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4/09/17 01:40:27
Name 뉴[SuhmT]
Subject [EndLis SL 2nd 조정현 편] 부러질지언정 휘어지진 않겠다.

  대나무는 부러질지언정 휘어지지 않으며,
선비의 절개는 그 목숨을 내놓을 지언정 그 뜻을 꺽지 않는다.

  조정현.. 그를 보면 항상 생각나는 말이다.
대 프로토스전 최고의 스타일리스트.
입구를 왜 막지않냐고 하는 질문에 '입구 막으면 답답해서요.' 라는 말을 하는 선수.

   드림팀의 에이스.
최근에 보기 어려운 그의 화려한 비상을 난 그리워 한다.
대나무류 조이기에 당하는 날에는 이기든 지든 기분이 좋다.
내가 좋아하는 그의 그림자라도 볼수 있음이 나에겐 큰 기쁨이며,
그의 그림자를 접한 날은, 작지만 긴 여운이 게임후에도 날 껴안는다.

  이미 어느 정도 파훼법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력한 대나무류.
그 창시자 조정현.

  유독 스타일리스트를 좋아하는 나에게 있어... 최근, 그 만큼 보고싶은 이도 없다.
올드보이의 부활이 이루어지고있는 요즘은 더더욱 그가 그립다.
프로리그 에서는 혹여나 볼수 있을까 매주 기대해보지만, 아직 그는 내게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코카콜래배 3위 의 성적을 거두었던 선수가 왜 이렇게도 보이지 않는지..
  
  하지만, 그가 보이지 않는다 하여 실망하진 않는다. 더 좋은 모습으로 돌아올거란
믿음이 있기 때문만은 아닐것이다. 아직 내 머릿속에는 그의 대나무류를 처음 본 날
느꼈던 설레임이 아직까지도 진한 여운으로 남아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최근에 스타리그를 즐기기 시작한 사람들 사이에서, 이미 조정현 이라는 이름은
알지도 못하거나, '그런 선수가 있었다' 라는 정도 기억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기억한다. 그의 대나무류.. 결코 쉽게 패배를 선언하지 않던 그 꺽이지않는
절개를..
  그리고 나는 좋아한다. 그의 그런모습.. 비록 최근에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해도..
내 기억속에 그의 모습만으로도 그는 이미 나에게 최고의 선수중 한 사람이다.

  그의 대나무류는 사실, 대나무 라는 말 처럼 그렇게 곧지만은 않다.
프로토스의 여러가지 빌드오더에 전반적으로 유효한 전략이며, 때에 따라서
유동적으로 대비할수 있는 마치 '버드나무류' 같은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의 대나무류는 모습보다 정신에 있다는 것을..
그가 한동안 저그전 연습에 치중하느라 프로토스 전 성적이 아주 안좋아지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입구를 막지 않았다. 세상에 어떤 테란이 프로토스를 상대로 입구를
열어두던가! 그 꿋꿋한, 어떻게 보면 바보스럽기 까지한 그의 고집을 차라리 절개라
부르겠다. 그 절개가 대나무 같다 하여 대나무류가 아닐까. 하고 스스로 생각해본다.
  
  여담이지만, 이기는것이 가장 중요한 프로게이머 로서의 그는 어쩌면 최고의 선수가
될 자격이 없다고도 할수 있다. 자신의 패턴이 어느정도 파악되고 반격할 수가 있음에도
여전히 입구를 막음으로서 생기는 메리트를 단순히 '답답하다' 는 이유로 버려버리는
그 모습은 너무도 고집스럽다.

  그의 모습은 얼마전까지 스타일에 변화를 주며 여러가지 시도를 해보던 임요환 선수와도
비교된다 할수 있다. 누가 옳다 그르다 라고 말하진 않겠다. 그딴건 모두 다 결과론 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님을 나는 안다.
  
   난 선수를 좋아할때 '잘한다, 성적이 좋다, 잘생겼다' 등의 이유가 아닌
그 선수가 하는 게임이 좋기 때문에 그들을 좋아한다.
  
   조정현 의 경기가 너무나 멋지고, 임요환의 경기가 너무 드라마틱 하기에 그들을
좋아한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선수가 이기면 나도 즐겁다. 하지만, 그들의 지는 모습을
봐도 나는 즐겁다. 대부분의 경우에 그들은 지는 모습조차 내 기대를 뛰어넘었기에..

  난 그렇게 고집스럽고 스타일리쉬 한 그의 모든 경기를 좋아한다.
언젠가 화려하진 않아도 묵묵하게 굳게 다시 돌아올 그를.. 작은 미소를 띄우며
기대해본다.
  
  오늘 나의 테란은.. 부러질지언정 휘어지지는 않을것이다.
내 가슴에 긴 여운을 남겨버린 그의 모습처럼..

                                             - EndLis Ma Luv..NightWind

주. 사실 그가 입구를 한번도 안막진 않았습니다만은.. 어떤선수가 이랬었지 하는 기억은
강한 임팩트를 남겼을때 굳어지는 듯 합니다. 임성춘 선수의 한방러쉬나 최연성 선수의
끝이 안보이는 마린행렬 처럼 말입니다.

