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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08/23 16:15: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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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바로 몇시간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
무슨 볼일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였습니다.
왕복 6차선 정도 되는 도로를 따라 걷던중. 건너야 하겠는데 건널목은 보이지 않고 의외로 차 통행량과 사람이 많지 않길래 무단횡단을 하기로 마음먹었답니다.
좌우를 살피고 이정도면 한번에 통과 할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드는 즈음 살포시 빠른 걸음으로 길을 건너다가 중앙선 근처까지 온 순간. 제 좌측에서 무언가 소란스러운 느낌이 들더군요.
그래서 좌측으로 고개를 돌려 보니 무언가 굉장히 긴 행렬이 이리로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무단횡단을 하고 있었다는 두려움 보다는 저 행렬이 무얼까 하는 궁금증이 더 크더군요. 그래서 조금더 지켜보기로 한 나는 그쪽으로 주의집중을 한 채로 잠시 서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점점 다가오는 그 행렬은 무언가 아직 잘 파악은 안되나 좌우로 경찰들의 호위를 받고 있었으며 앞선에는 검은양복에 검은선글래스에 귀에는 이어폰을 꼽은 경호요원 같은 모습이더군요. 그런데 그 행렬의 좌우와 뒤편에는 일반인들이 수없이 늘어서서 그 행렬을 따라 같이 걷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여기서 그 행렬과 마주치더라도 크게 혼날일은 없겠다 싶어서 그냥 거기 서서 무슨 행렬인지 제대로 보기로 결정.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어느정도 다가왔을때 알수 있었는데 그건 무슨 죄수 호송과 같은.. 죄수복을 입은 중년 남녀 4명 정도를 좌우에선 경찰이 앞뒤론 경호요원 혹은 수사기관의 요원 같은 모습을 한 사람들이 둘러싸고 오는 것이였고 좌우의 일반인 행렬들은 무언가를 외치며 계속 따라오는 것이였습니다.
좀 어이가 없었던게 무슨 마녀사냥도 아니고 현재 사회에서 어떤 죄를 지었길래 일반인들에게 죄수 호송 하는 걸 천천한 걸음으로 도로를 차지하고 공개하는것인지 이해가 안가더군요.
그 순간 너무나 늘어난 일반인들의 무리가 부담스러웠는지 경찰과 요원 집단들이 죄수를 데리고 갑자기 제쪽으로 달리기 시작 하더군요.
걷는 속도를 생각하고 있었던 저는 얼마 남지도 않은 거리에 갑자기 달리는 그들에 너무 놀라 그들의 진행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해 버렸고 몇발자국 떼기도 전에 따라잡혀 요원들과 섞인채 달리고 있더군요.
깜짝 놀라긴 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저는 달리던 상태 그대로 좌측으로 빠질려고 하는 순간. 한 검은 양복이 제 오른팔을 잡더군요.
"오른손은 총 잡고 있으니깐 그대로 달려서 따라와라"
그 행렬은 우~ 지나갔고 전 그 양복의 손에 이끌려 옆으로 빠졌습니다. 대사가 조금 살벌하긴 했으나 뭐 그리 큰죄를 지었다고.. 그냥 겁주는 거겠지. 라고 스스로 침착할려고 애쓰며 도로가로 나왔답니다.
때마침 우리가 빠져나온 곳은 어느 학교의 담벼락 아래인지. 주위의 건물들 보다 약 1m정도는 안쪽으로 움푹 파인 형상이였고 울창히 드리워진 나뭇가지들이 우리의 머리위에서 따사로운 오후 해를 막아주고 있었습니다.
검은 양복이 말하더군요.
"이런 c.foot.nom. 너 뭐하는 녀석이야. 왜 거기 끼어들었어?"
"아뇨, 제가 길을 가다가 우연히 그 행렬과 마주친것 뿐이고 갑자기 달리는 바람에 섞인것이고 전 바로 빠져나올려고 하던 참에 그쪽이 제 팔을 잡고 나온것 뿐인데요?"
"말이 되냐? 너 직업이 뭐야? 학생이야? 어느 학교인데? 이거 빨갱이 bird.끼 아냐? 부모님 성함이랑 직업대."
등등. 막무가내로 대답 이외에는 말할 틈을 주지도 않고 몰아 붙이더군요.
말투는 험악했고 오른손은 진짜로 총을 잡고 있는 것인지 계속 뒷쪽 허리춤에서 나오질 않고 있더군요. 전 계속 크게 죄를 지은게 없으니 별거 아닐꺼다. 단지 그냥 추궁하다가 말겠지. 겁주는게 달꺼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겁이 나긴 했지만 스스로를 위로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식으로 계속 묻기만 하던 그 검은 양복은 생각하는듯. 고개를 숙이고 잠시. 몇초간을 보낸뒤 고개를 들어 선글라스를 넘어 제 눈을 쳐다보더군요.
"너 이.bird.끼. 오늘은 이정도로 보내주겠다만 앞으로는 스스로 몸 조심 하는게 좋을꺼다. 그리고 이건 너같은 bird.끼들 정신 차리라고 주는 선물이다. 이 개bird.끼야"
마지막 말이 끝나기도 전에 뒷쪽 허리춤에 계속 가있던 오른손이 번개같이 절 향해졌고 그 오른손의 끝에는 말로만 듣던.. 장난감으로 만들기만 해왔던.. 권총이라는 물건이 들려 있었고 그 기세로 볼때 저를 쏠것만 같더군요. 그리고 그 기세로 보아할진데 분명히 쏠거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엄청나게 당황스러웠고 두려웠습니다.
