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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09/14 02:46:25 |
Name |
번뇌선생 |
Subject |
본격 e-sports로망 활극 - 제 4 화 배 후 |
제 4 화 배 후
“행님, 오셨어요?”
“어, 그래. 잘하고 있나?”
“예. 막내가 나가서 이기고 왔어요.”
“진짜로? 전상욱이 나왔는 갑지?”
“예. 행님 말한대로 다 되던데요.”
“내 뭐라 카드나 된다 안카드나.”
“예. 행님 최곤데요.”
아이들은 ‘행님’이 오자 금새 표정이 밝아 졌다. 그 행님이란 사람도 사실은 사람이라고 칭하기 보다는 학생이나 아이란 표현이 더 어울릴 정도의 나이였다. 조감독은 물끄러미 그 주인공을 바라 보았다. 글쎄, 많이 봐도 갓 입학한 대학생 정도일까. 어떻게 보면 정말 평한 얼굴인데. 저 아이의 머리에서 모든 게 시작됐다고 생각하니 약간 섬찟하기도 했지만 호기심이 먼저였다.
만약 자기에게 오지 않는다면 자기가 먼저 다가가리란 마음을 먹고 있는 찰나, 그 아이가 자신에게로 다가왔다. 손에는 음료수 병을 들고.
“안녕하십니까? 먼길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음 아니에요. 그쪽이 길드장인가요?”
“예. 그렇습니다. 제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조금 늦고 말았습니다. 먼길 오시느라 힘드셨을텐데 대접이 시원찮아 죄송합니다.”
어린 학생 치고는 꽤 능글맞은 인사였다. 고개는 숙이고 있었지만 손에 든 음료수를 감독에게 쑥 내밀다가 황급히 옆에 있는 이재훈에게로 넘겼다. 어른 대접을 해 드린다는 뜻이었다.
“아무튼 경기 전에 한번 꼭 보고 싶었어요.”
“말씀 낮추시죠. 제가 아들뻘입니다.”
“허허..이 친구 굉장히 붙임성 좋구만. 그래 그럼 내가 말을 편하게 하지. 사실 자네 팀의 선봉 플레이를 보고 깜짝 놀랐어. 짜놓은 거던데. 맞나?”
“감독님. 제가 아무리 아마츄어라도 상대방한테 그런거 물어보면 대답할 거 같습니까?”
뼈가 있는 말이었지만 그는 싱글싱글 웃으며 완화시켰다. 조감독도 웃음으로 응수 했다.
“하하, 이 친구 보소. 참 재미 있구만. 이미 끝난 경기인데 어떤가 한번 말해주게.”
“그렇다면야..사실 짜놓은 거 맡습니다. 지오팀 올때부터 한번은 이겨보자는 마음에 얍샵하지만 제가 생각해 낸 겁니다. 전상욱 선수한테 굉장히 죄송스럽네예.”
“아니야. 꼼짝없이 당한거지. 할 말 없어. 굉장한 전략이었어.”
“아닙니더. 얍샵임니더.”
“음. 하여간 뭐든 됐고. 자네..우리 팀 에이스랑 붙고 싶다고 했다며?”
“예.”
“붙지 않으면 안온다고 했다고?”
조감독은 이 부분 만큼은 짚고 넘어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건 둘째치고라도 건방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처음부터 정중히 부탁을 했다면 어렵지만 허락을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어린 친구가 이런 얕은 수를 쓴다는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상대의 반응은 의외였다, 그는 양손을 크게 저으며 사레를 쳤다.
“은지예! 아입니더! 누가 그 카던가예! 지는 그런말 한적 없심다,”
흥분했는지 그나마 애써 말하던 표준어는 다 사라지고 사투리는 더욱 진해졌다.
“지는 진짜로 집에 일이있어가지고..어머니가 편찮다 하시가지고 밥차리 드리고 설거지 하고 온다고 늦은 깁니다. 누가 그라데예? 제가 그랬다고 누가 그라데예?”
“너무 흥분 말게.”
“아닙니더. 보입시더. 마! 막내! 니가 감독님한테 이상한 소리했제! 뭐라 캤어!”
불호령은 막내에게로 돌아갔다. 막내는 쭈뼛뿌뼛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몇마디 웅얼 거렸다.
“아니..나는 행님이 어젯밤에 함 붙고 싶다 해놓고..안오니까...일부러 그라는줄 알고요..”
“시끄럽다 고마! 쌔애끼가 시키지도 않은 소리를 해가지고! 니가 그카이 오락이 안는다 아나 모르나!”
“알겠심더...”
그와 막내의 공방에 그만 조감독도 웃음을 짓고 말았다. 옆에 있던 선수들도 진한 사투리에 킥킥 거리고 웃었다. 오락이 안는다... 오락이란 말이 그를 순수한 시골느낌이 나게 만들었다.