Ps1. 이틀에 한번씩 볼수 있는 찬양 이야기 라는 글을 보고 나름대로 변화를 줘서
애인을 그리는 듯한 느낌을 조금 섞어보고 싶었는데, 잘 안된거 같습니다;

Ps2. 좋은 글을 보기는 쉽지만 좋은 글을 쓰기는 참으로 힘듭니다. 특히나 저 처럼
필력이 많이 모자란 사람에게는 더더욱 말입니다. 앞으로 더 좋은 글을 쓸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Ps3. 좋은 꿈, 좋은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Ps4. 내일은 프로토스 선수중 한명으로 해볼까 합니다.


주.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Puretoss
04/09/17 02:05
수정 아이콘
조정현 선수...정말 안타깝죠. 일전에 마이큐브였나요? 손가락 부상으로 분전할 때...ㅋ...박정석 선수와의 경기는 정말...
雜龍登天
04/09/17 03:51
수정 아이콘
다른 얘기를 좀 하면 사실 조정현 선수의 별명은 좀 잘못지어진 감이 없지 않아 있죠.
정일훈씨가 처음 '대나무'라는 표현을 썼을때는 사실 조정현 선수의 유연함을 강조하고자 했던 표현이었는데요.
꺾어질 듯 꺾어질 듯 하면서도 꺾이지 않고 이어지는 공격을 표현하기 위해서 마치 대나무 같다는 표현을 썼는데 제가 보기엔 '버드나무'를 썼어야 하는데 실수하신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머 어쨌든 조정현 선수가 온게임넷에서 처음 보여줬던 그 모습이 임팩트가 워낙 강했고 또 당시 엄정(일훈)김 트리오의 표현 한마디면 그 선수의 별명이 될 정도로 정일훈씨 영향력이 컷기 때문에 지금은 그대로 굳어져서 사용되는 거 같습니다.
엄재경씨도 언젠가 방송에서 다소 잘 못 표현된 거라고 언급하신 적이 있죠.
이쥴레이
04/09/17 06:06
수정 아이콘
저번 프로리그에서 나왔을때.. 역시나.. 프로토스 상대로 입구를 막지 않더군요.. 존경 =_=
04/09/17 08:25
수정 아이콘
雜龍登天//님 말씀도 맞고요. 또 저도 그런 이야기를 듣기는 했는데 뭐 대나무도 종류에 따라서는 가늘고 긴 것은 부러지지 않고 유연하게 잘 휘어 지는 경우도 있잖아요. 와호장룡의 주윤발과 장쯔이의 대나무씬에서 봐도 그렇고.(음.... 그건 대략 상관 없는 건가? -_-a)
그나저나 저도 한번은 조정현 선수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는데 뉴[SuhmT]님께서 쓰셨네요. 조정현 선수는 제 테란 플레이의 스승과도 같은 존재여서 말이죠.(직접 가르쳤다는게 아닌 건 다들 아시죠? 티비나 리플등으로 보고 많이 따라 했다는 뜻.)
단어자체로만 본다면 조정현 선수야 말로 진정한 전략가 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우리가 전략가라고 칭하는 임요환 선수의 경우에는 전략이라는 측면보다는 유닛의 전술적 활용이 더욱 탁월하지요. (예를 들면 남들이 그냥 일반해병 마린을 쓴다면 임요환 선수는 UDT마린을 쓰는 격이라고나 할까요. 유닛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서 일반적으로 누리는 효과 이상을 발휘하는 타입이죠.)
하지만 조정현 선수 같은 경우엔 그런 유닛의 전술적 측면은 그다지 강하지 않았습니다. 난전에서의 마이크로 컨트롤이 뛰어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종종 유닛을 평범하게 잃는 경우를 보이기도 했고요.
하지만 항상 상대의 플레이 스타일을 연구해서 그에 상응하는 톡득한 전략을 많이 준비해 왔던 선수지요. 경기전에 상대의 심리를 파악해서 그에 상응하는 가위바위보를 내는 선수라고 할까요.
예전에 김창선해설위원 말씀도 생각납니다. 진짜 특이한거는 조정현 선수가 많이 한다는......
어쨌든 조정현 선수 메이져 무대에서 보지 못한게 너무 길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록 예전 코카배때의 포스를 다시 보이기는 힘들지라도 챌린지든 마이너든 대나무의 모습을 자주 좀 봤으면 하는 바램이 있네요.
04/09/17 08:29
수정 아이콘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지만 가위바위보로 선수들의 스타일을 비교한다면