순간 그가 오른발을 한발짝 뒤로 물러서더군요.
그와 동시에 저를 향해 발포하였습니다.
" 탕! 탕! 탕!'
그는 저와 겨우 2~3발자국 떨어진 위치에서 정확하게 세발을 연속으로 쐈고 제가 할수 있는 회피라곤 겨우 고개를 돌리고 얼굴부분을 오른팔로 감싸는게 다였습니다. 그나마도 발사이전에 재빨리 못 움직여 화염이 제 얼굴을 향하는걸 눈으로 본 후에 움직일수 있었고요.
잠시 그 상태로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들리지도. 질끈 감은 두눈에는 당연하게도 아무것도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제 머리속에서 계속 떠돌던 생각은. 단 하나.
" 난 죽은것일까?"
아무런 고통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순식간에 즉사해 버린것이라면? 감은 제 두눈을 떴을때 제게 보이는게 목에 구멍이나서 피를 흘리고 있는 제 시체라면?
두려웠습니다. 어떤 조그마한 움직임이라도 할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행한 조그마한 움직임이 제가 지금 누리고 있는 상황을 산산히 깨어버리고 최악의 상황으로 저를 몰고갈까봐 무서워서 손가락 하나도 꼼짝 할수 없었습니다.
그 상태로 어느정도의 시간을 보냈는지 정확히 알수가 없습니다. 그만큼 전 혼란스러웠고 두려움에 떨고 있었으며 수많은 생각들이 제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이렇게 괴로워 하며 떨고 있느니 차라리 눈을 떠보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마침내 제 머릿속을 지배. 간신히 간신히 제 눈을 뜰수 있었습니다.
다행이더군요.
제 눈에 보이는건 바래고 낡아서 더이상 붉다고 할수도 없는 보도블럭과 이제는 거의 회색에 가까운 흰색의 보도블럭들. 매미는 힘차게 울고 있었고 전 살아있었습니다. 정말로 다행스럽게도 죽은것이 아니더군요.
조금을 그 상태로 오감을 되살리고 제가 살아있다는 증거를 계속 해서 수집했습니다.
전 확실하게 살아있는거더군요!
제 몸을 한번 점검해 보았습니다. 역시 아무런 통증도 없었고 겨우 몸에 묻은 그을음 조금?
지쳐서 다리가 후들거렸습니다만 집으로 가는것 외엔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가 않더군요. 힘든 걸음으로 집까지 겨우겨우 왔습니다.
마침 집에는 부모님은 안 계셨고 전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샤워도 했습니다. 너무 큰일을 겪은 터라 혼란스럽고 터져버릴것만 같던 머리와 두려움에 떨고 급작스런 일에 놀란 제 육체는 이제 어느정도 진정이 되었고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올수 있더군요.
문득 든 생각이 그거였습니다.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건 참으로 감사하고 고마우며 축복받은 일임에 틀림 없다. 하지만 날 향해 총을 쏜 그 자식은 뭐란 말이며 그 행렬은 뭐란 말인가? 그 검은 양복은 나와 겨우 두어발자국 떨어진 상태에서 -공포탄인지 무엇인진 모르겠다만- 정면으로 날 향해 발포 하였고 그 이유란게 내가 그 행렬에 어리버리 섞였다는것 하나 뿐이란 말이다. 세상에 그런일로 실탄으로 죽인건 아니더라도 권총을 쏴댄다는게 말이나 되는것인가? 내가 어찌 해야 할까. 목숨을 부지한걸 감사히 여기며 그냥 묻어둔체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있다는걸 사람들에게 알려야 하는걸까?"
솔직히 두려웠습니다. 제가 이 사건을 글로 옮겨 여러 넷상에 알린다면 그 여파는 제가 감당할수 있는것일까? 혹은 그 검은 양복이 이번엔 집으로 찾아와 다시 한번 총구를 내게 향한다면.. 이번에는 실탄으로 날 쏘겠지.
넷상으로 알리는건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하다못해 디씨에 글 하나만 올려도 그 사건이 큰 것이고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는다면 전 네티즌이 알게 되는건 며칠 걸리지도 않을 껍니다. 아니면 제가 겪은 일의 중대성 -제가 판단한 것일뿐이지만- 을 생각해볼때 제가 주로 들리는 여기 I love nba 나 pgr21에만 글을 쓰더라도 충분히 공론화 될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두려움과 알리고 싶다는 마음. 그리고 그 검은 양복에게 응분의 대가를 치루게 하고 싶다는 마음... 여러 마음 생각들이 뒤엉키고 혼란을 겪은 뒤.
여기 이렇게 글을 씁니다.
이거....... 3일간 열병에 시달리다가 겨우 깨어나선 새벽에 알포인트 보고 술마시고 겜방가서 놀다가 오전 10시에 들어와서 퍼질러 잔 후유증이겠죠?
무슨 꿈을 참.......
개꿈이겠죠? 긁적.
ps : 사실 글 내용상 유게가 더욱 어울리겠으나. 역시 글 내용상 유게에 있으면 눈치들을 채실까봐~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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