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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08/17 19:57:01 |
Name |
edelweis_s |
Subject |
[픽션] 빙화(氷花) 17 |
빙화(氷花)
******삽화(揷話)
하얀 눈이 내리던 겨울날 추위에 손이 부르트고 귓불이 얼어붙어 더 이상 참지 못한 서지훈은 그만 주저앉아 버렸다. 강민은 손을 녹이려고 입김을 후후 부는 그를 보고 빙그레 미소 지었다. 서지훈은 감각이 없어진 손을 부여잡고 강민을 올려다보았다. 이렇게 추운데도 땀을 뻘뻘 흘리며 창을 휘두르고 있다. 창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펄럭이는 붉은 창영은 언제 봐도 아름다운 광경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름답단 생각 전에 추위가 먼저 스며든다. 몸을 한 번 크게 떨고서 이대로 들어가 쉬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애써 몸을 일으켰다. 쌀쌀한 바람이 전신을 훑고 지나간다.
“사형. 이렇게 추운데 조금 쉬엄쉬엄 하죠.”
“허허, 녀석.”
서지훈의 말에 강민은 너털웃음을 한 번 터뜨리더니 말없이 계속 창을 휘두른다. 그런 그를 보고 서지훈이 의아스럽게 물었다.
“사형. 사형은 이미 강하잖아요? 스승님도 사형정도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런데 뭐하러 이렇게 힘들게 해요?”
재차 이어지는 서지훈의 물음에 강민은 겨우 창대를 땅에 짚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덩달아 서지훈도 그 옆에 주저앉는다.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는 강민의 손이 싫은 듯 고개를 흔드는 태가 매우 귀엽다.
“훈아. 넌 왜 이 추운 날에 수련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그거야 실력을 쌓기 위해서죠.”
강민의 질문에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하는 서지훈. 강민은 무릎을 탁 치며 말했다.
“그렇지. 그렇다면 왜 실력을 쌓을까, 우리들은?”
이번 질문에는 쉽사리 대답을 하지 못한다. 관자놀이를 문질러가면서 까지 한참동안이나 고민하더니 결국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반문한다.
“글쎄요. 막상 생각하려니 모르겠네요.”
“사실 이유라고 할 만큼 거창할 것 없어.”
“……?”
“대장부로 태어나서 무인이 되기로 마음먹었다면 오직 내일을 향해, 앞을 보고 달리는 거란다.”
“에에.”
“그런데 앞을 보고 달리다 보면 장애물이 생기겠지? 우린 바로 그 장애물을 해치우기 위해 수련을 하는 거다. 모든 걸 다 버리고 오직 앞만 보고 달려가라. 뒤돌아보지 마. 만약 방해하는 녀석이 있으면 단칼에 해치워 버리는 거야!”
“…….”
******
“이유……? 그게 뭐야. 난 그런 거창한 건 몰라.”
“뭐……?”
박용욱은 몸을 배에 두 개의 도(刀)가 박힌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서지훈의 목소리가 들리자 흠칫 놀랐다. 그 것이 죽음을 앞둔 사람의 신음성이었다면 놀랄 일도 없었겠지만 그 것이 아니었다. 비록 피 냄새가 섞인 고통스러움이 느껴지긴 했지만 그 것에는 형언할 수 없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
“이유 같은 건 상관없어. 그냥 앞만 보고 달린다. 난 내일도 달릴 거야.”
“…….”
“막는다면… 단칼에 해치운다.”
문득 도신(刀身)에서 손끝으로 이질적인 느낌이 쥐어진다. 이런…. 박용욱은 흠칫 놀라며 도를 빼냈다. 서지훈이 양 손으로 도를 움켜잡고 부러뜨리려는 시도를 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한 쪽은 무사히 빼냈지만 한쪽은 뚝 소릴 내며 부러지고 말았다. 서지훈은 조소를 흘리며 배에 박혀 있는 날을 맨손으로 움켜쥐어 배에서 뽑아냈다. 푸슉. 피가 배에 뚫린 구멍에서 터져 나온다. 고통도 심할 터인데, 서지훈은 비명 하나 지르지 않고 빙화(氷花-서지훈의 애도)를 굳게 쥐었다. 그런 서지훈의 모습에 무시무시한 투기가 흘러나오는 듯해 박용욱은 침을 꿀꺽 삼키며 부러진 하나의 도를 땅에 버렸다. 부러진 도가 탁 소리를 내며 바닥에 꽂히는 것과 동시에 싸움은 재개 되었다. 순식간에 허공에서 둘의 도가 연거푸 부딪힌다. 푸른색 불꽃이 튀며 새된 소리가 내부를 가득 메운다. 서로를 향해 휘두르는 도는 집요했다. 상대의 허점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며 예리하고 정확한 공격. 둘이 언제까지나 공격을 주고받나 했더니만 갑자기 허리를 뒤틀며 어깨를 한껏 뒤로 재낀다.