조정현 선수는 예전이 경향과 상대의 심리를 파악해서 무엇을 낼지 판단한 다음에 손을 내미는 선수.
임요환 선수는 놀랄만한 손놀림으로 상대보다 손을 0,1초 정도 늦게 내밀어 상대의 손을 먼저보고 자신의 손을 내미는 선수.
그렇다면 이윤열선수나 최연성선수는?
남들은 한손으로 가위바위보 할때 두손으로 가위바위보 하나빼기를 하는 선수...... -_-;;;;;;(농...농담인건 아시죠?)
04/09/17 09:54
수정 아이콘
산적님 표현 상당히 적절하십니다. +_+
swflying
04/09/17 11:04
수정 아이콘
제가 조정현선수를 다시보게 된건
1차 mbc게임 스타리그였었나요.
이미 그때 조정현 선수는 약간 지고난 후였지만
채러티에서 노배럭 트리플 커맨드..
그 배짱 진짜 멋있었습니다.
04/09/17 14:45
수정 아이콘
저는 파나소닉배부터 스타리그를 봤기 때문에, 조정현선수의 대나무류라는 스타일은 많이 들어보았지만, 강력한 모습은 별로 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조정현선수에 대한 제 기억은 몇가지 사건들 정도... ^^;;
[SuhmT]님의 이 글을 보니... 왠지 조정현선수의 옛 vod를 한번 돌려보고 싶어지네요...
뉴[SuhmT]
04/09/17 15:04
수정 아이콘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아~ ^^; 아무리 글을 봐도 수정하고싶은 생각이 꾸역꾸역드는 글입니다 흑 ㅠ_ㅠ;
04/09/17 15:24
수정 아이콘
조정현 선수 1차 mbc 게임 스타리그에서 박태민 선수와의 경기는 정말 감동에 감동이죠.. 엄청난 난전.. 정말 추천하고 싶은 게임입니다.
04/09/17 15:48
수정 아이콘
저는 조정현선수경기중에 엠겜 옛날에 종족최강전인가..... 김동수 선수랑 짐레이너스 메모리 사막판에서의 엄청난 난전이 기억난다는.....
영웅의물량
04/09/17 17:22
수정 아이콘
가장 최근의 조정현 선수가 선보였던 대나무류 조이기는,
한게임배였죠? 16강, vs박정석.. 결국 실패로 돌아가고 게임에 졌지만
제가 본 처음이자 마지막 조정현의 대나무류 조이기여서 그런지 너무 기억에 남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653 어제 모의고사를 보고 올만에 한 스타~ [6] KissTheRain3191 04/09/17 3191 0
7652 옛날 옛적에.. 우리나라에서 스타는 [9] nbastars_tt3315 04/09/17 3315 0
7650 [바둑이야기] 절대자 이창호 9단의 슬럼프(?) [16] 그렇구나...3938 04/09/17 3938 0
7649 Ever 스타리거들에게 배경음악을 ...마지막.신정민선수편 [2] 공공의마사지3342 04/09/17 3342 0
7648 Ever 스타리거들에게 배경음악을 ...Vol5.안기효선수편 [2] 공공의마사지3787 04/09/17 3787 0
7647 왜 마당은 앞에 있어야 하나... [24] 信主NISSI4102 04/09/17 4102 0
7646 맵의 수명은 얼마나 되나. [9] 信主NISSI3620 04/09/17 3620 0
7645 절대 남의 싸움에 끼어들지 마세요... [27] 호접몽5102 04/09/17 5102 0
7644 오늘.. 아니 어제 아일랜드 보셨습니까.. [15] 멜랑쿠시3315 04/09/17 3315 0
7642 나는 미워했다... 그 남자 임요환을... [10] 팍스랜덤3665 04/09/17 3665 0
7641 [EndLis SL 2nd 조정현 편] 부러질지언정 휘어지진 않겠다. [12] 뉴[SuhmT]4954 04/09/17 4954 0
7640 99% 의 미완성 시 [14] 비롱투유3249 04/09/16 3249 0
7639 제가 생각하는 게임캐스터, 게임해설자.(온게임 넷) [37] 산적4968 04/09/16 4968 0
7637 파업의 재구성 [11] 최선아3497 04/09/16 3497 0
7636 [사과문] 죄송합니다. [19] 미래3769 04/09/16 3769 0
7635 펠렌노르, 레퀴엠 그리고 머큐리 [15] 김민수3382 04/09/16 3382 0
7634 온게임넷 공식맵에 대한 맵퍼의 글을 읽고나서 [34] ch40003989 04/09/16 3989 0
7633 본격 e-sports 로망활극 - 제 6 화 될대로 되라 [15] 번뇌선생3363 04/09/16 3363 0
7631 [잡담]필력에 대한 잡담. [7] 귀여운곰탕이3190 04/09/16 3190 0
7630 남자들은 모른다..... 스타를 좋아하는 여자이기 때문에 겪는 에피소드들~ (두번째이야기) [39] 청보랏빛 영혼6477 04/09/16 6477 0
7627 [잡담]제목 정하기 힘든글 [2] 이정훈3617 04/09/16 3617 0
7626 소닌 이라고 아십니까? [17] zenith3977 04/09/16 3977 0
7625 delete버튼의 무게!! [12] 시퐁3477 04/09/16 3477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