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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08/15 10:55:11 |
Name |
edelweis_s |
Subject |
[픽션] 빙화(氷花) 14 + 오늘은 제 생일입니다. |
빙화(氷花)
-우리 셋이서 70명이면 거뜬하지. 안 그래?
아무래도 아군의 첩자가 사로잡혀 정보를 흘린 것 같았다. 여러모로 일이 귀찮게 된 셈이다.
“…….”
약 70명 정도 되어 보이는 무사들에게 둘러싸인 상황엔 숨소리가 크게 들릴만큼 팽팽한 긴장감과 침묵이 감돌았다. 아무리 수적으로 우세하다고 하지만 함부로 달려들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비음(庇蔭) 세 명이 내뿜는 눈빛은 보기만 해도 뒷걸음질치게 만드는 위압감을 풍기고 있었다. 감히 그들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주저하기만 한다. 그런 적들의 모습을 보고 인광(燐光-박태민)이 폭소를 터뜨렸다.
“하하하! 이제 보니 대장부(大丈夫)가 아니라 잡배들만 모였구나.”
“…….”
“사내로 태어나서 그렇게 겁이 많아서야 쓰겠어? 빨리 빨리 덤벼!”
말이 끝나자마자 힘껏 던진 박태민의 창에 비명소리가 허공을 가득 메웠다. 그 소리를 들으니 한두 명 죽은 것이 아니라 여러 명 꿰어죽은 것에 틀림없다. 쓰러지는 동료들의 모습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달려드는 자도 여럿 있었다. 그러나 접근하는 족족 목이 잘려나가니 시간이 지나자 감히 덤비는 자가 없었다. 박태민이 그들을 조롱하며 욕설을 퍼붓는데 갑자기 적들이 술렁대더니 무리를 뚫고 누군가가 등장했다.
“오호, 그래도 쓸만한 놈이 있구나.”
박태민이 비소를 흘리며 걸어 나온 적에게 말했다. 허나 그는 박태민에게 눈길 하나 주지 않고 제 할말만 한다.
“천장. 태언장의 박용욱이라 합니다.”
“…….”
“시간이 남는다면 소장과 대작이나 하지요.”
******
어째 나온 술은 소흥주(紹興酒)다. 향이 높고 붉디붉은 비단이 풀어진 것 같은 빛깔. 소흥주가 붉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으나 흰 잔에 따라놓고 보니 그 색이 더욱 더 붉다. 붉은 색 향과 맛이 정신을 앗아갈 듯 아릿하다.
“여러분들은.”
술을 내놓고서 정작 술은 한 순배도 돌지 않았다. 그런데도 먼저 말부터 꺼내는 저 심보는 무엇이란 말인가. 박태민은 내심 박용욱의 무례에 마음이 상한 듯 이야기를 들은 체 만 체하며 술잔을 들었다. 그러나 박용욱 역시 그런 박태민의 모습을 외면하며 이야기를 이었다.
“저희 태언장에 불순한 목적을 품고 오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래서.”
박용욱이 차분하게 꺼낸 말에 서릿발 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서지훈이 쏘아붙였다.
“알면서도 지금 한가로이 음주(飮酒)나 즐기자는 것인가.”
보통 사람 같았다면 그 냉랭함에 기가 질려 대답하지 못했을 터이지만 박용욱은 담담한 표정으로 응수했다.
“설마.”
“…….”
“소인이… 그리 착한 사람으로 보이십니까.”
그 말에 서지훈, 박성준, 박태민 세 사람 모두 움찔한다. 술잔을 사이에 두고 분위기는 한층 더 살벌해진다. 그러나 예의 바른 말투는 박용욱의 습관인지 계속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그 것이 더욱더 성질 급한 박태민의 화를 돋구는지도 모르고.
“그저…….”
“…….”
“가시는 길에 술도 있지 아니하면 슬프지 않겠습니까.”
박용욱의 말이 끝나자 순간 싸한 분위기가 감돈다.
“듣자듣자 하니.”
“…….”
“네 오만함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서지훈이 날렵하게 발도하며 앞에 있는 술잔을 튕겼다. 티잉. 신기하게도 술잔 안에 들어 있던 소흥주는 단 한 방울도 흐르지 않고 박용욱의 안면을 향해 날려갔다. 그러나 박용욱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다. 무서운 기세로 쏘아져오는 술잔을 손등으로 세게 쳐내자 폭발하듯이 터지며 붉은 소홍주는 순식간에 증발했다.
