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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09/14 04:23:32 |
Name |
번뇌선생 |
Subject |
본격 e-sports로망활극 - 제 5 화 전략, 아니면 계략 (후편) |
“엘리 당하면 안돼. 빨랑 일루와서 아무거나 지어!”
급한 마음의 재훈이 신영에게 말했다. 하나라도 아웃되면 끝나는 거니까. 일단은 아웃당하지 않고 살자는 계산이었다. 신영은 눌러 둔 저글링을 모두 캔슬했다. 자원이 아슬아슬하게 300을 넘어가고 있는 찰나, 적의 성큰은 피 흘리는 한기와 생생한 다섯기가 만개하는 순간이었다. 신영은 두기의 드론을 먼저 빼서 재훈의 본진을 클릭했다. 나머지 드론들은 미네랄 350이 모일 때 까지 포기하기로 했다. 다행히 적 성큰의 진형이 방사형이라 미네랄 필드 반 정도에만 사정권이 미쳤다. 재빨리 미네랄 350을 모은 신영은 저글링이 추가 되기 전에 나머지 드론들 중 반을 도로 살려 도주할 수 있었다. 그리고 미리 빼둔 드론 2기로 재훈의 앞마당에 가스와 해처리를 지었다. 구사일생은 이것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6기의 성큰은 쉬지 않고 촉수를 찔러 대고 있었다. 재훈이 재빨리 캐논으로 앞마당 방어라인을 구축했다. 남은 질럿으로는 세시를 찌르고 들어갔다. 비록 박신영을 패퇴시키긴 했지만 상대 역시 자신의 후일을 도모하지 않는 동귀어진의 전략이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가난에 찌든 상태 였다. 드론부터 잡기 시작했다. 황급히 파트너의 본진으로 도망치는 드론들. 재훈은 해처리를 파괴한 후 완전 엘리를 시키려다 복수할 마음에 중상입은 스포닝만을 남겨주고는 다시 센터로 나와 병력을 추스렸다. 또 당할 순 없었다. 이 꾀많은 아마츄어들은 자신들을 쌈싸먹기 위해 무진장 애를 쓴게 분명하다. 진검에는 진검으로 대어주는 법. 재훈은 주저함 없이 6시를 향했다.
그러나 6시의 상대는 성큰 라인이 의외로 두터웠다.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분명 똑같은 자원을 썼을 것인데 6시의 상대는 무슨 자원으로 자신의 본진에도 성큰을 깔아 놓은 것일까. 무리수를 둘 순 없다 싶어 일단 병력을 돌려 입구를 조였다. 박신영의 스포닝풀이 완성되어가고 있었으므로 함께 들어가기로 마음 먹었다.
이윽고 박신영의 저글링 한부대가 갖추어지고 재훈의 질럿 다수에 드래군도 추가 되었다. 드디어 망설일 것 없이 적의 심장부를 쑤시고 들어갔다. 성큰 라인을 뚫고 들어가자 완성된 레어와 스파이어가 보였다. 예상외로 테크도 빨랐다. 지금 깨어나는 알은 분명 뮤탈일 것이다. 그러나 3기 정도의 뮤탈은 충분히 제압할 드래군이 있었다.
그때였다. 자신의 건물이 공격받고 있다는 메시지와 여자 관객들의 톤 높은 비명은 거의 동시에 들렸다. 신영은 미니맵을 클릭했다. 자신의 해처리가 피를 흘리고 있었다. 포톤 한기는 이미 날아가 있었다. 재훈 역시 당황하는 눈치였다. 저 정체 불명의 저글링은 어디서 나왔단 말인가? 3시의 상대는 이미 아웃이나 다름없는 상황인 것을 재훈이 그냥 살려만 두고 있었던 것인데.... 해처리를 잃은 라바 세마리를 모두 저글링으로 바꾸었어도 고작 여섯기 인데.... 순간, 재훈은 그 묘한 위화감으로부터 두번째 습격을 받았다. 그랬다. 3시에서 도망친 드론들이 단 한기도 이 6시 본진에는 없었다. 그럼 어디로 갔단 말인가? 분명 입구는 자신이 조이고 있었는데.... 저 시뻘건 색깔은 분명 3시의 컬러다. 저 수많은 저글링이 다 어디서 나왔단 말인가?
병력을 돌렸다. 황급히 드래군부터 멀티지역으로 올렸다. 질럿을 느릿느릿, 드래군은 버벅버벅 주인이 클릭한 곳으로 움직였다.
삐빅..
