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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08/11 16:47:12 |
Name |
edelweis_s |
Subject |
[픽션] 빙화(氷花) 9 + 잡담 |
빙화(氷花)
-자… 먼저 시작 하시지요…….
“하…….”
어이없는 웃음이 탁 튀어나온다. 그 웃음은 하도 맥없고 하도 허탈한 것이라 이병민도 눈을 동그랗게 뜨며 강민을 쳐다보았다.
“하하하…….”
계속 되는 웃음소리에, 의혹의 눈길로 강민을 바라보던 이병민은 온몸에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다. 피를 뒤집어쓴 모습에 비틀거리며 웃는 꼴이라니……. 겁에 질려 실성한 것은 아닌가하고 이병민은 강민의 모습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한참이나 계속 되던 웃음은 곧 멈추었다.
“하하하. 살다보니 별 일을 다 겪는군.”
“……?”
“이병민이라고 했나?”
“그렇소만.”
“죽을테냐?”
“……!”
입술이 묘하게 뒤틀려지며 띠는 냉소(冷笑). 그 뒤틀린 입가에서 나온 목소리는 순식간에 주위를 압도했다. 무슨 불이 붙을 것 같이 뜨거운 눈빛에 묘한 웃음은 보기만 해도 섬짓하다.
“뭔가 상황 파악이 되지 않는 듯한데… 이 곳에서는 나보다 당신이 더 위험할 것 같소만.”
“뭐라…. 하하하!”
강민은 다시 한 번 미칠 듯이 웃어재끼기 시작했다. 몸이 비틀거려 그 태가 몹시 위태로웠지만 웃음은 계속 이어졌다. 강민의 웃음이 딱 멎는 그 찰나. 빛과 같이 빠른 무언가가 이병민을 덮쳐 왔다. 대경하여 극을 휘둘러 그 것을 일단 막고 본다. 챙!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이병민의 눈에 들어온 것은 붉은 창영이 휘날리는 강민의 주창영이었다. 이병민의 눈이 분노로 물들었다.
“감히…!”
“한 가지 알려줄까……?”
“무슨…….”
“난 죽지 않는다. 설령 죽는다 하더라도 절대 혼자 죽지도 않는다. 허니……”
쏘아보는 눈빛이 창끝의 그것보다 날카롭다. 비릿한 미소가 섬짓하다.
“네 놈은 어째도 죽는다.”
“……!”
이병민의 인상을 찌푸렸다. 듣자하니 이 자의 태도가 지나치게 오만하고 방자했다. 기묘하게 일그러진 눈가에 억누를 수 없는 노기가 어려 있다.
“말씀이 지나치시군! 그럼 누가 이기나 한 번 진짜로 해보시지요!”
이병민이 노기 찬 소리를 내지르며 주창영을 튕겨냈다. 주위를 감싸고 있던 무사들은 정말로 큰 대결이 시작 될 것 같아, 둥그렇게 원을 그린 상태에서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핫. 짧은 기합성과 함께 주창영이 이병민을 다시 한 번 찌른다. 이병민은 여유롭게 극을 휘둘러 튕겨냈다.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자가 선제공격을 하다니, 그 것도 이토록 매섭게. 이병민은 발을 놀리며 강민의 빈틈을 찾다가 허점을 발견하자마자 강하게 내리쳤다. 쩡! 듣기에도 무시무시한 파열음이 공기를 진동시켰다. 내려친 이병민의 아귀가 얼얼할 정도이니. 그러나 강민은 그 것을 담담한 표정으로 막아내고 있었다. 그 얼굴을 보자니 다시 한 번 노기가 치밀어 오른다.
“이잇!”
