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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08/22 04:44:37 |
Name |
시퐁 |
Subject |
4강 테란-역전의 용사들. |
이 글은 꽤나 주관적인 글이지만 그렇다고 주관적인 리플이 달리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진 않습니다. 생각의 차이라는 건 정말 멋진 겁니다. 그래서 저는 리플 보고 상처 입지 않습니다 ^^. 마음껏 비판해 주세요.(몹시 거만;;)
최연성 선수의 OSL 상위 입상으로 인해 기존의 3강 테란이니 4강 테란이니 하는 논란들은 의미 없게 되었습니다. 사실 임요환-이윤열 체제에서 서지훈 선수를 추가할 때만 해도 이런 저런 이야기가 많았지만 결국 어느새 누구나 인정하는 3강 테란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게 되지 않았습니까?. 최연성 선수의 경우는 어찌 보면 오히려 완벽하게 그의 강력함이 각인되기까지 그리 시간이 걸리지 않은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테란의 경우 각각의 스타일로 일가(一家)를 이룬 네명의 선수들과 같은 반열에 드는 선수가 나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실력적인 측면에서 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네명의 선수들과 비슷한 실력의 선수들은 많습니다. 하지만 스타일의 측면에서 이 네명이 각각의 원조와 마찬가지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는 거죠. 게다가 4를5란 숫자로 만드는 건 정말 힘이 듭니다. 숫자가 늘어날수록 그에 따른 부담감은 크기 때문입니다.
뭐, 이런 논란성 이야기는 그만두고(^^;) 이제부터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이 네명의 선수들이 팬들에게 강력하게 각인된건 이기는 경기가 많은 이유도 있겠지만 저는 더 큰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그들의 경기에는 '역전승'이 많았기 때문이며 그것이 '불가능'이라고 보일 정도의 상황에서의 역전이었고 그만큼 감동의 시너지가 컸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역전'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임요환-상대의 수를 읽고 그 헛점을 노린다.
김동수 해설위원이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임요환 선수의 경우는 플레이의 코드가 다르다. 그는 감동을 주는 선수이다' 그는 불리해질때 상대의 헛점을 교묘히 파고들고 그의 놀라운 컨트롤(임요환 선수를 인정하지 않는 분들도 그의 컨트롤에 대해서만은 엄지손가락을 치켜듭니다)로 어떻게든 피해를 줍니다. 모두들 알다시피 그는 물량형 선수가 아닙니다. 자원 배분도 동급의 선수들에 비해 잘하는 편이 아니고 대규모의 병력 싸움에선 지는 모습도 많이 보여줍니다. 하지만 헛점이 되는 부분을 파악하는 능력, 그리고 그 부분을 공략하는 와중에 보여주는 경이에 가까운 소수유닛 컨트롤로 인해 그는 '적은 병력'으로도 '많은 병력'을 이기기도 합니다. 이 부분이 주는 감동은 정말 굉장한 것입니다.
이윤열-상대의 수를 읽고 자신의 수로 끌어들인다.
그는 물량의 대가입니다. 최연성 선수가 굉장한 물량을 보여주지만 아쉽게도 그는 이윤열 선수의 뒤에 등장했기 때문에 해설자든 캐스터든 멋진 물량 퍼레이드를 보여주는 경기장면에선 '이윤열 같아요'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사실 물량은 그가 보여줄 수 있는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저는 그의 진실한 능력은 '순발력'에 있다고 봅니다. 불리한 순간에 가장 효과적인 플레이로 피해를 최소화하고 비교적 가격이 싼 유닛으로 끈질기게 그리고 쉴새없이 상대를 공략해서 혼을 쏙 빼놓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유리하다고 생각하고 마구 공격을 감행하던 선수들은 계속 착각을 합니다. '아슬아슬하게 막혔으니 다음에 가면 성공할 수 있어' '공격을 당했지만 아직 멀티는 내가 많으니 유리해' 그러다가 어느새 진군하는 그의 놀라운 물량을 보고 일제히 똑같은 생각을 합니다. '말렸다!!'
그는 확실히 대단한 노력형 선수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의 순발력은 정말 발군입니다. 각각의 순간들에 무엇을 해야 자신에게 유리해지고 상대방은 불리해지는지를 압니다. 이것이 그를 '천재'로 불리우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입니다.
