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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08/10 01:39:18 |
Name |
edelweis_s |
Subject |
[픽션] 빙화(氷花) 8 (40% 수정) |
빙화(氷花)
-넌 졌다. 너 자신을 과신했기 때문이겠지. 싸울 마음이 사라졌다. 이대로 규리어수류로 돌아가겠어. 지오장에선 그 혜휘라는 자가 잘 싸우고 있겠지. 다음에 또 만나자.
“쿨럭…….”
땅의 차가운 느낌은 썩 좋은 편이 아니었다. 어깨에서 흘러나온 피에 긴 머리가 젖었다. 손을 들어 어깨에 박힌 도(刀)를 쑥 뽑아냈다. 피가 얼굴에 튀었다. 출호(出湖) 하자마자…… 맛 본 첫 번째 패배였다.
******
“재윤이라고 했느냐.”
“예, 대사형.”
“스승님이 요즘 많이 편찮으신 것 같더라.”
“예, 대사형.”
“저런 잡졸(雜卒)들은 너와 내가 처리하는 거다.”
“예, 대사형.”
스르릉. 이재훈과 마재윤의 검이 동시에 뽑히면서 날카로운 소리가 공기를 진동 시켰다. 지오장은 높은 산중에 위치한 문파(門派)였다. 따라서 오르기 위한 계단을 따로 만들었는데 그 개수가 무려 500개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무사들의 무리는 놀라울 만한 속도로 계단을 올랐다. 적의 숫자는 50명.
“…….”
“상대하기에 부족함이 없구나.”
마재윤은 문득 이재훈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삿갓을 벗은 그의 얼굴은 담담했다. 집검(執劍) 자세 또한 흔들림이 없었고, 몸이 떨리지도 않는다. 그에 비해 자신의 집검은 엉망이다. 팔이 부들부들 떨리는 탓에 날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오히려 스스로를 교란(攪亂)했다. 아직 적이 다가오지도 않았건만 겁에 질려 가슴이 두근거리고, 오금이 저려 서 있기조차 힘들다. 적의 수는 50명에 육박한다. 더군다나 마음 하나 제대로 못 잡아 겁에 질린 자신은 있으나 마나. 아무리 대사형의 무예가 뛰어나다 하나 이 것은…….
“떨리느냐.”
“예?”
“떨지 마라. 내 한동안 지오장을 비워 사형 노릇을 해주지 못했는데.”
“…….”
“오늘 그 잘 못에 보답해주지.”
적이 이제는 목전이다. 얼굴을 가리지 못할 정도로 얕은 삿갓을 쓰고 하늘색 비단으로 만들어진 옷을 입고 있었다. 휴대의 편리를 위함인지 허리에 찬 병장기(兵仗器)는 검(劍) 혹은 도(刀) 뿐이다. 이제 코앞이다. 곧 있으면 부딪힌다. 스르릉. 50명의 무사들이 동시에 도검(刀劍)을 뽑으며 내는 소리가 귓전을 때려왔다. 떨지 말라는 이재훈의 말을 들었으나 직접 대적하려니 심장은 더욱 세게 뛰기 시작했다. 터질 듯하게 팽팽한 긴장감은 차라리 울고 싶을 정도였다. 검을 내던지고 뒤돌아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땀이 비 오듯 흘러 눈에 들어가 따갑다. 이제 검을 휘둘러야 한다!
“이 놈들!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함부로 발을 들이대느냐!”
눈을 찔끔 감고 검을 휘두르려는 순간 이재훈의 몸이 허공을 날아오른다. 허공에서 울려 퍼지는 쩌렁쩌렁한 고함은 사자후(獅子吼) 만큼은 아니더라도 감히 그 것과 견줄 만 하다. 순간 무사들의 시선이 허공을 향했다. 마재윤은 바로 앞에서 시선을 돌리는 무사의 목에 검을 깊숙이 찔러 넣었다. 귀를 찢을 듯한 비명소리와 폭포수와 같이 피가 솟는 동시에, 이재훈이 착지하며 또 한 명을 반쪽으로 갈라놓았다. 순식간에 계단은 피가 범벅이 되었고 푸르던 창공은 붉은색 피에 물들여진다. 그렇게 혼전(混戰)이 시작 되었다. 이재훈이 적들 한복판에서 보여주는 투기(鬪技)는 가히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적들에게 오롯이 둘러싸인 형국. 사방팔방십육방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공격들을 차례차례 막으며 한 명, 한 명을 거꾸러뜨렸다. 이미 그의 검은 검이 아니라 또 한 명의 아군(我軍)이었다. 사방으로 피가 튀는 아비규환(阿鼻叫喚) 속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마재윤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부분의 신경이 신들린 듯 검을 휘두르는 이재훈에게 쏠린 탓에 그에게 덤벼드는 인원은 고작 7명뿐이었다. 물론 1 대 7이란 사실도 심각하게 불리하고 마재윤의 실력이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힘든 형국이긴 하지만, 그래도 몰려 온 적이 50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7이란 숫자는 절대 많은 것이 아니었다. 허나, 어찌 자신에게 칼을 겨눈 7명이 마치 70명으로 보이는가. 눈앞이 아찔하고 어지럽다. 누구를 먼저 노려야 할지, 어떤 공격을 먼저 방어해내야 할지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 머릿속에서 쓸데없는 생각들이 뒤엉켜 속이 울렁거렸다. 그 순간 여러 개의 검들이 한꺼번에 마재윤을 향해 날아왔다. 일단 가장 오른 편의 공격을 막아 장막을 걷어내 듯 왼쪽으로 칼을 밀어냈다. 공격이 막히고 주춤하는 몇 명의 허리를 쳐서 거꾸러뜨린다. 익숙치않은 감각이 몸을 전율 시켰다. 얼굴로 날아오는 피는 사정 봐주지 않고 눈에 흘러 들어갔다. 눈앞이 붉어 시야 확보가 힘들다.