극을 이용해 강민을 강하게 밀쳐냈다. 허나, 밀쳐내는 동시에 강민의 주창영이 섬전(閃電)과도 같이 볼을 스치고 지나갔다. 주르륵. 볼에 한 일자로 길게 난 상처에서 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이병민이 강하게 밀치지 않아 몸에 흔들림만 없었어도 주창영은 그의 미간을 꿰뚫었을 것이다. 침이 꿀꺽 넘어가고 이마에서 땀이 흘러내린다. 어째서인가. 수십 합을 주고 받은 것도 아니고, 이 지친 상대와의 대결이 이리도 힘든 것인가.
“크윽!”
이병민은 입 밖으로 괴성을 내질렀다. 이 무슨 꼴인가. 이미 지칠대로 지친 상대를. 자존심에 상처가 간 이병민은 입술을 깨물었다. 휘청한 자세를 수습하여 극을 바로 잡아 강민을 향해 크게 휘둘렀다. 세상에 아무리 강자가 많다하나, 그대가 무적인 것은 아니지. 이 싸움은 내가 꼭 이긴다.
“차앗!”
휘둘러진 극을 공중에서 강민의 어깨를 향해 내리쳤다. 극은 강민의 어깨를 잡아먹을 듯 달렸지만 그의 행동은 실로 범가 같이 날렵했다. 발을 놀려 잽싸게 피함과 동시에 다시 자신을 노리고 날아드는 극을 주창영을 어지러이 휘둘러 앞길을 막았다. 수없이 많은 공격이 오고갔지만 강민의 방어는 그야말로 완벽했다. 이번에는 옆으로 베어친 공격을 피하고는 오히려 이병민의 드러난 가슴을 향해 찔러온다. 대경한 이병민이 몸을 틀어 공격을 피하고 주창영은 아무 없는 허공을 찌르고 돌아간다.
“이얏!”
잠시간의 휴전도 용납 못하는지 둘의 창이 허공에서 연거푸 부딪혔다. 서로 공수를 바꿔가며 치고받고 하는 태가 실로 정확하고 집요하며 예리하다. 그러다 갑자기 이병민의 전력을 다한 공격에 강민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내가 이겼소!”
이 때를 놓치지 않고 이병민이 중심을 잃은 강민을 향해 극을 내질렀다. 강민은 허리가 뒤로 넘어가 금방이라도 거꾸러질 것 같은 상태. 도저히 공격을 막을 수가 없었다. 극은 정확하게 강민의 목을 노리며 날아갔다. 승리감에 도취 된 이병민이 고소를 터뜨렸다. 그러나 그 순간 이병민의 귀에 전율이 일어날정도로 섬짓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보 같군.”
“…….”
“잊었는가? 내가 한 얘기. 넌 어째도 죽는다고.”
******
“끄아아아아아악!”
단말마의 비명이 평소보다 더 오싹했던 것은 아마 죽은 자의 경악이 담겨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구멍이 뚫려버린 미간에서 피를 쏟으며 계단에서 굴러 떨어진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세 사람의 얼굴엔 웃음꽃이 피었다.
“하아악.”
마재윤은 그만 칼을 놓치며 주저앉았다. 낭자한 피가 옷에 묻는 것은 상관 않는다. 어차피 피를 뒤집어써 모두 젖었으니까. 털썩 엎드려 잠이라도 자고 싶은 것을 두 팔로 간신히 지탱했다. 3명, 아니 혈투의 종반전까지는 2명이 50명을 상대했다. 이토록 놀라운 일을 일생에 언제나 다시 한 번 경험하게 될까. 하지만.
“다시 경험하기에는… 너무 힘듭니다, 사형님들.”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는 그의 모습을 보고 이재훈과 서지훈 또한 털썩 주저앉았다.
“그래. 이렇게 힘든 날은 정말 오랜만이구나.”
“헌데… 왜 그자는 오지 않았지?”
서지훈이 마재윤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숨을 몰아쉬고 있는데 이재훈이 의문에 잠긴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이재훈의 말에 서지훈과 마재윤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반문한다.
“누구요?”
