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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09/09 00:10:17 |
Name |
xkaldi |
Subject |
오늘 경기와 전.혀. 관계없는 스타리그 이야기... |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온게임넷에는 우승자 징크스라는게 있습니다.
최근에는 엠겜에도 한번 우승하면 잘 내려오지 않는다는 징크스 아닌 징크스가 생겨나고 있는거 같습니다만...
온겜넷 우승자 징크스는 참으로 역사가 깊죠.
아직 징크스라할만한게 없던 시절에 임요환 선수가 2연패를 이룬 것 이외에는 거의 예외없이 우승자 징크스가 통했습니다.
심지어 이윤열 선수나 강민 선수 같은 '당대최고'라고 불리는 선수들조차도 마수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많은 의견이 있습니다. 주로 선수개인의 자만감과 방심이라던지, 경기스타일의 노출이라던지, 파해법 등장이라던지요.
그 중 아마도 선수의 방심...쪽이 무게가 실립니다. 스카이 프로리그가 끝나고 한빛 선수들의 동반 부진같은게 그 증명이 되겠지요.
경기 스타일 노출이나 파해법의 등장은...아무래도 설득력이 약간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이유라면 온겜넷에 부진하면서도 엠겜3연패 같은 기록은 나올수가 없겠죠.
저는 개인적으로 맵의 힘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온게임넷 우승자들을 보면 특정맵에서 유난히 강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임요환 선수의 안방인 홀오브발할라, 강민선수의 기요틴, 서지훈 선수의 비프로스트, 박정석 선수도 SKY배 당시 신개마고원 전승이었습니다.
그정도까진 아니라도 이윤열 선수도 비프로스트에서는 서지훈 선수 못지않게 높은 승률을 가지고 있습니다.
맵을 그다지 가리지 않는 선수라면 박용욱 선수와 변길섭 선수 정도겠죠.
질레트배 스타리그에서 박성준 선수가 우승을 한 이후, 에버 스타리그에서 1패를 기록중입니다. 다음 상대는 서지훈..맵은 비프로스트..
개인적인 생각으로 박성준 선수의 8강 진출 가능성은 이미 있는 1패를 계산하지 않더라도 30%이하라고 생각합니다.
이유는...남자이야기가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할까요?
남자이야기라는 맵에서 있었던 저그와 타 종족간의 대결을 보면서 저는 그 맵이 공격적인 저그에게 굉장히 잘 맞는 맵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 맵에서 박성준 선수는 챌린지2번, 듀얼 1번, 스타리그 4번의 경기를 모두 승리합니다. 공식전 100%의 승률이죠.
또한 처음에 박성준 선수와 비슷한 스타일이라고 생각했던, 제2의 박성준이길 거부하는 신정민 선수도 이 맵에서의 승률이 좋습니다.
홍진호 선수도 챌린지리그 2경기를 남자이야기에서 승리했죠. 홍진호 선수는 공식전 1번 뿐이지만...
종합해보자면 남자이야기는 저글링을 주력으로 사용하는 공격형 저그에게 잘 맞았다는 것이죠. 앞마당 입구가 2갈래인것과, 가스멀티라는 것, 그리고 본진 입구가 메딕1+파뱃1로 막히지 않는 넓은 입구라는 점이 특히 그렇습니다.
그리고 12드론 더블 해처리가 아닌 한 저그가 앞마당 먹는 것을 타 종족이 견제하는게 쉽지 않다는 것. 반대로 타 종족은 앞마당을 확보하고도 진출이 어렵다는 것도 요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디씨 스겔인가..에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저그가 할 만한 맵은 러시거리가 긴 맵이 아니라, 저그는 첫번째 가스멀티를 가져가기 쉽고, 타 종족은 약간 어려운 맵이다."
당시 그 글은 X질이가 쓴것 마냥 짤방도 없고 덜렁 한 줄만 적혀있었지만, 이 말이 굉장히 저에게 인상깊었던 이유가 남자이야기라는 맵이 이 말에 놀랍도록 잘 부합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말은 또 완벽 밸런스를 자랑하는 노스텔지어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저그가 제2멀티인 가스멀티를 가져간 경기는 거의 승리하거나 박빙으로 흐르고, 그렇지 않은 경기는 거의 패배했습니다.
물론, 남자이야기는 다른 종족도 가스멀티를 가져가기 좋지만, 대저그전에 있어서 타종족은 자신의 가스멀티보다는 저그의 가스멀티 견제가 중요하다는 점이 더 크게 작용을 했다고 볼 수 있겠죠.
그런데 이런 초반 저글링을 상대를 두드리면서 가스멀티를 가져가는 전략은...올드팬이라면 대충 눈치 채셨을지도 모릅지만
바로 홍진호 선수가 과거에 주로 사용하던 스타일입니다. 홍진호 선수가 코카배 준우승 당시 그의 닉네임은 헝그리 저그였습니다.