“…….”
그러는 순간에 검 두개가 다시 한 번 비호처럼 날아든다. 몸을 뒤틀다시피 하여 하나의 검은 겨우 피했지만 나머지 하나의 검이 왼쪽 어깨에 박혔다. 크윽. 고통에 내는 신음인지, 놀람에 내는 감탄인지 모를 음성이 입에서 튀어나온다. 어깨가 뜨끔거리고 피는 순식간에 팔을 타고 흘러내려 손바닥을 적셨다. 뒤늦게 고통이 찾아와 따끔거리지만 더 이상 쉴 틈은 없다. 앞을 보니 자신을 공격한 무사는 아직 어깨에 박힌 검을 빼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 대다 싶어 고정되어 있는 팔을 향해 고함을 지르며 검을 휘두르자 팔꿈치 위까지 잘려나갔다. 한 명을 베었다는 생각에 기뻐할 틈도 없이 자신의 검을 던져 한 놈의 미간에 꽂아 넣고 어깨에 박힌 검을 빼냈다. 아직도 검병을 붙잡고 있는 잘린 팔.
“…….”
절단면에서 피가 콸콸 흐르고 흰 뼈와 너덜너덜해진 혈관이 보인다. 순간 역한 피비린내가 콧속으로 스며들며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속이 울렁거려 금방이라도 토 할 것 같다. 억지로 치밀어 오르는 토기(吐氣)를 참으며 검병을 붙잡고 있는 팔을 떼어 냈다. 피로 젖은 손바닥이 미끈거렸지만 검병을 둘러싼 천도 피를 먹었는지 제법 손에 달라붙는다. 남은 자는 3명. 여태껏 4명을 베었다. 흘끗, 적들의 어깨 넘어 이재훈을 바라보니 적은 족히 20명은 넘어 보인다. 아무리 대사형이라고 하더라도 체력적 한계가 있으니 빨리 도와드려야 한다. 마음을 다잡고 날아드는 공격을 맨땅에 굴러 피했다. 마침 멈춘 자리 눈앞에 적의 두 다리가 보였다. 즉시 검을 휘둘러 두 발목을 힘껏 베었다. 베기는 성공적이었다. 발목이 잘려나가며 그 무사가 쓰러졌다. 허나 어찌 이런 불행이 잇단 말이냐. 무사의 몸은 마재윤의 위로 떨어져 버린 것이다. 마재윤이 대경해 밀어내려 해도 죽은 시체가 아니요 산 사람이 울부짖으며 발버둥을 치니 그 힘이 워낙 강하여 그는 도저히 밀어낼 수가 없었다. 남은 무사 두 명이 칼을 들어올리며 다가왔다. 하필 드러난 부분이 머리라 그 곳을 찌를 것이다. 이제 죽는구나 싶었다. 여태껏 두근거리던 마음이 오히려 편해진다. 혼자서 5명을 베었다. 나 강한 건가. 강한 거겠지. 지오장에 들어와 수련한지 겨우 한 해인데. 그래도 아쉽다. 조금 더 강해지면 좋을텐데. 어느새 머리맡에 두 무사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마재윤에게는 죽음의 그림자와 같다. 금방이라도 내려칠 듯한 무사들의 모습을 보고 마재윤은 눈을 질끈 감았다.
“…….”
그러나 무슨 일인지 의식이 멀쩡하고 얼굴 위로 뜻뜻한 액체가 쏟아진다. 조심스럽게 눈을 떠보니 붉은 빛 장막이 드리워진 공중에서 친숙한 사람이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그는 오른쪽 어깨에 상처를 입은 듯 소매를 찢어 동여매고 있었다. 마재윤이 알고 있던 그는 오른손 잡이였는데 웬일인지 왼손으로 도를 잡고 있었다. 그의 발밑에는 마재윤을 죽이려 했던 무사들의 목이 떨어져 있었다. 눈을 부릅뜬 채 죽어버린 꼴이 애석하고도 끔찍하다. 그가 미소지으며 말했다.
“윤아. 역시 많이 부족하구나.”
“서 사형…….”
*******
빙화 8화 올리는 것이 늦어져 보아주시던 여러분들께 죄송합니다.
낮에 한차례 올렸었으나, 아무리 보기에도 글이 그지 같아 야간의 수정을 더해
올립니다. 그런데 수정을 하니-_- 전투신이 길어져 이번에도
강민 VS 이병민은 쓰지 못했군요;; 수정 전에는 조금이라도 썼었는데.
지금 시각은 1시 34분입니다.
저는 빙화를 쓰면서 전투씬을 쓸 때. 인물의 심리 묘사를 엄청나게 나약하게
표현합니다. 눈앞에 서있는 상대의 모습에 겁먹고 두렵고 질리고, 자신의 낮은
실력을 탓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강해지려고 하는 것이겠죠. 더욱 강하게.
프로게이머들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신인이 챌린지리그에서
초대형 거물급 선수와 만났을 때 가지는 떨림, 챌린지 혹은 듀얼 물론 스타리그도
포함 탈락한 자신에 대한 자책 등등등.
그들도 더 강해지려고 하는 거겠죠^^;;
<전격 예고 빙화 8>
지오장을 무사히 수호하고, 강민은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귀환한다.
한편 무림맹주가 지오장을 방문해 비밀리에 부탁을 하는데...
그 내용은........................!!!!! 글쎄-_-;;
신빙성 88%. 믿을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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