“으음. 이윤열이라고 하는……. 아마 그자가 왔다면은 우린 이기지 못했을 거다.”
이재훈이 말을 끝내자 서지훈이 짐짓 얼굴을 굳혔다.
“대사형. 풍무공자 이윤열은… 제가 막았습니다.”
“뭐야?”
이번엔 이재훈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서지훈은 그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고 더욱 얼굴을 굳히며 말을 이었다. 흘러나오는 목소리도 참 냉랭하다.
“쉬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천천히 천천히 산을 내려가는데, 글쎄 규리어수류 깃발을 든 무리들이 지나가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래서는. 싸웠습니다. 우두머리인 이윤열은 막을 수 있었지만 같이 따라온 무사들은 막을 수가 없었수.”
그러나 이재훈은 크게 웃으며 서지훈의 등을 쳤다.
“그래도 정말 대단하구나! 그자의 실력이 실로 천하제일이었는데 그런 자를 이기다니!”
그 말을 들은 서지훈이 몸을 일으키며 대문을 통해 들어간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이재훈과 마재윤은 그저 의문스러울 뿐이다. 끼릭, 대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서지훈의 말이 섞여 들려온다.
“내가 막았다고 했지. 언제 이겼다고 했습니까.”
******
지오장에서 큰 싸움이 벌어진지 벌써 닷새가 지났다. 이재훈과 서지훈, 그리고 마재윤은 마당에서 짧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일단 출호하기로 한 이재훈과 서지훈도 지오장에서 몸을 쉬고 있었다. 셋은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한마디 한마디에 웃음을 터뜨리다가 갑자기 얼굴을 굳혔다. 바로 강민의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대사형. 강 사형 소식 못 들었습니까?”
서지훈의 진지한 물음에 이재훈이 무안한 듯 뒤통수를 긁적인다.
“미안하이. 내 민이가 출호한 사실을 모르고 있어 소식을 물을 수가 없었네.”
침울함에 말이 끊겨 침묵이 한참 되던 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다. 셋의 시선이 한 번에 그쪽으로 쏠렸다. 유난히도 붉고 유난히도 긴 창영이 휘날리고 있었다. 그 창영을 맨 암청색 창대. 그 창대에 몸을 지탱해 간신히 걸어오는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마재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강 사형!”
******
일단 빙화 9의 업데이트가 매우 늦어졌음에, 사과 말씀 드리겠습니다.
제가 요즘에 게임 삼매경에 푹 빠져 있느라.-_-;;
드디어 지긋지긋한 전투씬이 모두 끝을 맺었습니다. 앞으로 또 새로운
전투들이 시작 될 것이지만요. 이거원 싸우는 거 쓸려면 힘이 들어서요;;
뭐 이제 빙화의 스토리도 중반부에 다다랐다고 생각합니다.
제 소설의 주인공은 서지훈입니다(여기서 말하는 서지훈은 서지훈 선수가
아닌 등장인물 서지훈을 말합니다). 그런데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강민이
더 부각되네요. 강민의 모티브는 기주 상산 태생, 당양 장판의 영웅 조자룡입니다.
뭐 이번 화에서 강민이 한 대사, 그건 모 소설에서 빌려온 겁니다. 무단으로.
참 멋지고 카리스마 있지 않습니까. '넌 어째도 죽는다.' 크으~
그리고 저번 8화에 대해서 누구신가 마재윤의 팔이 잘린거냐고 하시는 분이
있던데.... 마재윤의 팔이 잘린게 아닙니다. 적의 팔이 잘린거죠.
제가 너무 애매하게 서술했나보네요. 더욱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전격 예고 빙화10>
너무 힘든 싸움에 돌아온 강민은 결국 숨을 거둔다.
분노한 지오장의 제자들은 홀홀단신으로 전쟁에 뛰어들어
사파의 무리들과 싸우다 장렬히 전사한다
신빙성 30% 한번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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