“정파가 자랑하던 비양팔조는. 지금 태언장과 규리어수류의 습격을 받고 있을겁니다.”
“뭐…?”
“비양팔조가 없는 정파는. 이빨 없는 호랑이지요.”
순간 아차 싶었다. 첩자가 비음의 정보만을 흘린 것이 아니라 비양팔조의 위치까지 불어버린 것이다. 태언장과 규리어수류의 협공에 비양팔조가 전멸하면 쾌이태풍장을 위시해 정면으로 치고 들어갈 생각인 것 같았다. 비록 전세가 비등하다고는 하나 모두 비양팔조가 은밀히 행동하며 적의 옆구리를 들쑤시고 다녔기 때문. 박용욱의 말대로 비양팔조가 없으면 정파는 이빨 없는 호랑이에 불과 했다. 박용욱은 입꼬리를 뒤틀어 올리며 사악하게 웃었다.
“그리고 물론.”
“…….”
“당신들도 여기서 죽습니다.”
순간 박용욱의 좌우에 두 사람이 바람과 같이 홀연히 등장했다. 한 사람은 덩치가 워낙 크고 탄탄한 근육으로 이루어진 몸이 매우 단단해 보이고, 나머지 한 사람은 수염을 길게 기르긴 했지만 그리 늙어 보이지 않는 사람이다. 소매가 긴 옷을 입고 오른 손에 채찍을 두르고 있는 것이 특이하다.
“우리를 음해(陰害)하려 하셨다구요.”
“…….”
“우릴 너무 우습게 보셨군요.”
******
그 순간 슬슬 이동할 채비를 하고 있던 비양팔조는 발칵 뒤집혔다. 대강 둘러놓아서 거처를 마련한 막사를 걷어내는 중에 산을 타고 내려오는 수많은 무리들을 목격한 것이다. 하늘색 비단에 어(御) 자를 수놓은 규리어수류의 깃발과 흰 바탕에 태(太)자를 수놓은 태언장의 깃발이다. 수가 도합해서 족히 천 명은 넘을 듯 했다. 비양팔조의 조장들은 급히 휘하의 무사들을 정비해 하던 일을 관두고 병장기를 챙겨들게 했다. 이 무슨 날벼락인가. 비양팔조는 소수정예로 이루어진 부대. 때문에 은밀하고 신속함이 생명이었다. 위치가 발각된다면 정예무사고 뭐고 간에 엄청난 수로 밀려오는 적들을 막아낼 재간이 없다. 허나 어찌 된 것인지 그들의 위치가 노출이 된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전멸 당할 수 있는 대 위기였다.
******
안녕하세요. edelweis_s의 심혈을 기울인 최대 화제작 빙화 14입니다.-_-;;
글쎄요, 다음씬에는 아마 비양팔조와 태언장 규리어수류의
무사들과의 대규모 전면전이 주가 될 듯합니다. 아니면 비음 일행의 싸움을 쓸 수도
있구요.
글쎄요, 전투씬은 써본적 있어도 전쟁 씬은 써본적 없기에 많이 긴장되네요.
아마 오늘 저녁 때 올라갈 듯 싶습니다. 아마도 -_-;; 아니면 내일 아침일지도 모르죠^^;;
그리고 오늘은 제 생일입니다.
광복절에 태어난 접니다. 좀 특이하죠? ^^;;
제 생일 되면 사람들이 저를 위해 태극기를 -_- 죄, 죄송.
제가 광복절에 태어났다고 광복이라고 이름을 지으려 했었다는 속설도 있다는군요.
만약 제 이름미 최광복이었다면;; 아마 전 이미 이자리에 없을지도 -_-;;
오늘은 여러모로 즐거운 하루입니다.
<전격 예고 빙화 15>
비양팔조와 사파 문파 무사들과의 전쟁.
수적 열세를 전략으로 극복하려 하지만 역시 힘이 달린다.
400:1000의 혈투! 과연 비양팔조의 운명은?
신빙성 90%. 믿어도 손해는 안볼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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