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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9/13 01:31:44
Name Lunatic Love
Subject SKY 프로리그 임요환선수 vs 이용범선수 관전후기

...
내 마음은 한 폭의 기(旗)
보는 이 없는 시공(時空)에
없는 것 모양 걸려 왔더니라.
...








그렇다.

모 사이트에서도, 그의 플레이는 이미 한물 간 플레이이며, 물량이 따라주지 않는다며 손가락질을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에게 있는 SlayerS_`BoxeR`라는 네임벨류는 분명
그가 가진 그만의 특별함을 말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문제는 하나 그의 색이 드러나며 그만의 스타일이 화려하게 펼쳐지고,
과연 BoxeR!! 라고 말하며 기뻐하는 것. 그걸 팬들은 무척이나 바라고 있을 것이다.






...
스스로의
혼란과 열기를 이기지 못해
눈 오는 네거리에 나서면
...







이미 1:1인 상황 누가 이기던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중요한 게임.
맵은 Incubus2004과거 SKY2001때 쓰이던 맵이었고, 그 맵을 개조했었다.

과거 그 전장, 그 맵에서 벌여진 전투.
두려움이 없던 Garimto의 질럿과 St.Eagle의 독수리라는 이름을 움직임에서 보여줬던
벌쳐의 움직임. 또한 러시아에서 온 악동 Sergei의 자유분방함이 펼쳐졌던 곳.

그 가운데 그당시 쓰이지 않던 3팩 벌쳐를 구사하며 Garimto를 잡고, theMarine과
끝을 알 수 없는 싸움을 하던 전장이기도 하나...

여전히 Garimto의, 그의 질럿이 낸 상처의 흉터는 세월이 지나도 남아있었던가...

상대는 삼성Khan팀의 신인. 이용범선수.
저그 유저. 스타팅은 11시 BoxeR 1시 이용범선수.







...
눈길 위에
연기처럼 덮여 오는 편안한 그늘이여
마음의 기(旗)는
눈의 음악이나 듣고 있는가.  
나에게 원이 있다면

뉘우침 없는 일몰(日沒)이
고요히 꽃잎인 양 쌓여 가는

그 일이란다.
...








초반 BoxeR의 전략은 하나였다.
3해처리를 피는 저그를 압박하며 중요위치를 장악하며 압박,
이후 오는 메딕과 파이어벳으로 마무리를 짓는 마치 로템의 12시에서 입구 앞에
해처리를 피는 상대 저그를 입구부터 파괴시키겠다는 생각이었다 추리된다.

그러나...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되리어 이용범선수는 입구부근에 해처리를 건설치 않고, 곧바로 멀티를 가지고 가면서
소수 마린의 압박을 역시 소수의 성큰으로 수비해낸다.

갈곳을 잃은 BoxeR의 마린들은 결국 달려드는 저글링에 의해 전사하고 만다.
이후 가스 멀티를 빠르게 두곳을 가지고 간 저그 이용범선수.









...
황제의 항서(降書)와도 같은 무거운 비애(悲哀)가
맑게 가라 앉은
하얀 모랫벌 같은 마음씨의
벗은 없을까.
...








이후 이용범선수의 압박은 이겨내지만, 중요전투에서 다수의 유닛에 의해
어렵게 어렵게 갖추어진 유닛들은 대부분 전사한다.

물론 그 병력으로 중요지역을 선점.
멀티를 가지고 가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라 해설자들은 말한다.
하지만, 그 선택은 일장일단이 선택적인 결과는 분명 있다.

“나 멀티 가지고가니 너도 가지고 가라.”

이후 더 많은 유닛, 더 갖추어진 유닛으로 승부거는 것은 나쁘지 않은 전술이나,
상대는 가만히 구경하지 않는다. 그런 상황이라면 더더욱 많은 멀티를 확보하려 할 것이고,
게임은 분명 더 미궁속으로 가게 될 것이 분명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모아놓은, 짜내어 만든 유닛으로 진출하길 결정한 것이다.

...

그러나...이미 컨트롤로도 어찌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어느정도의 성과가 있긴 하나, 그 병력으로 진출을 바라는 것은
단지 꿈이고 단지 희망일 뿐이었다.

BoxeR의 드랍쉽은 교묘히 상대의 격추의지를 피해 멀티지역에 도착.
멀티를 파괴하나, 그건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상대는 자원이 떨어진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BoxeR는 멀티할 자원이 없어서 스타팅의 커멘드를 들어올려서 멀티에 옮긴다.
한숨돌리며 다시한번, 다시한번을 생각하는 순간...

다수의 병력으로 BoxeR의 본진을 뚫어버렸고 결국엔 GG를 받아낸다.










...
내 마음은
한 폭의 기(旗)

보는 이 업는 시공에서
때로 울고
때로 기도드린다.
...









GG...
BoxeR의 패배로 끝났다.

어제 봤었던 BoxeR의 눈빛은...

자신의 덫에 자신이 걸려버린...마치 멍하니 주먹을 쥐고 있는 이에게
생각에 생각, 경우의 수를 계산하며 고르고 골라서 가위를 내어버린 격이었다.
그렇기에...조금은 허탈한 눈빛이 읽어졌었다.