신영은 GG도 치지 못했다. 엘리 당했다. 엘리를 당했다. 땅에서 솟은 듯한 저 정체 불명의 저글링에 빈집을 잡혀 몽땅 날아가고 말았다. 설마..버로우 저글링이 아닐까 했지만 그것은 도저히 자원수급이나 타이밍상 불가능 했다. 의심반, 의아함 반으로 리플레이를 저장했다.
관객은 순간 환호의 도가니에 빠져 들었다. 난리가 났다. 2연승이다. 천하의 지오가 피씨방을 전전하는 아마츄어 길드에게 2연패를 당하고 있었다. 여성팬 중에는 우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남성팬들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환호를 지르고 있었다. 6:00팀의 팀장도 웃고 있었다. 나머지 길드원 아이들도 펄쩍펄쩍 뒤지는 않았지만 저마다 기쁨을 표현하고 있었다. 썪은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은 지오팀 뿐이었다.
“당했네. 또 당했네.”
리플레이를 돌려보던 신영의 입에서 저절로 튀어 나온 말이다.
“애초에 3시,6시가 똑같이 성큰 러시를 했던 게 아니었구나.”
“그래 맞아. 4기는 3시, 6시는 두기 뿐이었어. 올인한 건 3시 뿐이었단 거지.”
신영도 재훈도 속았다는 듯이 리플레이를 다시 돌려 보았다. 재훈의 눈이 더욱 풀려 갔다.
“감독님, 또 당했는데요.”
“흠..빨간색의 두번째 해처리 위치가 기가 막히는 구만.”
“그러게요. 신영이 해처리를 날리고 거기다 지을 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거기다 6기의 성큰이 고스란히 자신을 지켜 주니까.”
비밀은 리플레이를 보는 두 선수가 가장 늦게 알 수 있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스크린을 통해 보았으니까. 애초에 6성큰 러시는 반쯤은 속임수였다. 둘 다 올인 하는 것이 아니라 3시의 플레이어만 올인하고 6시는 테크를 올리고 성큰으로 방어한다. 상대는 당연히 3시를 끝낼 것이지만 그 전에 성큰러시를 한 적의 본진에 두 번째 해처리를 몰래 가져간다. 6시의 파트너가 성큰과 테크로 적을 속이며 시간을 끌고 있을 때에, 얼마 남지 않은 상대 저그의 건물을 날려 버린다.
“행님! 이겼습니더! 진짜로 이겼습니더!”
“봐라 내 머라캤노. 인쟈 너거 나가가 마음대로 해서 두 판 다 지도 행님이 마무리 지으면 우리 승리 아이가! 맞제!”
“맞십니더! 행님 최곱니더! 진짜 최곱니더!”
침통한 이쪽 집의 분위기완 달리 저쪽 집은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프로팀을 연속해서 깬 선수들은 부둥켜 안고 난리를 떨었다. 또 다시 조규남감독과 길드장의 눈빛이 부딪혔다. 하지만 싱글싱글 웃는 얼굴은 눈 하나 깜짝이지 않고 또 한번 꾸벅 하고 인사를 했다. 조감독도 그렇게 능청스러운 아이는 처음 보았다는 기분에 멋 적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 했다.
“정말 못 당하겠군.”
리플레이를 재차 확인 한 두 선수가 굳은 얼굴로 돌아오고 있었다. 감독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골똘히 생각했다. 강민과 서지훈이 그 둘의 등을 두드려 줬다.
“너무 기죽지 말아.”
“그래. 상대 전략이 너무 좋았어.”
“상대 전략이 어쨌다고!”
버럭! 조감독이 큰소리를 내었다. 좀체로 큰소리를 안내는 사람이라 선수들은 흠칫 놀랐다.
“전략이 좋아 보이냐?”
“예?...그..저..”
“강민. 네 눈에도 저게 좋은 전략으로 보이냐?”
“그게...좋지는 않지만..그래도..좀 ....기발한....”
조감독은 금새 평안한 얼굴을 하며 팔짱을 꼈다. 선수들도 약간 경계를 풀었다. 조규남 감독은 선수들을 바라 보았다.
“틀렸어. 저건 좋은 전략이 아니야.”
“그럼..뭐죠?”
“......계략이야.”
조감독은 몸을 돌려 아직도 좋아하고 있는 6:00길드 진영을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그 길드장을 바라 보았다.
“어린 녀석이 겁이 없구만. 후후. 걸면 받아주는 게 프로의 법이다.”
이번엔 그 둘의 눈빛이 다시 교차하지는 않았지만 조감독 혼자만의 눈길로도 충분히 뜨거웠다.
“조조 같은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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