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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8/18 15:26:47
Name edelweis_s
Subject [픽션] 빙화(氷花) 18
빙화(氷花)


-방해 하는 놈들은…… 단칼에……. 해치운다.


“허억!”

서지훈이 벌떡 몸을 일으켜 보니, 어느새 침대에 누워 있는 자기를 발견했다. 풀어헤친 긴 머리가 앞을 가려 시야가 확보 되지 않는다. 손을 들어 머리를 쓸어 넘겨보니 이마에 땀이 흥건하다. 작은 방이었다. 침대와 작은 탁상밖에 없는 이 방에서 백의(白衣)를 입고 그는 혼자였다. 땀이 나 몸에 달라붙은 옷을 털며 바닥을 딛고 일어섰다. 오랫동안 누워 있던 것인가. 다리에 힘이 없다. 탁자 위에는 붉은 칼집의 빙화(氷花-서지훈의 애도)가 놓여 있었다. 조용히 다가가 뽑아보니 반 이상이 잘라져버린 도신(刀身)이 차라리 처량하기까지 하다. 물론 그 것을 보는 서지훈의 마음도 살갑진 못하다. 부러져서 이미 명이 끝난 무기라 하지만 수련 때부터 몸에서 떼지 않은 가족과 같은 것이다. 감히 외면하지 못하고 손에 집어 들었다. 휴우. 땅이 꺼질 것 같은 한숨을 내쉬고 방을 나섰다. 드르륵. 문을 여니 바로 앞에 뜰이 보인다. 조촐하긴 하지만 침대도 있고 바로 앞에 뜰까지 있는 것을 보니 누워있던 곳은 손님을 모시는 사랑채였구나 싶다. 잠시 뜰을 거닐자니 뒤에서 친숙한 목소리가 자기를 부른다.

“깨어났느냐.”

“…예.”

돌아보니 주창영을 길게 잡은 채 다가오는 강민이었다.

“저, 뭐가 어떻게 된 건지 기억이 잘…….”

“흐음.”

직접 묻지는 않았지만 그 뜻은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질문하는 것이다. 허나 강민은 대답하지 않고 서지훈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서지훈이 당황하며 재차 묻는다.

“제 얼굴에 뭐라도…….”

“아니야.”

“…….”

“기억 못하는가? 객잔에서의 일.”

“…….”

객잔이란 말을 들으니 어렴풋이 생각나는 듯하다. 그러고 보니 거기서 싸우느라 빙화가 부러진 것이었지. 씁쓸한 미소가 절로 난다. 박용욱이 복부에 칼을 꽂아 넣은 것 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저기. 제가 이겼습니까?”

“그래 이겼지.”

“어떻게…….”

서지훈이 연유를 물었지만 강민은 그에 대답하지 않고 엉뚱한 질문을 한다.

“객잔에서 무슨 일 있었나?”

“글쎄요. 잘 기억이.”

“잘 생각해보게.”

한숨을 내쉬며 요리조리 그 때의 일을 생각하려고 노력하니 무언가가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듯하다.

******

“이, 이 사람이!”

채앵. 부러진 도를 가지고 달려드는 서지훈은 말 그대로 악귀였다. 이윤열은 얼결에 공격을 간신히 막아내며 뒤로 계속 물러났다.

“크윽!”

퍽. 복부에 서지훈의 발이 정확하게 꽂혔다. 이윤열은 깊은 신음을 흘리며 뒤로 쓰러졌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이들이 서지훈에게 달려들었다. 제일 처음은 안기효였다. 안기효는 창을 꼬나쥐며 큰 소리 쳤다.

“네 이놈! 겁이 없구나!”

강하게 휘두른 창은 부웅 소리를 내며 서지훈의 머리 위를 스쳤다. 잘린 머리칼이 허공에만 나풀거릴 뿐 서지훈에게 난 상처는 없었다.

“쳇!”

“그만 둬!”

안기효가 혀를 차며 다시 한 번 창을 휘두르려는 찰나에 쓰러진 이윤열이 몸을 일으키며 그를 말렸다.

“그만 두게. 내 상대네.”

“아니, 이 놈이 너무 건방지잖소!”

“됐어. 그렇게 죽고 싶다면.”

“…….”

“내 손으로 직접 주여주지.”

몸을 일으킨 이윤열이 날렵하게 발도(拔刀)했다. 그 모습을 본 안기효는 서지훈에게 아니꼬운 눈길을 한 번 주더니 뒤로 물러난다.

“그러고 보니 이윤열이라 한 자네는.”

“…….”

“내게 패배를 안겨 준 적이 있었지, 아마.”

“흥, 잘도 기억하는군.”

“날 막으려 한다면 단칼에 벤다.”

