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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09/11 17:07:35 |
Name |
번뇌선생 |
Subject |
본격e-sports로망활극 - 제 3 화 지오, 말려들다 |
제 3 화 지오, 말려들다
“자, 그럼 18분 선수는 종족 선택해 주세요.”
그 아마츄어 선수는 조인을 했음에도 종족을 고르지 않았다. 사회를 보던 사장은 재차 종족을 선택하라고 말했지만 그래도 꼼짝 않았다. 사람들은 배틀넷 때의 버릇이 남아서 카운트 2초를 남기고 종족을 정하려고 그러나보다 하고 생각했다. 결국 마지못해 게임은 스타트 되고 카운트가 시작됐다.
5, 4, 3, 2, 1
그러나 그 아마츄어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웅성댔다. 곳곳에서 이 쌔애끼, 저 쌔애끼 하는 욕도 들렸다. 아마츄어는 꼼짝도 않고 랜덤으로 경기를 시작한 것이다. 적잖이 당황한 것은 관객뿐만이 아니라 지오팀도 마찬가지 였다. 질리야 있겠냐만은 뭔가 자꾸만 석연치 않았다.
게임을 하는 전상욱 역시 의아했지만 별 수 없었다. 핸디캡은 받아 들였으며 아마츄어를 상대로 질 수는 없는 것이다. 전상욱은 차근차근 투팩빌드를 올려 갔다. 전상욱은 애드온 두개를 달며 마인 업을 먼저 해서 상대의 병력이 얼마를 진출 했든 조으기로 마음 먹었다. 아마추어 일수록 조이면 답답해 지기 마련이니까. SCV를 돌려 정찰을 시작했다.
하지만 운나쁘게도 전상욱의 SCV는 가장 마지막에 상대의 본진에 이르렀다. 상대는 테란이었고 입구를 막고 있었다. 더욱 고마웠다. 내심 저그가 나와서 초반 저글링을 걸면 어쩔까 생각 했지만 다행이었다. 어느 정도는 편하게 플레이할 수 있다고 생각 했다.
그때였다. 한기의 마린이 본진으로 들어 온 것은. 느닷없는 마린 한기가 들어와서는 SCV들을 괴롭혔다. 전상욱은 배럭을 띄우려다 말고 마린을 생산하려 했다. 그런데 순간 헷갈린 것이다. 머신샵을 달기 전까지 유닛을 안뽑기로 했던가 아니면 팩토리 유닛을 안뽑기로 했던가. 머신샵을 달고 탱크든 벌쳐든 뽑으란 말인가 아니면 마치 5분 노러시와 같은 개념으로 머신샵을 달라고 했던 것인가....
‘NO UNIT. HANDICAP. NO UNIT'
"?"
채팅이 떳다. 상대가 보낸 것이다. 노 유닛. 뽑지 말란 말이었다. 5분 노러시 하자는 말이나 똑같은데....문제는 전상욱만 5분 노러시고 자기는 러시 하겠다는 말이었다. 조금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SCV 몇기를 돌려 문제 없이 막아 내었다. 그러자 또 한기가 들어왔다. 상대는 아예 랠리를 찍어 놓고 계속 보내는 듯 했다. 하지만 프로는 이 정도에 흔들리지 않는다. SCV로 컨트롤 하는 중에 또 한마리가 들어 왔지만 곧 안 되겠다는 생각이었는지 들어왔던 마린 두기를 다시 빼 내었다. 전상욱은 쫓아가지 않고 바로 팩토리를 올렸다. 상대는 초반 마린 흔들기가 틀렸다고 생각했는지 더 이상 들어오지 않았다. 두번째 팩토리가 올라가는 중이었다. 곧 조으기 라인을 구축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이번엔 적의 벌쳐 였다. 아니 벌쳐와 마린이었다. 아차 싶었다. 프로토스를 상대로 하는 간담러시였다. 이거였구나. 이걸 하려고 나에게 그만큼의 시간을 요구한 것이었구나. 전상욱은 뒤늦게 알아 챘지만 꼼짝없이 당하고 말았다. SCV로 시작을 벌며 머신샵 까지 달았지만 뒤이어 달려온 탱크는 머신샵만을 두드렸다.