또한 장진남 선수도 저글링을 주력으로 사용하는 선수였구요. 당시 장진남, 홍진호, 강도경을 거치면서 저글링을 주력으로 사용하는 스타일이 득세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에 강도경, 장진남 선수가 주춤하는것과 동시에, 조용호 - 박경락 선수가 등장했습니다. 이 두 선수는 스타일은 많이 다르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부자 저그를 지향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이전 스타일이 저글링으로 상대를 압박해 시간을 버는 스타일이라면, 이 스타일은 저글링 싸움을 최소화하는 대신 멀티를 빨리가져가서
럴커 타이밍이 빨라진다는 점을 이용했습니다. 이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고, 홍진호 선수의 스타일이 자연스레 변화를 거치면서 이들이 대세가 되어갔습니다. 이 때를 '조진락 시대'라고 할까요? ^^
그런데 이 세 선수가 비슷한 시기에 성적이 저하되면서 프로토스가 득세하기 시작합니다. 당시 플토의 무덤이라던 비프로스트가 사라지고, 저그 맵인 아방가르드II가 사라지고, 기요틴이라는 맵이 등장합니다.
기요틴에서 선포지 입구막기의 빌드를 쓰기 시작하면서 저그는 더욱더 나락으로 빠져듭니다. 이런 맵들이 나오면서 저그와 플토의 가스멀티 먹는 시간차가 줄어들게 되고 플토를 상대하기 점점 까다롭게 변합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패러독스라는 저그사상 최악의 맵이 등장하게 되죠. 새로이 박태민 선수와 변은종 선수가 스타리그에 이름을 올려놓지만 눈에 띄일만한 성적을 거두지는 못합니다.
그리고 박성준 선수의 등장...아이러니컬하게도 박성준 선수는 대다수의 저그유저들이 외면했던 올드저그 스타일로 우승을 합니다. 물론 과거보다 한층 업그레이드 된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왜...이전 저그유저들은 그 헝그리 스타일로 우승을 하지 못했던 것일까...
그 이유를 굳이 꼽자면...............임요환과 변길섭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테란 전성기의 효시가 되었던 바이오닉의 양대산맥, 그 두 스타일의 공통점은 저글링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저글링 오면 땡큐!, 소수의 럴커쯤이야 한번 슥삭하면 끝나는 그들의 스타일은 가스가 물량으로 환원되기 직전에 저그진영을 공격하게 되고, 저글링과 성큰 몇개는 막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에 저그는 자연스레 다수의 러커를 최대한 빨리 뽑도록 진화해갑니다.
테란도 여기에 맞춰서 임요환 선수는 더 빠른 타이밍과 컨트롤을, 변길섭 선수는 업그레이드 불꽃테란을, 새롭게 등장한 이윤열 선수는 가스멀티를 먹은 저그를 압도하는 물량과 화력으로 저그의 앞길을 막아버리죠.
결국 부자를 추구하던 저그는 진화한 테란과 물 만난 프로토스에게 밀리게 됩니다. 이후 테테전을 잘하는 선수가 득세하게 되고, 테란 유저의 숫자가 스타리그 진출자의 절반을 차지하게 되지만 정작 결승전은 2시즌 연속으로 프로토스끼리 붙게 됩니다.
이는 마치 1.07시절에 저그VS저그전을 잘하는 선수가 최고로 대접받았지만 테란한테 전부 우승을 내준 것과 비슷한 양상입니다.
그리고 테란과 플토가 치열하게 싸우는 동안 두 종족 유저들은 대저그전의 감각이 무뎌지게 됩니다. 그리고 저그가 가장 강력하던 시절의 스타일을 들고 나온 박성준이라는 선수에게 저그 첫 우승을 내주게 됩니다.
임요환 선수나 변길섭 선수도 듀얼에서 탈락한 후, 대 저그전의 감각이 둔해졌다는 이야기를 인터뷰에서 했던 적이 있었죠.
만약 박성준 선수가 3,4위전에서 만난 상대가 최연성 선수가 아니라 그 시절의 임요환 선수였다면 아무리 박성준 선수라고 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에버배 스타리그...과거 홍진호, 장진남, 강도경을 앞을 가로막았던 3명의 테란들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거기에 머씨 형제까지...
현재 6명의 저그 게이머들이 거둔 성적은 1승 5패. 앞으로 많은 경기가 남았지만 갈길이 험난하기만 합니다.
왠지 이번 스타리그의 우승자는 돌아온 노장들 중에서 나올 것 같다는 예감이 듭니다. Again 1.07이 될지 저그의 강세를 이어갈지...혹시 영웅의 귀환이 될지도 모르니까요.
(사실은 제가 올드 팬이라서 -_-a)
P.S : 근데 오늘따라 왠지 PGR게시판의 글씨체가 달라보이는건 저만 그런가요? 오랜만에 들어와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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