그 말에 이윤열은 코웃음을 쳤지만 등에서는 식은땀이 흘렀다. 그 엄청난 몸놀림과 힘. 피를 콸콸 쏟아낸 자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의 수준이 아니었다. 허나 뒤로 내뺄 수는 없는 일. 또한 저리 상처 입은 자를 상대로 패배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윤열은 오히려 마음을 굳게 다지며 도를 고쳐 쥐었다. 번득이는 서지훈의 눈빛을 잘도 견디고 받아치는 자기가 용하다. 이얍. 짧은 기합성과 함께 이윤열이 먼저 달려들었다. 온힘을 다해 내려친 공격을 반토막 난 도로 잘도 막아낸다. 허나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연거푸 손을 놀렸다. 더불어 허공에서 두 개의 도가 연속하며 부딪혔다. 이윤열의 공격은 완벽했다. 힘과 속도가 흠잡을 곳 없이 조화를 이루며 정확하고 예리하게 상대의 약점을 치고 들어간다. 허나 서지훈의 방어도 만만치 않았다. 강인한 정신력으로 정신없이 막으면서도, 때때로 허점을 향해 치고 들어가는 공격이 제법 매섭다. 허나 잘 막고 있던 서지훈도 이제야 지쳤는지 점점 휘청거리더니 결국엔 어깨를 내주었다. 푸욱. 근육의 끔찍한 파열음이 들려오며 이윤열의 도가 서지훈의 어깨를 강하게 파고 들어갔다. 더 이상 흘릴 피가 남아 있겠냐만은, 어째 붉은 피가 다시 한 번 쏟아진다. 이윤열은 잔혹하리만치 매정하게 서지훈을 벽 쪽으로 밀어붙였다.

“으아아아아아!”

어깨를 뚫고 빠져나온 도신(刀身)은 무른 흙으로 만든 벽까지도 꿰뚫어버린다. 서지훈은 결국 못이 박힌 듯 벽에 딱 붙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허나 오른쪽 어깨가 다쳐 힘주는 것도 만만치 않을텐데 끝가지 부러진 도(刀)를 놓지 않고 있다. 실로 무서울 정도의 투기였다. 그래도 이젠 끝이지. 그리 생각한 이윤열은 한숨 돌리며 마음을 놓았다. 허나 그 것이 실수였다. 서지훈은 잽싸게 자유로운 왼팔로 도를 옮겨 쥐어 힘껏 던졌다. 크윽. 가라앉은 신음성과 함께 허벅지에 상처를 입은 이윤열이 무릎을 꿇는다.

“방해하는 놈은…… 단칼에 해치운다. 방해하는 놈은…….”

“크흐흐. 정말 대단하구나.”

계속 중얼거리며 몸부림을 치는 서지훈을 보고 이윤열은 웃음인지 신음인지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며 말했다. 허벅지에 박힌 도를 뽑아내고 소매를 찢어 상처 부위를 동여매었다.

“이번엔 네놈을 살려주마. 허나 다음에 만날 땐.”

“방해하는 놈은…… 단칼에 해치운다.”

“너와 나. 둘 중에 한 명은 죽게 될 것이야.”





******

휴.... 어째 글이 마음에 안드네요 ㅜㅡ..

정말 잘 안써질때는 많이 속상하다는...

그래도 너그러이 봐주세요 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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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8/18 16:06
수정 아이콘
오호~ 이윤열의 베품?
훗날을 기약하며^^;;
아케미
04/08/18 18:46
수정 아이콘
검색해서 1편부터 18편까지 제대로 읽었습니다. 너무 흥미진진해서 다음 편으로 넘어가는 그 몇 초가 아까울 정도네요^^
서지훈, 정말 소름이 끼칠 정도군요. 두 번 이윤열과 맞붙어서 모두 흐지부지(?)하게 끝나지만, 다음 번에 만나면 MSL 패자조에서의 그것처럼 서지훈이 완승을 거두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 봅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완결편까지 기대하겠습니다. ^^
04/08/18 19:53
수정 아이콘
좋네요 ^^;
먼산쳐다보기
04/08/18 21:41
수정 아이콘
방해하는 놈은 단칼에 해치운다. <-이 말이 참 와 닿네요(!)
다음편 기대하겠습니다!;
04/08/18 22:26
수정 아이콘
로그인하게 만드시네요. 가면 갈수록 필력이 느시는 것 같습니다.
Game_mania
04/08/19 00:14
수정 아이콘
멋집니다.. 윤열님도.. 지훈님도.. 어쩐지 윤열님은 그런 대사를 날리실 것 같지 않은데요^^ 그래도 경기에 들어가면 표정이 싹 변하시니, 승부사의 기질이겠죠, 그런것도..
이제 완결을 향해 가는군요!! 늘 그랬듯이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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