‘GG'
충격의 전상욱 GG. 순간 장내는 흥분과 탄식의 교차로가 되었다. 비명과 환호. 핸디캡을 백분 이용한 타이밍 러시. 전상욱 역시 적잖이 당황했다.
“감독님, 저거 짜고 나온 거예요.”
“지훈이 니가 보기에도 그렇지? 저건 초재면서 연습한 거다. 저 빌드만 사흘은 연습했을거다.”
“쟤들 도대체 뭐죠.”
“친선경기라고 생각 안 하는것 같은데.”
흥분한 여성팬들을 진정시키느라 사장님은 꽤나 땀을 뺐다. 겨우 진정이 되자 이번엔 그 18분의 소년이 다가왔다. 사장님의 귓속에다 몇 마디를 속닥거리자 사장님의 눈이 커졌다. 둘이서 낮은 목소리로 속닥 거리더니 곧 조감독에게로 갔다.
“저..조감독님. 이 친구가 할 말이 있다는데요.”
“아 그렇습니까? 그래요. 할말이 뭐죠?”
“저기요...저기..”
“말해봐요.”
“저...”
소년은 말을 못하고 계속 웅얼 대다가 자신의 길드원들이 있는 곳으로 눈길을 주었다. 나머지 길드원들은 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듯 얼른 말하라는 눈치를 주었다. 결국 소년은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저기..죄송한데요...팀플 안하고..그냥 개인전만 하면 안되요?”
“응?”
“프로리그 처럼 팀플 안하고요, 그냥 올킬제로 가면 안되요?”
소년은 지금 감독에게 도발을 거는 것이었다. 아니 지오팀 전체에게 도발을 거는 것이었다. 생전 듣도 못한 핸디캡을 내 걸더니 이제는 팀플 없이 올킬제로 가자니... 그렇다면 2회전도 자기가 하겠다는 말 아닌가. 마치 자신이 지오팀 전체를 올킬 시키겠다는 뜻으로 밖에는 들리지 않았다. 조감독의 순간적인 판단으로는 그것은 절대 안된다 였다. 아마츄어에게는 1패정도만 서비스할 수 있을 뿐이다.
“그건 안되겠어요. 왜냐하면 팀플을 보러온 팬들도 많거든요. 일방적으로 약속을 꺨 수는 없잖아요, 그죠?”
“....”
“근데 왜 갑자기 팀플을 하지 말자고 하는 거죠?”
“.....길드장 행님이...그렇게 하라고 했어요.”
“길드장이?”
“예....”
“길드장은 지금 어딨죠?”
“지금 없는데요..”
“흠..길드전을 하는데 길드장이 없다...그래 길드장이 올킬제로 하자면 내가 뭐라고 할 거라고 하던가요?”
“안된다고 할거랬는데요....”
“알면서 왜 그런걸 시켰죠?”
“몰라요.... 하랬어요..”
“음..그래도 하여간 약속을 깰 순 없어요. 팀플로 합시다.”
소년은 별반 실망하는 내색도 없이 뒤돌아 섰다. 정말 이상한 길드라고 감독은 생각 했다. 조감독은 돌아서는 학생의 어깨를 잡으며 물었다.
“학생..그나저나 잘하던데. 그거 연습 일부러 한거죠?”
“예...”
“얼마나 했어요?”
“..제가 잘 못해서요..다른 행님들은..3일만에 다 했는데..저는 한 5일 걸렸어요..”
“그래요... 누가 생각해 낸 거예요?”
“길드장 행님이요.”
“핸디캡도 참 좋던데. 그것도 길드장이?”
“예..그거요 사실은 얍삽한 거라고 하지 말랬는데..프로게이머 온다니까 해보라고 하던데요.”
“그랬군요. 우리 상욱이도 많이 당황해서 졌지만 이제는 안통할 거예요.”
이제는 통하지 않을 거라는 말에 소년의 얼굴이 굳어 졌다. 조감독은 말실수를 했나 싶었지만 곧 평정심을 되찾았다. 하지만 소년의 얼굴은 굳은 채로 풀리지 않았다.
“통할 건데요. 길드장 행님이 만든 거는 다 통하는데요.”
소년의 믿음은 절대 적인 것이었다. 길드장의 전략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 하지만 조감독 역시 절대 막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건 상욱이가 사람들 앞에서 많이 긴장하기 때문에 대처가 조금 느린 거였어요. 만약에 지훈이가 나갔으면 막혔을걸.”