서지훈-상대의 수를 읽고 가장 적합한 수를 쓴다.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의 역전'의 대명사는 서지훈 선수입니다. 그의 역전의 비밀은 닉네임처럼 '완벽한'운영입니다. 그는 이윤열 선수처럼 상대방이 A란 수를 쓰면 Z란 수로 대응하는 선수는 아닙니다. 하지만 마치 짝을 이루듯 A에는 B로 대응을 합니다. 그래서 서지훈 선수를 상대하는 선수는 자신이 공격을 해도 공격한 것 같지가 않습니다. 공격에 따른 피해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유불리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순간에 더욱 빛을 발합니다. 자신이 유리한 고지를 잡고 있다고 생각하는 선수들이 아무리 정신 없이 공격하고 변칙적으로 헛점을 찌르려고 해도 그는 모두 막아냅니다. 그것도 '별다른 피해없이!!' 그러면서 상대방을 견제해주고 자신은 업그레이드를 해주고 병력을 모아 자신이 생각한 체제를 이루어 나갑니다. 그런 와중에 보여주는 그의 자원분배능력과 유닛의 전술적 운용을 통해 어느새 강력한 '한방'이 터지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선수입니다. 저는 서지훈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도 좋지만 경기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그의 팬임을 자랑스럽게 만듭니다. 또 저는 전략적으로 굉장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선수보다 운영을 통해 경기를 승리하는 선수를 좋아합니다. 목표대로 지지 않는 선수가 되길 바랍니다.
최연성-상대의 수와 상관없이 나의 플레이를 한다.
그의 역전은 약간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컨트롤이 동급의 선수에 비해 굉장한 것도 아닙니다. 이윤열 선수처럼 적은 자원으로도 굉장한 물량 퍼포먼스를 보여주지도 않지요. 하지만 그에게 역전을 당하는 경기를 보면 어쩔수 없이 그리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는 맵의 지형지물을 잘 이용하고 자리를 잘 잡으며 부대단위 싸움에서는 결코 지지 않습니다. 그것이 너무 강력하기에 그는 '괴물'이란 소리까지 듣습니다.
아무리 유리한 상황이라도 선수들은 '무리한 공격'을 하지는 않습니다. 최연성 선수가 이용하는 것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그는 '틈'을 활용할 줄 아는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운용의 묘를 아는 선수입니다. '상대방의 부대가 어디 있으면 어떤 식으로 유닛을 배치해서 어떻게 공격하면 이긴다'라는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으며 그 싸움에서 이기면 멀티를 합니다. 멀티를 통해 또 그의 물량이 쏟아져 나오고 상대방이 그때까지만 해도 유리하다 하더라도 부대단위의 싸움에서 승리하며 순차적으로 자신의 유리함을 가져갑니다. 그와의 경기에선 '어느새' 역전당했다기 보다 '시간이 갈수록 차근 차근'역전당했다고 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상대하는 선수들은 점점 자신이 불리해져가는 것을 보면서도 어찌할수 없게 되고 그것이 최연성 선수의 '괴물스러움'을 나타내게 되는 것입니다.
아, 힘들군요. 저는 역시 분석글을 쓰기엔 아직 많이 모자라나 봅니다. 이 글을 분석으로 보지 마시고 그들의 역전에 대한 '감상문'이라고 보아주시길 바랍니다. 하지만 이 문장이 비판을 막으려는 건 아닙니다. 저는 저와 생각이 다른 분을 볼때 즐겁고 정확한 비판을 해주시는 분을 볼때도 즐겁습니다. ^^ (욕하시는 분을 볼땐 웃깁니다 -_-)
저는 장점만을 보길 좋아합니다. 의도적으로 단점을 보지 않으려고 합니다. 모든 글이 그러면 안되겠지만 그래도 되도록이면 다른 사람을 칭찬하는 글, 감동을 주는 글들이 올라오길 바랍니다. 선수들의 기적같은 역전승을 볼때마다 아디다스의 광고가 생각납니다. '불가능은 단지 하나의 의견에 지나지 않는다' '할 수 있다고 믿으면 할 수 있어. 불가능,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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