“감독님 죄송합니다. 제가 어제 얘들 앞에서 스타리그도 몇번 올라가고 하는 에이스들 하고 한번 붙어 봤으면 소원이 없다 했더니 막내가 철없이 이상한 소리를 했나봅니다. 죄송합니다.”
“아니야. 아니야. 괜찮아. 하하. 근데 말을 참 재밌게 하는구만. 하하”
결국 웃음을 참지못하고 감독이 웃어 버리자 선수들도 덩달아 참았던 웃음을 내놓았다.
“아이고, 용서가 되신다니 다행입니다. 그래도...한번 붙여 주실 꺼지요?”
“약속은 약속이니까. 우리 태민이 정도면 되겠나?”
순간, 그의 얼굴로 스쳐가는 번뜩임을 아무도 느낄 수 없었다. 그 스스로 조차도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지나간 느낌이었으니까. 그것은 한마디로 표현하기 힘든 여러가지 기분이 뭉쳐 지나 간 것이다.
“감사합니다. 제가 오늘 소원한번 풀겠습니다.”
“대신 마지막 5회전으로 하지. 메인 이벤트로 말이야.”
“그라믄 감독님 팀이 먼저 3승 해버리면 저는 우짭니까?”
“괜찮아. 친선전이니까 끝까지 함세.”
“고맙습니다. 그러면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그는 다시 웃으며 꾸벅 절을 했다. 조감독이 악수를 청했다. 일초정도, 그 손을 바라보더니 양손으로 힘있게 움켜 잡았다. 그리고는 돌아서서 자신의 진영으로 돌아 왔다. 길드원들은 금새 얼굴이 밝아 졌다.
“행님, 뭐라 카데예?”
“별말 안했다. 그냥 인사 했지. 막내야, 아까는 놀랬제? 잘했데이.”
“안놀랐어요. 행님이 연기를 잘 하드만요.”
“이게 진정한 프로의 모습 아니겠니?”
“하하. 맞는 것 같아요.”
“행님, 박태민이 하고는 언제 붙여준답니까?”
“5차전에.”
“어...그라믄 쟈들이 먼저 3승 해버리면 꽝이네..우짜지..”
“킥킥.. 그랄리 없다. 설마.”
“...아! 친선전이라고 5회전까지 하자 합디까?”
“그렇게 된다해도 우리가 3승을 뺏겨야 겠나? 앙? 임마 배알도 없나?”
“예? 그라믄 우짭니까? 우리가 이깁니까?”
“내 시키는 대로 해라. 니랑 니, 일로 와봐.”
“예.”
“잘들어라. 내 시키는대로 해라.”
“예.”
“팀플 투저그 플레이 생각나나?”
“예.”
“그거 해라.”
“진짜요?”
“진짜지 그라믄 가짜가 이 자슥아.”
“예. 할게요. 근데 투 저그 못 고르잖아요.”
“고를 수 있다.”
“어떻게요? 핸디캡으로요?”
“아니. 핸디캡는 접때 말한 그걸로 그대로 하고 그냥 투 저그 골라라.”
“그냥요?”
“아마츄어가 프로 상대 하는데 같은 종족 골랐다고 뭐라 하겠나 이 자슥아. 그냥 고르면 저쪽에서도 뭐라 안하고 봐 줄끼다.”
“예. 근데 쟈들이 투저그로 하면은요?”
“상관없다. 일단 그래 알아라.”
“예.”
“딱 걸렸는 기라. 그냥은 안 보내 줄건기라.”
그는 입으로는 그렇게 말하며 싱글싱글 웃는 얼굴로 지오팀을 바라 보았다. 조감독과 눈이 마주치자 다시 고개를 꾸벅 숙였지만 입으로는 혼잣말을 계속했다.
“멀리 까지 왔으니까 짭쪼롬하니 해운대 짠물 맛좀 보고 가야 안 섭섭하제.”
강민이 조감독에게 물었다.
“감독님, 쟤가 진짜 길드장 맞을까요? 생각보다 멍청해 보이는데요.”
“맞아.”
“......”
“틀림없다.”
조감독은 그가 사온 음료수를 한 컵 단숨에 들이키며 말했다.
“저 녀석이 배후야.”
빈컵에 다시 음료수를 가득 따랐다.
"함부로 당해줄 순 없지. 특히 저런 재주넘치는 아마츄어한테는. 팀플레이 준비해. 재훈이하고 신영이 하고 나가.'"
자신들의 이름이 호명되자 깜짝놀라는 두사람이었다. 구지 우리 둘을 다 내보낼 필요 있냐는 소리없는 항변의 눈길을 보냈다.
"봐주지마. 똑바로 하고 와."
*p.s : 이번회부터 아이디 바뀝니다. 제 본래 아이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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