“아는데요.”
안다니?
“전상욱이 나와서 한건데요.”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길드장 행님이 전상욱이 나오면 이거 하라고 연습시킨 건데요.”
“상욱이 한테? 그럼 만약에 지훈이가 나오면?”
“안 나올거라던데요.”
“왜?”
“아마츄어랑 하는데 무슨 에이스가 나오냐고 나오면 팀플에 강민이나 나올까하면서 테란은 무조건 전상욱이라고 말했어요.”
얘기는 아주 재밌게 돌아가고 있었다. 조감독은 흥미가 일었다. 도대체 그 길드장이 누구냐고 묻고 싶었다. 머리 쓰는 게 보통이 아니었다. 지금 하나 부터 열까지 베테랑 조규남 감독은 얼굴도 나이도 모르는 그 ‘길드장 행님’이란 사람한테 말려 들고 있었다. 하지만, 열받는다는 생각보다는 놀라웠고 그를 만나보고 싶었다.
“그 길드장이란 사람 한번 만나보고 싶은데 안될까?”
“잘 모르겠는데요.”
“그러지 말고 한번 불러봐. 응? 프로들과 경기 할 수 있는 게 쉬운 건 아니잖아.”
“그러면...어쩌면..서지훈이나 박태민이랑 개인전 시켜 준다면 올지도 모를걸요.”
“지훈이나 태민이랑?”
조감독은 망설였다. 에이스를 함부로 내 보이는 게 아니다. 게다가 스타리그까지 올라가 있는 선수들을 함부로 경기에 내보내면 그 영향이 확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너무나 흥미가 일었다. 결국 이번주에 경기가 예정되어 있는 지훈이보다 한 주를 쉬게 될 태민이를 붙이기로 마음먹었다.
“좋다. 그럼 태민이랑 개인전 시켜줄 테니까 오라고 해봐.”
“예.”
“하지만, 다음 경기는 분명 팀플이야.”
“예.”
소년은 돌아서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자신의 길드원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 갔다.
“어떻게 됐냐?”
“박태민이랑 붙여 준다고 부르라던데요.”
“잘됐네. 잘했다. 내가 가서 행님한테 전화하께.”
“근데 팀플은 하자던데요.”
“뭐 할 수 없지. 아무나 둘이 나가라.”
“그래. 니랑 내랑 나가자.”
“그라자.”
“어차피 중요하나, 행님이 팀플 하게 되면 자기 올 때까지 시간만 끌라고 했는데.”
그러면서 한 소년이 전화기를 꺼내 들어 버튼을 눌렀다.
“행님. 오시면 되겠는데요. 박태민이랑 붙여 준답니다.”
“알겠다. 지금 가고 있다.”
“얼른 오세요.”
“오야. 음료수 사가지고 가께.”
“예.”
길드장이란 그 소년은 전화를 끊고는 근처 편의 점으로 들어 갔다.
‘페트를 사까, 캔으로 사까. 지오팀 글마들 꺼도 사야 겠지.’
결국 페트 6병을 계산하기로 마음먹고 이것저것 골고루 골라서 여섯병을 만들었다.
“8천 4백원입니다.”
‘아따, 오늘 돈 시원하게 깨지네.’
계산을 치른 길드장은 양손에 음료수를 나눠들고 피씨방으로 올랐다. 사실은 바로 코앞에 까지 와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마치 멀리 있는 양 연기를 했던 것이다.
‘아씨..근데 왜 또 박태민이지. 강민이랑 하자 할 걸 그랬나.’
박태민과의 일전을 아쉬워하는 그 였다.
*p.s : 갈길은 아직도 멉니다. 스토리의 반의 반도 나오지 않았으니 읽다 지칠까 두렵네요.
재미와 리얼함을 위해서 프로게이머의 실명을 그대로 썼다고 해놓고는 사실 전략에 대한 검증은 하나도 하지 않았습니다. 볼줄만 알았지 하는 손이 미천해서 저 타이밍에 저 전략이 성공할것 같다는 상상만으로만 썼습니다. 이점 양해 드리고 설사 앞으로 더 황당한 전략(정말 황당 한건 저도 싫어요)이 나오더래도 되니 안되니로 힐책하진 말아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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