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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8/27 11:37:08
Name 비롱투유
Subject 마음속의 자
━ 1




언제부터 인가 나는 마음속에 자를 하나 넣고 다녔습니다.

돌을 만나면 돌을 재고, 나무를 만나면 나무를 재고, 사람을 만나면 사람을 재었습니다.

물위에 비치는 구름을 보며 하늘의 높이까지 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나는 내가 지닌 자가 제일 정확한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잰 것이 넘거나 처지는 것을 보면 마음에 못 마땅하게 여겼습니다.

그렇게 인생을 확실하게 살아야 한다고 몇번이나 속으로 다짐 했습니다.

가끔 나를 재는 사람을 볼때마다 무관심한 체 하려고 애썼습니다.

간혹 귀에 거슬리는 얘기를 듣게 되면, 틀림없이 눈금이 잘못된 자일거라고 내뱉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번도 내 자로 나를 잰 적이 없음을 깨닫고 스스로 부끄러워 졌습니다.

아직도 녹슨 자를 하나 갖고 있지만, 아무것도 재지 않기로 마음먹고 있습니다.






                                                                                              -사색의 향기-










━ 2



참으로 오랜만에 메일을 확인해 보니 아주 멋진글이 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색의 향기?
언제 가입했는지도 모르겠지만 이 글을 읽으며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치 예상치 못했던 선물을 받은것 같다고 할까요..


그렇습니다.
아주 멋진 선물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알지 못했던 내 마음속의 자를 깨달게 되었으니까요.


사람을 판단하는건 참으로 어렵습니다.
누군가를 평가한다는 것 ..
얼마나 잔인하고 무서운 일인지 우린 간혹 잊곤합니다.  
그러면서 우린 항상 사람을 평가하고 또 평가받습니다.
A, B, C ..  이렇게 등급을 매기어 보지만 내 자신의 등급을 받는건 싫습니다.  









━ 3


가끔씩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난 어떤 사람일까? .. 착한 사람일까? 나쁜 사람일까? "

골똘히 생각을 해보지만 참으로 어려운 질문인것 같습니다.
사람을 평가한다는건 역시나 어려운 일인가 봅니다.  


하지만 항상 다른 사람을 평가합니다.  
때로는 그 표정만을 가지고.. 떄로는 그 말만을 가지고 "착한사람" 혹은 "나쁜사람"으로 평가을 하곤 합니다.          
내 자신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은 아무렇지 않게 평가하는 내 자신이 한심해 보입니다.
그런 내 자신이 불쌍해 보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저도 그 자를 버리려고 합니다.
쉽지 않겠죠.
하지만 그 자는 처음부터 제대로 된 자가 아니었기에 , 처음부터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안겨주는 칼날이었기에 ...
버리려합니다.



사람은 그저 사람일뿐이니까요..
착한이도 나쁜이도 아닌 나와 다를것이 없는 사람이겠죠..  







당신도 마찬가지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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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8/27 12:04
수정 아이콘
깜짝 놀랐습니다. ^^; 제가 오늘 겪은 일이 생각나서요.
오늘 한 친구와 농구를 하고 돌아오던 길에 많은 대화를 했습니다. 마침 그 녀석이 실연을 당한 터였죠.
갑자기 묻습니다. "10점 만점에 난 몇점정도 될까?" 솔직하게 말해달랍니다.
3점? 5점? 8점? 내가 점수를 말하는게 잘 하는 걸까?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죠. "넌 네가 몇점이라고 생각하는데?"
암말도 없더군요.

비롱투유님 언제나 좋은 글 감사히 보고 있습니다 ^^
04/08/27 12:49
수정 아이콘
그래서 저도 섣불리 사람들을 재지 않으려고 합니다. 마음만큼 쉽지 않지만요.^^
녹차빵
04/08/27 13:28
수정 아이콘
사람은 그저 사람일뿐인데 각양각색이죠. 그래서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고 ;;
지구사랑
04/08/27 14:13
수정 아이콘
"자신에게는 엄격하게 남에게는 관대하게" 라는 말이 있죠. "절대로" 라는 말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살면서 자꾸 깨닫게 됩니다.
Jonathan
04/08/27 15:31
수정 아이콘
서로에겐 자신만의 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을 어떻게 쓰냐에 따라 사람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행복을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에게 상처주는 것에 익숙해져 있고,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다르게 사용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항상 녹슬지 않게, 다듬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비롱투유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박용열
04/08/27 16:14
수정 아이콘
의경생활중 단 한번도 후임들에게 손을 대지 않은
내 자신이 자랑스럽습니다~..~
계급차라는 명목하에 사람을 때리는건 아니죠~
양정민
04/08/27 16:38
수정 아이콘
어떤 사람이든지간에 진심으로 사귄다면 좋은 친구가 될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아케미
04/08/27 21:08
수정 아이콘
왜인지 모르게 이 글이 아프게 다가옵니다. 잘 읽었습니다.
술 담배 하는 사람 머리 염색한 사람 육두문자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 이 모두가 악인은 아니었다는 걸 늦게 깨달았습니다. 이제는 한 가지 면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지 않으려 하지만 맘대로 안 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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