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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08/13 14:26:40 |
Name |
edelweis_s |
Subject |
초 잡담. |
나는, 너를. . .
01
'사랑은 어른이 되서나 하는 거야.'
어렸을 때부터 어느정도 나이를 먹기까지 난 이렇게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내 가족들을
제외하고는 딱히‘사랑한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아니, 아예
없었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주 어릴 때부터 계속 가져왔던 그 생각은, 어느 새인가 내 머릿속에서 점차 사
라져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그 때가, 200X 년. . . 내가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해
였을 것이다.
그 때부터, 난 누군가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갔던 것 같다.
"자, 이제부터 너희들도 진짜 수험생이다! 정신 똑바로들 차리고. . ."
저 멋대가리 없이 땅딸막한 선생의 입술 사이로 '수험생'이라는 단어가 8번 째 튀어나왔
을 때, 계속 꾹꾹 눌러 참았던 하품이 그만 터지고 말았다. 그렇지만 눈꺼풀 위에 무거운
바윗덩이를 올려놓은 것처럼 졸음이 물밀듯 밀려오는 이유는 비단 새 담임의 길고 지루한
설교 때문만은 아니었다. 요즘 집필중인 소설이 도통 진도가 안나가고 사람 맘을 답답하게
하더니만, 그 때문에 잠을 설친 것이다. 여태껏 해본 하품 중에서 최고로 긴 하품을 끝내고
담임과 같은 반 학우들의 눈치를 슬금슬금 살핀 나는 급기야 얼굴을 파묻고 잠을 청했다.
새학년 첫 날부터 담임에게 찍히면 앞으로의 생활이 힘들어질 것은 너무나도 자명한 사실
이었고 나 또한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참을 수 있을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양
팔로 얼굴을 감싸고 눈꺼풀을 내리덮자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편안함이 온몸을 주물렀다.
비록 지겨운 담임의 목소리가 여전히 귀를 자극해 잠 들수는 없지만, 이렇게 눈이라도 감고
있는 것이 어디인가. 저 땅딸막한 노인네가 닥쳐준다면, 그래서 편하게 잠들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텐데. . .
담임의 설교는 죽어도 끝나지 않을 것처럼 계속됐다. 하지만 담임의 시끄러운 목소리가 뾰
족한 가시가 되어 귓전을 사정없이 찔러대도, 나의 의식을 빼앗는 수마의 HP를 깎아버리는
데에는 무리인 듯, 나는 곧 깊은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담임의 설교가 계속되는 한 잠들지
못할 거라는 나의 예상은 빗나가 버리고 만 것이다. 결국 내게는 좋게 작용한 것이지만. . .
"야, 일어나. 쉬는시간이야 임마."
아주 익숙한 목소리가 내 귓전을 때렸다. 힘겹게 눈을 뜨자마자 보인 것은 오랜 친구인 성
택의 납작한 콧잔등이었다.
이름은 김성택. 공부도 꽤 잘하고 집도 부자고 얼굴도 괜찮게 생겼지만, 유일한 흠이 있다
면 납작한 코였다. 사실 사람들은 그의 코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것 같지만 본인에게는 큰
컴플렉스로 작용하는 듯 하다. 언제나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거울을 보며 코를 만지막거리는
그의 모습을 보면 드는 생각이다.
"아. . . 어."
얼굴을 들자 '찍'하고 볼살이 책상과 떨어졌다. 볼을 문지르며 나를 깨운 성택을 바라보았
다.
"뭐냐. 담임 방금 나갔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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