
없다고 봅니다. 이번 스타리그의 맵들이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는 좋습니다. 다 좋지만, 적어도 세 종
족간의 밸런스는 생각을 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에 맵이 나왔을 때에 화두도 TvsZ나 TvsP
였지, PvsZ 밸런스를 걱정하는 분은 거의 없었습니다. 원래 맵을 정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이 밸런스 아
닙니까? 게다가 부활할 맵을 비프로스트로 결정을 했으면, 적어도 프로토스가 저그 상대로 유리한 맵은
한가지 정도는 넣어 줬어야 했다고 생각이 듭니다. 패러독스까지는 아니지만, 노스텔지아나 기요틴 정
도의 PvsZ 전적이 되는 맵 하나는 넣어 주어야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타리그나 챌린지리그도 걱정이 되지만, 가장 걱정되는 점은 듀얼토너먼트입니다. 물론 너무 앞선 생
각이긴 하지만, 만약 듀얼에서 프로토스가 레퀴엠이나 머큐리에서 저그를 만나게 된다면, 예전에 패러
독스에서 저그가 프로토스 만나는 것 못지 않게 끔찍할 정도입니다. 그 때야 패러독스를 빼고 나머지 3
개의 맵으로 구성을 했었지만, 지금은 그런 맵이 2개나 되는데 이 2개를 다 뺄 수 없는 것 아닙니까?
챌린지에서도 승자전에 진출한 프로토스들도 저그 만나서 1위 결정전에 진출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남아있는 송병석 선수도 머큐리에서의 저그전이 기다리고 있죠.
제가 이렇게 하소연 해 봐도 리그 중간에 맵을 교체할 수는 없는 것이고, 오로지 선수들이 대책을 찾는
것 밖에는 길이 없습니다만, 제발 다음 시즌에라도 최대한 3종족의 밸런스가 5:5까지는 아니더라도 6:4
정도는 유지하는 맵이 나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가장 맞추기 어려운 것이 PvsZ전의 밸런스라고
합니다만, 최대한 신경을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렇다고 이번에 신경을 안 쓰셨다는 말은 아니지만,
프로토스를 응원하는 저의 입장으로서는 이번 시즌만큼 저그 만나는 것이 이렇게 두려운 적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스타에 대해선 가방끈도 짧고 모르는 것이 많기는 하지만,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재주 없지만
글을 써봅니다. 이 글 때문에 논쟁도 많이 일어날지도 모르고, 낚시글이라고 말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
만, 어떤 곳에서도 온게임넷 맵에서의 PvsZ에 대한 글이 올라오지 않아, 저 혼자만의 생각일 뿐인지 궁
금해서 씁니다. 정말 저 혼자만의 기우라면 그것만큼 반가운 마음이 없지 않습니다만, 상황이 기우라고
치부되기에는 심각해진 면이 있는 것 같네요. 이 부분에 대해 PGR분들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뱀다리1) 맵의 재미나 단순한 종족밸런스나 패치 얘기가 아니라 온게임넷 맵에서의 PvsZ에 대해서만
쓴 것입니다. 그 점에서 오해 없었으면 합니다. (온게임넷만입니다)
뱀다리2) 제가 프로토스 유저라 너무 프로토스의 입장에서만 쓴 부분이 많으니 이해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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