슬럼프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느 팀에게나 올 수 있다.
하지만, 그 슬럼프를 벗어나는 것은 명팀만이 할 수 있다.




정신없이 달려온 T1팀과 BoxeR 이하 T1의 팀원들은 다시한번 스스로를
가다듬어야할 때다.

삼성팀의 승리를 축하하며, T1팀의 심기일전을 바란다.
현재의 프로리그에서 모든 팀이 패배한번 승리한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지않은가.

...


T1팀은 오늘의 패배를...꼭 내일의 승리로 값길 바라며.

삼성Khan팀은 오늘의 승리를 내일의 승리로 연결시키길 바라며.

...


by Lunatic Love






Poem is... 정념의 기 by 김남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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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9/13 01:37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라는 흔한 말뿐이 할말이 없는 좋은 글이네요.
석지남
04/09/13 01:44
수정 아이콘
입구 해처리부터 압살 시키려는 전략이었다... 입니까...
가끔씩 테란을 하긴 하지만 그냥 가지고 노는 정도라 몰랐는데 저그전할때 12시 저그를 생마린으로 먼저 압박하고 메딕,파뱃 추가하는 방식이 통하나 보네요... 제 생각에는 그 전에 저글링에 싸먹힐 거 같아서 조금 임요환 선수의 그 첫수가 꽤 많이 의아했습니다만...;;;
쓰는 수인가 보네요 ^ ^;;;
뉴[SuhmT]
04/09/13 01:48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좋은글 쓰신다고 수고하셨습니다^^;
은빛사막
04/09/13 01:49
수정 아이콘
이런 좋은글에다 정말 lovehis 님 말씀처럼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봐서 기분이 좋네요' 같은 상투적인 말 밖에 쓸 수 가 없는게 안타깝네요

lunatic love 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마법사scv
04/09/13 01:50
수정 아이콘
정말 잘 읽었습니다!!!
안전제일
04/09/13 02:18
수정 아이콘
잘읽었습니다.
그 애정이 참 좋아보입니다.^^
04/09/13 02:36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시의 삽입 의도가 무엇인지요~?
처음엔 시랑 바로 다음 문단과 연관성이 있을 줄 알고 유심히 봤는데..
잘 모르겠네요^^; (분명 수능공부때 지겹도록 본 시인데..ㅠ.ㅠ)
아무튼 대충 루나틱님의 마음을 대신 표현한 거라 생각하겠지만..
본인의 말을 직접 들어야 궁금증이 풀리겠네요 -_ㅜ;;
그럼 다들 좋은 밤!
04/09/13 02:41
수정 아이콘
그는 과연 신인이었단 말인가...생각해 보면 너무나도 주목받았던 대결이었기에...그 부담감은 엄청났을 것인데...
lovebest
04/09/13 06:49
수정 아이콘
vod를 다시 보니 중간에 2차 바이오닉 진출 병력과 저글링 - 럴커와의 교전에서 임요환 선수가 메딕 일점사(;;)를 한 후에 파벳 두 기를 컨트롤 미스로 잃는 장면이 나오더군요. 경기를 볼 때는 메딕 일점사를 못 보고 지나쳤는데, 다시 보니 왜 파벳 두 기를 그냥 잃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Roman_Plto
04/09/13 09:25
수정 아이콘
멋진 글입니다.
단순히 보면 그냥 컴퓨터 게임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경기가 비장한 "전투" 가 되어 다가오네요..
04/09/13 09:37
수정 아이콘
네 그부분은 해설자들이 마우스 삑사리일 것이라고 결론지을만큼 이해할 수 없는 콘트롤이었지요.
멀티와 테크를 늦추며 적절한 병력 우위를 계속해서 유지한 용범선수도 잘 했고, 일부 전략과 콘트롤 미스를 보인 박서 아쉽기도 했지만 좋은 승부였던 것 같습니다.
다음 경기에서는 더 좋은 모습 보여주기를 기대합니다.
아름다운 광팬 Lunatic Love님의 응원글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키르히아이스
04/09/13 09:59
수정 아이콘
사실과는 거리가 있지만 잘쓴글입니다
박서날다
04/09/13 13:19
수정 아이콘
이재항 선수와의 일전도 그렇고 이번경기도 그렇고, 이번경기도 그렇고 임요환 선수의 생마린 압박은 Lunatic Love님이 말씀하신 입구 해처리 압사일 뿐더러 마이크로 컨트롤러의 의지이자 고집같다는 느낌을 쫌 받았습니다.
04/09/13 15:19
수정 아이콘
이제는 3경기에 박서가 나오면 불안해짐
박용열
04/09/13 16:07
수정 아이콘
임선수...
올림푸스때는.. 포스는 없었어도.. 뭔가 색다른..
딴 선수와 틀린 뭔가를 보여 줄수 있는 선수였는데..
갈수록 그런 느낌의 색이 바래가는거 같아서...

요즘은 팀플말고는 '살짜기 어이 없게 재밌네..'하는 게임은 딱히
나오질 않으니...
빠순이 싫어해
04/09/13 19:06
수정 아이콘
먼저 시를 읽고 경기글을 읽으니 왠지모르게 운율이 느껴지네요.
저만 그런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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