“으아아아압!”
“하앗!”
쩡! 순간적으로 두통을 일으킬 만큼 큰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서지훈과 박용욱은 모두 휘청거리며 중심을 잡지 못했다. 맞부딪힌 양쪽의 도는 그만 반으로 동강이 나 버린다. 대단한 소리만큼이나 강한 힘끼리 부딪혔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러나 똑같이 휘청이고 똑같이 부러진 이 때까지와는 달리 둘 사이에 다른 점이 생겼다. 서지훈은 중심을 잡아 안정감 있게 서 있었고 박용욱은 여전히 몸의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리고 있었다. 서지훈의 완벽한 기회였다. 놓칠세라 서지훈이 도를 들고 맹렬히 달려든다. 그 기세에 박용욱은 그만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여기서 끝인가. 배에 그렇게 큰 상처를 입고고 대체 어떻게. 박용욱은 곧이어 찾아올 자신의 패배가 믿기지 않았다. 아마 그 것은 패배가 의미하는 것이 곧 죽음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헛.”
순간 귀에 들려온 탄성에 박용욱은 게슴츠레 눈을 떴다. 서지훈도 휘청이고 있었다. 순간 안도감이 박용욱의 가슴을 가득 메웠다. 서지훈은 빙화가 부러진 사실을 잊고 거리를 잘 못 재 엉뚱한 허공을 찔렀던 것이다. 아마도 부러진 도를 들고 싸우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리라. 살았다. 아직 기회가 있다!
“방해하는 건…… 단칼에 해치운다.”
허나 박용욱의 안도감이 외부로 크게 드러났던 탓일까. 서지훈의 냉담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순간 핼쓱해졌던 안색도 어느새 담담하다. 서지훈은 손을 풀어 부러진 빙화(氷花)를 허공에 붕 띄웠다. 그리고 몸을 앞으로 굴리더니 팔로 땅을 힘껏 밀며 발로 도병의 끝을 강하게 찬다. 부러진 도라고 해도 그 것은 날이 서있는 무기. 손 대신에 발로 쑤셔 넣은 빙화는 정확하게 박용욱의 왼쪽 가슴에 작렬했다. 박용욱은 입이 쩍 벌어진 채로, 심장 깊숙이 박힌 금속의 차가움을 느꼈다.
******
급히 후퇴해 돌아온 이윤열과 일행들은 객잔에 벌어진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니 어두운 객잔에 혼자서 우두커니 서있는 한 사람 때문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배에서 피를 철철 흘리고 몸은 비틀거리며 손에는 부러진 도 밖에 들지 않았으면서도 자신을 살기등등한 눈으로 바라보는 저 자. 곧 들려온 목소리는 이윤열의 마음을 얼어 붙이기에 충분했다. 그만큼 차가웠고 그만큼 잔혹했고 그만큼 애처롭다.
“너희도…….”
“…….”
“죽을테냐.”
******
연참의 폐해인가요;;;
글이 엉망이네요;;
잠깐 작가의 변을 추가합니다;;
처음 나온 '삽화'는 서지훈이 지오장에 처음 들어왔던 해의 겨울입니다.
그 때의 기억이 배에 칼이 꽂혔을 때 생각나 지금 서지훈은
거의 정상이 아니라 약간... 그니까... 여태껏 자기가 휘둘러온 검이
아무 이유없고 아무 목적도 없었던 거라고 생각하니까 빡이 돌아서-_-;;
강민과의 대화를 생각하고 거기에 약간 집착하는 정신분열 증세를 보이고
있는겁니다.;;
이걸 글로써 여러분께 전할 수 있는 실력이 된다면 정말 기쁠텐데
이렇게 직접적으로 알려드려야만 한다니.. 제 글 실력이 너무 아쉽네요.
<전격 예고 빙화 18>
서지훈은 이윤열과의 재대결을 벌인다.
그 대결이 끝나고 비음 일행도 유격무사로써 사파와의 전면전에 나선다.
그 전쟁통에 서지훈은 다시 한 번 이윤열을 만나는데....
신빙성 100% 안 믿으면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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